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인터넷등급제/보도자료] 사이트 파업 등 인터넷 검열 반대 6-7월 온라인·오프라인 투쟁

By 2001/06/1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1. 사회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시는 귀 단체에 경의를 표합니다.

2.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000년 인터넷 공간을
둘러싸고 진행된 ‘통신질서확립법 반대운동’ 과정에서 결성된 시민사회
네트워크이며, 현재는 국가가 강요하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 시행 저지 및
‘온라인 시위’ 권리 확보 등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여 단체 : 도서관운동연구회, 동성애자인권연대,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언련 인터넷분과,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부산정보연대PIN, 성남청년정보센터, 새사회연대,
안티조선 우리모두,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 대자보, 전국공권력피해자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학생행동연대 정보통신모임 I’m,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3. 정리해고 중심의 일방적 구조조정, 의보재정 파탄,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 등
김대중 정권의 정책은 이땅의 민중들의 삶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김대중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는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모든 진보단체가 6-7월
함께 할 수 있는 온라인 투쟁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4. 또한, 무엇보다도 오는 7월 1일부터
‘통신질서확립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시행됩니다. 그리고 국가 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7월부터 ‘인터넷 내용 등급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통신질서확립법’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인터넷 내용 등급제’와 짝을 이루어,
마치 ‘국가보안법’처럼 표현의 자유·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에 의한
검열과 통제 체제를 낳게 될 것이며, ‘통신질서확립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7월 1일부터는 ‘온라인 시위’가 불법이 될 수 있습니다.

5.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이 사회의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하는 귀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단체에 다음과 같이 연대 요청을 합니다.

– 다 음 –

① 김대중 정권 규탄 홈페이지 꾸미기(6월 12일부터 7월 2일까지) 참여
(투쟁 계획 참조)
② 사이트 파업(6월 29일 12:00 ∼ 7월 2일 12:00) 및 온라인 시위 참여
(투쟁 계획 참조)

# 첨부1 : 인터넷 검열 반대 6-7월 온라인·오프라인 투쟁 계획.
# 첨부2 : 인터넷내용등급제, 어째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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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1>

인터넷 검열 반대 6-7월 온라인·오프라인 투쟁 계획
– 민생파탄·환경파괴·모성파괴 반대 연대 투쟁 –

* 주 : 지난주 배포된 내용에서 토론회 일정이 6/26로 미루어지는 등
다소 내용이 수정되었습니다. 지난주에 공문을 받으신 분들께서는
이 제안서의 최종 일정들을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1. 취지

김대중 정권은 정리해고 중심의 일방적 구조조정,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정규직의 비정규직화로 노동자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면서도 재벌의 살은
찌우고 있습니다. 또한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의료재정 파탄을 민중에게
전가하겠다고 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강행 등 김대중 정권의 수많은 정책들이
민중의 삶을 무시하고 소수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알려진 바와 같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통신질서확립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에서 강제로
규정하고 있는 ‘청소년 유해 매체물’ 표시 방법과 결합되어 국가에 의한 검열과
통제 체제를 낳게 됩니다.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정권과 언론이 주장하는
‘청소년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시행을 기다리는 ‘인터넷 내용
등급제’는 ‘청소년 보호’에는 무력하며 오히려 광범위한 검열과 통제 시스템을
작동하여 표현의 자유·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 권력의 수단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7월 1일부터 ‘통신질서확립법’과 ‘정보통신기반보호법’으로 인하여 ‘온라인
시위’가 불법화합니다. 시위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 권리이며, 인터넷이라고 해서
시위가 제한되어서는 안 됩니다. 단지 인터넷 공간을 이용해서 시위를 하였다고
해서 징역 5년, 경우에 따라서는 징역 10년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이에 따라 이 사회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제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단체가 하나로 뭉쳐 김대중 정권의 잘못된 정책들을 저지하기 위한
온라인·오프라인 투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2. 투쟁 계획

(1) 김대중 정권 규탄 홈페이지 꾸미기

– 일시 : 2001년 6월 12일(화) ∼ 7월 2일(월)
– 방법 :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이 제공하는 index.html을 단체의
상황에 맞게 수정하여 단체 사이트의 첫 화면으로 올린다.
※ http://feeonline.or.kr/index.zip에서 index.zip을 다운받는다.
(index.zip의 readme.txt 참조)
※ 규탄 홈페이지 꾸미기 문의 : 민주노동당 문성준 (02)761-1333

(2) 토론회

– 일시 : 2001년 6월 26일(화) 오후 2-5시
– 장소 :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14층 대회의실
– 제목 : 정부의 인터넷내용규제와 표현의 자유, 무엇이 문제인가
– 공동주최 : 정보통신검열반대 공동행동, 청소년보호법 폐지와 표현의 자유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 후원 : 일주아트하우스
– 토론회 내용

<사회> 백욱인 (서울산업대 사회학과 교수)
<발제> 각 15분
– 제 1발제 : 정부의 인터넷 규제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대한 법률적검토
/ 이상희 (변호사)
– 제 2발제 : 인터넷 내용등급제와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 홍성태 (상지대교수, 사회학)
– 제 3발제 : 정보환경 변화에 따른 표현의 자유, 무엇이 문제인가?
/ 이재현 (문화평론가)
<사례 발표> 각10분
1. 개인홈페이지 폐쇄 사례 (김인규 / 비인중학교 미술교사)
2. 아이노스쿨 폐쇄 사례 (홍성주 /아이노스쿨)
3. 동성애자 사이트 폐쇄 사례 (우이현주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
‘끼리끼리’)
<토론> 각 10분
1.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실 실장)
2. 황성기 (법학박사)
<종합토론>

※ 토론회 문의 :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02)7744-551,
문화연대 이원재 (02)773-7707

(3) ‘인터넷 내용 등급제 시행 반대’, ‘온라인 시위 보장’ 1인시위

– 일시 : 2001년 6월 20일(수) ∼ 28일(목) (토·일요일 제외)
매일 11:50∼12:50
– 장소 : 정보통신부앞
– 참가자 : 20일-이종회(진보네트워크센터 소장),
21일-심보선(인권하루소식 편집장),
22일-강내희(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정책기획위원장),
25일-이창수(새사회연대 대표),
26일-미정(민주노총),
27일-최민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
28일-노회찬(민주노동당 부대표)

※ 26일과 27일 참가자는 변동될 수도 있습니다.
※ 1인 시위 문의 : 대자보 이창은 (02)2265-9446

(4) 사이트 파업 및 온라인 시위

※ 사이트 파업 문의 : 민주노동당 문성준 (02)761-1333,
새사회연대 박한근 (02)925-0062

가. 사이트 파업 온라인 출정식 및 가두시위
– 일시 : 2001년 6월 29일(금) 12:00
– 장소 : 정보통신윤리위원회 (http://www.icec.or.kr) > 게시판 (집결)
청와대 (http://www.cwd.go.kr) > 자유게시판 (행진)
정보통신부 (http://www.mic.go.kr) > 자유게시판 (정리집회)

나. 사이트 파업
– 일시 : 2001년 6월 29일(금) 12:00 ∼ 7월 2일(월) 12:00, 72시간
– 방법 : 사이트 서비스를 중단하고 첫 화면에 ‘인터넷 내용 등급제 시행
저지’, ‘온라인 시위 권리 확보’ 등 사이트 파업의 의의와 온라인 시위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만을 고지함.
※ [정보통신 검열반대 공동행동]은 index.html(사이트의 첫화면 파일)
표준을 홈페이지(http://freeonline.or.kr)를 통해 제공하는 등
사이트 파업을 위한 기술적 지원을 할 것임

다. 인터넷 검열 반대 등 김대중 정권 규탄 온라인 시위

① 가상연좌시위
– 일시 및 장소
1차: 6월 29일(금) 21:00∼22:00, 정보통신부 (http://www.mic.go.kr)
2차: 6월 30일(토) 21:00∼22:00, 정보통신부 (http://www.mic.go.kr)
3차 : 7월 1일(일) 21:00∼22:00, 청와대 (http://www.cwd.go.kr)
– 방법 : 대상 사이트(청와대, 정보통신부 사이트)의 첫화면에 접속한 후에
브라우저(인터넷 익스플로러, 넷츠케이프 등)의 ‘새로고침’ 버튼을 계속
누른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경우는 키보드의 ‘F5’키를 누르고 있기만
하면 되고, 넷츠케이프의 경우는 ‘ctrl+R’키를 누르고 있기만 하면 됨.

② 항의 게시물 올리기
– 일시 : 사이트 파업 기간 내내
– 장소
청와대 (http://www.cwd.go.kr) > 열린청와대 > 열린마당 >자유게시판
정보통신부 (http://www.mic.go.kr) > 사이버민원실 > 자유게시판
(주민번호 필수)
정보통신윤리위원회 (http://www.icec.or.kr ) > 게시판
– 사이트 파업 및 온라인 시위 의의를 밝히고 ‘민생파탄 김대중정권 규탄’,
‘인터넷 내용 등급제 시행 반대’, ‘온라인 시위 권리 확보’ 등의
항의 게시물을 올림.

라. 사이트 파업 선전전

– 일시 : 6월 30일 오후 2시
– 장소 : 신촌, 대학로, 종로

마. 항의팩스 보내기

– 일시 : 7월 2일 오후2∼4시
– 대상 :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팩스(02-3415-0199)

● 투쟁계획 문의 : free@freeonline.or.kr, 문성준(민주노동당, 02-761-1333)
● 참고 사이트 : http://freeonlin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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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2>

인터넷내용등급제, 어째서 문제인가

1.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문제

7월 1일부터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시행된다.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시행 근거가 되는
법률은 지난해 시민사회단체들과 네티즌들로부터 큰 반대를 받았던
‘통신질서확립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다. 정부에서는
인터넷내용등급제가 영리적인 청소년유해매체물만을 대상으로, 정부에 의한
강제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선전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시행주체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즉 정부이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자신들의 판단과 다른 등급이 달려 있거나 등급이
부여되어야 할 대상인데 등급이 부여되어 있지 않은 경우를 대비하여
‘자율등급’과 더불어 ‘제3자 등급제’를 시행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대한민국의 모든
인터넷사이트를 등급제의 대상으로 삼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구축하고 있는 해외사이트 차단목록 12만 건은 앞으로
제3자 등급제의 기반이 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에는 음란과는 관련 없는
동성애 운동 사이트까지 포함시켜 논란을 빚고 있다. ‘영리’에 대한 법적 해석도
무형의 이익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해서 사회단체나 개인 홈페이지도 그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또 서적이나 영화와는 달리 무한대에 가까운 인터넷 사이트를 대상으로 등급제를
시행하려다 보니 등급 판단을 할 때는 사람보다 기계(로봇)가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면서 엉뚱하게 차단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다. 로봇은 토론의
맥락이나 예술적 가치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등급제의 판단 기준도 문제다. 지금 정부가 시행하는 등급제의 기준은 이를테면
김인규 교사 홈페이지(비영리 개인홈페이지)를 ‘음란물’로 판정하거나
아이노스쿨(비영리 단체홈페이지)를 폐쇄하여 논란을 빚고 있는 바로 그
기준들이기 때문이다. 명분상으로는 ‘청소년보호’를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 판단
기준은 청소년에게 유해한지가 아니라 정부가 보기에 청소년에게 유해할 ‘것
같은’ 내용, 즉 지배권력을 불쾌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불온한’ 내용들이
청소년유해매체로 지정되는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보호법은 전국노동단체연합의
‘노동전선’ 등 노동·정치·사회적 내용들을 ‘반사회적’이라는 이유로, 동성애를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해 왔다. 더구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장관이 ‘불온’하다고 생각하는 통신은 무조건
삭제하고 폐쇄하도록 하여 위헌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의 위력이 인터넷내용등급제와 결합한다면 더욱 가공할
일이 일어날 것이다.
결국 인터넷내용등급제는 형식적으로는 ‘자율’, ‘사후심의’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무거운 형사처벌(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배경으로 하는
‘정부의 검열’인 것이고 결국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다.
더구나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전국의 PC방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을 따르는 차단소프트웨어가
의무화되는데, 이것이 인터넷내용등급제와 결합한다면 결국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인터넷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정부의 검열로 죽어갈 것이다.

2. 인터넷과 표현의 자유 문제

근대사회가 등장하면서부터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절대적 가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 속에서 표현의 자유는 제한적이었다. 왜냐하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선언과 별개로, 표현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접할 수 있는 물적 수단은
언론과 권력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비로소 인터넷의 발명 이후 누구나 스스로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로이 표현하고 출판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표현
환경의 변화는 대중미디어가 그랬듯 ‘표현’과 ‘문화’의 의미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과거에는 편집자에 의해 선택되는 엄격한 사실 정보와 투철한 예술혼만이
‘표현’으로 인정되었지만, 이제는 아래로부터 직접 생산되는 정보들, 그런만큼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고 가볍고 거친 표현도 제각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가 ‘날 것 그대로의 표현’을 만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매우 익숙해 보였던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가 21세기의
최첨단 미디어를 둘러싸고 가장 첨예한 주제가 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표현의
자유’의 의미에 대해서도 새삼스럽게, 원론적으로 성찰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국가보안법 체제 하에서 우리에게 표현의 자유란 허가받은 내용들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길들여져 왔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뜻은 정반대이다. 표현의 자유 논쟁은 허가받지 않은 것들에 대한
것들로부터 시작된다.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으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정치적
반대자들에게이다. 이미 충분한 발언력을 확보하고 있는 지배 세력에게 표현의
자유는 그다지 절실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그들에게 표현의 자유는
오히려 적대적이다. 지배자들은 정치적 반대자들의 표현을 억압하고 사상을
통제하려 하기 때문이다. 한편 표현의 자유가 윤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불쾌한 표현물에 대한 것이다. 논란의 여지 없이 아름다운 것들에는 ‘표현의
자유’가 필요하지 않다. 표현의 자유 문제는 우리 사회가 아름답지 않은 것들,
불쾌하거나 혐오스런 것들에 대해 얼마나 관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물론 몇년전 군가산점 논란처럼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폭력들까지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는 않다. 자유는 차별없는 평등 속에서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언론은 자살, 폭력, 음란, 언어 습관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남한
사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인터넷에서 찾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
누군가 자살을 하면 자살의 원인을 자살 사이트에서 찾는다. 청소년이 살해를
하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면 그 소년이 인터넷, 혹은 게임에 중독되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진단된다 … 하지만 정부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이
인터넷을 이용한다. 따라서 이러한 진단들은 마치 모든 문제가 텔레비전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과 똑같은 소리다. 매우 무능하며 무책임할뿐더러 문제의 진짜
원인을 은폐한다. 하긴 가정이나 사회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보다는 자살
사이트가 갑작스런 영향을 끼쳤다는 진단이 훨씬 간단해 보인다. 문제의
진단만큼이나 문제의 해결도 손쉬워 보인다. 차단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쉬운 해답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문제의 원인을 밝히고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해법이다. 정말 청소년은 인터넷 때문에 자살하고
살해하는가? 인터넷을 차단하면 폭력이 사라지고 아름다운 세상이 올까?
자살사이트 이후 몰아닥친 보수 여론은 진지한 질문조차 봉쇄하면서 현실 사회의
모순을 은폐해 왔다.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경찰과 검찰은 몇 달
동안 인터넷이 ‘반사회적’이며 ‘불건전’하고 ‘불온’하다고 정의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한 갖가지 극단적인 사례들을 발굴해 냈다. 그들은 이데올로기전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정부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열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들은 또다른 목적을 이루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옹호가 급속도로 제 목소리를 잃어간 것이다. 이제 표현의
자유는 자살사이트와 같은 사회 문제 해결에 무능하며 무책임한 가치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무능하며 무책임한 것은 누구인가.
이것이야말로 위기이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할 수 없는 상황, 그 자체가 우리의
위기를 증거한다.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우자. 모든 역사적 과정이 그러하듯
표현의 자유 역시 저절로 얻어지지는 않는다. 사실상 우리에게는 싸우는 길 밖에
남지 않았다. 6월 29일 사이트파업을 시작으로 인터넷내용등급제가 폐지되는
그날까지, 격렬히 저항하고 싸우자. 인터넷을 제 입맛대로 죽이려는 자들에게
맞서 우리의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인터넷을 지켜내자.

<끝>

200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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