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

본격 아이폰과 트위터에 관한 안진보적인 글

By 2010/07/29 10월 25th, 2016 5 Comments
김슷캇

칭송받는 자

언제나 새로운 경향은 칭송받는다. 새로운 세대, 새로운 패션, 하여간 뭔가 새로와 보이는 모든 것들은 이상할 정도로 언론과 정치인에게 칭송받는다. ‘신세대’니 ‘X세대’ 따위의 세대지칭이 그랬고, 월드컵 해방구의 전위부대 ‘붉은 악마’가 그랬고, PC 통신이 그랬고 인터넷이 그랬고 싸이월드가 그랬고 블로그가 그랬고 지금은 트위터와 아이폰이 그렇다. 특히 새로운 경향에 대한 정치인들의 설레발은 헌신적이기 짝이 없다. 그것들이 딱히 담고 있지 않은 정치적 함의를 어떻게든 부여하려 애쓰며,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인증을 받으려는 노력들은 그야말로 눈물겹기 짝이 없다.

지난 지방선거 기간 동안, 트위터(‘SNS’가 아니다)와 아이폰(‘스마트폰’이 아니다)에 대한 정치인들의 찬양은 손발이 오글거리다 못해 지느러미로 퇴화될 지경이었다. 세련되고 위대한 신기술을 찬양하기 위해 동원된 온갖 수사들, 소통, 진보, 위력, 집단지성, 정보 등등등. 뭘 해도 물어뜯고 싸우기 바쁘던 우익과 좌익이 이 새로운 경향 앞에서는 합심해서 찬양했고, 의원실에서 가장 유행하는 말이 “자네, 트위터라고 아나?”라는 소문까지 들렸다. 특히나 진보정당들은 역사상 그 어떤 때보다 트위터와 아이폰에(귀찮으니까 줄여서 ‘아트’라고 부르자) ‘진보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방선거 훨씬 전부터 당원들에게 트위터 가입을 종용하고, 홈페이지에 트위터 배너8를 달고, 스마트폰 당장 안사면 큰일날 것처럼 난리를 치고, 당직자들에게 아이폰을 사주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보도 자료9로 뿌리고. 무비판, 무개입적으로 아트에 대한 충성심을 전위적으로 실천한 진보정당들에게 애플과 트위터에서 감사패라도 줘야하는 거 아닌가 싶다.


사진 1: 간지 쩌는 진보적 홈페이지의 필수 합성요소?

진보정당만? “진보적 언론”들이 보여준 충성심은 또 어떤가? ‘진보’를 어찌되었건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언론매체들, 민중의소리, 레디앙, 레프트21은 하나같이 대문에 트위터 위젯을 달았다. 참 재빠르기도 하지. 이중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이라는 슬로건을 달고 있는 민중의소리(귀찮으니 앞으로 민소라고 하자)는, 대표선수답게 다른 매체들보다 훨씬 급진적인 트위터 사용방식을 보여준다. 민소의 트위터 담당자가 하는 트윗을 노출시키는 것도 아니고, 등록된 사람들의 트윗을 자동 실시간으로 대문에 노출시키는 방식. 운이 좋으면 당신은, 민중의 소리 대문에서 누군가의 아침밥 메뉴나 데이트 일정을, 가끔은 연인과의 밀담을 엿볼 수 있다. 아아, 진보적이다! 진보적이다 못해 심하게 빨라서 과거로 워프라도 해버릴 것 같은 멋진 급진성이여! “한국의 진보 대표 언론”의 1면에서 “한국의 대표 진보정당”의 두 유력 정치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폰과 옴니아를 들어 보이는 사진을 발견했던 그날,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그멋진 사진을 여기저기에 퍼다 날랐다. 물론 사진 아래에 붙은 캡션은 “ㅋㅋㅋㅋㅋ”다.

 

그런데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우리 애완견에게 칩을 심자거나, 노동자에게 GPS를 달자고 하면 난리를 치잖아. 그런데 GPS가 달린 스마트폰은 왜 다들 사자고 선동하는 거지? 스마트폰의 정보를 좀더 ‘누구나, 편리하게’ 웹으로 특정 다수에게 퍼뜨릴 수 있는 무시무시한 트위터라는 도구는 왜 갑자기 진보적인 무언가가 된 거지? 이거 혹시, 우리가 속고 있는 건 아닐까? 좋아, 한번쯤 해보고 싶었는데 말 꺼내면 욕먹기 바빠서 못해왔던 이야길 오늘 다 해보자.

정보기술의 발전은 분명히 사회를 ‘진보’시킨다. 물론 이게 어느 쪽으로의 진보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기술은 그 자체로 정치적 방향성을 갖지 않기 때문에, 사회의 경향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당연하게도,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지배계급에게는 감시사회와 노동밀도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기회다. 그렇다면 우리들에게는 무슨 기회가 될까? 아쉽게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왜 모르냐고?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기술의 발전으로 가속화되는 경향을 우리는 우리 쪽으로 틀려고 시도해보지도 않았고, 틀 수 있는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이 ‘아트’가 가져다 줄 수 있는 몇 가지 위험에 대해서도 아무 방비도, 방비하자는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운동가들, 운동단체들에게 다가가 “자, 우리 스마트폰과 트위터를 통한 노동밀도 강화와 감시체제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라고 제안하면 “자네 왜 이러나”라는 대답이 돌아오기 일쑤. 그러는 사이 우리의 아트는 감시사회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갔고, 결국 도시철도의 ‘스마트폰을 활용한 노동강화’ 사건이 터졌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스마트폰을 활용한 실시간 업무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킨 것레디앙, 2010년 3월 29일, "스마트폰 안터지고, 속만 터진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17813. 노조는 스마트폰 활용으로 인한 노동강화에 치를 떨었고, 이 사건은 노동운동가들에게 스마트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져다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놀랍게도, 더 이상 이야기 되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앞으로도 이야기 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언제나 모든 새로운 경향들은, 그것들이 ‘새로운’이라는 형용을 달고 있을 때만 진보적 칭송을 얻는다. 시간이 지나고 몰락하는 이미지들, 예를 들어 세대지칭의 상업성이나 붉은악마의 국가주의나 흥신월드의 개인정보 침해 따위는 더 이상 이야기되지 않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그렇게 잘 이해하고 선도하던 이들이 갑자기 문외한으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사진 2: 스마트폰 산 김에 4대강을 트위터로 지키겠다고 기자회견까지 하셨던 당시 모 진보정당의 대표와 유력 차기 대표.
아이폰과 옴니아니까 좌사우포는 아니고 조삼모사? (아침엔 삼성 저녁엔 애플)

 

지난날 강가에서 아이폰으로 트위터하던 선구자 지금은 어디 갔음?

왜 ‘진보적인’ 정치인들과 ‘진보적인’ 정당들은 이런 이야기들에 침묵하고 있을까? 왜 고민하거나 이야기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가? 생각을 못해서? 이해를 못해서? 그럴 리가! 우리에겐 ‘모바일 정당’을 앞세우고 기술 대응에 뛰어든 진보정당도 있고, ‘좌사우포’의 얼리아답터 진보정치인도 있지 않은가? 심지어 진보정당들이 자랑하는 수많은 진성당원들 중에는, IT 종사자들도 차고 넘치지 않던가? 나는 이걸 ‘미필적 고의’라는 말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아직 이야기 되지 않은 것들, 대중이 ‘진보적 자세인지 아닌지’ 아직 구분하지 못하는 경향들에 대한 고의적 ‘모른체’ 말이다. 세련된 ‘아트적인’ 열풍 속에서 대중의 행동반경에 뛰어들고 또 운동가들에게 무비판적으로 그것을 권장하는 행위는 진보적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별로 새삼스럽지도 않은 라이프스타일이다.


사진 3: 한편 2009년 BBC 보도에 따르면,
트위터 단문메세지 중 8.7%만이 전파할 가치가 있는 소식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촛불정국에서 “오오오 집단지성” 운운하면서 해석과 개입의 의무를 방기하고 “대중이 하는대로 무작정 따라가면 옳다능!”이라는 결론의 장문을 뱉어대던 지식인들을 기억하시는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뜻”대로 하는 것이 옳다면서 수도권 줄 사퇴로 민주당에 몸을 던진 우리의 민주노동당을 기억하시는지? 대세만 따라가면, 입만 다물고 있으면, 표가 올라갑니다! 왠지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근거는 없지만요! 진보적 정치인들이 아트에 빠진 것도 결국 마찬가지 아닐까? ‘대중’이나 ‘국민’보다는 적은 수의 무리지만, 네트워크의 주민들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것 아닐까? 숙명처럼 짊어진 ‘촌티나는 진보’라는 굴레를 벗고 ‘세련된 진보’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 당대표는 얼리아답터그러나 노동밀도 강화라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얼리 아답터인지 얼리 버드인지.라능! 우리 당원들은 트위터도 많이 한다능! 그리고 결국 얻어낸 ‘세련된 패션좌파’의 이미지에는 부록으로 ‘유연함’도 딸려온다. ‘유연한 진보’ 멋지지 않은가? 모두가 얼마나 이 타이틀을 부르짖었던가? ‘(위기에) 유연한 진보’를 말이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주의를 거부하고 살 수는 없다. 좀 유연해야지 정치도. 정치인이 되었건 개인이 되었건, 그가 어떤 이상을 가지고 있건 시장에 협력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조차 없다. 게다가 어찌되었건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1인 1스마트폰 시대로 돌입할 것이고,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가는 수많은 개인정보에도 무감각해질 것이다. 곧 그것은 “당연한 일”이 된다. 우리는 모두 상표를 먹고, 상표를 마시고, 상표를 타고 다닌다. 개인이 상표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진보적 정치인이건 활동가건, 아이폰이나 트위터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절대로 내가 트위터를 쓰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다. 진짜다. 좀 더 나아가, 아트에 무비판적으로 빠져들자고 선동하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고민해봤자 대안 같은 건 안 나올지도 모르고, 어차피 나빠질 거 좀 더 일찍 나빠지면 안 될 거 있나? 정치라는 게 타협도 좀 하고 그러는 거지, 옛 말에 악마와도 타협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필요하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그래서 살림살이 많이 나아지셨습니까?

궁금한 건 그거다. 뭘 얻었는지 말이다. 트위터에 뛰어들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끼리 팔로우하고, 가끔은 정모를 하고. 어차피 그 후보를 찍을 사람들끼리 누굴 찍으라고 RT를 날리고, 어차피 투표하고 온 사람들끼리 투표 독려 트윗을 날리고 하면서 버린 것들만큼 얻은 것이 있느냐는 말이다. 트위터에 대한 기사가 더 많이 나게 만들고, 그렇게 해서 트위터 사용자가 더 늘어나는 효과들 외에 얻은 게 뭔지 말이다. 좀 무섭게 말하면, 사회를 ‘반동’시킨 만큼 ‘진보’시켰느냐고. 소통과 정보화를 부르짖으며 아트에 뛰어들려던 시도는, 그 시도 자체는 분명히 성공했다. SNS에 매우 진보적인 찻잔들이 만들어졌고 사회 전체의 아트 추수주의에도 분명히 영향을 주었다. 슬슬 지금쯤이면 평가해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시도 자체는 분명 성공했는데, 기대효과는 얼마나 얻어냈는지 말이다. 왜들 말하지 않는지, 왜들 더 이상 소통이니 집단지성이니를 앞세워 얼리 아답터가 되자고 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추측을 해보려 해도 짐작이 당최 가지 않는다. 나는 당신들만큼 진보적이지도 않고, 얼리 아답터도 아니라서. 아아 아이폰 갖고 싶다.

 

 

 

201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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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ef 댓글:

    또 다른 정보 유통 채널이 새롭게 생겨났고, 사람들이 그 채널에 대해 점차 인지의 폭을 넓혀가면서 이를 이리 저리 써먹어 보는 새로운 활용법(applications)이 계속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당장 뭐 안나왔으니 무슨 소용이라고 묻는 것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이 질문을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와 그 위에서 나타나고 지금도 돌아가는 여러 활용법들에 똑같이 물어본다면 더더욱 말입니다.

    • picotera 댓글:

      새로운 활용법을 전망하고 여유를 가지고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관점보다는, 트위터 그리고 선거(정치)와 관련해서 현재의 상황을 진단하는 것에 촛점을 두고자 원고를 기획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도되고 있는 새로운 활용과 다양한 실험들이 사회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를 희망하는 것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jef님의 블로그를 보았더니 인터넷과 관련된 풍성한 내용이 많이 있네요. +_+ 다음에 원고 한 번 부탁드려보겠습니다!

  • 지나가다 댓글:

    근데?

    우린 깃발을 좀 우데다 세워야 정신이 드는줄 아는데

    써서 몬나따는기야? 안쓰는게 낫다는기야?

    이해된 사람들은 말좀 해보라우.

     

     

  • 지나가다 댓글:

    쓸만한 정보도없잖아 – 그럼 누군가 검열해 달란 말인가? 웹은 유용한 정보만 있나? 웹을 이용한 정치활동도 거지샅은 짓이겠네
    개인이 대중에게 쉽게 의사를 표시할수있었던 매체는 여태없었으니 인기끄는것 아닌가.

    정치인들이 쇼해서 밉상인건 다른 문제지..
    스마트폰으로 업무가 빡세졌다는건 전화 대중회되고 이메일 개중화 되면서 겪은 문제고슬슬 해결되겠지. ㅉㅉ
    그리고 gps는 위치확인 장치지, 내위치를 추적하는 장치가 아니다.

    글쓸때 사전지식과 논지를 분명히 하고 쉽게좀 쓰자.

    걍 기분따라 글쓰니 용어만 어려워지고 근거도 빈약하고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감정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