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원격교육’ 특허를 비롯한
인터넷 사업방식 특허에 반대한다!
– 삼성전자의 ‘인터넷상에서의 원격 교육 방법 및 장치’ 특허
무효심판청구 기각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입장 –
진보네트워크센터는 2000년 3월 4일, 삼성전자의 특허 ‘인터넷상에서의 원격 교육
방법 및 장치’에 대한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무효심판의 대상이 되었던
삼성전자의 특허에 대해서는 http://networker.jinbo.net/nopatent/ 참고) 1년
가까운 검토 끝에 특허심판원은 지난 2001년 1월 13일,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심판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는 특허심판원의 이러한
결정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특허심판원 역시 부실한 특허에 대해
스스로 치유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었다고 판단한다. 또한, 거대
기업에 의한 인터넷 공간의 독점을 강화시켜 줄 인터넷 사업모델 특허에 대해서,
특허청이 충분한 연구와 논의 없이 허용하고 있음을 우려하며, 삼성전자 특허에
대한 항소를 비롯하여 인터넷 사업모델 특허에 대한 대응을 강력하게 전개해나갈
것임을 선언한다.
삼성전자의 특허가 특허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자연법칙의
이용’이라는 발명의 성립성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삼성전자의
특허가 출원될 당시인 96년에 이미, 월드와이드웹(WWW)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원격
교육이 널리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특허는 특허 요건인
신규성과 진보성을 결여하고 있다. 따라서, 특허청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허용한
것은 특허청의 심사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을 따름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이 특허가 월드와이드웹을 이용한
원격교육의 방법에 대해 포괄적인 권리를 설정함으로써, 이 특허권이 인정되어
그대로 행사된다면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대부분의 온라인 교육기관들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삼성전자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특정기업의
이윤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다른 정당한 사용 및 이용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장기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위축시켜 인터넷의 풍부한 발전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그러나, 비단 삼성전자의 특허만이 문제는 아니다. 특허청은 삼성전자의 원격교육
특허와 같은 인터넷 사업방식에 대해 특허(비즈니스 모델 특허)를 부여함으로써,
인터넷에서의 특정한 사업방식에 대해 특정 회사가 독점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사업방식 특허는 다음과 같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때문에
우리는 인터넷 사업방식 특허에 대해서 반대한다. 먼저 인터넷 기반 기술의
혁신은 개발 주체들의 상호작용 속에서, 상호보완적이고 순차적인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시적인 독점을 통해 기술 혁신을 유도한다는 특허의 본래
의도와 맞지 않는다. 특허권 없이도 인터넷 기반 기술은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왔으며, 오히려 특허를 통해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 기술의 개발을 저해할
수 있다. 둘째, 수확체증의 법칙을 따르는 인터넷의 특성상 선점한 자에게 특허를
통해 독점권을 보장해 주는 것은 후발 주자의 진입을 막고, 독점을 영구화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인터넷 사업방식 특허는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모든
형태에 권리가 미치므로, 보호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며, 따라서 삼성전자의
특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인터넷의 다양한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넷째,
빠르게 발전하는 인터넷의 특성상, 특허보호기간 20년은 지나치게 길며, 거의
영구히 독점권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와 같이 인터넷 사업방식 특허는
특정 기업의 독점적 이윤을 보장할 뿐, 인터넷의 풍부하고 자유로운 발전을
저해할 위험을 안고 있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 돌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허청이 충분한 사회적인 논의없이 인터넷 사업방식 특허를
인정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기업의 이해관계에 편향되어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우리는 인터넷이 소수 독점 기업만을 위한 시장으로 변질되어가는 것을 우려하며,
인터넷 사업모델 특허는 그것을 촉진시키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인터넷의 전 세계적 확장과 시장으로의 변질은 거대 초국적 독점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시장을 확장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고 있다. 거대
초국적 자본은 이러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하여 세계무역기구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WTO TRIPs)과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등을 통하여 전
세계적으로 단일한 지적재산권 제도를 강요하고 있다. 인터넷 사업방식 특허가
세계적인 추세이며, WTO TRIPs 협정에 의해서 그 기간조차 우리 상황에 맞게
조정할 수 없다고 변명하는 특허청의 태도에서 우리는 국제적인 자본의 질서가 각
국에 어떻게 폭력적으로 관철되는지 역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인터넷 사업모델에 대한 특허부여를 중지하고, 기존에 부여되었던 특허도
무효화시킬 것을 특허청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또한, 삼성전자의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 청구를 기각한 특허심판원에도 강력하게 항의하며, 이에 굴하지 않고
특허법원에 항소를 제기하여 끝까지 싸울 것임을 선언한다.
2001. 2. 12
공유적지적재산권모임 IPLeft / 역사학연구소 / 진보네트워크센터
2001-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