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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칼럼] IMT-2000사업은 노동자-민중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김해민

By 2001/03/29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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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T-2000사업은 노동자-민중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김해민 (노동자의 힘 회원)

세계경제의 불황으로 미국 및 여러 국가에서는 금리인하를 단행하게 하였고, 이와 동시에 새롭게 등장하는 정보기술분야 주식에 금융자본이 집중하였다. 단기 자본 중심으로 하는 금융투기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인터넷 산업, 통신산업 등 정보기술분야 주가에 거품을 형성하였다. 그러나 거품도 잠시, 정보기술 분야 산업에서 충분한 이윤이 발생하지 않자 주가는 급속도로 폭락하여 세계경제 전반을 불황속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자본의 새로운 돌파구 차세대 개인 휴대 영상 전화 (IMT-2000)

이러한 불황은 정보 통신 분야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 경제의 경기하강으로 휴대폰 수요는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휴대폰 가입자의 증가율은 한국 및 유럽을 중심으로 이미 한계에 이르러 이동통신 자본들 간의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자본의 새로운 돌파구로 ‘차세대 개인 휴대 영상 전화(IMT-2000)’이 등장하였다.

IMT-2000은 전세계 공통 주파수사용(1885MHz~2200MHz의 230MHz대역폭)과 단일 기술 표준으로 이용자가 세계 어느 곳으로 이동하더라도 하나의 단말기로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글로벌 로밍)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로 연구 및 추진되어 온 서비스이다. 이동통신서비스는 음성 위주의 1세대 아날로그 이동전화, 음성과 저속데이터 전송의 2세대 디지털 이동전화, 그리고 3세대 IMT-2000에서는 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실현하고 확대된 글로벌 로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2세대 이동통신 기술(PCS와 셀룰러)은 나라마다 기술방식이 다르거나 주파수 대역이 틀리기 때문에 국지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초국적 자본운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시장의 전진기지로서 매우 주목받는 한국에서 유럽자본은 비동기식 이동통신 분야에서 선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동기식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퀄컴의 아성에서 밀려 경쟁을 할 수가 없었고 일본의 경우도 2세대 디지털 이동전화 시장에서 자국의 독자적인 표준방식(PDC, PHS)를 고집하다 세계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선진 자본은 3세대 이동통신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미 전세계 공통주파수사용을 기본으로 하고 3세대 이동통신 기술표준 선정에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현재 IMT200에서 미국의 동기식 표준(cdma 2000)과 유럽의 비동기식 표준(W-CDMA)이 서로 대립하여 세계적인 단일 표준의 합의는 실패했다. 그러나 싸움의 결말은 80%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유럽의 비동기식의 승리로 보인다. 한국 기업이 충분히 기술 경쟁력있는 동기식을 포기하고 일본-유럽보다 2-3년 뒤져 있는 비동기식을 채택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시장 점유율 때문이다(이 부분에서 정부의 정책실패를 따져야할 것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2세대에서 국경 없는 단일 통화권을 통해 거대 블록 시장을 확보하여 3세대 기술 표준선정에 우위를 확보하였고, 3세대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도 한발 빠르게 핀란드(3월)를 시작으로 스페인(3월), 영국(4월), 독일(7월)에서 속속 사업자를 선정했다. 일본의 경우도 2세대에서 잃었던 주도권을 회복하고자 작년 6월 이미 동기 1개와 비동기 2개의 사업자를 이미 선정했고 올 상반기에 NTT 도코모가 가장 먼저 IMT-2000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의 경우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중심을 두고 있어 지적재산권 강화를 통해 정보산업 전반에서 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이동 통신 분야에서도 2002년 계획되어 있던 차세대 이동통신용 전파 경매 시기를 앞당기고 이에 대한 기술개발도 서두를 것으로 보여 일본, 영국과 미국 자본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를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고 해외에서 자기 전화번호로 통화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듯 올해 IMT 2000을 둘러싼 선진 자본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이며, 특히 중국 시장의 전진 기지역할을 하는 한국은 이동 통신 자본간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본들간의 지나친 경쟁은 과잉투자를 유발하여 IMT-2000사업을 또 다른 거품산업으로 전락하게 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대가는 한국의 노동자-민중에 지울 것이다. 아울러 2세대 이동통신과 같이 3세대 이동통신분야 역시 노동자-민중의 투쟁과 일상생활에 매우 밀접하게 관계하기 때문에 자본간의 경쟁 흐름을 파악하고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검토해야 할 것은 IMT-2000이 과연 현재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서 개발해야 할만큼 노동자-민중에 절실히 필요한 기술인가 하는 점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동영상을 시청하고 해외에서 자기 전화번호로 통화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리고 이미 미국이 IMT-2000 대역 주파수를 PCS사업자에 팔아 전세계 로밍도 물건너 갔고 동영상 등의 데이터 전송도 요금 시간 관계상 어려워 IMT-2000은 약간 진보한 이동전화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외국에서는 IMT-2000서비스는 기존 2세대 및 2.5세대 디지털 이동전화와 비교하여 완전히 차별화 되는 서비스가 아닌 기술발전에 의해 전송속도가 향상된 서비스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각국은 2세대 이동통신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상호 호환될 수 있도록 진화·발전시켜 고속무선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가입자에게 제공하려는 추세이다.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의 경우 때도 차세대 휴대통신으로 각광받았지만 기존 셀룰러 서비스와 별 차이가 없었다는 사실과 유선전화에 동영상은 20년 정도 되지만 실제로 활용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이번 사업자 선정 결과는 SK텔레콤은 2세대 이동통신에서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준독점 상황에서 3세대에서는 더욱 독점을 강화시켜 주었고, 또한 한국통신공사에는 곧바로 사유화에 힘을 실어준 것에 다름 아니다. 이러한 통신영역에서 독점과 사유화는 공적 영역으로서의 통신산업이 완전히 해체되고, 철저한 수익자부담의 원칙, 공공서비스의 포기, 정리해고와 노동강도 강화라는 반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 번째로 2005년까지 총 4조 6171억원이 투자되는 국내 기술 발전에 기여해야 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단말기 부분에서 일본 NTT 도코모의 경우 이미 올 9월부터 IMT-2000상용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어 국내에서 이보다 우수한 제품을 2002년 5월까지 개발하지 못할 경우 기술 종속은 쉽게 예견될 수 있다. 시스템 부분에서도 국내 대형 통신 장비업체의 기술력이 매우 낮은 상태로 2002년 5월까지 국산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내 자본간의 지나친 서비스 경쟁은 외국장비 도입을 촉진할 것이고 통신서비스 특성상 호환성을 고려해 외국장비의 독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네 번째로 공공재산인 주파수 사유화에 주목해야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각국에 배정한 IMT-2000의 주파수는 60MHz이다. 영국 정부의 경우 이 주파수 경매를 통해 일국의 1년 예산과 맞먹는 45조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로 IMT-2000사업의 본질을 ‘정부가 돈을 받고 주파수를 대여하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주파수는 공공재산이므로 이러한 수익을 누구한테 사용하느냐가 매우 중요하게 되므로 이에 대응과 정책마련이 시급히 필요하다.

다섯 번째로 이동통신 기술을 통한 무선 인터넷 접속은 유선인터넷 접속과 달리 사용료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콘텐츠 유료화가 손쉽게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 전례 없이 지적재산권을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지적재산권 강화 경향은 정보의 독점화 및 빈부격차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은 기업조직 및 노동의 형태에도 영향을 주게되는데 재택근무나 파트타임제 자유시간근로제 등이 촉진시킨다. 아울러 위치확인 서비스를 빌미로 이동 통신 기술을 통해 노동자-민중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장치로도 변화될 수 있어, 기술 도입부터 개발과 완성 단계까지 노동자-민중의 통제를 위한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

200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