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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논평] 이효성 위원장 사퇴는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 개혁 실패다

By 2019/08/02 11월 20th, 2019 No Comments

방통위 독립성 보장되지 않는다면 누가오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벌써부터 후임 인사들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 시점에서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임기가 보장되는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부의 성공을 들먹이며 사임하는 것은 정치적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곧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 개혁 실패를 의미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지난 22일 이효성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가 2기로 새롭게 출발해 국정 쇄신을 위해 대폭적인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보다 폭 넓고 내각 구성과 원활한 팀워크를 추진할 수 있도록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자간담회를 뉴스로 접한 시민사회는 허탈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정부의 성공을 위해’라니.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는 방통위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을 명시하고 있지 않던가.

4기 방통위의 시대적 요구는 ‘독립성’와 ‘시민거버넌스’ 확보였다

이효성 위원장은 2017년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 “(방통위는)구조상 사업자는 가깝고 이용자-시청자는 멀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취임하면 의도적으로 시청자-이용자의 입장에 더 서고, 그 분들을 더 많이 만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그동안 법적으로 독립성을 부여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편 추진 등 다양한 부분에서 정치적 행보를 걸었다. 방송철학 없이 사업자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규제완화에만 힘을 쏟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 안에 ‘시청자-이용자’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시민사회는 이효성 위원장의 해당 발언에 환영을 표했던 것이다.

하지만 4기 방통위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했다.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정에서 드러난 ‘정치적 외압’ 논란이 일어났었다. ‘성 평등’과 ‘지역대표성’ 실현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줬다. 지상파 방송사 재허가 심사 역시 관료제의 한계를 답습했다. ‘중간광고’를 둘러싼 시민사회와의 소통 없이 추진했다가 급제동이 걸린 과정 또한 석연치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KBS 4개 드라마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팀장급 스태프들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드라마 제작현장의 각 주체들이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스태프들에 대한 표준근로계약서 적용에 합의한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는 결론이었다. 우리 단체들은 오래전부터 방통위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었다. 과연, 방통위는 그 과정에서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공동체라디오는 시범사업을 시작한 2004년부터 출력증강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방통위는 출력 증강 및 신규 허가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방송전파’라는 기술적 결정권을 가진 과기정통부를 설득하지 못한 방통위의 책임은 없는가.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시청자미디어센터의 설립지역 확대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임시조치 제도 개선’ 및 ‘인터넷 본인확인기관 제도’에 대한 움직임도 미미하다. 미디어 성 평등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갖추지 못한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효성 위원장의 사실상의 ‘경질성’ 사퇴, 누가 온들 달라질까

우리단체들이 이효성 위원장 사퇴에 주목하는 것은 사실상 ‘경질’ 형태로 방통위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이지만 법적으로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그런 방통위 수장이 사퇴한다면 이유는 무엇이어야 할까. 위원회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거나 본인이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해치는 경우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방통위의 독립성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가.

문재인 정부와 함께 출범한 4기 방통위에 대한 시대적 요구는 분명했다. 정부로부터의 독립 그리고 시청자·이용자 중심으로의 개편이 그것이다. 4기 방통위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이효성 위원장이 사퇴는 곧 문재인 정부의 미디어 개혁 실패를 의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타깝게도 4기 방통위는 ‘무기력’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거기엔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없다 할 수 없다. 우리는 가짜뉴스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옆에서 지켜봤다.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대책’ 발표의 취소 사태는 방통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그 대표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효성 위원장이 방통위가 마련한 대책을 발표하려 했으나 국무회의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강하게 질책했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보완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더 강력한 규제 방안을 가져오라’며 사실상 퇴짜를 놓은 것이다. 법적으로 ‘국무총리의 행정감독권’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방통위이다. 무엇보다 ‘표현규제’와 같이 고도의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을 요구하는 사안에 대통령과 총리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

그 같은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은 한국사회에 많은 시그널을 남겼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초기 국정운영 5개년 계획으로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을 자율규제로 단계적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18년에는 공적규제를 축소하고 2019년에는 가이드라인 마련 등 자율규제 기반을 조성해 2021년에는 자율규제로 완전 전환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어떠한 것도 이뤄진 것은 없다. 시민사회가 해당 내용을 이야기하면 관련 부처에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밖에 돌아오는 게 없다. 그렇게 만든 건 바로 문재인 정부다. ‘방송과 통신의 업무 일원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요구에도 묵묵부답했던 정부이기도 했다.

이효성 위원장의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라는 발언은 현재 방통위의 씁쓸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방통위의 수장이 바뀐다 한들 시대가 요구하는 미디어 개혁을 제대로 수행할 거란 기대를 하기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기 전에 ‘방통위의 설립 취지와 독립성이 존중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다. 방통위원장에 대한 임기 보장은 독립성 존중의 시작이라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2019년 8월 2일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문화연대,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