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인터넷등급제/성명]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부쳐

By 2001/05/0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정부는 언제쯤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한 미련을 버릴 것인가
–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부쳐 –

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4일자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시행령’을 입법예고하였다.
입법예고된 시행령에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한 내용선별차단소프트웨어 관련
조항 대신에 ‘기호·부호·문자 또는 숫자를 사용하여 전자적으로 표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들어갔으며, 구체적인 표시방법은 정보통신부 장관의 고시로
이월되었다.

인터넷내용등급제는 홈페이지에 등급을 표시하고 선별차단소프트웨어가
그것을 인식하여 접속을 차단하게 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지난해 정보통신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에서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법제화를
추진하였고 네티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매우 격렬하게 반대하였다. 국회
또한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정부에 의한 인터넷 검열이라며 법에서
‘인터넷내용등급제’라는 단어를 삭제하였다. 이것은 정보통신부가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시행할 법적 근거도, 명분도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정보통신부는 올 4월 공청회를 열어 이 법의 시행령에
‘내용선별소프트웨어’를 은근슬쩍 끼워 넣어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재시도하려는
꼼수를 부렸다. 이 시행령은 다시 네티즌과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고, 정보통신부로서는 (인터넷내용등급제라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내용선별소프트웨어’라는 단어를 고수할 수 없었다. 이는 이 법의 개정취지와
시행령 위임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보통신부는 이번에는 입법예고된 시행령에서 ‘내용선별소프트웨어’
대신에 ‘전자적인 표시’라는 말로 여전히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또 그 구체적인 표시방법을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위임함으로써 차후 이
제도를 제 권한 안에서 자의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었다.
이것은 오히려 이 법을 개악하는 것이며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처사이다.

현재 정보통신부는 이 시행령에 언급된 제도가 청소년유해매체물에만 등급을
강제하는 것이며 민간 자율에 의해 시행되기 때문에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모두 거짓말이다.
첫째, 현재 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청소년유해매체물에만 강제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것은 ‘청소년유해매체물 여/부’만 표시되는 것이 아니며
음란·퇴폐, 폭력·혐오 등 각 영역별 등급이 표시되는 포괄적인 ‘시스템’이다.
이것은 국민과 국회가 그렇게도 반대했던 인터넷내용등급제, 즉 사실상의
검열인 것이다.
둘째,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등급의 기준과 표시방법, 그리고
등급의 강제 부여에 실질적인 권한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결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추진하는 주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검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 7월부터는 이 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이 법 제64조) 어떻게 이것을
‘자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가?
따라서 정보통신부가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으로 주도하는 이 제도는 정확하게
지난해 물의를 빚었던 인터넷내용등급제이며, 정부의 ‘검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우리는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도입을 포기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시행령이 그 증거이며, PC방에
내용선별소프트웨어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그 증거이며,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나서서 인터넷 차단 목록 11만9천 건(4월 12일 기준)을
배포하며 인터넷 차단을 종용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또 정부가
인터넷내용등급제 추진을 명분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예산을
13억8천만에서 41억 규모로 대폭 늘린 것은 인터넷내용등급제를 계속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우리는 본다.

어째서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포기하지
않는가? 이는 지난 일년간 인터넷내용등급제를 반대해 왔던 국민과 국회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처사이다. 또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설치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위헌소송에 계류되어 있다)가 제 밥그릇 지키기 위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심히 분노스런 일이다.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엄중히 경고한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완전히 철폐될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투쟁할 것이다.

<우리의 주장>
– 정부는 시행령 입법예고안 23조 2항과 3항을 즉각 삭제하라!
– 정부는 인터넷내용등급제를 도입하려는 모든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2001. 5. 8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언련,
인터넷분과,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부산정보연대PIN,
성남청년정보센터, 안티조선 우리모두,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전국공권력피해자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학생행동연대,
정보통신모임 I’m,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2001-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