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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나 걸린 싸움, ‘문제없음’으로 통과... 기쁨 뒤에 허탈{/}다큐멘터리 , KBS ‘열린채널’ 방영 확정

By 2004/06/01 4월 13th, 2020 No Comments

정보운동

이상진

KBS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인 <열린채널>에서 드디어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영상을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약 2년여 동안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제작진의 끈질긴 문제제기 끝에 이루어진 결실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열린채널>측은 그간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영상을 공공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편성불가 방침을 고수했었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박정희 정권이 도입한 주민등록제도와 지문날인제도의 문제점을 다룬 작품으로, 서울영상집단의 이마리오 감독이 연출하고 진보네트워크 참세상이 제작하여 2002년 1월 KBS <열린채널>에 방영요청을 했었다. 그러나 <열린채널>에서 방영되는 작품을 심의하는 시청자프로그램운영협의회(이하 운영협의회)는 △박정희 생가 장면 삭제 △제목 중 ‘~찢어라’를 다른 언어로 순화할 것 등을 요구하며 수 차례에 걸쳐 편성불가 결정을 내렸던 바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4월 중순 열린 운영협의회에서 재심의를 한 결과 ‘문제없음’으로 판정됐고, 22일 결국 시청자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여 최종적으로 방영이 확정됐다. KBS 시청자프로그램부의 한 관계자는 “방영 일자는 5월 중에 열릴 운영협의회에서 최종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 전했다.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제작진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마리오 감독은 “일반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열린채널>의 취지인데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으면 방영하기를 꺼려하는 관습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작품이 만들어질텐데, KBS측은 <열린채널>이 왜 존재하는지 스스로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시민과 시청자의 미디어 접근권 확대와 <주민등록증을 찢어라> 방영을 요구해 온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시민사회단체협의회의 이주영 사무국장도 “KBS측의 전향적인 자세변화에 반갑다”고 전하면서,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만큼 문제있는 작품이 전혀 아니었다”고 덧붙여,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감이 있음을 표시했다.

이러한 전향적인 결정이 내려진 것을 두고 KBS측 내부 인사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작년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KBS사장이 바뀌고 운영협의회 위원들과 시청자위원회 위원들도 상당수 교체됐다. 또한 그동안 운영위원회에 참석해왔던 KBS측 인사 3명도 빠졌다.

<열린채널>은, 지난 2000년 시청자의 퍼블릭액세스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2001년 KBS사가 공중파 방송사들 중 처음으로 개설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으로, KBS1TV에서 매주 금요일 밤 11시 35분부터 25분간 일반 시민 및 시민단체가 제작한 작품을 방영하고 있다.

 

 

20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