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외주화, ‘교섭’대신 로봇개 택한 현대제철 규탄 기자회견
– 노동부는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현대제철을 즉각 재감독하라
1.기자회견 개요
● 제목 : 위험의 외주화, ‘교섭’ 대신 로봇개 택한 현대제철 규탄 기자회견
● 일시 장소 : 2025년 10월 30일(목) 오전 9시 20분 / 국회 소통관
● 주최 :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전국금속노동조합, 손잡고, 디지털정의네트워크, 정보인권연구소
● 주관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 이용우 의원실, 박홍배 의원실
● 순서
○ 사회 : 진환 전국금속노동조합 조직국장
○ 발언
여는말1 | 이용우 국회의원
여는말2 | 박홍배 국회의원
규탄발언 | 엄상진 전국금속노동조합 사무처장
현장발언 | 이상규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지회장
개인정보보호 및 인공지능기본법 위법 규탄 |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 기자회견문 낭독 | 안영근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
위험의 외주화로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는 현대제철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교섭은 하지 않고 최근 ‘로봇개’를 노동자 동의 없이 투입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김용균, 김충현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던 현장에서 최근 사용자가 안전 인력 충원 없이 ‘이동식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사회적 비판이 쏟아졌는데, 현대제철에서는 아예 움직이는 로봇개로 노동자 감시를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금속노조가 확인한 결과 로봇개는 현대제철 당진공장 냉연 공정 작업장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로봇개는 영상 촬영 장치를 달고 수집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노조에 대한 동의는 없었습니다.
현대제철이 지난 8월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로봇개는 공장 안전을 위해 2냉연 104개소를 24시간 움직입니다. 안전을 위한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지난 9월 당진공장에서는 원료공장 TT30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노동자들은 ‘운이 좋아서 살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현장 노동자들은 동의 없이 투입된 로봇개의 목적이 안전인 건지, 작업자를 감시하는 동시에 재해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현장 안전을 지키겠다면 현장을 잘 아는 노동자와 교섭하고 개선하면 될 일입니다. 지난 7월 법원도 현대제철 원청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와 교섭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 판결에 따라 원하청이 교섭을 통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면 되는데 원청은 여전히 하청 교섭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교섭 대신 로봇개를 택한 원청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금속노조는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현장에서 포착된 로봇개 실상을 폭로하고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원청 교섭을 재차 촉구할 예정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쓰러지지 않도록, 언론 노동자의 적극적인 취재를 당부드립니다.
2.발언
공장을 활보하는 로봇개는 AI강국에서 노동자에게 어떤 의미인가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정부와 산업계가 한 목소리로 AI강국을 외치는 목소리가 드높은 때입니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 도입되는 첨단 인공지능 로봇 기기가 노동자의 안전과 권리를 위협하는 데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회사가 노동 현장에 첨단 감시 기술을 도입하면서 노동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올해 9월 ILO가 펴낸 신규 보고서(*)에서는 현장 노동자의 요구를 거스르는 첨단 디지털화가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정보주체이자 자신의 안전과 인권에 영향을 받게 될 당사자 노동자와 협의하거나 심지어 알리지도 않는 것은 인권 침해입니다. 공장 로봇개와 같이 사람의 안전과 인권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공공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 위험을 더욱 키웁니다.
현대제철의 홍보자료에 따르면(**) 이 로봇개는 “진짜 무인 시스템”으로서, 노동자 작업시간 중에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율주행으로 공장을 활보합니다. 이 로봇개를 도입한 취지는 “공장 안전을 위한 무인 순찰 시스템의 핵심”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회사는 회사를 홍보하는 홈페이지 미디어룸에서 로봇개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을 자랑하였습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회사가 마땅히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회사가 로봇개와 같은 위험 설비를 도입할 때 가장 신경을 썼어야 할 것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일하고 있는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이 로봇개는 본래 군사용으로 만들어졌는데 산업시설에서도 충분히 사람에 대한 안전성이 보장될까요? 공장 안전을 위한 순찰을 한다고 하지만 이 로봇개가 새로운 안전 위험을 야기할 부분은 없을까요? 이 로봇개로 인한 위험이 발생하는 순간에 회사나 위험에 처한 사람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이러한 사항들에 대하여 당사자 노동자에게 설명하고 도입 여부를 협의해야 하지 않을까요?
로봇개는 노동자의 개인정보 측면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노동자를 감시하는 설비들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상 노사협의 대상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이 장비에 대하여 알리거나 도입 여부에 대해 협의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노동자는 회사가 공개한 조각 정보에 의지해 문제를 검토할 수 밖에 없습니다. 회사는 로봇개의 AI 시스템과 CCTV가 연동돼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이동형 영상정보처리기기에 해당합니다. 노동자들은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어야 하고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보주체가 촬영 거부 의사를 밝혔을 때 이동형 기기가 촬영을 중단할 수 있을까요?
만약 로봇개가 개인의 얼굴을 식별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면 민감정보처리에 따른 노동자의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이 로봇개에 얼굴인식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지, 포함될 예정인지 알수 없습니다. 음성 녹음 기능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노동자들의 친분관계를 나타내는 행동을 녹화하거나 대화 녹음이 가능하다면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감시이자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킬 것입니다.
무엇보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시공간 제약 없이 공장을 활보하는 로봇개는 사람의 안전과 인권에 미치는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기본법이 내년 시행을 앞두고 현재 하위법령이 준비중인데, 이처럼 공장에 도입되는 기계류나 산업안전 관련 장비의 경우 당연히 고영향 인공지능으로 지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로봇개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 인간이 관리감독할 수 있는지, 관련 문서는 충분히 구비하고 있는지 보장할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로봇개를 도입한 회사의 산업안전에 대한 접근법에 있습니다. 산업안전을 위한 명분으로 도입되는 설비가 오히려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의 개인정보와 안전을 위협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더구나 현대제철은 노동자들과 관련 법률에 따른 의무나 판정에 충실한 협의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회사가 이처럼 일방적인 태도로 도입하는 첨단 장비는 현장 노동자에게 또다른 위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자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는 첨단기술에 대한 주체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그 대상으로 전락할 뿐이니까요.
현대제철은 지금이라도 로봇개와 관련된 정보를 노동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합니다. 정보주체 노동자를 과도하게 감시하고 노동권 행사를 위축시키며 시공간 제약 없이 노동현장에서 사람에게 미치는 위험성이 높은 자율주행 로봇개의 운영은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재명정부는 현재 준비중인 인공지능기본법 하위법령에서 노동자의 안전에 위험을 야기하는 공장내 자율주행 로봇을 고위험으로 지정하고 규제하는 한편, 노동자의 감정이나 생체정보를 처리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감시하는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금지해야 할 것입니다.
(*) ILO. (2025). Navigating workers’ data rights in the digital age: A historical, current, and future perspective on workers’ data protection. ILO Working Paper 149, September 2025.
(**) https://moment.hyundai-steel.com/moment-detail/50081
3.기자회견문
산업안전을 담보하는 전제는 ‘교섭이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 현대제철을 즉각 재감독하라
— 위험의 외주화, ‘교섭’대신 로봇개 택한 현대제철 규탄 기자회견
현대제철이 ‘무인점검 로봇개’를 도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현대제철은 사내 홈페이지를 통해 “공장 안전을 위한 무인 순찰 시스템의 핵심”으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정작 현대제철은 로봇개 설치 여부에 대해 현장노동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할 위험한 철강공장에서 노동자 사이를 활보하는 ‘로봇개’를 사실상 무단도입한 것이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스팟 2.0’모델에 대해 개발처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성능 업그레이드에 따라 지능도 갖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사용자의 결정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및 인공지능 기본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근본적으로 철강산업의 안전은 ‘로봇개’와 같은 ‘무인점검’으로는 절대 확보할 수 없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어 가려는 노사 모두의 안전의식과 협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문제에서 교섭은 ‘필수조건’이다. 매년 발생하는 산업재해,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부의 시정명령, 노동위원회 판정, 사법부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은 4년째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안전바 등 기본적인 안전 장비 설치 부족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섭’대신 로봇개를 택한 현대제철이 ‘안전’을 운운하는 것은 공허할 뿐이다.
지난달에만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붕괴사고에 이어, 화재사고까지 줄사고가 이어졌다.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다. 현대제철은 사고를 확인한 즉시 공장 가동을 즉각 멈추고 안전적합성 검사 등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대제철이 사고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하청노동자를 사고 현장에 투입한 것이다. 심지어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에서 사고 현장에 하청노동자가 투입된 사실을 인지하고 노동청에 접수했음에도 현대제철은 안전에 대한 어떠한 조치 및 고지도 없이 사고 현장을 계속 가동하고 하청노동자들을 투입했다.
국회 기후환경노동위원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현대제철 내 산업재해가 많게는 10배까지 하청노동자들에게 집중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불법파견,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된 이후 노동청에서 현대제철 당진공장을 현장지도한 것은 두 번에 불과했다. 노동부가 감시감독을 소홀히 한동안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확인된 사고만 해도 이천 건이 넘는다.
산업안전을 담보하는 기본은 ‘교섭’이다. 현대제철이 안전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는 유일한 방법은 정부의 판단, 법원의 판결에 따라 즉각 하청노동자들과 교섭을 실시하는 것이다.
아울러 노동부는 언제까지 법 제도 위에 하청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대제철을 두고 볼 것인가.
노동부는 법을 이행하지 않고 불법을 계속하는 현대제철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재감독을 비롯한 노동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즉각 단행하라.
2025년 10월 30일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붙임 : 기자회견 및 붕괴사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