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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와 정보인권 대중화

By 2010/05/18 10월 29th, 2016 No Comments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은 기존에 각 학교별로 관리되던 학생 정보를 각 시도단위로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관리하도록 한 통합정보시스템이다. NEIS에 입력되는 정보는 학교의 모든 행정 정보, 학생 정보를 포함하여 27개 영역, 6,000여개 항목에 달했다. 교육부의 NEIS 구축 계획에 대해, 교육현장의 한 당사자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국민의 자기정보통제권 침해, 정보의 집적‧통합을 통한 국가통제의 위험성, 교육의 자율성 침해 등 많은 비판을 제기하였다.

네이스 반대 인권활동가 단식농성네이스 반대 인권활동가 단식농성

 

 

 

 

 

 

 

 

 

 

 

 

 

 

 

 

 

NEIS의 문제가 지적된 것은 이미 2002년 9월부터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몇 개 항목만을 조정한 채 NEIS 시행을 강행하려고 했으며, 이에 전교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프라이버시 보호-NEIS 폐기 연석회의>를 구성하여 이에 대한 투쟁을 전개했다. 국회에서 열린 NEIS 토론회,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전교조의 국가인권위원회 점거 농성, NEIS의 개인정보 침해 손해배상 청구, NEIS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NEIS로 정보 이관을 거부하는 학생들의 동의거부서 모집 등의 활동이 이어졌다. 2003년 새로 취임한 윤덕홍 교육부 장관은 NEIS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가 이를 번복하였으며, 형식적으로 교육부 산하에 교육행정정보화위원회를 만들어 NEIS를 강행하고자 하였다.

2003년 5월 12일, NEIS 투쟁의 한 고비가 되는 결정이 내려졌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NEIS의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 등 3개 개인정보 영역과 교원 개인정보 27개 항목을 NEIS에서 제외하라는 정책권고안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교육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애초의 입장을 바꾸어, 몇 개 항목을 제외하고 계속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전교조는 청와대 앞에서 인권위 권고안 수용을 촉구하는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하였으며, 62개 시민사회단체들 역시 권고안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그 결과, 5월 26일 교육부와 전교조는 3개 개인정보 영역을 NEIS에서 제외하되, 고3 학생의 경우만 임시적으로 NEIS로 운영하기로 합의하였다.

2003년 6월 1일, 교육부는 또 한번 뒤통수를 쳤다. 3개 개인정보 영역을 NEIS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을 뒤엎고, 개별 학교의 결정에 따라 NEIS를 시행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다. 이는 각 학교의 역학관계 상 NEIS를 사실상 강행하려는 시도였는데, 이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 교장과 전교조 선생님들 사이에 NEIS 시행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었다. 6월 18일, 10여명의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명동성당에서 NEIS에 반대하는 무기한 노숙단식농성에 돌입하였으며, 전교조는 6월 21일 연가 투쟁으로 대응하였다. 인권단체들의 단식 농성은 6월 27일로 정리되었지만, 학생‧학부모 단체, 인권단체, 교육단체, 당 등을 포함하는 <NEIS 반대와 정보인권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공대위에는 교수노조,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교육운동연대회의, 노동자의 힘, 노동조합기업경영분석연구소, 노들장애인야간학교, 다산인권센터, 다함께,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연대,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민중의료연합, 불교인권위원회, 사회진보연대, 새사회연대, 서울교육포럼, 아이두넷, 안산노동인권센터, 우리스쿨, 울산인권운동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의꿈너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중고등학생연합, 전국학생연대회의,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교육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청소년의힘, 추모단체연대회의, 평화인권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함께하는시민행동, NCC인권위원회 등 총 48개 단체가 참여하였으며, 박경양(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 원영만(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손호철(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대표), 김용수(천주교인권위원회 위원장), 백승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 김혜경(민주노동당 부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이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2003년 7월부터는 NEIS 문제의 해결을 위해 총리실 산하에 ‘교육정보화위원회’가 구성되었다. 공대위는 교육정보화위원회 구성 과정의 비민주성과 편파적 구성을 비판하며 초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9월부터 교육정보화위원회 내외부에서 NEIS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서울 각지에서 NEIS 반대를 위한 촛불문화제를 매주 개최하는 한편, 위원회에 참여하여 공대위의 대안이 교육정보화위원회에서 관철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결국, 2003년 12월 15일, 1년 이상 지속되어 온 NEIS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할 중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무‧학사, 입‧․진학, 보건 등 3개 영역의 데이터베이스는 기존의 NEIS로부터 물리적으로 분리하여 별도의 시스템으로 구성한다. 둘째, 별도의 시스템은 16개의 시도교육청별로 공공 혹은 민간기관에 두되 중앙과 각 시도교육청 단위로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두어 운영한다. 셋째, 장기적으로 각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추진하되, 현 단계에서는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각 학교가 단독 또는 그룹별로 서버를 운영하도록 한다. 이 합의는 민감한 개인 정보는 분산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 기술적 관리권한을 개별 학교장의 권한 범위에 속하도록 하고, 독립적 감독기구를 설치함으로써 국가 통제의 위험성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각 학교 내에서 운영되지 않고 인터넷 데이터 센터(IDC)를 통해 운영한다는 점, 몇 개 학교의 경우에는 이마저 그룹화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네이스 반대 촛불문화제네이스 반대 촛불문화제

 

 

 

 

 

 

 

NEIS 투쟁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정보인권’의 개념과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의 도입이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만 정보화가 조망되었던 한국 상황에서 정보화에 따른 인권 문제가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또한, NEIS 투쟁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반 전자정부 사업에 일정한 제동을 걸었다. 정부 내에서도 ‘개인정보보호법’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설립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는 이후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을 둘러싼 투쟁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