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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본부앞 농성 51일차 하이텍알씨디코리아 김혜진 지회장{/}CCTV 철거하니 더 불안하다?

By 2005/08/1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인터뷰

임정애

임정애: 하이텍은 어떤 회사인가?
김혜진: 순수 국내자본으로 운영되고 있는 알짜 기업이다. 주식 99%를 삼부자가 소유하고 있고, 현재 두 아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공장은 구로와 인천에 있고 노조는 구로에만 있다. 96년에 필리핀에도 공장을 만들었다. 원래 하이텍은 무선모형조정기 만드는 회사였다. 무선모형조정이라는 것이 주파수를 이용하는 건데, 이 기술로 도청이나 감청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관리자들 사이에서 서로 소통하고 있는 네트워크가 확실히 구축돼 있어 메일하나만 쏘면 전체적으로 관리되는 식이다. 최근에는 축구로봇도 개발한 걸로 안다.

임정애: 하이텍에서는 얼마나 일했나?
김혜진: 8년 일했다. 노조원 중에 내가 근속연수가 제일 짧다. 내 뒤로는 한번도 신입을 뽑은 적이 없다. 조합원 중에 제일 근속연수 오래된 분은 18년 된 분도 있다.

임정애: 하이텍 노조는 어떤 노조인가?
김혜진: 전체 조합원수는 13명이다. 18년째 되는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지켜온 역사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 같다. 4년 동안 노조에 있으면서, 조합원수 많은 신생노조들이 1년도 못가서 깨지는 거 많이 봤다. 그런 거 보면 우리 노조가 그냥 18년을 온 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민주노조라 할 때 노동자들의 생존권문제나 노동3권의 문제를 지키지 못하면 존립가치 자체가 없다고 생각한다. 2002년 임금교섭으로 시작된 투쟁이었다. 당시 하이텍 자본의 기본 정서가 구로공장을 없애고 싶은 것이었다. 처음부터 생존권 투쟁이라고 생각하고 싸움을 시작했다. 그 속에서 “이런 것들을 지켜내지 못하면 우리는 바로 격리되는 것이다. 서로 사활을 건 투쟁이다. 그들보다는 우리가 더 절박하고 목숨 걸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굳게 다짐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임정애: 회사에서 어떤 식으로 조합원들을 통제하고 있나?
김혜진: 첨단기술로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고도의 감시가 이루어지고 있다. 해고자 발생이후에는, 전자카드로 입출입이 관리되고 있으며, 이러다보니 조합원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다. 노조 간부들이 다 해고자인데, 전자카드로 출입이 제한되다보니 총무과에 공문을 접수하러 가더라도, 누군가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엄청 짜증나고 부화가 치민다. 조합원 카드를 빌려 들어가려고 했으나, ‘이 카드는 출입이 금지된 카드입니다’라고 뜨면서 출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비조합원들은 출입을 할 수 있었다. 이걸 현장조사과정에서 조합원들에 대한 차별의 증거로 찍었는데, 사측은 직급에 따라서 통제구역이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부서별로 통제구역이 다르다는 것다.

임정애: CCTV는 처음 어떻게 발견했는가?
김혜진: CCTV는 처음 우연히 발견 되었다. 페인트칠 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벽에서 까만 선 하나가 나왔다. 전에도 우리는 도청이나 감시에 대한 불안을 항상 느끼고 있었는데, 그 선을 쭉 따라가 보니 거기 CCTV가 있었다. 우린 렌즈에 껌을 붙였다. 껌으로 붙일 만큼 굉장히 작은 크기였다. 사측이 이런 식으로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화장실에서도 항상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보통사람들은 CCTV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린 어딜 가더라도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사실은 더 불안하다.

임정애: CCTV는 주로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가?
김혜진: 지금도 식당, 노조사무실, 집회하는 운동장, 작업 현장 등에 CCTV가 설치돼 있다. 사측은 이것을 방범용이라 말하지만, 정작 있어야 될 자재보관창고 같은 곳에는 없다. 노조사무실 옆이나 현장입구 등에 설치된 CCTV는 컴퓨터와 연결이 되어 있어, 관리자들은 모니터를 통해서 실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바깥에 설치된 CCTV는 아직까지도 계속 돌아가면서 노조사무실을 감시하고 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근로복지공단의 현장조사과정에서 CCTV가 360도 회전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임정애: CCTV 외에 어떤 감시의 도구들이 있나?
김혜진: 현재는 전자카드로 출입을 통제하고 이알피(ERP, 전사적자원관리)도 2000년부터 하고 있다. 이알피는 주로 생산직노동자는 크게 해당되는 게 없고 오히려 사무직 노동자 중심이다. 주로 업무처리에 대한 데이터화다. 전에는 사람이 작업에 익숙해지면 스스로 관리를 했는데 이제는 누가 그 자리에 오더라도 바로 그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업무효율화라고 말하는데, 네트워크를 통해 하루 동안 작업한 내용을 올리고 통제하는 거다. 2000년도 초에는 지문인식기나 홍채인식에 대한 얘기도 나왔는데 그건 노조가 절대 못한다는 입장이라 막았다.

임정애: CCTV를 이용한 노동감시의 문제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혜진: CCTV로 인한 노동자감시가 노조활동자체를 위축시키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사측은 노동자들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마음대로 설치하고 있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CCTV도 있을 것이다. 전에 사측이 CCTV를 철거했었는데, 그것은 중앙노동위원회에 결부된 심판 때문에 그랬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철거되었다고 해서 과거에 설치했던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자본가들의 논리는 달랐다. 단지 철거하면, 과거의 사실도 사라지는 것이다. 심지어 검찰도 그렇게 처리를 했다. 사측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는 철거하고, 필요하면 다시 설치하고, 이런 일을 반복하고 있다. 그런데, 조합원들은 CCTV가 철거되니까 더 불안하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어디에 설치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조합원들은 항상 CCTV를 찾으러 헤맨다. 아예 작업 현장에 신문지를 붙이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자기 앞을 가리면 렌즈도 가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랬다. 하지만 그래도 조합원들은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임정애: 구체적으로 어떤 감시를 받았나?
김혜진: 근로복지공단의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것인데,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일할 때 화장실 몇 번가는지, 한 번에 몇 분 동안 다녀오는지 까지도 체크를 했다. 한번에 5분을 초과하면 파업으로 간주해 임금을 까기도 했다.

임정애: 그런 사실에 대해서 공단측은 어떤 입장이었나?
김혜진: 공단의 조사과정에서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단은 조합원들에 대한 감시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면담하면서 보상부장에게 “도대체 하이텍 재해조사를 했습니까, 하이텍에서 노동자 감시문제가 있었습니까, 없었습니까?” 했더니 “없었다”라고 하는 거다. 복장 터지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들이 조사한 내용도 보면 하루에 20-30번씩 화장실을 가는 게 생리적 현상이냐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다. 이건 누군가 화장실 가는 횟수를 세고 있었다는 거다. 우리 조합원 중에 한분은 화장실을 정말 자주 가시는 분이 있다. 근데 이건 사람마다 다 다른 것 아닌가. 그건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생리적인 현상이니까. 그리고 현장에서 일하다 몸이 저렇게 된 거니까. 그걸 세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장 관리자들이 노조원이 화장실에 갔다오면 기다렸다가 지금 몇 분 동안 화장실 갔나 오냐면서 윽박을 질렀다. 그 자료가 근로복지공단 조사관이 조사한 조사복명서에 그대로 올라가 있다. 어떻게 20분 동안 화장실 갔다오는게 생리적 현상이냐는 거다. 자기가 시간을 재보니 정말 20분 동안 갔다 오더라, 그래서 파업으로 임금을 깠다는 얘기를 너무 버젓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감시자체를 스스로 시인 한 것 아닌가. 그렇게 화장실 가는 것조차 감시를 받고 있는, 이것이 하이텍 공장의 현실인 게 너무 명백한 거 아닌가. 어떻게 그런 말을 자기 입으로 하는지, 그것 자체도 이해가 안 되는데, 이런 걸 두고도 감시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눈으로 회전식 CCTV가 설치돼 조합과 조합원에 대한 감시가 벌어지는 것을 뻔히 보고 화장실 몇 번 가는지도 뻔히 보는데. 그렇다면 결론은 애초부터 이런 식으로 결론 날 수밖에 없도록 틀을 짰다는 것이다. 이미 현장조사에서 관리자가 하루에 수십 번 화장실 가는 게 생리적 현상이냐고 윽박지르는 일도 있었다. 그걸 보고도 제대로 얘기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걸 보고도 공단 측이 눈감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임정애: 2002년부터 사측의 노조에 대한 탄압이 심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조합원이기 때문에 받은 차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김혜진: 지난 4년 동안 감시, 탄압, 차별 그리고 종국에는 부당해고까지. 그동안의 과정을 살펴보면, 2002년 6월 28일부터 11월 18일까지 직장폐쇄기간이었다. 그런데 하이텍의 경우 실제 라인은 계속 돌아갔다. 불법 직장폐쇄였다. 우리는 전면파업을 하겠다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현장에 들어가 일을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구사대를 동원해 폭력으로 조합원의 진입을 막았다. 모든 것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 직장폐쇄를 풀고 조합원들이 현장 복귀했을 때, 조합원들은 원래 자신이 일했던 곳으로 가지 못했다. 다른 곳으로 전환, 배치됐다. 조합원 왕따 라인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조합원/ 비조합원/ 조합원 순으로 라인이 짜져있다. 그러면 조합원은 양쪽에서 비조합원에 둘러싸여 일을 하게 된다. 더군다나 조합원 라인 양 끝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었고, 방향이 항상 조합원 라인을 향해 있었다.

임정애: 조합원과 비조합의 차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
김혜진: 회식이나 야유회에서 의도적으로 조합원을 빼고 진행했다. 얘기 안하고 자기들끼리만 가기도 했다. 바자회를 한다면서 전혀 조합원 모르게 하고 행사전날 공고를 붙여 너네들도 오려면 와라, 이런 식이다.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과정에서 조합원은 배재되고 임금협상 과정도 노사협의회와 협의했다고 하면서 했는지 안했는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보면 비조합원은 임금이 올라있고 조합원은 그대로 였다.

임정애: 지난 5월 근로복지공단의 불승인 결정을 보면 질환은 인정하나 산재신청은 거부했다. 과거 청구성심병원이나 문혜요양원의 경우, 같은 사안으로 산재승인을 받은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텍에 불승인을 내린 이유가 있을 듯하다. 공단이 공개적으로 제시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혜진: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병은 인정하나 업무상 인과관계가 있는지 결정을 못하겠다는 건데, 주된 이유는 쟁의기간 동안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그 기간에는 사용자의 지도, 감시 하에 있지 않다는 주장이다. 판례상 업무상 인과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이 아다. 우리는 오랜 기간 감시와 차별, 부당해고, 부당한 감시로 인해 ‘불안증을 수반한 만성적응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다. 이것은 하이텍 자본이 노동조합을 감시, 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업무상 인과관계가 성립해 산재로 인정되어야 한다. 공단은 쟁의 때문에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건데, 백보양보해 쟁의기간 6개월을 빼고라도 2년 6개월의 기간은 현장에서 일하는 동안 감시받고 차별받았던 부분이다. 그리고 일하면서 얻어진 질병이니 업무상 인과관계는 너무나 명백하다. 이렇게 전원 불승인된 부분도 이전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말이 안되기 때문에 계속 문제제기하고 면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임정애: 산재신청 과정에서 공단이 보여준 문제는 무엇인가?
김혜진: 요즘 공단에 산재신청이 들어오면 일단 현장조사를 하고 재해자, 참고인 조사를 한다. 이러한 조사를 통해 얻어낸 결과를 바탕으로 이걸 공단의사들이 모여 있는 ‘자문의사협의회’라는 곳에 제출하는데 자문의사들은 공단측이 준비한 자료를 보고 이러한 병증이 있고 이런 과정을 통해 ‘불안을 동반한 적응장애’를 얻었다고 하면 이것이 과연 업무상 인과관계 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자문의사측에 우리들 자료가 어떻게 제출되었느냐면, 직장폐쇄기간동안에 발생한 폭력이나 차별문제는 인정하나 그 기간은 쟁의기간이니까 업무상 인과관계가 인정 안된다는 것이다. 근데 이건 이렇게 올리고 나머지 2년 6개월에 대해 재해자조사와 참고인조사를 했는데, 참고인 조사를 한 게 누구냐면 회사측 관리자들, 구사대로 뛰었던 17명에 대해 조사를 했다. 그럼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할 게 아닌가. 그들은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투입된 사람들이고, 그들의 주장과 재해자들의 주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사실인지 모르겠다”, “너희들이 알아서 판단해라” 그렇게 올렸다. 근데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 상반된 주장일 경우, 어떤게 사실인지 규명을 해 올려야 한다는 것이 공대위의 주장이고 사실관계를 규명하기위한 자료들을 많이 제출 했는데, 이 부분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켰다. 사실규명은 하지 않고 이들의 주장은 이렇고 저들의 주장은 이러니 니들이 판단을 해봐라 하니 이 부분에 대해 무엇이 사실인지 모르니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하는지 답이 안 나오고, 그러니까 이 부분은 빠지고 직장폐쇄기간에 있었던 감시, 차별 문제하고 이 병이 인과관계가 있는지만 이야기가 된 것이고 쟁의기간 동안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보고, 산재승인이 안되는 것으로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럼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하려면 판례를 얘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의 비슷한 사례들이 어떤 것이 있었고 어떤 판결이 났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 줘야 하는데 대법 판례는 명시해주고 청구성심병원이나 문혜요양원의 사례는 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의학전문가이지 법률전문가는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까 그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는 공단의 조사자들이나 형사재판관련해서는 법원이나 노동부의 행정처리결과를 가지고 판단을 해야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것은 싹 뺐다. 실제로 우리가 중요하게 제출한 자료 중에서 2003년 8월에 특별근로감독라고 이건 노동부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지는 사업장에 직접 들어가 조사를 진행하는 거다. 일단 노조의 신청으로 진행된 것이고 노동부도 웬만한 사업장은 오려고 하지 않고 일 년에 한 두 사업장 정도가 진행될까 하는 정도다. 그러니까 하이텍은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할 만큼 심각한 사업장이었고 그걸 통해 24가지 시정명령 사항, 경고, 권고사항이 회사측에 전달되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자료다. 이 자료를 우린 중요 검토 자료로 제출했는데 이게 전혀 심사과정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 CCTV설치를 통한 노동자 감시문제, 이것이 노동인권을 얼마나 침해하고 있는지에 대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국감에서 한 사업장의 문제가 다뤄진다는 것이 쉬운 것인가. 이렇게 굉장히 중요한 자료들을 제출을 했는데 이런 사실들이 그 과정에서 다 빠졌다.

임정애: 공단측에 요구했던 사항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김혜진: 처음 기자회견하고 근로복지공단에 들어갔을 때, 제대로 심사하고 제대로 조사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때 몇 가지 요구사항들이 있었다. 현장 조사할 때 노조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 그리고 재해 당사자들이 현장 조사할 때 철저히 증언하고 조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 그걸 요구했었고 그 다음에 자문의사협의회 열릴 때 당사자들이 들어가 이야기 하고 법률대리인, 공대위 관계자, 주치의선생님이 들어가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얘기했었다. 첫 번째 현장조사부분은 다 그렇게 하겠다하고 주치의 선생님은 당연히 들어온다. 법률대리인도 들어간다, 그러나 공대위 관계자는 의사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의사들의 의견을 물어 들어올지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얘길 했다. 그리고 이후에 핫라인을 만들어 중간에 진행되는 사항들을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를 서로 의견을 받아 진행을 하자고 얘기가 됐다. 하지만, 처음 현장조사 나왔을 때부터 모든 말이 바뀌었다. 이를테면 해고자는 회사가 들어오지 말라고 하니까 현장조사에 참여 안하는 게 좋겠다라고 하더라. 재해당사자인데도 불구하고. 공단은 철저하게 회사가 원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재해당사자들을 현장에 못 들어오게 하는 회사측의 요구에 동의하고 갔다.

임정애: 현장조사과정에서 해프닝은 없었나?
김혜진: CCTV를 관리하는 모니터실 들어갈 때도 그 장면을 비디오로 담는데 모니터실 관리자가 공단 보상부차장도 못 들어가게 했더라. 자기혼자 회사관계자랑 들어간 것이다. 우리는 창문을 통해 봤고 보상차장은 이걸 자문의사회 열릴 때 틀어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제대로 봐야 확인할 거 아니냐고 항의했더니 내 눈으로 보면 되지 그러면서 문 잠그고 들어가더라. 회사가 못 들어오게 하면 못 들어간다는 게 공단의 입장이다. 처음 현장조사할 때부터 그랬다. 더 기막힌 건 산재신청 할 때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해서 신청을 하면 사실 회사는 제3자 입장에 있다. 그래서 아무리 크고, 아무리 노동탄압이 심했다고 해도 산재관련해서 거기 개입하는 회사는 없었다. 우리는 재해자 조사한 다음날 회사관리자, 비조합원 다 동원해 탄원서를 제출했다. 어느 날인가 신체검사가 있던 날이었는데, 아무도 출근을 안한거다. 왜들 출근을 안했나 했더니 다들 모여 근로복지공단이랑 지방노동사무소에 가서 위력시위를 한거다. 이른바 실력행사를 한거다. 참고인조사를 하기 전 압력을 확실히 행사를 했다. 조합원들이 파업을 해도 생산은 안 멈추는데, 그날은창업 이래 처음으로 생산이 완전 마비되었다. 생산뿐만 아니라 모든 사무직까지. 그런데 그날은 아침에 위력시위를 하고 12시 출근을 한거다. 이 자체가 회사가 용인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거다. 눈에 뻔히 보이는데, 회사에서는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임정애: 조합원 13명 전원이 ‘불안증을 수반한 만성적응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안다. 판정받기까지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았을 거 같다.
김혜진: 원래 장기투쟁 하다보면 인도주의의사협의회 같은데서 무료진료 같은 걸 해준다. 2003년 8월쯤인가 인의협 동지들이 오셔서 정신과진료를 받는 게 좋겠다 말씀 하셨는데, 그때는 그냥 넘어갔다. 다들 해고되고 얼마 안 돼 정신없을 때였고, 노동자들이 그렇잖나. 자기 몸 어떻게 해야겠다 생각안하고, 당장 해고돼 목숨이 통째로 왔다갔다 하는데, 노동자에게 해고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건데. 그런 상황에서 정신건강이 좋은지 나쁜지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사실 우리 조합원들이 굉장히 예민하다. 오래 싸움하다보니 이렇게 옆으로 뭐만 스쳐도 파르르 떨기도 한다. 그럼 긴장감이 돌면서 며칠 생활해 보면 아, 이거 병이구나 하고 느껴진다. 조금씩 그런 걸 느꼈지만, 그걸 돌보거나 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다 2004년 봄인가 여름인가 상태가 너무 심각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한노보연)에 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상담해주신 여성동지가 우리 얘기를 듣더니 막 우시더라. 그걸 보면서 우리 상황이 정말 심각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한노보연에서 다시 소개를 받았는데, 이게 우연인지 필연인지 03년도에 소개받은 선생님하고 04년 한노보연에서 소개시켜준 분이 같은 분이셨다. 청구성심병원 주치의선생님이다. 사실은 8월부터 진료받기 시작했고 처음 진료를 받을 때는 부담스러웠다. 조합원들이 더 충격받을까봐. 정신질환이라는 게 쉬운게 아니쟎나. 정신과에 진료를 받으러 간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큰 부담이니까. 그래서 처음에 한명씩 못가고 두세명씩 짝지어가고 그랬다. 나이 많은 조합원들은 소화 안되고 계속 체하고 두통 같은 거 많이 호소하고 잠도 잘 못자고 신경질적이고 한 사람이 히스테릭하면 다른 사람은 그걸 받아줘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

임정애: 적응장애는 생활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김혜진: 증상은 다양하다. 회사가 직장 폐쇄기간 동안 밥을 노조 전임자만 먹고 조합원은 먹지마라 막았다. 식당 앞에 CCTV를 설치한 이유도 그거다. 조합원들이 오지 말아야하는데 오면 구사대 동원해 막고 사실 자기들이 우리를 막아도 카메라를 어디서 잡느냐에 따라 상황은 다르게 연출되는 거다. 구사대가 우리를 폭력적으로 막았는데 우리는 맞고도 고소당하는 거다. 증거자료가 CCTV 자료와 구사대들에게 나눠주고 상비하게 했던 그 일회용카메라다. 그게 가능한 것이 조합원은 13명인데 구사대 동원하면 50-60명이다. 전체사원 130에서 조합원 13명 빼면 나머진 다 구사대다. 다 비조합원이고. 사무직과 생산직 비율도 2대 1이다. 사무직은 남성이 대부분이고 그 사람들 동원하면 50-60이고 메일하나 보내면 2, 3분만에 다 모여 구사대 노릇을 한다. 그러면 농성자체가 불가능하다. 조합원 1인당 7-8명이 둘러싸여있으니 몸을 움직일 수도 없다. 그걸 증거로 제출하는 거다. 자기들이 맞았다고. 그래서 밥은 상근자, 그러니까 위원장, 사무장만 먹어라 한거다. 조합원 빼고 먹으라는 거다. 그리고 해고자 발생 이후에는 해고자는 먹지 말고 조합원만 먹어라 그런거다. 근데 그걸 어떻게 먹나. 차라리 굶지. 그래서 굶고 일을 하니까 조합원들이 식당에서 밥을 타다 조합사무실에서 밥을 먹곤 했다. 지금도 계속 그러는데, 조합원 한 분은 식당에 한번 갈 때 밥을 엄청 퍼온다. 그러니까 밥이 남아 때로는 버리는 일도 생기고 노조 상근하는 사람은 그 밥 치우는 게 일이다. 그래서 밥 먹을 만치만 가져오라 해도 그게 조절이 안된다. 밥하고 물만 보면 흥분하는 언니가 있는데 정말로 조절이 안된다. 적응장애다. 그 언니 보면서 항상 심각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주머니들께 먼저 말씀을 드렸더니 ‘한번 가보고 싶다’하시더라. 사실 그때 반응이 두려웠는데 의외로 굉장히 좋아하셨다. 누군가에게 우리 이야기를 이렇게 속 시원히 말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리고 약을 두 종류로 지어줬는데 하나는 밤에 먹고 자는 약, 또 하나는 필요할 때 먹는 약이다. 증세에 따라 흥분될 때, 스스로 통제가 안 될 때, 두통이나 팔 저림, 가슴이 아프고, 체한 거 같을 때 열 오를 때 먹는데 그게 그렇게 좋다더라. 그래서 다른 사람들도 조를 짜서 보냈는데 반응은 다 틀리더라. 상처받은 사람들도 있고. 사실은 이렇게까지 생각 안했는데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얘기를 듣고 우울해 지는 거다. 부지회장도 그랬고, 해고자들도 갔다 와서 많이 울었다.

임정애: 천막은 언제까지
김혜진: 이길때 까지…이길때 까지…하하하….

200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