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저작권법개정

[정보공유/성명] 저작권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

By 2002/04/2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공공성 축소 반대! 정보의 나눔과 공유에 기반한 정보화!
– 저작권법 개정법률안에 대한 반대 성명서-

현재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하고 있는 저작권법 개정 법률안(이하 개정안)은 저작권을 투자보호법으로 변질시킨 위헌적 법률일 뿐만 아니라, 이미 도서관외 전송을 사실상 금지한 저작권법에 의해 불구가 된 디지털 도서관의 기능을 더욱 마비시킴으로써,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독소 조항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개정안이 결코 통과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저작권법이 투자보호법인가?

저작권법은 헌법 제22조 제2항의 ‘저작자, 발명자,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는 정신에 의한 것으로, 이는 ‘창작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창작성이 없는 데이터베이스의 경우에도, 물권에 준하는 재산권을 부여함으로써, 저작권법을 ‘투자보호법’으로 변질시키고 있는데, 이는 ‘위헌’의 소지가 있는 것이다. 저작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와 예술의 향상, 발전이지 투자의 보호가 아니다. 또한, 창작성없는 편집물을 저작권법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부에서 졸속으로 이와 같은 개정안을 제출하려는 것은 지난 해 말에 통과된 또 하나의 악법인, 정보통신부 소관의 ‘디지털콘텐츠산업발전법’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고질적인 부처이기주의에서 비롯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 디지털도서관 맞아?

도서관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빈곤 계층에게 정보접근의 기회를 보장함으로써, 정보와 편익이 정치적 기득권층이나 경제적 부유층에게 편중되어 발생하는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지양하고자 하는 ‘보편적 서비스 이념’을 구현한 것이다. 이를 반영하여, 저작권법에도 제28조 도서관 면책조항을 통하여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도서관의 역할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당연히 보장되어야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와 같이 도서관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는 디지털 도서관이 오히려 적극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장려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디지털도서관은 이미 디지털 자료를 도서관 외로 전송할 수 없도록 해 놓은 저작권법에 의해서 불구가 되어있는 상황이다. 직접 도서관을 방문해서 열람해야 한다면, 디지털 도서관과 기존의 도서관이 뭐가 다르단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디지털도서관의 기능을 정지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할 것이다. 개정안에서는 물질적인 도서와 마찬가지로 동시에 열람할 수 있는 이용자의 수를 제한하고 있을 뿐만이 아니라, 도서관 간의 디지털 전송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 축소 반대! 정보의 나눔과 공유에 기반한 정보화!

디지털 환경은 지식과 정보에 대한 접근과 소통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켰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저작권법의 기능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전반적인 정책은 이러한 환경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투자자와 권리자만을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공공성을 갈수록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정보화란 사실상 ‘정보산업의 발전’에 국한된 것임이 입증되고 있다.
우리는 정보의 독점과 배제에 기반한 정보화가 아니라, 정보의 나눔과 공유에 기반한 정보화의 진전이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풍요로움을 줄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디지털 환경과 저작권법이 빚고 있는 모순에 대해서 근본적인 연구와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저작권법은 권리자와 이용자간의 균형이 전제가 되어야하는 만큼, 현재 추진중인 졸속적인 저작권법은 당장 폐기되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위헌적이며, 투자자와 권리자의 이해에 편향된 저작권법 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국회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절대 통과시켜서는 안된다!
하나, 정부는 사회의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디지털 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

2002년 4월 25일

도서관콘텐츠확충과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서울대이공대신문사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강내희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문화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 대행 겸 정책기획위원장, 중앙대 교수)
강찬석 (건축가)
고길섶 (문화평론가)
김보성 (다움연구소 부소장)
김인규 (미술가, 미술교사)
김재윤 (탐라대 출판미디어학과 교수)
김정헌 (화가, 공주대 교수)
김채현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춤위원회 대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남희섭 (정보공유연대 IPLeft, 변리사)
도정일 (문화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교수)
송희영 (동덕여대 교수, 문화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심광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오수원 (문화평론가)
안성배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기획팀장)
유창서 (영화인회의 사무국장)
윤여관 (미술가, 미술교사)
원용진 (서강대 교수, 문화개혁시민연대 매체문화개혁위원회 위원장)
이동연 (문화개혁시민연대 사무차장, 문화평론가)
이 섭 (전시기획자)
이상헌 (건축가)
이성욱 (문화평론가)
이원재 (문화개혁시민연대 정책실장, 문화평론가)
이은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이재현 (문화평론가)
이혜경 (여성문화예술기획 대표)
임옥상 (미술가)
임정희 (미술평론가)
정기용 (건축가, 한국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
정도영 (월간 <민족예술> 기자)
정지영 (문화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영화감독)
조영각 (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지금종 (문화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
최김재연 (건축가)
홍성태 (정보공유연대 IPLeft 대표, 상지대 교수)
황세준 (화가, 대안공간<풀> 실장)

2002-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