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ype개인정보보호

NEIS, 투쟁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성과들

By 2003/10/21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집중분석

김현식

지난 1월 21일 교육인적자원부 앞에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하 NEIS)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으로 정보인권을 지키기 위한 장정에 올랐다. NEIS는 학생과 학부모의 개인정보를 대량 정보유출해 사고의 위험이 있으며, 입력정보가 교육활동지원과 관계없이 지나치게 방대하여 국민의 정보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 아울러 기존 CS시스템과 달리 출결상황, 결과 등 신성정보를 실시간 입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업무증가와 감시체제 구축이라는 문제점도 함께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돌이켜볼 때, 처믐 NEIS문제를 가지고 교육부와 교섭을 시작하였을 때, 정보인권 문제보다는 업무증가와 통제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고백이 솔직한 심정이다.
NEIS문제는 이제 전국민의 관심사로 확대되었다. 우리는 이 싸움을 통해 예상하지 못한 많은 성과와 파급효과를 얻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잠시 고개를 돌려 어떤 일들이 우리에게 다가왔으며 무엇이 달라졌는지 생각해본다.

새로운 만남

교육노동운동인 전교조 활동가로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연대활동을 해왔다. 이번 NEIS투쟁과정에서도 새로운 정보통신활동가들을 만나게 되었다. 지문날인제도반대와 주민등록증제도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지문날인반대연대 운동가. CCTV나 인터넷 등을 통한 노동감시 근절을 위하여 싸우고 있는 활동가, 자본과 국가권력에 독립적이고 모두에게 열린 공유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진보네트워크 운동가,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에 대응하는 시민사회 네트워크, 인권운동가들, 스크린쿼터반대 문화운동가들. 그리하여 지난 5월 30일에는 ‘NEIS 문제해결과 정보인권수호 1089개 사회단체공동기자회견’이 이루어졌다. 강력한 NEIS 투쟁전개가 아니었으면 만나기 쉽지 않았던 여러 운동역량이 집결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보인권’이르는 개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교육정보화 사업재고

우리교육현장에서는 교육효율을 높인다는 이름으로 ‘교육정보화’사업이 추진되어 왔다. 많은 예산과 지원을 받아 시행되어온 이런 ‘교육정보화정책’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집행과정은 투명하게 결과는 어떠한가에 대한 점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우려로 인하여 ‘교육과 인권을 위한 정보화 교사 네트워크’가 결성되었으며,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에서는 교육정보화사업에 대한 평가와 올바른 정책방향 설정을 위한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된 교단선진화 사업에서부터 1교사 IPC사업, SA, CS, NEIS로 이루어지는 학교생활기록부와 교육행정정보화 사업, ICT 활용교육 등 지금까지 진행된 교육정보화 정책에 대한 총괄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로운 개념의 교육정보화를 위한 전략과 정책방향을 제안하게 된다.

조합내부 정보통신관련규정 제정

‘반전평화수업 공동사업안’과 4월초 ‘보성초 교장자살 사건’으로 전교조는 보수우익들의 따가운 질책과 공격을 받았다. 홈페이지는 몇 차례 해킹 공격을 받았고, 자유게시판에는 하루에 수천 건에 이르는 비난의 글이 올라 왔다. 게시판에는 하루에 수천 건에 이르는 비난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판에 오른 비난하는 글을 삭제해야 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검열을 해야 하는가, IP추적을 통해 악의적인 게시자에 대한 처벌을 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공개적 논의를 하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게시판 관리규정제정작업에 들어가게 되었고, 자유로운 언론보장을 위해 IP추적과 감시는 하지 않고 자의적 글 삭제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하게 되었다. 또한 조합원 DB작업에서 식별자로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름과 학교, 과목, 생년월일을 사용하여 만들기로 하였고 개인정보보호 규정도 만들고 있다. 수년에 걸쳐 온 지루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러한 논의와 규정을 만드는 과정에서 NEIS 투쟁과정에서 인식하기 시작한 ‘정보인권’의 관점이 중요하게 자리잡았음이 분명하다.

인터넷 전자투표제

우리는 매년 조합내부선거를 치르고 있으나, 조직이 확대됨에 따라 선거업무가 증가하고 불법선거논란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인터넷을 통한 전자투표제가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그러나 NEIS투쟁을 겪으면서 인터넷을 통한 전자투표제에 문제점이 결코 적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인터넷 투표는 인터넷을 통한 선거명부의 관리, 기표, 집표와 공식발표까지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통합적 환경을 의미한다. 인터넷 투표는 많은 비용과 시간 절약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투표를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조합원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다음으로 투표의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 인터넷으로 진행되는 투표에는 보안문제가 발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인증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높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한 서버 관리자가 데이터를 조작할 가능성도 있고, 인터넷 투표결과는 재검표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컴퓨터에 익숙하지 못하거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조합원에게는 선거기회를 박탈할 가능성조차 염려된다.
그리하여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무조건 신뢰를 거두고 정보기술은 보조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게 되었다. 정보의 공유를 전제로 한 인터넷 기술이더라도 그것이 민주주의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보인권 공동수업

정보인권에 대해 높아진 의식은 전조합원이 참여하는 ‘정보인권공동수업’으로 나타났다. 공동 수업안의 취지는 다음과 같다.
‘정보화는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며,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며, 의식전환을 위해서는 학교교육이 중요하다. 특히 학생들은 정보인권의 약자로서 정보인권이 침해되었을 때 그 피해는 일생을 따라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인권교육은 처방보다는 예방차원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정보인권공동수업은 정보화와 인권, 효율성과 교육의 문제를 재검토하면서 교사와 학생, 스스로가 정보인권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실천방안을 찾아본다.
인터넷 실명제논란, 디지털 저작권 침해, 불건전 정보유통 등 정보화 사회의 부작용은 사용자에게만 책임을 돌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국가기관이나 자본에 의한 정보집적과 통제로 인한 프라이버시권의 침해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우리는 NEIS 투쟁을 겪으면서 정보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결과이며 소중한 성과로 자부하고 싶다. 그러나 마무리가 된 문제도 있지만 새로운 논쟁 소지가 또 생겨났다. 인간의 모습을 한 바람직한 정보화사회는 결국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