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의 에이즈 약물 강제실시 결정에 박수와 지지를 보내며
의약품에 대한 특허권은 민중의 건강에 방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지난 수요일, 브라질 정부는 넬피나비어에 대한 특허취소와 강제실시를 발표했다.
지난 22일, 브라질 정부는 강력한 에이즈치료제인 넬피나비어(Nelfinavir: 상품명 비라셉트(Viracept))에 대한 강제실시를 시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강제실시는 특허권자의 허가 없이 특허가 실시되는 것으로 이번이 개발도상국에서는 최초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이후 브라질 정부는 에이즈 약물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기 위해 공공제약회사를 통해 특허 하에 있는 약물들을 일반약으로 생산하여 무상으로 공급해왔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97년 이후 브라질은 에이즈에 의한 사망률과 새로운 에이즈 감염율을 50%까지 낮추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왔다. 비라셉트는 에이즈에 대한 칵테일 요법에 사용하는 12가지 약물 중 하나인데, 이 하나의 약값이 전체 재정의 무려 28%를 차지해 왔다. 이를 낮추기 위한 협상에서 생산자인 스위스의 거대제약회사 로슈는 13%의 가격 인하만을 고집하여 몇 주 전 협상이 결렬되었다.
의약품 지적재산권 논의의 새 장을 연 역사적인 순간
지적재산권은 역사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을 때, 그 공헌에 대해 보상하고 개발자를 경제적으로 보호함으로써 그 기술의 확산을 도모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다. 이것이 의약품이라면 신약은 지적재산권을 통해서 건강의 증진에 도움을 줄 때여야만 보상받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하의 지적재산권에 의해 보호되는 신약개발은 건강의 증진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위의 브라질의 경험은 알려주고 있다.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이하 TRIPs)에 명시되어있는 아주 제한적인 예외조항, 즉, ‘공공적 위기상황’에 의해 일반약 실시를 한 결과가 오히려 건강을 증진한 결과를 불러왔던 것이다. 미국에 의한 지속적인 무역압력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은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개발도상국 최초의 강제실시를 발표했다. 현재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에 강제실시권이 보장돼 있음에도 다자간/양자간 압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감히 실시하지 못했던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에게 혁신적 실천의 최초의 예를 선사한 것이다.
댐을 무너뜨리는 작은 구멍처럼
브라질의 발표는 WTO 산하의 TRIPs 회의가 9월 19-21일 사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예정되어 있는 시점에 이루어진 것이라서 더욱 값지다. 이 TRIPs 회의에서는 의약품 특허가 의약품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논의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만들어진 초안은 11월 카타르에서 열릴 WTO 각료회의에 주요 안건으로 채택되어 논의될 것이다. 브라질의 이번 강제실시는 의약품에 대한 특허취소가 건강에 얼마나 획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를 실증할 것이며, 작은 구멍을 통해 흘러나온 물이 댐을 붕괴시키듯이 다른 에이즈로 고통받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연속적인 강제실시의 촉매로 작용할 것이다. 브라질과 같은 큰 나라가 일반약을 만들 수 있다면 다른 규모가 작은 나라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값싼 약들을 수입할 수 있다. 지난 수십년 간의 금융세계화의 후과로 엄청난 외채와 파탄난 의료 인프라에 허덕이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브라질의 이번 결정은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개정되어야 하는 방향성과 그 필연성을 증명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하나, 우리는 브라질의 강제실시결정을 지지하며, 이를 방해하고자 하는 외부의 압력에 대해 연대하여 맞설 것이다!
브라질의 강제실시는 TRIPs에도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WTO협정위반이 전혀 아니다. TRIPs에서는 국민보건에 있어서의 응급 상황(한시적), 자국 내에서 특허가 실시되지 않았거나 소진된 경우, 공공의 비상업적 사용의 경우 강제실시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하게 TRIPs에서는 서문과 7조, 8조에 공공의 보건적 필요가 의약품에 대한 특허의 보호보다 우선함을 명시하고 있다. 주로 미국으로부터 들어올 외부로부터의 압력에 브라질 민중이 굳건히 맞설 수 있도록 우리는 이에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다.
하나, TRIPs는 공공적 요구를 중심으로 읽혀져야 하며, 병행수입과 강제실시가 가능한 상황을 명확히함으로써 공중의 보건적 필요를 침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병행수입은 국제적인 의약품 가격 차이를 이용하여 더 싸게 팔리는 다른 나라에서 약을 사오는 것이며, 강제실시는 공공의 비상업적 목적 등을 위해서 특허권자의 허가 없이 특허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과 관련된 조건들이 TRIPs 내에서 더욱 명확히 서술되어 모호함에서 파생되는 분쟁이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병행수입/강제실시와 관련하여 WTO의 각 회원국들은 자국 내 법률에 자국의 상황에 맞는 조건들을 자율적으로 명시하도록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방해하기 위한 양자간/다자간 압력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하나, 한국정부는 9월 넷째 주의 TRIPs 회의에서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의 의견을 대변해야 하며, 한국 내에서도 의약품의 공공적이고 평등한 분배를 위한 법적-제도적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TRIPs가 민중의 건강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위에서 언급한 조항들을 명문화하는 것은 AIDS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제적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더욱 중요하다. 또한 우리나라의 특허법은 TRIPs 규정을 그대로 차용했을 뿐 민중보건을 위해 강제실시/병행수입 등을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적 측면을 전혀 명시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TRIPs 회의에서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의 의견에 힘을 실어야 하며, 국내적으로도 이들 수단들을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 경로를 명문화해야 한다.
2001년 8월 24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 공유적지적재산권모임IPLeft
/ 사회진보를위한민주연대 / 진보네트워크센터
/ 투자협정·WTO반대국민행동 /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2001-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