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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정보공유/성명] 포항제철 측의 안티포스코 홈페이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진보네트워크, 노동네트워크의 입장

By 2000/04/11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성명서] 포항제철 측의 안티포스코 홈페이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진보네트워크, 노동네트워크의 입장

1. 진보네트워크센터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는 포항제철(주) 측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포철 측은 포항제철 홈
페이지를 패러디한 안티포스코 홈페이지(http://antiposco.nodong.net)가
"회사 홈페이지 디자인을 모방한 만큼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라며 지난
4월 3일 서울지법에 도안사용금지 가처분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이는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의 ‘저작권’이란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 결과이며 표현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행
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2. 인터넷은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세계 유수의 기업들에 대해서는 각기 수십 개씩의
안티 페이지가 개설되어 있으며, 이것은 누구나 기업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표현의 자유’에 의한 행동이다. 인터넷을 통해 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또한 이런 안티 페이지들이 그 상대자 측의 로고와 회사명을 거론하거
나 차용하는 것은 ‘패러디 사이트’에서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표현의 한
방법이다.

3. 안티포스코 홈페이지는 삼미특수강 해고 노동자들의 요구와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미 법원에서까지 복직판결을 받았으나 사측에 의해 거부되고 있
는 삼미특수강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이 홈
페이지를 개설한 것이며, 복직을 인정하지 않는 사측에 대한 항의의 표현
으로서 포철의 홈페이지를 패러디한 것이다.
패러디 홈페이지는 거대기업에 의한 피해를 입고 있는 사회적 약자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표현 수단인 것이다.

4. 그런데 이에 대해서 ‘저작권’이라는 법적인 잣대를 들이댄 포철의
행태는 거대 기업의 횡포이자, 특히 공기업이라면 더더욱 해서는 안될 명
백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저작권 침해라고 했을 때에는 일반적으로 영업상의 불이익이 있거나 경
쟁관계에 놓여 심각한 피해를 입었을 때를 대비한 권리라 할 수 있다. 그
러나 안티포스코 홈페이지를 통해 삼미특수강 해고노동자들이 영업상의 이
익을 취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며, 사실을 날조하거나 허위사실을 게재한
적이 없다. 포항제철 측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특정인이나
법인을 향한 발언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할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
다.
따라서 우리는 포항제철의 법적인 조치는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에 대
한 거대기업의 유린행위’라고 규정한다.

5. 마지막으로 우리는 포항제철 측에 권고한다. 누가 보아도 상식적으
로 이해가 가지 않는 가처분신청을 즉각 철회하고, 삼미특수강 해고노동자
들에 대한 법원의 원직복직 판결부터 곧바로 이행하라!
만일 이러한 우리의 권고를 무시한 채 계속 비상식적인 처사로 일관한
다면 우리는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거대기업의 유린행위’에 맞서
수많은 국내외 네티즌들과 함께 공동행동에 나설 것이다.

2000. 4. 11.
진보네트워크센터 /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2000-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