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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등급제/논평] ‘검열반대’ 온라인 시위의 물결 : 절반의 승리를 확인한다

By 2000/08/28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진보네트워크센터 논평]

‘검열반대’ 온라인 시위의 물결 : 절반의 승리를 확인한다

1.
‘인터넷 이용인구 일천 육백만’이라는 사실은 이제 대다수의 국민이 네티
즌인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경제적·지역적 격차를 해소할 만큼 온 국민에게 충분한 보편적 서비
스가 제공되고 있느냐는 문제가 여전히 제기될 수 있지만, 적어도 이제 누
구나 정부 정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홈페이지를 통해서 직접 표현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처음 인터넷을 접했을 때 가졌던 기대감이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분명 자신의 의견을 누구
의 중개나 절차도 필요없이 직접, 정책입안자나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
출판할 수 있는 인터넷의 능력은, 다른 매체에 비해 현저하게 민주적이고
탁월하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느냐 아니면 기존의 질서 안으로
수렴하고 편입시킬 것이냐는 결정의 길목에 서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온
라인 시위는 그 자체로 이에 대한 국민의 분명한 여론을 보여준 것이며 매
우 큰 성과를 남겨 왔다.

2.
시민사회단체들과 네티즌들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
에관한법률’의 개정안 – ‘통신질서확립법’에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온
라인매체와 온라인커뮤니티에 대한 법제나 행정조직, 규제 등은 곧 대한민
국 국민이면 누구에게나 이해관계가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기 때문
이다.
첫 번째 문제의 핵심은 현행 법률과 별도로 온라인 매체를 규제하는 법률
을 따로 둘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
해이며 검열이라고 주장한다. 매체의 내용을 불법으로 ‘간주’하여 별도로
처리하는 것이 신속할 수는 있으나 그만큼 심각한 인권 침해의 소지를 가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모든 이용자를 컴퓨터 범죄 혐의자로 간
주하고 인터넷에서 국가에 의한 검열을 일상화하고 내면화하는 결과를 초
래할 것이다.
둘째, 이 법률안에 따르면 인터넷 내용 등급제의 기준을 만들고 판단·감
시하고 부과하는 권한을 모두 윤리위에 집중함으로써 명목상 ‘자율’, 실질
적으로는 국가에 의한 ‘검열’을 제도화하고 있다. 영화 등급제에서 등급
보류 판정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서울행정법원의 지난주 판결은 여기서 매
우 시사점을 주는 대목이다.

3.
온라인 [검열반대] 시위는 분명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한 여론이 표출된 것
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의 싸움은 성공적이었다.
이제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한 논쟁은 공개적인 장으로 대중화되었으며 정보
통신부의 일방적인 독주에 제동이 걸렸다. 정보통신부가 오늘 서둘러 발표
한 ‘시민단체 의견 … 반영계획’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지난 8월 20일 1차 온라인 시위 이후 네티즌들은 계속 [검열반대] 온라인
시위를 자발적으로 벌여왔고, 이미 정보통신부 자유게시판에는 매일 수백
건에 달하는 항의글들이 올라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정보통신부에서
는 이러한 여론을 청취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올리기 보다는 아무런 제도
적·기술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저 네티즌들을 ‘훌리건'(중앙일보)이
나 ‘어글리 코리안'(대한매일 뉴스넷)으로 치부하며 여론을 호도해 왔다.
그러다 급기야 지난 토요일 홈페이지 접속불능 상태를 ‘해킹’이라고 매도
했다가 일요일자 보도자료에서 사실상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는가 하면,
정당한 온라인 시위를 ‘사이버 테러’라고 규정하고 ‘업무방해’로 엄벌하겠
다고 엄포를 놓는 등 좌충우돌해 왔다.

무엇이 해킹이며 무엇이 사이버 테러라는 말인가? 앞으로도 현안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특정 부처 홈페이지로 집중되는 형식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정부는 이에 대하여 마땅히 대비를 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
와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지금까지 보인 태도는 정부가 그토록 떠들던 ‘전자 정부’의
상과는 매우 거리가 먼 것임에 틀림이 없다.

게다가 오늘 발표된 소위 ‘시민단체 의견 … 반영계획’은 이미 지난 19일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 법안에 반영된 과거의 것으로서 언론 수습용에 불
과할 뿐,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의 것
이다. 이미 시민사회단체들은 19일자 법안을 검토한 후 ‘불량이용자관리’
나 모호한 ‘청소년 유해 정보’ 규정 등 명백히 문제가 있는 몇몇 조항들이
수정되었을 뿐 큰 틀에서 이 법안의 문제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
한 상태이다.

4.
우선 정보통신부에게 엄중 경고한다.
온라인을 통해 표출되는 국민의 여론을 겸허하게 수용할 것이며 온라인 시
위 참여자들을 범죄자로 몰아서는 안된다.
또한 통신질서확립법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겸지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이나 네티즌의 여론을 폄하하거나 간단히 ‘오해’로 치부하지 말고 성
실히 대화에 임해야 한다.
이런 ‘준비되지 않은 전자정부’의 태도는, 통신질서확립법 하에서 온라인
내용 규제의 권한이 정보통신부로 집중되는 것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을 갈
수록 증폭시킬 것이다.

5.
무엇보다 지금까지 같이 해온 네티즌들에게 감사한다.
지금까지의 승리는 전초전일 뿐이다. 우리는 함께 해온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그리고 네티즌들과 더불어 반드시 철회시킬 것이다. 아직도 자발
적이고 적극적으로 계속 되고 있는 온라인 시위의 행렬은 이를 잘 보여준
다.
9월 2일 3시에 예고된 대학로 오프라인 집회, 그리고 9월 5일 1시에 예고
된 시민 공청회에서 우리는 다시 서로를 확인할 것이다.
인터넷이 우리에게 제공한 가능성은 아직 ‘가능성’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
는 이것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현실의 진보와 민주주의를 위
한 역사적 과정에 동참할 것이다.

2000. 8. 28
진보네트워크센터

* 관련 홈페이지 : http://freeonline.or.kr

200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