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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실명제/보도자료] 신임 KISDI 원장 “인터넷실명제 반대”

By 2003/04/2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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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실명제 나는 반대"…이주헌 KISDI 신임 원장
[속보, IT] 2003년 04월 20일 (일) 17:04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우리나라에서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정보통신정책을 연구하는 유일한 전문 연구기관이다.

내부 조직을 보더라도 ‘정보통신 산업연구실’, ‘정보사회연구실’, ‘통신·방송 정책연구실’, ‘공정경쟁연구실’, ‘경영전략연구실’ 등 정보통신에 필요한 골격은 다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이 우리나라 IT정책의 흐름을 읽고 싶거나,
단기적 현안이 되는 IT정책 이슈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을 때는 정작 KISDI 사이트를 찾지 않는다. 왜 일까?

우리나라 IT정책의 씽크탱크(Think Tank)인 KISDI의 새로운 사령관이 된
이주헌 원장(49)도 똑 같은 질문을 갖고 있었다. 다만 기자와 그가 다른 점은 그는 이미 그 해답을 갖고 있다는 것. 이 원장을 만나 본 후 앞으로 KISDI가 크게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KISDI가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해오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정보통신부에 정책명분을 제공하는 연구원쯤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분명히 제 역할을 찾을 겁니다"

정통부를 생각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말이지만 그는 거침이 없다.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는 게 아니라 똑 부러졌다. 자신감에 차있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도 "개인적으로는 반대한다"고 분명히 했다. 쓰레기
정보에도 인권이 있고, 익명을 요구하는 것도 권리라는 것이다.

"욕설하고, 문제가 되는 글을 올리는 것은 주로 10~20대 층이지만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연령층이 넓어지고 그에 따라 ‘놀라운 자정능력’을 인터넷은 갖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통부가 공공기관의 게시판에서부터 단계적으로 인터넷 실명제를
해나가겠다고 공식 발표한 마당에 그는 비록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반대의 뜻을 밝힌 것이다. 지금까지의 KISDI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최근 또다시 현안이 된 부처간 업무중복 문제와 관련해서도 "KISDI가 제
위상을 잡았을 때는 KISDI가 해법을 내놓는 기관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진대제 정통부 장관으로 부터도 ‘소신껏 일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가 생각하는 KISDI의 위상은 이렇다. ‘IT를 통해 인권과 주권을
확보하고, IT로 온국민이 더욱 잘 살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 당당하고 튼튼한 ‘정보통신 일등국가’를 만드는 데 이름에 걸맞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이른바 기술융합시대에 새로운 IT정책을 수립해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에는 IT정책의 큰 틀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숨어 있다.

이를 위해 그는 연구원들에게 새롭게 고민하고 원칙을 다시 세워보라고
지시했다. 고민의 결과로 과거와는 다른 원칙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취임하자 마자 그가 웹사이트 개편부터 지시한 것은 KISDI를 어떻게 끌고
갈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웹사이트에 ‘IT동향센터’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IT현안에서 부터
이해관계가 다른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의 장을 만들라는 것이다.
학자연(然) 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이해관계의 목소리가 뜨거운 살아있는 사이트가 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또 가칭 ‘미래한국설계센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10년후를 내다보고 IT를 기반으로 변해나갈 사회를 연구하고 싶다는
것이다. 불행히도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울러 정보화 사회의 미래를 연구하는 단체는 아직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원장의 이같은 구상은 내부 조직에서 부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경제학, 경영학 일색인 현 연구원을 교육학, 심리학,사회학, 철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의 모임으로 변화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만 연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KISDI내에 국제회의장을 설치하고 대외협력팀도 만들어 국제간
유대도 강화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홍보팀을 강화해 연구원의 이미지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 원장은 내부에 경영혁신팀을 최근
구성했다. 이 팀에다 그는 현재 연구원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세세하게 찾아보라는 주문을 했다. 심지어 연구원들이 먹는 식단에 이르기까지.

그는 또 "무엇보다 연구원의 권위를 세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급한
호출이나 잦은 자문등에서 해방돼 자신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앞으로 불요불급한 단기 프로젝트 대신에 규모가 큰 연구 프로젝트 위주로 바꿀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헌 원장은 54년생으로 목포고를 중퇴하고 미국 헤티스버그 고등학교를
졸업, 미국 남미시시피대학교 전자계산학 학사와 버지니아 주립공대 산업공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공대 경영정보학 박사학위를 수료했다.

이어 미국 AT&T 벨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LG정보통신 연구본부장과 LG CNS
연구소장 겸 연구본부장을 지냈으며 지난 86년 부터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영정보대학원 교수로 재직했다.

이 원장은 특히 노무현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헌정 포럼’이라는
IT자문단을 구성해 IT정책을 지원했으며 IT업계 1천명 지지선언을 이끌기도 했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2003-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