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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날인 안하고, 주민등록증 없이도 살 수 있어요…지문날인 반대자들을 만나다!{/}주민등록증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By 2004/02/06 10월 29th, 2016 No Comments

좌담

이은희

김칠준(이하 사회): 저는 집을 나설 때 제일 먼저 주머니를 뒤져봅니다. 혹시 신분증을 빠뜨리진 않았는지 확인하게 돼요. 지갑을 잃어버리면 돈보다도 그 안에 있는 신분증을 제일 먼저 걱정하게 됩니다. 그만큼 신분증이나 즉 주민등록증이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거죠. 이건 또 주민등록 번호에 결합된 정보들이 우리 사회 행정시스템의 핵심을 차지한다는 지적도 됩니다. 우리가 여기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주민등록증 없이 살면서 많은 일을 겪으셨을 것 같은데요.

윤현식(이하 윤): 저는 처음에는 소극적인 거부자였어요. 그런데 은행갈 때마다 싸움꾼이 돼요. 통장을 새로 만들거나 재발급 받을 때마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도장을 찍으라고 하거든요. 주민등록증이 없다 보니“주민등록증이 왜 없냐”,“학생증은 안 돼냐”,“위에서 시켜서 안된다”,“누가 시켰냐”뭐 이런 식으로 계속 따지게 돼요.
학교 안 은행에서 이런 실갱이를 계속하다 보니까 나중에는“나 지문날인 거부자인데 모르세요”라고 하면“아, 그분이세요”하고 알아줄 정도가 되었다니까요. 만약 졸업하면 학생인 척 하고 계속 학교에 가서 은행 거래를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요. (웃음)

김한울(이하 김): 저는 지문날인 거부자지만 학생증으로 웬만한 것은 다 처리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토익·토플 같은 영어시험이나 운전면허시험 같은 건 학생증으로 안되기 때문에 응시할 생각조차 못했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정말 대책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차피 거부를 한다면 시한부로 끝내지 말고 어떻게 하든 결판을 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문날인반대연대 활동을 시작했어요.
주민등록증을 요구받을 때 대응하는 법에 대해 알게 되고‘아 이게 되는구나’하는 것도 알게 됐죠. 운전면허증도 결국에는 지문날인 없이 취득했어요. 지문날인 반대자들이 항의하면 헤쳐나갈 수 있는 일이 많아요. 이런 것을 서로 도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장여경(이하 장): 저의 경우, 지문날인 거부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가족들의 반대였어요. 예전에 지문날인 거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저 뿐 아니라 많은 거부자가 제일 어려웠던 점으로 가족들의 반대를 꼽았어요. 저희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셨죠. 얘가 주민등록증이 없어도 살 수 있을까, 때로는 그걸 넘어서 주민등록증 없이 살아도 되는 걸까, 이런 걱정을 하셨거든요.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은 국민자격조차 의심하는 사회인 것 같아요. 간첩도 아닌데 왜 지문날인을 안 하려고 하느냐 이런 질문도 받아 봤죠.

사회: 여기 계신 여러분은 왜 지문날인을 거부했나요? 주민등록 제도가 어떤 측면에서 정보인권을 위협한다고 보시는 건가요?

윤: 얼마 전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주민등록 등본을 아무나 발급 받을 수 있는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이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미 주민등록 등본이 유출된 사람들은 뭔가 더 큰 피해를 받는 것이 아닌가 전전긍긍하고 말이죠.
이 문제들은 국가가 너무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한 데서 발생합니다. 지문정보나 주민등록 번호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국가는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하는 거죠.

장: 개인정보침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원인은 주민등록 제도에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해도 유출된 정보가 갖고 있는 신뢰성이 약하면 이용가치가 크지 않을텐데,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 아무나 주민등록 번호를 수집할 수 있으니까 유출된 정보가 곧 실명 정보가 돼요. 그래서 이용가치도 커지는 거죠.
그래서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욕구도 상승하는 것이고, 이것을 강제적 주민번호제도가 지지하고 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어요.

사회: 주민등록 제도가 1962년에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과거에는 주민등록 번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적었기 때문에 그 피해 수준이 낮았다면, 요즘은 주민등록 번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가 늘고 있어요. 특히 거래분야에서 주민등록 번호에 대한 맹신이 높아지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주민등록 번호가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이에 따르는 사고도 많아지는 거죠.

장: 주민등록 번호의 이용이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요. 실명확인에 대한 강박이 많아지는 것이 그 예죠. 어떤 지역 도서관에서, 도서관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실명을 주민등록 번호로 다 확인한 후에야 도서관 출입을 허가했다고 해요. 실명이 확인되어야 공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상태인 거죠. 최근 행자부에서 추진하는 주민등록증 식별시스템 또한 그런 맥락에서 도입되는 겁니다.
주민등록증 위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애초에 왜 사람들이 주민등록증을 많이 위조하는지에 대해서는 생각들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김: 개인정보 유출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도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이것을 사이버 경찰청에 신고해도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수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어찌 보면 총기와 실탄이 사회에 마구 유포되고 있는데 아직 총기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방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저는 전공이 컴퓨터인데 회원관리를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때면 회원가입 메뉴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이 됐습니다. 이름이나 주민등록 번호를 요구하는 것이 맞나, 이런 생각은 안하고 식별자로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일상 생활에서 이런 생각이 만연한 것이 제도 그 자체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장: 사람을 식별하는 것이 뭐가 나쁘냐는 얘기가 있을 수 있겠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는 강박이 전자감시의 출발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때 꼭 필요한 경우에만 실명정보를 요구해야 하는데 지금은 주민등록 번호라는 것이 있으니 당연히 실명 확인을 하는 거죠. 왜 저걸 수집하고, 왜 요구하는지 이런 본질적인 문제 의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지문날인반대연대가 제기한 문제 의식이 본질적인 데 비해, 행정당국은 아전인수격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유출을 방지하겠다는 생각에 더욱더 공고한 시스템을 추구하게 되고 다시 또 유출되고,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문날인반대연대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시죠.

윤: 지문날인 반대운동은 정보유출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정보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봅니다. 개인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민주화된 사회가 아니니까요. 개인 스스로가 자율성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이 개인의 보장이라 했을 때, 우리 사회가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사회인가에 대한 문제 의식이 우리 운동의 전제라고 봐요.
근본적인 문제 의식에 비해 지문날인 반대운동이 단순히 지문을 찍지 않는 운동으로만 나타나니까 사람들이 거부하고 나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인 거죠. 이것이 우리 운동의 어려움이라고 생각해요.

장: 나의 개인정보를 내 허락 없이 수집해 가는 것이 나의 자유에 대한 침해고, 이 원칙은 국가가 내 정보를 수집해 갈 때라 하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정보화로 인한 문제이기 전에 한국사회의 민주주의 그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거든요. 주민등록 제도는 30여 년 전에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간첩을 색출한다는 목표를 갖고 도입한 거예요.
준전시 상태에 국가를 거대한 병영으로 보고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건데 아직도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서 큰 문제점으로 작용해요. 국가보안법은 법조문 그 자체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체제 내에 공고화된 의식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주민등록 제도나 지문날인의 문제도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회: 지문날인 행위가 가져오는 모욕감의 문제도 큰 문제이지만, 핵심은 이 제도가 민주주의와 양립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개인의 존엄성과 양립하지 않는다는 말씀인데요. 무수한 반대에도 국가가 이런 제도를 강행하면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심성에 일정한 가격을 가한다는 것이네요.
언제든지 국가를 위해 민주주의를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고 인간의 존엄에 대한 자긍심도 국가를 위해 언제든지 유보할 수 있도록 내면화하는 거지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윤: 그럼에도 우리 현실에서 이 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은 주민등록증 없이는 살기 힘들고 지문날인 제도로 인한 피해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지문 찍어서 범인을 찾으면 좋은 거지,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장: 저는 이 운동이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생활 곳곳에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생활을 못 하도록 너무나 정교한 체제가 갖추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설사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문제로 보는 것이죠.

사회: 그렇다면 희망은 지금의 청소년 세대에 있지 않을까요? 이 세대들은 군사독재의 내면화 같은 과정을 겪지 않았잖아요. 새로운 의식을 갖춘 사람들이 힘든 것을 무릅쓰고 행동을 함께 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하면 될까요?

김: 예전에 우리 때만 하더라도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당연하게 이 강제를 받아들였죠. 그런데 지금 청소년들은 맹목적인 규범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설명을 요구하죠. 이 설명에 납득되지 않은 청소년들은 지문날인에 대해 문제라고 인식해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것 없이는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데 문제가 있죠.
열일곱 살 때 주민등록증 발급을 거부하는 친구들도 시간이 지나면 취직 문제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다른 신분증을 만들려고 해도 주민등록증이 있어야 하니 주민등록증이 없는 친구들은 아무런 신분증이 없는 거잖아요.
얼마 전에 TV에서 청소년에게 청소년증을 발급하자는 운동을 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청소년도 사회 생활을 하려면 신분 증명이 필요한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장: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희는 탈학교 청소년들의 사회 복지를 위해 신분 증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을 했어요. 다만 저 캠페인이 한편으로는 주민등록증 발급연령을 낮추거나 청소년증을 또다른 주민등록증이나 마찬가지로 쓰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을 걱정했어요. 다행히 청소년증은 주민등록증처럼 강제로 발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노인증이나 장애인증처럼 본인이 필요한 경우 신청에 의해 발급 받는 형태로 정리된 것 같아요.

김:‘다른 방식의’신분 증명은 우리가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문날인반대연대가 그간 해온 활동의 상당수가‘주민등록증 없이’또‘지문날인 없이’생활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지문날인 거부자가 주민등록증 없이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하고 싶을 때, 지문날인 거부자가 투표하고 싶을 때, 지문날인 거부자가 은행 거래를 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만들었죠.
이 지침을 만들기 위해 제도 하나하나 근거를 따지고 주민등록증 없이‘다른 방식’으로 신분 증명을 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안했어요. 결국 국가는 국민에게 지문날인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제도에서 주민등록증 없이도 신분 증명을 하는 것이 가능했지요.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이런 사례가 너무나 많아요. 사람들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심정이 드는 것이죠.

사회: 사회적인 한계 문제도 있겠지만 여전히 이 운동을 대중화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윤: 사람들에게 감동의 물결을 일으키는 운동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굉장히 어려워요.(웃음)
지금은 청소년 헌법 소원을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지문날인 제도에 대한 헌법 소원은 지난 1999년에 한 차례 제기된 바 있죠. 그런데 이 헌법 소원은 이미 수집된 주민등록 정보가 경찰청으로 넘어가서 부당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것이었어요.
신규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자가 소송주체가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자가 소송주체가 되려면 청소년이 소송을 해야 하는데, 그게 참 부담스러운 것이거든요. 부모님 허락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에 한 학생이 나섰어요.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니까 한번 해보라고 격려를 해주셨대요. 그래서 헌법 소원을 준비 중입니다.

장: 저는 사회 의식은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안 달라질 수가 없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개인정보에 의존해 가게 되니까 여기에 따르는 직접적인 피해가 늘고 있거든요.
특히 올해 네이스 반대 운동은 정보인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의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운동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민등록법 개정이라는 목표에 집중하면 운동이 다시 활발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청소년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장기적으로 운동의 희망이 될 수 있겠죠.

사회: 주민등록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주민등록법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정해야 하는 거죠?

윤: 가장 큰 문제는 주민등록 제도가 사실상 국민등록 제도라는 겁니다. 즉 법의 취지대로 주민의 편의를 위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 제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중앙정부에 등록을 하도록 강제한다는 것이죠.
다른 나라의 사례를 연구하더라도 지방 정부는 주민 대면을 통해서 직접 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방 정부 중심으로 신분 등록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해요. 중앙정부가 국민의 정보를 모으다 보면 직접 대면을 할 수 없으니까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거든요.
그러니 이 제도의 발급과 운용 주체를 확실히 지방 정부로 이양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말 그대로 주민이 등록하는 주민등록 제도로 바뀌어야 합니다.

김: 주민등록 제도의 또다른 문제는 법에 근거도 없이 수집하는 항목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법이 아니라 시행령만 봐도 어떤 정보들을 수집하는지 나와 있지 않습니다. 140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정보를 국가가 가져가면서 법률에 근거도 없다니 문제죠.
이 정보들이 주민행정 업무에 모두 필요한 것이라고 보기 힘들어요. 따라서 앞으로는 필요한 만큼의 정보만 수집하고, 수집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반드시 법률적인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장: 주민등록 제도에 대한 국민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자기정보통제권이란 자기 정보에 대해 당사자가 열람하거나 정정,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주민등록 정보 같은 경우엔 잘못되었어도 쉽게 정정하기가 어렵게 되어 있거든요. 주민등록 정보에 대해서는 자기정보통제권을 법적으로 충분히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문날인, 주민등록 번호, 주민등록증 강제 발급과 같은 인권침해적 요소는 주민등록 제도에서 모두 사라져야 합니다. 특히 주민등록 번호는 국민마다 하나씩 부여되는 식별번호가 아니라, 신분증에 따른 목적별 번호로 고쳐져야 하고 민간에서 사용해선 안됩니다. 지문날인 제도는 당연히 폐지되어야 하죠.

사회: 주민등록법 개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 아래 활동이 활발해질 것 같네요. 2004년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 제 개인의 불편에 대한 문제로부터 지문날인 반대운동을 시작한 것이 이제 지문날인 제도 자체의 폐지까지 주장하게 되었는데요, 2004년에는 헌법소원의 결과가 나오면 좋겠어요. 너무 오래 끌고 있어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이라고 결정이 나면 지문날인반대연대도 지문날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활동할 수 있지 않겠어요.(웃음)

윤: 2004년에는 주민등록법 개정의 문제를 중심으로 활동할 것 같습니다. 사실 주민등록 제도는 국가 감시 그 자체가 아니겠습니까. 다만 예전의 감시가 총칼로 위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요새는 “이렇게 하면 국민여러분이 더 편합니다” 하는 말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막강한 데이터베이스로 감시는 더 강화되었습니다. 내년에 주민등록법 개정 문제를 주변의 여러 단체들과도 함께 제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 되도록 많은 분들이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주민등록법 개정 운동에 참여하면 좋겠어요. 지난 해 선거 때 주민등록증 없이 선거권 행사하기 운동을 했는데, 많은 사람이 동참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도 하면서 깨달아 갔거든요.
주민등록증 없이도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도 알게 된 거죠. 우리 깊숙이 내면화된 의식은 이런 과정을 통해야 깰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년에도 많은 사람들이 운동 속에서 주민등록증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주민등록 제도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좋겠어요.

사회: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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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날인반대연대는…

1999년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기 시작했다. 이때 주민등록 정보도 본격적으로 전산입력되기 시작했고 열 손가락 지문도 남김없이 행정자치부와 경찰의 데이터베이스에 입력되었다.
이를 계기로 해서 지문날인 반대운동이 시작되어 지문날인을 거부하고 주민등록증 없이 살아가는 지문날인 거부자들이 활동을 시작했다. <지문날인반대연대>는 프리챌, 다음 까페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던 지문날인 거부자들이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사회단체와 함께 자발적으로 결성한 모임이다. (http://finger.or.kr)


김칠준: 다산인권센터 운영위원, <네트워커> 편집위원
김한울: 지문날인반대연대 활동가
윤현식: 지문날인반대연대 활동가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국장

200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