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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전국정보운동포럼 대전에서 열려{/}2004 정보인권, 프라이버시를 말하자

By 2004/05/21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정보운동

이은희

프라이버시를 주제로 전국정보운동포럼이 열렸다. 매년 프라이버시, 표현의 자유, 정보접근권, 정보공유의 권리 등 정보운동의 여러 주제에 대해 열렸던 정보운동포럼이, 매년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서 토론하자는 평가에 따라 올해에는 프라이버시를 주제로 열린 것이다.

포럼은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대전에서 열렸으며 작년 네이스 싸움과 올해 장기미아 유전자정보 데이터베이스 문제 등으로 인권운동전반에 정보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인권운동단체 활동가들의 참여가 높았다.

정보운동포럼에서는 프라이버시 일반과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무선전자태그)에 대한 강연과 △데이터베이스와 차별 △생체정보를 통한 감시 △국가신분등록제도의 현황과 대안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와 노동감시 △CCTV와 감시 △휴대폰, 인터넷의 위치정보와 프라이버시 등 6개 워크샵, 인권교육, 지난해 정보운동평가와 올해 활동의 전망에 대한 토론 등의 행사가 2박3일 동안 진행됐다.

두 번의 강연

프라이버시의 일반원칙에 대해 강연한 중앙대의 이인호 교수는 △익명거래의 원칙 △합법성의 원칙 △분리처리의 원칙 △시스템공개의 원칙 △수집제한의 원칙 목적구속의 원칙 △제공제한의 원칙 △정보정확성의 원칙 △참여, 보안, 책임, 감독의 원칙 등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한 열 두가지 원칙에 대해 설명했는데, 프라이버시 문제에서 인권침해가 없는 한 입법의지가 개인의 동의권에 앞선다고 주장해 강의가 끝난 후 이를 두고 참석자들간에 토론이 벌어졌다.

RFID는 교통카드 등에 쓰이는 무선태그로, 반도체 칩을 이용해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으며 2~3미터 정도의 근거리에서 통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통신거리가 늘어나고 크기도 획기적으로 작아지고 있다. 이에 생산되는 모든 상품에 RFID를 삽입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 유통관리를 과학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유통업계의 욕심이다. 강연을 한 피스넷의 전응휘 사무처장은 “이런 상황이 확산되면 상품을 소지하고 있는 개인의 모든 움직임이 RFID에 의해 포착되고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될 것”이라고 지적해 참석자들을 긴장시켰다.

여섯 개의 워크샵

‘데이터베이스와 차별’ 워크샵에서는 전사회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들이 왜곡된 사회구조를 수치화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되어 차별적인 사회 구조를 공고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또한 시설아동 데이터베이스, 노숙인 데이터베이스는 그 자체로 직접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의료 DB, 노숙인 DB, 종교계 DB등 다양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사례가 소개됐고, 이 데이터베이스들이 사회적 차별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생체정보를 통한 감시’ 워크샵에서는 국가기관에 의한 신원확인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의 문제점을 다뤘다. 개인의 유전정보가 활용되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차별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으며 유전정보가 하나의 사회 권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공유했다. 특히 최근에는 미아찾기, 범죄자 식별등의 명목으로 신원확인용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검찰이나 경찰에서 구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오남용 가능성, 기본권의 침해, 감식 결과의 오류 가능성, 기술에 대한 과도한 의존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국가신분등록제도’ 워크샵에서는 자기정보통제권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는 현 국가신분등록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신분증명/신분등록제도의 대안을 고민하는 진영에서는 구체적인 개정안 제출을 계획중인데, 이 워크샵에서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토론도 있었다.

회사 안의 모든 업무를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인 ERP는 노동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감시카메라이며 노동권을 훼손하는 감시통제시스템이다. ‘ERP와 노동감시’ 워크샵에서는 이러한 ERP에 대해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사례와 대응 원칙과 방안을 토의했다. 이미 전북대 병원, 대교 학습지 노조 등에서는 이미 ERP에 대한 반대투쟁을 진행해 왔다.

CCTV와 감시 워크샵에서는 무차별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CCTV에 대한 규제방안과 반대운동 전반에 대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특히 참석자들은 CCTV설치와 관리를 규제할 수 있을지,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지에 대해 토론했다. 한 참석자는 사적인 영역에서 설치하고 있는 CCTV는 규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몰래 카메라’식으로 설치되고 있는 CCTV들을 드러내고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위치정보와 프라이버시’ 워크샵에서 발제자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네트워크화하고 모바일화한 통신으로부터 파생하는 위치 정보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런데 위치정보는 개인이 특정 시점에 특정 위치에 있었다는 점을 담고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위치정보 수집 자체가 프라이버시 침해가 될수 있다. 오남용의 위험성도 있고, 국가가 시민을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이 커지며, 위치정보가 상업적으로 이용될 위험성이 있고, 노동자 감시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 위에서 핸드폰 위치기반서비스, IP주소 등에 대한 토론이 벌어졌다.

평가와 전망에 대한 토론

마지막 날에는 2003년 정보운동평가와 대안, 그리고 방향에 대한 전체 토론이 벌어졌다. 정보운동평가 발제에 나선 함께하는시민행동의 박준우 활동가는 “2003년에는 프라이버시 운동이 활성화된데 비해 표현의 자유, 정보접근권 등 커뮤니케이션 운동은 침체됐다”고 평가했다. 또한 “정보운동 ‘전문’단위 중심이었던 지금까지의 정보운동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다른 운동들과의 연대와 논의 구조가 필요하며, 법률적 대응 중심의 운동에서 벗어나 대중적인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에 대한 토론에서 발제자인 지문날인반대연대의 윤현식 활동가는 “정보인권운동에서 어떤 사안이 제기된 후에 이에 대응하는 형태로 운동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토론과정에서 정보인권운동의 과제로 △프라이버시 기본법 개정 운동 △정보화에 대한 이슈선점 △기술도입 설계과정에 참여하여 적극적인 의견개진 △정보인권에 대한 대중적인 교육 등을 선정했다.

2003년은 남한사회의 프라이버시 운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해로 평가할 수 있다. 1996년 전자주민카드 반대운동으로 시작한 프라이버시 운동이 2003년 네이스 반대운동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포럼에 참석한 넓은 범위의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과 이후 행동이 프라이버시 운동을 넘어서 정보화사회에서 민주화와 인권을 정착시키기를 기대한다.

2004-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