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표현의자유

[판례] 명예훼손과 게시판 관리자

By 2004/06/0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라도 게시판 관리자는 즉시 삭제의무 없어

그 동안 주로 개인정보 침해사례만 다루어 왔기 때문에 이번 호에서는 좀 색다른 주제를 다루어볼까 한다. 최근 필자가 IT 관련 종사자들이 모이는 강연이나 발표회에 참석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게시판 관리·운영자의 책임에 관한 것이다.

인터넷 게시판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흔히 개인정보 침해사고 외에도, 여러 형태의 예상치 못한 사고(?)를 경험하고 크게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게시판 이용자에 의한 타인의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초상권 침해 등의 문제가 특히 자주 빈발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런 다툼에 휘말리기 싫어서 게시판에 이용자들이 자신의 글이나 주장을 올리지 못하도록 게시판 설계시 아예 그런 기능을 없애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인터넷 게시판은 신문의 ‘독자투고란’과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독자투고란과는 달리 글을 올릴 때 사전에 게시판 운영자의 검사를 받지 않고 있으며 게다가 실명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 특히 남을 비방하거나 중상·모략하는 글이 실리기 쉽다.

따라서 게시판 운영자가 이러한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사전에 충분한 대비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본고에서는 최근 대법원 판례를 중심으로 인터넷 게시판 상의 명예훼손 사건에 대한 게시판 운영자의 책임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본 판결은 인터넷 상의 전자 게시판 관리자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방치한 경우 피해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는 책임발생 요건을 제시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대법원2003. 6. 27. 선고 2002 다72194 판결)이라는 점에 의의가 크다.

사건의 발단 및 전개

사건의 발단 장소는 경북 청도군청이 군정(郡政) 홍보를 위해 운영하는 온라인 게시판이다. 2001. 4. 23. 12 : 14경 청도군청 게시판에 소외 최원탁 명의로 원고를 비방하는 글이 올랐고, 2001. 4. 24. 20 : 56경에는 성동춘 명의로, 같은 날 21 : 25경에는 이재용 명의로 각각 원고를 비방하는 글이 실렸다.

이에 원고는 2001. 4. 24. 03 : 24경 최원탁이 주장한 성추행 의혹 및 금품수수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해명하는 글을, 2001. 4. 27. 00 : 58경에는 성동춘 명의의 글에 대하여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경고의 글을, 2001. 5. 8. 11 : 01경에는 이재용 명의의 글에 대한 비난의 글을 각각 게시하였다.

한편, 청도군청의 전산관리 담당직원인 박충배는 2001. 4. 23. 오후경 최원탁 명의의 글이 게시된 사실을 발견하고 그 날 이를 총무과장에게 보고한 바 있다. 원고는 2001. 6. 9.자 피고 앞으로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을 삭제해 줄 것을 내용증명 우편으로 요구하였고, 청도군청은 같은 달 12일 이를 수령하였으며, 청도군청 직원 박충배는 군수의 결재를 받아 같은 달 13일 09:40경 원고가 요구하는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을 비롯하여 관련된 모든 게시물을 삭제하였다.

이에 대해 원고는 전자 게시판 관리자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실린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즉시 삭제하지 아니하고 장기간 방치한데 대해 책임을 물어 청도군청에 손해배상을 요구하였다.

원심법원인 대구지방법원 합의부는 청도군청 홈페이지에 게재된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 등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후, 최원탁 명의의 글이 게시된 당일 박충배가 이러한 사실을 군청 총무과장에게 보고한 점, 최원탁, 성동춘 명의의 글들과 관련하여 이를 비난하거나 그 글의 삭제를 요구하는 그 홈페이지 이용자의 글이 게시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청도군청으로서는 원고의 내용증명에 의한 명시적인 삭제요구 이전에 이미 원고에 대한 이러한 명예훼손적인 글들이 게시판에 게제된 것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여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즉시 삭제하거나 원고와 그 글들의 처리에 대한 의논을 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약 52일 가량 이를 그대로 방치하여 두었고 따라서 원고는 이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 할 것이므로 청도군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전자 게시판 관리의무 위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고 판시하였다(대구지법2002. 11. 13. 선고 2002 나9163 판결).

이에 불복하여 청도군청은대법원에 상고를 하였고, 대법원은 원심법원이 게시물 삭제의무 유무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파기환송 사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원심파기 사유를 밝히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인 인터넷 상의 홈페이지 운영자가 자신이 관리하는 전자 게시판에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게재된 것을 방치하였을 때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하기 위해서는 그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을 삭제할 의무가 있음에도 정당한 사유없이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이어야 한다.

이 때 운영자에게 게시물 삭제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①게시물의 목적 및 내용, ②게시시간과 방법, ③그로인한 피해의 정도, ④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⑤반론 또는 삭제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⑥당해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 ⑦영리목적의 유무, ⑧개방정도, ⑨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⑩삭제의 기술적·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단지 홈페이지 운영자가 제공하는 게시판에 다른 사람에 의하여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고 그 운영자가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운영자가 그 글을 즉시 삭제할 의무를 항상 지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심법원은 이상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게시판 운영자에게 그 게시물에 대한 삭제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아니하고 그에 이르지 못한 단계에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되었고 게시판 관리자인 피고로서는 그 게시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삭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에 치중한 나머지 전자 게시판 관리자로서 게시물의 즉시 삭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여 버렸다는 것이다.

주요 쟁점

본 사건에서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인터넷 게시판 운영자에게 게시판에 실린글에 대해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가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의무가 있다고 할 경우 문제의 글을 삭제할 의무는 언제부터 발생하는가 하는 점이다. 우선 게시판 운영자에게 게시판 상의 글을 감시·감독할 권리 또는 의무가 있는지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본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게시판 운영자에게 게시판 상의 글에 대한 감시·감독 의무가 있는지, 그와 같은 의무가 있다면 어떤 경우에 그런 의무가 생기는지에 대하여 막연하게 고려사항만 열거하고 있을 뿐 명시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본 건과 유사한 외국의 판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일본의 니후디서브 사건(東京地裁, 1997. 5. 26, 日判決判例時報 제1610호, 22면)을 소개한다. 본 건은 PC통신 포럼상(일종의 온라인 게시판)의 명예훼손 사건으로서 동경지방법원은 포럼의 시스템 관리자에게 명예훼손행위를 방치한데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즉 법원은「시스템 관리자는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이 쓰여져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알고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의 지위와 권한에 비추어 명예가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조리상의 작위의무가 있다고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그 이유로서 다른 사람을 비방중상하는 발언에 대한 대처도 포럼운영의 일부라는 점, 시스템 관리자는 발언삭제조치를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 이에 반하여 피해자 측에서는 발언을 못하게 할 구체적인 수단이 없다는 점, 시스템 관리자가 근거하고 있는 회원규약·운영매뉴얼에는 비방중상 발언의 대처에 관한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다.

다만, 포럼상의 글을 시스템 관리자가 사전에 체크할 수 없다는 점, 시스템 관리를 본업으로 하는 자는 적고 여유 시간을 시스템 관리자로서 활동하고 있는 자가 많다는 점, 시스템 관리자의 업무범위는 넓고 또는 올라오는 글의 양을 고려할 때 모든 글에 대하여 그 때마다 체크해서 문제점을 검토하는 것은 극히 곤란하다는 점으로부터 시스템 관리자에게 상시 감시의무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본 판결로부터 시스템 관리자가 명예훼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시기는 명예훼손 발언을 구체적으로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때부터이지만, 시스템 관리자는 소극적인 관리책임만 지므로 무엇인가의 클레임이 시스템 관리자에게 접수되었거나 시스템 관리자가 명예훼손 사실을 우연히 발견한 때부터 책임이 발생한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이 때 시스템 관리자가 지는 관리책임의 법적 근거는 조리이다.

다음으로는 미국의 컴퓨서브사건(Cubby, Inc. v. CompuServe, Inc., Supp. 133(S.D.N.Y.1991))과 프로디지사건(Stratton Oakmont Inc. v. Prodigy Services Co., No. 31063/94 1995 N.Y. Misc., LEXIS 229(Sup. Ct. Nassau County, May 25, 1995)에 대해서 살펴본다.

미국 불법행위법상 미디어에 의한 명예훼손의 법리는 크게 발행자(Publisher)책임과 배포자(Distributor)책임 그리고 공중통신사업자(Common carrier)책임 등 3개 부류로 나뉘며 각각의 역할·기능에 따라 각기 다른 정도의 책임을 지고 있다.

첫째, 신문, 서적, 잡지 등의 편집자와 발행자는 Publisher로서 내용에 대하여 저자와 똑같은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편집자 또는 발행자는 편집, 출판과정을 통하여 출판내용에 대하여 어느 정도 간섭할 수 있는 입장에있고, 더 나아가서는 서적이나 신문·잡지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통제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도서관, 서점, 신문판매인 등 제3자가 발행한 발간물을 배달·배포한 배포자(Distributor)는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 있다는 점을‘알았다’(knew)거나 ‘알았어야 했다’(had reason to know)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지는 것으로 한다.

배포자의 책임을 이처럼 제한하는 이유는 이들에게 엄격한 책임을 부과할 경우 공중미디어에의 액세스가 현저히 침해되어 표현의 자유에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포자는 자기가 취급한 출판물 중에 명예훼손적 표현이 있는지를 상시 조사·감시할 의무는 없다.

셋째, 전화회사와 같은 Common carrier는 타인의 명예를 이용자가 훼손하더라도 이용자의 행위에 대하여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공중통신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어떤 이용자에 대하여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화를 이용해서 제3자가 어떤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전화회사가 불법적인 통신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하더라도 전화회사는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도 이상의 책임원칙에 의하여 온라인 통신상의 내용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즉 온라인 통신내용에 관여하였거나 당해 통신내용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을 경우에는 Publisher로서의 책임을 지지만, 그 같은 관여가 없거나 관리·감독권이 없는 경우에는 Distributor로서의 책임만 진다.

위 두 사건 중 컴퓨서브사건에서는 법원은 피고(PC통신회사)가 자사 BBS의 관리·편집권을 완전히 제3자에게 위탁하고 있어 내용에 대한 관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 피고가 자사의 BBS에 업로드된 모든 내용을 체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들어 피고에게 Distributor에 관한 책임원칙을 적용하였다.

반면 프로디지 사건에서는 피고(PC통신회사)가 게시판 위원(Board Leader)을 통해 온라인 게시판 내용에 대하여 사실상 편집·통제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들어 피고에게 Publisher에 관한 책임원칙을 적용하였다.

이상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같은 온라인 게시판 운영자라도, 게시판에의 관여 정도에 따라 책임의 정도가 달라진다. Publisher로서의 책임을 질 때는 일단 게시판에 명예훼손의 글이 올라오면 운영자는 항상 책임을 지게 되고, Distributor로서의 책임을 지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의 글이 실린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비로서 책임을 진다.

판례 비판

웹사이트 상의 공개 게시판은 흔히 신문의 독자투고란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지만, 신문과는 달리 게시판 운영자가 게시판을 관리·감독한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인 관리가 대부분이고 내용에 대한 감시는 하지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하루에도 수십에서 수백명에 이르는 이용자들이 방문하여 글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일일이 검토한다는 것도 물리적으로 곤란하다.

따라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게시판 운영자는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감시·감독할 의무는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인터넷과 같은 오픈 네트워크상의 게시판 뿐만 아니라 PC통신 등 폐쇄적 네트워크 상의 게시판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영리든 비영리이든 게시판 운영자는 사실상 게시판을 지배, 관리하고 있으므로 일단 자신이 관리하는 게시판에 명예훼손의 글이 실린 사실을 안 이상 또는 알 수 있었던 때에는 책임을 지는 것이 타당하다.

본 사건의 경우 원심법원은 청도군청에게 미국 판례법상의 Distributor로서의 책임원칙을 적용하여「명예훼손게시물의 게시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삭제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이 있음을 인정, 청도군청의 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상고심인 대법원은 ①게시물의 목적 및 내용, ②게시시간과 방법, ③그로 인한 피해의 정도, ④게시자와 피해자의 관계, ⑤반론 또는 삭제요구의 유무 등 게시에 관련한 쌍방의 대응태도, ⑥당해 사이트의 성격 및 규모, ⑦영리 목적의 유무, ⑧개방 정도, ⑨운영자가 게시물의 내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시점, ⑩삭제의 기술적·경제적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외 성동춘 등의 명의로 게시된 게시물이 명예훼손에 해당함이 분명하고 청도군청이 이 사실을 알고도 50여일 이상 방치하였다면 방치책임을 면하기 어렵다고 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윈심파기 결정은 온라인 게시판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전파력과 기능·역할, 관리·운영상의 특성 등을 무시하고 지나치게 게시판 운영자의 편의만을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온라인 게시판이 결코 주인없는 낙서판이 아니고 운영, 관리자가 존재하는 매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외국의 판례를 보더라도 당해 사이트의 영리성 여부, 게시시간과 방법, 피해정도, 반론권 유무, 개방 정도 등을 특별히 문제삼고 있지는 않다. 그것은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고려할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아마 대법원은 게시판 운영자에게 명예훼손글의 방치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운영자가 명예훼손 사실을 인지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피해자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피해자의 적극적인 요구가 없다 하더라도(피해자가 그 시점에 그 사실을 모를 수도 있음) 명예훼손 행위를 알게 된 이상 운영자는 그에 적합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온라인 상의 명예훼손 법리와 게시판 운영자 등의 책임에 관하여는 이창범 외, 전자상거래에 있어 소비자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규제방안, pp.235-247을 참조).

결론 및 제언

명예훼손죄는 형법상으로는 ①다른 사람의 사회적 명예를 저하시킬 수 있는 행위로서, ②공연하게 즉 불특정 또는 다수에 대하여 행해질 것이 구성요건으로 되어있다(형법 제307조). 인터넷이나 대규모 BBS는 당연히 공연성이 인정되겠지만, 특정된 소수만이 액세스할 수 있는 소규모 BBS는 공연성이 문제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학설과 판례는 수인의 경우에도 공연성을 인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타인의 사회적 명예를 저하시키는 행위라면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 다만, 표현의 자유와 명예권과의 조화의 관점에서 그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위법성이 면제된다.

민사상으로도 명예훼손은 불법행위에 해당하여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된다. 따라서 온라인 게시판 운영자들은 게시판이 이용자들에 의해 명예훼손과 같은 불법행위의 장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이를 예방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운영자가 이용자들 간에 있을지도 모르는 분쟁에 휘말려들지 않는다.

운영자는 게시판 회원약관이나 게시판 운영지침에 불법적인 글이나 불건전한 정보는 이해 당사자의 요구나 게시판 운영자의 직권으로 이를 즉시 보류할 수 있음을 명백히 밝히고, 문제의 게시물에 대하여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분쟁조정기관(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상사중재원, 저작권분쟁조정위원회등)의 조정결정이나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게제/삭제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권리를 유보해 두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게시판 운영자가 문제의 게시물을 방치한 경우에는 게시물 방치책임을 지게 되지만, 한편 게시판 운영자가 게시물을 임의로 삭제할 경우에는 게시물을 올린 이용자로부터 게시물의 임의삭제에 대한 책임을 추궁당할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영자는 문제성이 있는 게시물을 임시보류만 하고 최종적인 삭제여부는 당사자나 제3의 기관의 판단에 따르는 것으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건전한 대화의 장, 정보교류의 장, 표현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이용자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저자] 이창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
[출처] 정보보호뉴스 2003.10월호 (발행처 : 한국정보보호진흥원)

200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