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감시입장

[성명] 부당노동행위, 노동자감시가 신노사문화인가?

By 2004/12/1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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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부당노동행위, 노동자감시가 신노사문화인가?
– 노동부의 KT ‘신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 선정에 대한 항의 성명

노동부는 16일 ‘노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참여와 협력적 노사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10개 기업을 올해의 ‘신노사문화대상’ 기업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에 KT를 선정했다. 이틀 전 14일 ‘KT 인권침해 백서’를 발간하고, ‘KT 상품판매팀 노동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 실태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던 바 있는 우리로서는 실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동부는 “KT 일부근로자의 인권침해논란은 대상기업의 심사가 10일 완료된 뒤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인권단체연석회의가 KT의 인권침해 사실에 대해 최초로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던 것은 지난 5월이다. KT 상품판매팀 노동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실제 피해자들의 경험을 육성으로 들어보는 ‘증언대회’를 열어서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것도 지난 7월이다. 노동부와 노동부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 중에서 객관적으로 선정했다는 10명의 중앙심사위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노동부 스스로 ‘엄격한 심사’라고 말한 것의 결과가 고작 이 정도에 불과한 것이라는 말인가?

노동부는 또한 “인권침해가 확정된 사실이 아닌 만큼 대통령상 수상기업을 재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KT의 비영업직 사원들에 대한 무리한 영업활동 강요로 인해서 지난 5월에만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앞서 말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명예퇴직을 강요받은 노동자는 96%에 달했고, 그 과정에서 갖가지 협박을 당한 노동자의 수도 90%에 넘었다. 98%가 차별행위로 고통받고 있다고 대답했고, 85%가 항상 감시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대인기피,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 강박증, 심지어는 자살충동까지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와 한국노동안전보건소가 실시한 상품판매팀 노동자들에 대한 MMPI(다면성 인성검사) 결과는 45%의 노동자가 시급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더 이상의 ‘확정된 사실’이 필요한가? KT는 ‘회사의 업무 방침에 따른 정상적인 조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위의 끔찍한 결과가 정녕 ‘신노사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의 ‘정상적인 조치’에 따른 것이란 말인가?

노동부는 KT를 대통령상으로 선정한 이유로서 “‘노사불이’의 정신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모색하여 노사협력관계 구축에 노력 그 결과, 2001년 이후 무분규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립적 노사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전환시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모델케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KT는 2003년 9월에만 국내 단일 기업으로서는 최대 규모인 5505명의 노동자들을 명예퇴직시킨 바 있다. 전 직원의 무려 12.6% 규모였다. 그리고 이에 응하지 않았던 노동자들은 상품판매팀으로 편입되어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시달리고 있다. 또한 2002년 2월 KT 전북본부는 노조대의원 선거를 앞두고 노조활동가 15명을 인사했다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사불이’의 정신과 ‘상생’이 뜻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러한 상황에서도 ‘무분규상태’를 유지했다는 것은 노조가 노동자의 현실과 요구를 외면하고, 사측과 ‘상생’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이는 노조가 본래적 기능을 상실한 채 약화 또는 변질되었다는 것, 사측이 노조를 무력화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노사관계가 ‘대표적인 노사관계의 모범이’되는 사회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노동부는 스스로 KT의 ‘신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 결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노동부는 KT의 사례가 노동부가 진정 바라는 ‘신노사문화’라는 것을 고수하는 셈이며, 이는 노동부가 사용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노동자의 인권을 도외시한 채 노동조합을 무력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만방에 알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이는 전국의 노동조합과 인권단체를 비롯한 전국민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아울러 노동부의 이번 결정은 노동부가 현실 노사관계와 노동자의 삶에 얼마나 무관심하고 자신의 본연의 업무에 얼마나 불성실했던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노동부는 지금이라도 KT를 비롯한 기업에 대해서 실질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노동환경과 인권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 노동부는 KT의 신노사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
– 노동부는 허구적인 신노사문화대상을 폐지하라!
– 노동부는 KT에 대한 실질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하라!
– KT는 노동 탄압과 인권 침해를 즉각 중지하라!
– KT 노동조합은 사측과의 대화 이전에 노동자의 현실에 주목하라!

2004년 12월 17일
인권단체연석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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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