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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디지털 혁명과 정보사회론/백욱인

By 2000/05/2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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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과 정보사회론

백욱인(http://soback.kornet.net/~wipaik/)

I. 정보사회론의 위상

II. 디지털 혁명의 성격과 네티즌

III. 정보의 상품화와 지적 재산권

IV. 새로운 소통양식과 가상 공동체

V. 새로운 사용자 단체의 형성

I. 문제의 소재 : 정보사회론의 위상

온 세계가 ‘정보화’로 북새통이다. 미국은 정보고속도로 건설을 통하여 제조업의 뒤쳐진 경쟁력을 회복하고 21세기의 새로운 패권을 구축하려 한다. 유럽과 일본도 이에 뒤질세라 정보고속도로 건설에 끼여들었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에서는 앞서자’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언론사들이 정보화의 부흥사로 발벗고 나섰다. 인류의 미래, 민족의 미래, 개인의 미래 모두가 정보화에 달려 있는 것 같은 착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정보화는 인류의 미래에 빛을 던져주는 21세기의 구세주인가? 정보화는 민주화를 촉진하고 인류 복지에 공헌하며 인간의 능력 확장을 위한 터전을 마련해 줄 것인가? 1960년대의 근대화론이 "산업화=서구화=민주화"라는 공식을 제출한 것처럼 정보화론은 "정보화=세계화=민주화"라는 또 하나의 등식을 제출하고 있다. 과거 근대화 주창자들과 오늘의 정보화 주창자간에는 이데올로기의 친화력을 발견할 수 있다. 정보화의 사회적 영향을 둘러싸고 여전히 근대화론과 종속이론간의 팽팽한 전선이 존재하지만 정보화 추세 자체를 부인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오늘의 정보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정보사회의 현상을 설명하는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정보사회가 산업사회와 어떻게 다르고, 그것이 갖는 기본적 성격이 무엇인가에 관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 정보사회의 성격을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나누어 산업사회의 연장선에서 정보사회를 해명하는 틀과 산업사회와 단절성을 강조하는 정보사회론의 두가지 대립되는 입장이 있다.

한편 윤리적 차원에서 정보사회의 사회적 영향을 둘러싼 논쟁은 정보사회가 미증유의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술적 유토피아(technological utopianism)’와 ‘빅 브라더(Big Brother)’의 ‘전자 눈(Electronic Eye’)이 지배하는 암울한 미래상을 그리는 두가지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정보사회에 대한 실용적 접근은 정책론적 틀에서 제기된다. 정책 분야는 가장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정보사회의 핵심적 변화에 대한 과학적 분석틀과 방법론이 미비하여 현상 나열과 기술적인 서술에 그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정보화 사회에 대한 확정적인 논의가 아니라 정보화 사회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따라서 결정론적인 분석 보다 현상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한 몇가지 유의미한 개념 추출에 목적을 두고자 한다. 2장에서는 산업혁명과 디지털 혁명의 비교를 통하여 정보화 사회의 기본 성격을 파악하는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3장에서는 정보상품의 성격과 정보의 상품화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4장에서는 가상공동체와 새로운 소통양식을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하여 정보화 사회의 성격에 관한 사회학적 논의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II. 디지털 혁명의 성격과 네티즌

그간 정보사회에 대한 논의는 하드웨어에 치중된 기술적 논의나 정치적인 수사로 가득찬 장미빛 미래학 분야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최근의 뉴미디어에 대한 논의도 최신 정보를 빨리 입수하여 그를 나열적으로 소개하는 데 머무르는 한계를 갖는다.

반면 정보사회에 대한 분석적 차원의 사회과학적 연구는 매우 지체되어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단순히 ‘정보 사회’라는 서술적 용어를 사용하는 데 머무를 것이 아니라 현재의 변화를 해명하는 이론적 분석틀과 개념을 마련하는 작업이 시급히 요청된다. ‘후기 자본주의’, ‘포스트모더니즘’, ‘정보 자본주의(information capitalism)’, ‘사이버 자본주의(cybernetic capitalism)’ 등의 서술적 용어가 아니라 현 사회의 성격을 분명히 드러내는 사회과학적 개념과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 여기에서는 산업혁명과 대비해 본 정보(디지털)혁명의 성격을 밝혀보고자 한다.

(1) 산업혁명과 디지털혁명

세계자본주의체제는 19세기 1단계 산업혁명 이후 20세기 초의 중화학공업을 시발로 1990년대 중반에는 포디즘을 완성하고 가전제품, 내구소비재로 대표되는 축적체제를 갖추었다. 1970년을 전후로 시작된 극소전자 혁명(micro-elctronic revolution)은 1980년대에 들어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의 결합이라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1990년에는 정보고속도로가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산업구조의 변화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라이프스타일, 의식구조,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산업구조의 변동이 소비구조의 변동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다시 산업구조의 변동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순환 체제가 형성되는 것이다.

‘정보화’란 단지 생산을 위해 정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하여 정보를 교환하는 산업시대의 단순한 연장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경제 논리가 적용되며, 상품의 성격을 바꾸는 혁명적 변환의 서곡이다. 이것은 정보와 지식 자체가 생산 요소로 등장하는 새로운 경제의 하부구조와 긴밀하게 연관된 문제이다.

정보와 지식은 과거에도 중요한 생산요소로 작동하였다. 과학과 기술 자체가 중요한 생산요소로 과학기술혁명에 이바지했다. 이러한 과학기술혁명의 정점은 컴퓨터 커뮤니케이션이다. 마치 산업자본주의에서 동력 발명 이후에 교통과 통신의 일대 변혁이 일어난 것과 유사한 결과를 가져온다. 가상 공동체(virtual community), 사이버 스페이스 등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의사소통공간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수많은 정보와 아이디어, 지식이 유통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의사소통의 전지구화(globalization), 병렬적 커뮤니케이션(parallel computing & communicatipon), 사용자의 위상 강화 등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일대 변화가 이루어진다. 더구나 이러한 망이 단순히 커뮤니케이션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품으로서 지식과 정보를 유통할 때 이는 산업계 전반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그렇다면 포디즘에서 포스트 포디즘(후기 자본주의)으로 변화시키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설명으로는 상품생산 방식의 변화 및 소비구조의 변화를 통괄하는 축적 체제의 변화가 일차적인 설명력을 갖는다. 이와 함께 의사소통구조, 혹은 정보양식의 변화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네트워크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은 유통 부문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정보고속도로의 문제를 생산혁명의 틀에서 볼 것인가, 아니면 유통의 측면에서 볼 것인가에 따라 상이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런데 새로운 소통양식으로서의 컴퓨터 네트워크가 몰고오는 혁명적인 변화는 생산이 아니라 소비와 유통 방면에서 일차적이고 즉각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생산양식 변화를 검토할 때 일차적으로 유통 측면에 어떤 변화를 갖고 오는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돕(Dobb)과 스위지(Sweezy)의 자본주의 이행논쟁을 현 단계에 적용하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

네트워크가 상품 유통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 유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중간 유통 업자의 몰락 및 택배산업의 발전이라는 형태로 유통체제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통신망을 통해 곧바로 전달될 수 있는 문화 상품과 ‘비트(bit)’ 상품은 물리적 공간이동에 필요한 교통수단의 도움없이, 네트워크를 통해 곧바로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전달될 것이다.

그런데 진정한 네트워크의 혁명은 유통부문이 아니라 생산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생산자 주도의 디지털 혁명이 갖는 기본 성격을 시민혁명과 디지털혁명의 유비를 통해 살펴보자.

시민혁명의 주도세력은 시민, 혹은 부르조아로 지칭된다. 이에 반해 디지털혁명의 주도 세력은 컴퓨터 네트워크로 연결된 가상공간에서 적극적인 의사소통 구조를 만드는 네티즌(Netizen)으로 표상될 수 있다. 전자가 경제적인 힘을 토대로 시민사회라는 경제적 정치적 공간을 형성하였다면, 네티즌은 문화적, 지적인 힘을 토대로 사이버 스페이스(cyberspace)라는 가상적인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산업혁명기의 시민은 새로운 생산의 담당자였으며, 이들의 활동공간은 시민사회라는 지역적 지리적 공간이었다. 그 결과 국민국가가 형성되었다. 이에 반하여 디지털혁명기의 네티즌은 경제적인 차원에서 볼 때 ‘상품 생산자’가 아니라 새로운 ‘정보의 생산-소비자’이다. 이들은 컴퓨터 네트워크안에서 의사소통 구조를 활성화하고 서로의 의사를 교환하는 사이버 스페이스를 만들었다. 이들이 만든 가상 시민사회는 국가 권력의 직접적인 지배에서 벗어나 있다. 자본주의 초기의 시민은 시민혁명을 통하여 봉건 절대 권력을 타파하고 그들의 경제적 토대의 이해를 반영하는 새로운 국가권력을 창출하였다. 이에 반해 사이버스페이스의 네티즌은 가상공간 내에서 의사소통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권력관계의 변화를 직접 도모하는 정치 혁명을 주도하는 세력은 아니다.

또 한가지 특색은 시민혁명의 주도 세력인 시민은 국민국가의 단위에서 공간적 제한을 갖지만 네티즌은 전지구적 차원에서 세계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일국적 차원의 지리적 공간적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는 특징을 갖는다. ‘만국의 노동자’가 국가적 지리적 한계 때문에 단결하기 힘들었던 것과 반대로 네티즌은 전지구적 차원의 가상공동체를 통하여 애당초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넘어 활동한다는 현상적인 차이점을 갖고 있다.

(2) 정보화 시대의 사용자 주체 형성

현재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대안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집단을 다음과 같은 그룹으로 갈라볼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전문가: 여기에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자 및 정보 관련 전문 종사자가 속한다. 이들은 그들의 전문적인 컴퓨터 지식을 토대로 사이버 스페이스의 골격과 구조를 결정하는 힘을 갖고 있다.

사용자 그룹 : 이 집단은 자신의 목적이나 취향에 따라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자신이 관심을 갖는 분야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정보 소비자의 위치에 있다. 이 중 사용 경력이 많거나 자신이 직접 정보 생산-소비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활동을 구사하는 경우 동호회 시샵이나 사이버 스페이스 내의 집단을 형성하여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사용자 그룹이 분야별로 집단화할 경우 현실세계에서 NGO,NPO 등을 만들어 사이버 스페이스와 현실세계를 연결하여 변화하는 정보사회의 현실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세번째 집단은 사이버 스페이스 자체에 극도로 몰입하여 현실세계와 단절하거나 현실세계에 극단적인 반기를 드는 사이버펑크(cyberpunk)나 헤커(hecker) 그룹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컴퓨터 전문지식을 겸비하고 있지만 기업에 고용되어 있는 컴퓨터 전문가와는 다르다. 이들은 기술적인 집단인 동시에 대항문화(counterculture)적 성향을 띠는 문화적 집단의 성격을 갖는다. 이들은 사이버 스페이스 자체에만 극단적으로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 사회와 연관성이 가장 약한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이들 행태의 반문화적 겉 모습에 매료되어 이들을 새로운 정보화 사회의 주체로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스페이스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현실세계의 사회 집단이다. 위에 예로 든 세개 집단이 컴퓨터 네트워크의 비사용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들을 새로운 사용자로 끌어 모음에 따라 사이버 스페이스의 여론 형성력과 현실 사회에 대한 개입 폭은 훨씬 더 확대될 것이다.

그런데 사이버스페이스라는 것이 극장이나 골프 클럽과 달리 그냥 몸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컴퓨터 조작 능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컴퓨터 매체에 대한 해독 능력이 과거의 문자 해독 능력 만큼 사람들을 갈라 놓는 경계로 작용할 것이다.

혁신자(이노베이터 : innovater)–>오피니언리더(opinion leader)–>일반인이란 전달경로를 통해 새로운 의식과 행동방식이 퍼진다고 할 때 새로운 전자 정보매체와 관련된 층이 1990년대의 오피니언 리더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신문과 잡지 등 기존 매스미디어는 여전히 주도적인 공식 매체로서 주입식의 오피니언 리더를 산출할 것이지만 이에 반해 아래로부터 정보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는 새로운 오피니언 리더가 창출될 수 있는 조건이 무르익고 있다.

부가가치 통신망이나 새로운 복제기술의 발전은 정보 – 자기의 생각, 어떤 사물에 대한 일차적이고 사전적인 정보에서 자신의 소감과 평가 및 의견 제시에 이르는 – 의 양방향 흐름을 가능하게 만든다. 오피니언 리더라는 다소 무거운 이미지를 벗어나 정보 창출과 전달의 매개자로서 새로운 컴퓨터 통신인들의 존재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과거 매체와는 달리 양방향 통신의 위력을 안다.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이 아닌 다수의 불특정 대중을 상대한다. 또한 대개의 경우 정보와 의견이 일거에 공개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과 책임도 결코 만만치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매체 자체가 ?실시간(real time)’으로 접속되고 의사가 실시간으로 전개된다는 시간적 특징을 갖는다. 녹화나 삭제, 편집 후 전달이라는 틀을 벗어나기 때문에 이들 의견의 파급에 대한 제동을 걸기 힘들다. 컴퓨터 통신망이라는 ?가상공간(cyberspace)’을 통해 ?가상공동체(vitual community)’를 형성하는 이러한 새로운 매체의 활성화는 향후 여론 형성에 커다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III. 정보의 상품화와 지적 재산권

정보화사회의 성격을 밝히는 핵심적 영역은 ‘정보상품’의 성격을 밝히는 작업과 직결된다. 정보상품의 성격은 그것이 생산되는 과정과 가치문제, 그리고 가치의 실현을 둘러싼 문제 영역을 구성한다. 앞으로 전체 경제에서 정보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이 증대함에 따라 디지털화된 정보의 유통이 급속하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교역물인 디지털 정보가 유통되는 정보고속도로에서는 물질 상품과는 다른 경제 논리가 관철될 것이다. 특히 정보가 상품화되는 속도에 따라 전자 저작권의 문제가 크게 대두될 전망이다.

데이터, 정보, 지식의 상호관계에서 과거에는 데이터나 정보의 상품으로서의 의미가 직접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물질적 실체를 갖는 ‘아톰(atom)’ 형태의 상품이 주된 생산 영역을 차지했다. 서비스의 영역은 전통적으로 유통과 개인서비스,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정보와 관련된 지적 생산영역은 상품 유통과 관련된 마켓팅 영역에서 차츰 그 위상이 강화되고, 상품 생산과 관련해서도 연구개발 부문의 중요성이 확대된다.

전통적인 지식은 대부분 학술과 문화 영역에 국한되어 자본주의적인 상품 생산과는 다소 거리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매스미디어의 발전으로 문화 자체가 급격하게 상품화되고 급기야 지식 자체가 상품화되기 시작하였다. 정보가 지식과 학문의 영역을 상품화하는 가속화 기제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산업의 확장은 정보 유통 부문을 독점한 매스미디어가 대중사회의 핵으로 자리잡음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문화산업에 대한 비판사회학의 관심은 일찌기 프랑크푸르트(Frankfurt) 학파와 하우크(Haug)의 상품미학비판으로 제시되다가 보드리야르(Baudrillard)류의 소비사회 비판으로 이어졌다. 료타르(Lyotard)는 탈산업자본주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 사회에서 지식이 차지하는 의미와 그의 위상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는 지식과 정보의 급격한 상품화 과정에서 지식이 갖는 새로운 위상을 추적한다. 이러한 이론적 접근과는 달리 현실적인 분야에서는 지적 재산권과 정보의 상품화에 따른 정보 소유권과 사용권 문제가 디지털 혁명과 관련하여 구체적이고 임박한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앞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구분을 좁히고 새로운 상품으로서의 정보문화상품이 유통될 정보고속도로와 관련하여 대단히 중요한 문제 영역을 이룬다.

정보상품의 성격에 대한 연구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의 과학과 기술, 지식의 지위와 관련된다. 소비자본주의의 성격을 지닌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정보에 기반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헤게모니가 강화된다. 이와 같은 상품 물신주의는 ‘상상력’과 인간의 ‘혼’까지 확장된다. 문화의 상품화가 가속화되고 전지구적 차원에서 문화의 그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국제적 차원에서 지적 재산권 문제가 핵심적인 교역 이슈로 떠오르게 되고, 지적 재산권의 영역에서 디지털 저작권 문제가 부각되며, 새로운 재산 개념과 지식 노동자와 지식 노동의 관계, 지식노동과 정보상품의 관계가 부각된다. 새로운 정보유통과 상품 전달 방식은 디지털 저작권의 문제와 디지털 상품화의 문제를 제기한다.

(1) 정보의 상품화

과학과 기술이 산업 생산에 적용되는 속도는 산업 혁명 이후 꾸준히 빨라졌다. 포디즘의 도입으로 산학협동은 더욱 확대되었고 과학기술혁명의 성과는 상품 생산으로 곧바로 연결되었다. 이러한 추이 가운데 정보라는 영역이 과거의 과학과 기술, 지식까지를 포괄하는 새로운 차원에서 등장하게 된다. 상품생산과 관련된 기술이나 지식 뿐만이 아니라 상품 유통이나 분배, 소비와 관련된 종합적인 정보가 요구되는 것이다. 후기 자본주의, 소비자본주의, 혹은 후기 산업주의에서는 산업 생산과 관련된 생산기술, 이의 기반이 되는 과학과 지식 뿐만 아니라 상품 유통과 관련된 각종 정보, 상품 소비와 관련된 소비자 정보 등이 포괄적인 의미에서 과학과 기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생산에 대한 소비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상품의 가치실현이 시장의 세계화와 더불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상품 구매자의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이 확대되고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커짐에 따라 유통 경로의 확보가 생산 만큼이나 중요해지는 변화가 일어난다. 네트워크를 이용한 자본의 새로운 경영 기법은 상품의 생산-분배-유통-소비에서 일어난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다.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과 더불어 더욱 실용적인 위상에서 지식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런 맥락에서 컴퓨터화된 정보사회에서 지식이 차지하는 지위와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보사회는 정보사용에 능숙하고 정보를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를 생산할 수 있는 정보 활용 전문가를 요구한다. 정보 활용 전문가는 마치 문화의 영역에서 혼성 모방이 하나의 쟝르로 인정되는 것처럼 디지털 복제 혁명이 지식 분야에 몰고온 커다란 변화이다. 이제 지식은 하나의 고정된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유통과 분배, 소비를 거쳐 사회에 광범하게 빠른 속도로 전달되는 특징을 갖는다. 과거 전문적인 지식인의 고유 영역으로 분리되던 지식은 더 이상 지식인의 독점적 소유물이 아니다. 이런 지식은 상품화의 형태를 거치든, 아니면 공공의 자산으로 되든, 유통망이나 지구 차원의 네트워크를 통해 빠른 속도로 전달되며, 소비되고, 변형된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라고 해서 모든 정보를 아무나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 자체가 부가가치를 낳는 상품으로 팔리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러나 모든 정보가 상품화되는 것도 아니다. 정보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라는 이상과 ‘정보의 상품화’라는 현실간의 긴장이 존재하고 있다.

(2) 정보 상품의 성격과 정보 불평등

정보는 소유가 무의미하다. 하나의 정보는 다른 여러가지 정보와 결합될 때 부가적인 가치를 획득한다. 정보는 또한 사용하는 사람의 활용 능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동일한 내용의 정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큰 가치가 있고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불필요한 것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보 상품에는 노동가치설을 적용하기가 어렵다. 사용가치가 사용자의 정보 활용 능력과 지적 능력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갖기 때문에 가치 척도를 교환가치화할 수 있는 방도가 취약하다.

이처럼 정보화의 진전과 더불어 앞으로 ‘정보의 독점과 정보의 나눔’이란 문제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정보화사회의 불평등은 정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평등과 정보의 사용과정에서 생겨나는 불평등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는 나라간의 정보력 격차가 야기될 수 있다. 미국의 주도하에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정보 인프라스트럭쳐(GII) 구상은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정보 격차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지적 재산권 보호와 불법 복제간의 긴장이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새로운 무역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현대문명 비평가인 움베르트 에코는 정보화사회의 첨단 기계가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음을 팩시밀리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과학기술에는 냉혹한 법칙이 있다. 부자들이 단독으로 사용할 때는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나 가난한 자들이 손을 대면 자동으로 멈춘다". 움베르토 에코의 이 말은 정보화 혁명의 과실이 사회 구성원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않음을 의미한다.비단 팩시밀리 뿐만이 아니라 첨단 정보 장비를 통해 전달되는 갖가지 정보는 사용자의 손을 탄다.

정보기기(하드웨어) 구입에서 나타나는 경제적 격차나 정보 사용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구분이 경제적 차원에서 드러나는 차이라면 정보활용의 수준에서 나타나는 문화적 차원의 격차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정보기기의 대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하드웨어의 차원에서 경제적 격차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고 해도 컴퓨터 사용 방법에 익숙한 신세대와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구세대간의 세대 격차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인터네트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이 20대 후반이라는 보고가 있다.

정보는 지식과 돈을 낳는 자원이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지적 능력에 크게 의존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대단히 큰 가치가 있는 정보가 다른 부류의 사람에게는 전혀 쓸모없는 쓰레기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정보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지위와 능력을 갖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집단간의 정보 격차는 정보유통이 고도화될수록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는 다른 상품과 달리 정보라는 상품이 갖는 부가가치적인 성격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다. 정보화사회에서 지적 능력이 중시되고 정보활용 능력이 강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고학력, 고수입,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정보 활용도가 높은 ‘정보 부자(information rich)’라는 집단과 저학력, 고연령, 낮은 수입의 ‘정보 빈자(information poor)’간의 불평등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소지가 있다.

단위 국가 안에서는 계층간의 정보격차와 지역간의 정보 격차가 일어날 수 있다. 계층간의 정보 격차는 기본적으로 계층간의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없이 정보의 ‘보편적 접근’이나 ‘정보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IV. 새로운 소통양식과 가상공동체

통신과 컴퓨터를 결합한 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란 독특한 공간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전자 공간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20세기가 이미지의 영상이 지배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컴퓨터 네트워크의 가상 세계가 인류를 지배하는 시대로 될지도 모른다. 전자우편, 채팅, 뉴스그룹, 동호회 등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상공동체’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가상공동체와 현실 세계의 관련이 무엇인가를 해명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양방향 통신이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가져온 변화가 무엇인가도 분석을 요한다. 특히 사이버 스페이스의 공동체 형성 과정과 그 특징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작업은 공동체에 관한 사회학적 주제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1) 가상세계와 현실 세계의 연관

사이버 스페이스의 활성화는 공간구조의 변화를 가져온다. 직장과 일터라는 산업자본주의의 양분화된 영역 이외에 제3의 장소를 제공한다.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의 연관과 관련하여 1) 가상현실에서 헤게모니를 갖는 집단이 현실 세계에서도 권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2) 현실세계의 권력은 가상세계에 반영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이 장소는 시민사회의 일부분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 국가 권력의 통제가 미치는 또 하나의 권력의 식민지로도 전락할 수도 있다.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는 가상 공간은 우리생활에 대한 시공간의 규정성을 약화시킨다. 또한 새로운 공간으로서의 사이버 스페이스는 리얼 스페이스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서 작동할 수도 있다. 현실 세계의 권력관계에 따라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비개척지가 식민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사이버 스페이스는 기존 현실세계의 권력관계가 그대로 재현되는 장소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사이버 스페이스는 대화와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양방향적 소통구조를 갖고 있다. 이점이 기존의 매스미디어나 일방적인 의사소통구조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강압적 물리력 보다는 여론의 영향력과 동의에 근거한 헤게모니가 성립하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의 장이다.

현재 가상현실의 세계, 특히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한 의사소통과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는 계층은 현실 세계의 권력이나 자원 운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30대 이하의 연령층이다. 이들은 성장기부터 컴퓨터 사용에 익숙해 있고 컴퓨터 문화라는 새로운 사회 현상에 친숙하며 정보의 수집, 가공, 활용 능력이 뛰어난 정보 시대의 중추적 부분을 이룬다. 그런데 이들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현실세계에서 차지하는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이 40대 이상 기성 세대에 비해 월등히 떨어진다. 인터네트 사용자의 평균 연령이 20대 후반인 것이나, 우리나라 피씨통신 가입자의 평균 연령대가 2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현상은 이를 잘 보여준다. 연령집단별로 정보 활용도의 차이가 나고, 컴퓨터 문화에 대한 선호나 친숙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간의 세계관과 가치관도 달라지고 행동방식에서도 커다란 차이점이 드러난다.

앞으로 현실세계에서 정보활용이 차지하는 사회적 비중이 커지고 현실 영향력이 강화될 경우 의외로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헤게모니를 갖는 집단이 현실세계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사이버 스페이스는 현실세계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현실 권력은 사이버 스페이스에 개입하여 이를 통제하고 관리한다.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별개의 세계가 유아독존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접속하여 보낼 경우 그 자체가 실제 현실 보다 더욱 현실적인 것으로 사용자에게 다가온다. 사이버 중독증이 미치는 폐해도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사이버 스페이스와 현실 세계의 상호 연관성을 잡아내고 양자간의 원활한 소통구조를 마련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본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정보의 복제가 자유롭게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1920년대에 벤야민(Benjamin)은 우리사회의 특징을 ‘대량복제사회’로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대량생산-대량소비체제가 싹트기 시작하여 ‘아메리카적 생활양식’이 미국민의 생활을 주도하게 된 시점에서 벤야민은 복제시대라는 규정을 통하여 ‘대량생산-대량전달-대량소비’의 포디즘적 생산양식이 갖는 기능을 선견지명으로 갈파한 것이다. 그람시(Gramsci)도 이런 경향을 비교적 일찌기 파악한 이론가였다.

1930년대의 과학기술과 상품생산방식,소비방식, 그리고 21세기를 눈 앞에 바라보는 1990년의 방식간에 현격한 차이는 무엇인가? 전자복제사회의 복제기술은 아날로그 복제와 디지털 복제 두가지 방식이 있는데 다품종 소량생산의 탈산업사회의 시대가 되면 과거의 아날로그 복제에서 디지털 복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진다. 이에 따라 대량복제의 내용과 형식이 변화하게 되어 단순한 대량복제는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주체의 개입과 참여가 보장되는 새로운 디지털 복제시대의 막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복제로 대표되는 현대 정보시대의 복제는 1) 주체(사용자,소비자)의 적극적 개입과 2) 의사소통의 양방향성이라는 두가지 특성을 갖는다. 컴퓨터와 커뮤니케이션의 결합(Computer and Communication)을 통해 이루어지는 복제는 단순 복제가 아니라 정보의 가공,활용과 연관하여 이의 처리과정에 주체가 개입하여 일방적 전달이 아닌 서로간의 의사소통, 주고 받음이라는 상호연관된 복제형식을 갖는다. 이는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전달의 포디즘적 기술체제를 한 단계 뒤어넘는 것이다. 피씨통신과 뉴미디어 등은 새로운 복제기술이 가져온 대표적 현상들이다.

(2) 새로운 소통양식과 미디어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은 새로운 공동체와 새로운 소통양식을 낳는다. 특히 새로운 소통양식에서는 개인 정보 발신자가 등장한다. 디지털 혁명이 의사소통구조, 특히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자.

정보독점의 일차적 원인은 매스미디어가 정보 유통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인다. 그런데 정보 유통 독점이 네트워크의 사용으로 서서히 잠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보 생산에 드는 비용도 디지털 기술과 컴퓨팅의 발전으로 감소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정보 독점체(massmedia)의 사회적 영향력이 서서히 감소한다.

송신 측면에서는 단일의 거대 미디어 기업이 정보 내용과 정보 유통을 독점하는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물론 거대 미디어 기업이 하루 아침에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다. 거대 미디어 기업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기업간 합병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통한 디지털 정보의 송수신은 중장기적으로 미디어 환경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정보 발신자는 유통을 독점하고 있는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정보를 직접 생산하는, 혹은 정보를 갖고 있는 일차 정보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이 매스미디어의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정보발신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방송 송신의 측면에서 볼 때 컴퓨팅(computing), 통신(communication), 방송(broadcasting)의 결합이라는 양상이 나타나고 이것이 방송 환경을 급격히 변화시킨다. 수신 측면에서는 다양한 송신 정보 가운데 자신이 필요한 정보만 선택하여 수동적인 정보 소비자가 아닌 주체적 정보 사용자로, 정보발신자를 겸한 정보 수신자로서 적극적으로 매체에 참여하는 상황이 대두하고 있다.

이미 상당 부분 현실화된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에 방송이 결합되면 어떤 일이 이루어질까? 인터네트에서는 방송 매체와 컴퓨터 통신간의 결합이 시도되고 있다.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이 인터네트를 통해 당신에게 전달되면 어떤 변화가 이루어질까? 라디오의 경우 미리 저장한 파일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 실시간으로 방송되는 지역 방송의 현장성에는 못미치지만 무선 주파수의 한계를 통신 인터네트가 해결해주기 때문에 전 세계의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이는 텔레비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전송 속도의 문제만 해결 된다면 전 세계의 텔레비전 방송을 인터네트 통신을 통해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방송과 통신의 결합은 디지털 혁명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의 진정한 의미는 그로벌리제이션(globaliztion)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의 제공, 선명한 화면이라는 국부적 요소를 훨씬 뛰어넘는다. 디지털 혁명으로 기존의 매스 미디어 체제에서 이루어지던 송신자-수신자간의 단선적 구분이 사라지고, 거대 미디어의 영향력 축소라는 새로운 방송 환경이 도래할 것이다.

아날로그 방송의 고선명 텔레비전(HDTV)과 디지털 텔레비전 방송간의 주도권 다툼은 디지털 텔레비전의 승리로 귀착되고 있다. 선명한 화질이냐 비트의 조작을 통한 다양한 활용이냐의 문제는 결국 컴퓨터와 방송, 통신의 결합이라는 추세에서 디지털 텔레비전의 손을 들어 주었다. 뉴미디어 환경은 브라운 관 발전의 역사(흑백–>칼라–>와이드 화면–>고선명 텔레비전)에서 디지털 기술 혁신을 통한 내용 혁명, 사용 혁명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진전되면 수신자-송신자의 일체화 가능성을 여는 본격적인 디지털 혁명의 효과가 드러난다. 비디오 저널리스트와 개별 발신자의 성장은 영상의 생산과 유통, 공급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8밀리 카메라로 무장한 수많은 독립 제작자와 이를 인터네트를 통해 유통, 분배하는 인터네트 방송국의 등장은 사용자 하나하나에게 개별 방송국의 지위를 부여할 것이다.

전파가 아니라 비트를 전송하는 디지털 방송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러한 변화는 현재 인터네트를 통해 미숙한 모습이나마 그 씨앗을 보이고 있다. 망의 전송 속도 문제가 해결될 때 – 정보고속도로는 바로 이런 문제의 해결을 의미한다 – 방송과 통신의 결합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무엇이 통신이고 무엇이 방송인지를 구분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기존의 매체는 방송은 ‘일 대 다수’, 통신은 ‘일 대 일’이라는 선입관을 주입하였다. 그러나 컴퓨터 통신은 ‘다수 대 다수’라는 특성을 갖는다. 이것이 방송과 통신의 결합이 가져오는 사용자 측면의 가장 큰 변화이다. ‘다수 대 다수’ 의 연결은 곧바로 다양성과 송신-수신자의 결합이라는 상황을 가져오고 수신자는 자신이 연결하고 싶은 사람이나 사이트(site)를 스스로 선택하고 능동적으로 접속에 개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발신자가 되거나 다른 발신자가 만든 사이트(방송)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송신-수신자 구분의 전통적 매스미디어의 일원성을 뒤흔들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특성이 새로운 매체의 민주적 가능성을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영향력이 있는 집단과 중간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집단, 그리고 단순히 정보를 찾아 혼자 외롭게 사냥을 하러 다니는 정보 사냥꾼에 이르기까지 전자 공간의 새로운 집단 형성과 계층 구분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대자본과 사회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집단이 가상 현실에서도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가상 세계 또한 현실 세계의 또 다른 복제판이 된다면 가상 현실이 주는 위안과 해방의 가능성, 전자 공간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서의 의미,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새로운 전자 공간의 의미는 성장하기도 전에 사그러 들 것이다.

V. 맺음말 : 새로운 정보 사용자 단체의 형성

현대사회에서는 문화 및 정보 관련 소비가 전체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의 문제 영역이 상품소비에서 서비스, 정보로 옮아가고 있다. 따라서 정보화 시대의 시민 단체는 정보 이용자(사용자)단체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정보 공유와 사유를 둘러싼 논쟁은 자칫 어리석은 문제제기에 빠져들 수 있다. 왜냐하면 정보 자체는 사용자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때 가치가 창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품화된 정보에는 노동이 포함되어 있지만 지식 자체를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는 없다. 지식이 물질화된 소프트웨어나 책, 각종 제품은 상품화될 수 있지만 지식 자체가 상품화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보의 배타적 소유권이란 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정보를 사용하는 권리와 방법, 사용의 대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특히 정보가 디지털화되면 대량 복제가 가능하고 원본과 똑같은 복사본이 등장하기 때문에 원본의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된다. 문제는 디지털화된 정보의 사용료를 청구하거나 그 활용 및 공급 권한을 독점적으로 소유하여 이를 통해 사용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업화 전략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정보시대 정보 사용자(information user)의 위상 정립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정보의 상업화된 사적 영역에서는 (1) 정보 악세스(access)에 대한 사용자의 권리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곧, 언제, 어떤 정보를 어떻게, 어디에서 입수하여 활용하는가의 문제, (2) 정보의 제공(공개)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가, (3) 공유 정보와 사유 정보의 구분을 어떻게 확정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공공 영역에서는 공공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과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정보공개와 퍼블릭 악세스(public access)를 보장하는 정보 관련법의 개혁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 정보의 자유로운 제공을 보장하는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s) 방안 마련, 2) 정보 자유로운 유통과 사용을 확립하기 위한 범 사용자 연대 기구 창립, 3) 풀뿌리 정보 제공체의 육성(지역 BBS의 활성화), 4) 공공 정보의 완전 공개와 활용 극대화를 위한 기구 운용, 5) 정보통신과 관련된 검열 및 통제 폐지, 6) 정보 공유를 통한 정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00-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