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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 기술 도입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 심각{/}노동자 감시에 대한 대응,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By 2005/01/1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좌담

오병일

김미영 (이하 김) : 저는 KT의 민주동지회 회원이고, KT 상품판매팀에 대한 차별과 감시 문제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KT는 지난 몇 년동안 민영화 과정을 거치면서 구조조정을 해왔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회사에서 나갈 것을 요구해왔습니다.

그런데, 이제 KT는 자발적 퇴사자를 찾기 어려우니 사람들을 감시하고 차별하고 내쫓을 이유를 찾고 있는데 KT 상품판매팀도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죠. (자료집을 보여주며) 저희가 만든 자료집에 일명 ‘상품판매 소탕령’이라고 모 본부에 내려왔던 공문이 있는데, 1인 1화일을 비치하여 감시하도록 하고 있고, 최종 목표가 ‘퇴출’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전북에 사는 박OO씨의 경우 한달 동안 미행을 당했어요. 어느 날 불러들여서 가보니까 두꺼운 사진첩이 두 권이 있더랍니다. 영업직이다 보니 상품판매를 하면서 어디 들어가 쉴 수도 있고 사적인 만남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런 걸 다 사진으로 모아 놓았던 거죠. 이렇게 감시당하고 계신 분들이 여러 명이에요. 혹은 ‘오늘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A라는 장소에 가 있어라’고 복무 지시를 하고 감시를 하러 나와요. 잠시 화장실에 간다든지 자리를 비울 수 있는데, 이런 것도 용납하지 않아요. 바로 경고를 준다든지 증거를 모으고 미행을 하고 했었죠.

최세진 (이하 최) : 노동자 감시 문제가 불거진 것은 98년도 정도부터예요. 그때는 노동자 감시라고 하지 않고, 작업장 감시라고 불렀죠. 그 후 2001년도에 전북 익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주)대용에서 공장 내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면서부터 노동자들의 대응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공동대응하기 위해서 2002년 1월에 사회·인권단체, 정보통신단체, 민주노총 등이 모여서 ‘노동자감시근절을위한연대모임’을 구성하게 되었구요. 초기에는 감시 문제라는게 주로 CCTV 문제였고, 아직도 가장 많은 편입니다. 그 뒤로 감시의 양태가 다양화되고 있죠.

이황현아 (이하 이) : ‘노동자감시근절을위한연대모임’에서 2003년 7월에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었죠. 207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했고, 업종을 두루 아우르기 위해 노력했었구요. 인터넷 감시, 하드디스크(회사에서 하드디스크를 뒤져보는 행위), 전화(감청이나 송수신 기록), CCTV, 전자신분증,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같은 감시 기술을 조사했었는데, 1000인 이상 사업장에는 최소한 하나의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사업장 평균은 89.9% 였구요, 업종 별로는 보건의료 영역에서 100% 도입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286가지, 즉 한 사업장에 두 개 내지 세 개의 감시 장치를 도입하고 있고, 가장 많이 설치된 것은 역시 CCTV로 57% 정도가 도입하고 있었구요.

노동자 감시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 심각

김 : 항상 감시 당하고 살다보니 별 문제를 못 느꼈는데 상품판매팀 감시 문제를 갖고 인권 단체와 만나다보니 오신분들이 너무나 심각하다고 놀라시더군요. 상품판매팀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항상 뒤를 돌아본다든지, 골목을 왔다갔다 한다든지, 운전을 하면서 후방을 주시한다든지…이런 식으로 미행이 있을 거라는 피해망상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나타내기도 하구요. 또는 대인기피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옆에 있는 직원들을 시켜 ‘누가 몇 시에 들어와서 몇 시에 나갔는지 확인해라’라고 감시를 지시하다 보니까 누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고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는 거지요. (이건 양심의 가책을 느낀 동료들이 ‘오늘은 지시한 그 사람이 나오니까 일찍 들어오세요’라고 솔직히 얘기해줘서 알게된 거예요.) 이렇게 대인관계까지 깨져나가는 거죠.

이 : 노동자 감시가 이루어진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었습니다. 노동자들이 감시로 인해 받는 정신적인 피해가 무척 큰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 CCTV를 설치한 광명 성애병원의 간호사의 경우, 병원에서 일하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긴데 병원에서 내내 카메라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집에 가는 길이나 공중 화장실에서도 마치 카메라가 설치된 것 같고, 집에 가서도 안방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얘기해요.

(주)대용의 경우도 한 분이 스트레스성 장애진단을 받고 퇴사를 한 경우가 있었고, 청구성심병원의 경우에는 20여명이 넘게 감시로 인한 산재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미 노동자들이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것을 넘어서 의학적으로 피해의 정도가 밝혀지고 있고, 정신병 진단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 된거죠.

최 : 최근에 언론에 소개된 삼성 SDI 노동자에 대한 감시의 경우, 노조를 만들다가 해고된 노동자나 삼성과 산재문제로 다투고 있는 노동자들, 그리고 그 부인까지 핸드폰을 이용해 위치를 추적한 것인데요. 하루에 그 사람들의 위치를 10여번 내지 30번까지 확인하고 있었구요. 위치 추적을 하는 사람을 확인해봤더니 이미 죽은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것이었죠.

조사하면서 추가로 밝혀진 것이 감시받은 사람의 핸드폰도 도용을 해서 이 사람 것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감시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죠. 지금 고발을 했는데 기간이 꽤 지났는데도 아직 기소가 안되고 있습니다. 삼성에서 활동하던 노동자를 상담하다 보면 워낙 감시나 납치 등이 일상화되어 있다보니 언제나 감시받고 있다는 피해의식이 크다는 것이 느껴져요.

홍원표 (이하 홍) : 이번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이 삼성측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했는데 그게 무산되었죠. 그래서 이 문제가 국회에서 많이 다루어지지 못했구요. 다만, 삼성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들어갔는데 이마저도 삼성측의 변명만 수집해놓은 그런 상황입니다.

최 : 경기도 김포의 통진 중고등학교에서 발생한 네트워크 감시 사례를 말씀드리죠. 한 체육교사가 어머니 속옷을 사주려고 쇼핑몰에 접속을 한 거예요. 접속한 상태로 수업을 갔다 왔는데, 교장이 이걸 빌미로 회사에서 딴짓한다고 3개월 감봉조치를 했어요. 쉬는 시간에 한 것인데. 이후에 중고등학교 전체에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했죠. 그 기능이 어느 정도냐면 마우스나 키보드의 움직임까지 다 파악할 수 있죠.

또 하나 문제가 불거진 게 교련 선생님이 남편하고 메신저로 채팅을 주고 받았는데, 채팅이 끝나자마자 교장이 부르는거죠. 가보니까 그 내용을 다 뽑아가지고 학교에서 이게 뭐하는 짓거리냐 하더래요. 그런데, 그 학교에 전교조 선생님이 한분 계셨는데, 이 사실을 듣고 자기 컴퓨터의 감시 프로그램을 지워버린 거예요. 그래서, 지시 불이행으로 파면조치를 당했죠. 그런데, 이 세가지 모두 불법 조치로 인한 징계이기 때문에 민사 소송을 걸어서 승소를 했죠. 감봉 월급도 받고 원직복직도 되었구요. 그리고 감시를 했던 5명을 고발해서 현재 고등법원까지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당사자의 동의없이 통신 내용을 도청한 것이기 때문에 명확하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된거죠.

이 : 지금까지 얘기된 것은 CCTV 같이 주로 눈으로 보이는, 그래서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감시들이죠. 그런데, 노동자들이 잘 느끼지 못하고, 도입 사실도 뒤늦게나 깨달을 수 있는 신종 감시 기술이 전사적자원관리(ERP)입니다.

ERP는 기업을 운영하는 모든 부문, 즉 생산, 영업, 조직, 인사 등을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시스템이죠. ERP가 2000년 이후에 광범하게 도입되었고, 이제야 노동자들이 ERP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형편이죠. IMF 이후에 만도기업에 ERP가 깔려서 문제가 되었는데, 만도의 경우도 ERP가 설치된지 한참 후에 알게되었죠. 사측에서 이런 시스템을 사용한다는 얘기가 없으면 노동자들이 알기가 힘듭니다. 산업자원부가 ERP 도입을 지원하고 있고 값싼 국내산 ERP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웬만한 사업장은 도입이 될 거라고 예상이 되요.

처음에는 정보통신업계나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도입이 되었는데, 이제 공공부문으로 확산이 돼 심지어 병원에서도 도입하고 있고, 작년에 문제가 되었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도 사실 ERP에 기반을 두고 있죠. 이런 기술이 병원에 도입되면, 예를 들어 예전에는 주사를 30초에 놓던 것을 10초에 놓으라는 식으로 노동자에 대한 통제가 들어가는 거예요. 올해 봄에 문제가 된 재능교육의 경우, ERP와 PDA폰을 접목시켜서 학습지 교사들에 대한 위치추적을 하고 그랬죠. 그래서 학습지 노동자들의 스트레스가 엄청나게 심화되고. 사실상 ERP의 영향력은 계속 확산되고 있는데, 노동자의 개입은 뒷북치는 격이고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노동자 감시의 본질은 노동통제

김 :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노동과정에 대한 강화된 통제로 이어지고 있어요. KT의 경우, 예전에는 고장 접수를 받는 사람과 고치는 사람이 따로 있고, 이걸 사람이 연결해주었어요.

예를 들어, 접수받는 사람이 남영동 고장 담당에게 대여섯건 모아주면, 고장 담당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알아서 고치면 되는거죠. 민원만 발생하지 않으면 어느 것을 먼저 고치든 노동 과정을 자기가 알아서 통제했거든요. 근데 이제는 PDA폰이 지급되고 접수가 되자마자 그 사람에게 기계가 일을 줘요. 목적지에 도착하면 도착했다고, 고장 수리가 완료되면 완료했다고 통보를 해주어야 해요. 이제 인간이 거꾸로 기계에 통제당하고 있죠.

예전에는 아침에 몸이 안좋으면 가입자 집에 오후에 가겠다고 통보해주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게 안통하죠. 그야말로 시분단위로 다 체크가 됩니다. 노동조합 활동을 해서 찍힌 사람들에게는 이런 것이 빌미가 되기도 하죠. 요컨대 기술의 도입에 의해 노동과정에 대한 통제권에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최 : 노동자 감시의 문제는 노동통제, 기술문제, 프라이버시 침해의 세가지 측면이 겹쳐있는데, 그 본질은 노동통제에 있죠. 새로운 기술은 노동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끌어들이고, 결과적으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게 되죠.

김 : 감시가 노동착취의 문제도 있지만, 노동자의 자기 검열도 광범해진 것 같아요. 증권 사이트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같이 회사 경영진들이 안 좋아할 사이트에는 알아서 접속을 안합니다. 실제 사측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는지가 밝혀진다면 거기에 대해 대응이라도 할 수 있을텐데, 확신은 들지만 그것이 밝혀진 사례는 별로 없습니다. 사실 노동자들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회사는 충분한 효과를 보고 있는 거예요.

김 : 감시가 각 기업에서 사활적이 되는 이유의 하나는 시스템이 통합될수록 노동자가 맘을 먹으면 아무리 보안을 해도 기업의 비리같은 것이 다 빠져나갑니다. 최근 저희 회사가 과징금을 엄청나게 먹었는데 그 결정적인 근거가 대부분 내부에서 새나가요. 그래서, 회사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통제를 점점 강하게 하다보니까 법의 경계를 넘나들 정도로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시점에 와 있는거죠. 거꾸로 시스템에 대한 상호 접근이 안되면 노동 감시를 해결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자 감시, 법적 규제 가능할까?

홍 : 노동 통제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키는 측면과 노동강도를 둘러싼 대립, 이렇게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우선 두 번째 문제는 현장에서의 힘관계니까 법적으로 완전하게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구요. 다만, 노동 조건 자체를 바꾸는 어떤 기술이 도입될 때 노동자들이 개입할 수 있도록 협의를 의무화한다든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정리 해고를 할 때에는 합의를 해야하잖아요? 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감시의 경우에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를 침해하는 거고 이를 규제할 수 있도록 입법화할 수 있겠죠. 다만, 노동자 감시를 규제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근로기준법 같은 것을 개정할지, 이런 문제는 있겠죠.

최 : 근로기준법 두어줄 바꾸려면 총파업을 댓번 해야죠. (웃음) 원칙적으로는 노동 관련 법률을 바꾸는게 올바를텐데, 현실적인 힘관계상 어려울 것 같아요. 아직은 일반 시민과 관련한 개인정보보호법이 마련되는 시점에 노동자 감시를 규제할 수 있는 특별법을 같이 제기하는게 현실적일 것 같구요. 강남구에서처럼 CCTV가 전국을 덮으려는 상황에서, 노동 현장만 예외가 적용될리도 없구요.

홍 : 노동 관련 법률을 개정하면 상세하게 규정하지는 못할텐데, 그렇게 되었을 때 법원이 법률을 보수적이고 협소하게 해석할 우려가 있습니다. 어차피 법에 대한 시행 규칙 등을 만드는 것도 정부고, 그걸 해석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사회적인 힘관계가 작용할텐데.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자성 문제도 사실 다 이길 수 있는 것들인데, 법원에서 다 지고 있거든요. 이런 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최 : 노동부도 믿을 수 없죠. 예전 대용 사례에서 노동부는 감시 카메라의 설치는 사용자의 전속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쟁의의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했죠. 우리는 이게 근로 조건에 관한 사항이고 노동자는 교섭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그 근거로 헌법부터 ILO 행동 강령까지 여러 가지를 제시했죠. 근데 노동부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자신이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니 그렇다는 거예요. (웃음)

이 : 최근 2-3년 전부터 시민사회 영역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광범한 연대틀을 형성해서 추진하고 있잖아요. 여기에 노동진영이 합류해서 특별법 차원에서라도 노동자 감시 규제법률을 통과시키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노동자 감시 문제는 사실 노사 양측이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인데, 최근 노동운동의 힘관계 상, 사회적인 연대 고리를 맺고 내부의 고민을 심화시켜야할 것 같아요.

2002년에 처음으로 민주노총 단체협상안에 노동자 감시 문제를 포함시켰지만, 실제 이를 관철시킨 곳은 열손가락 안에 들어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변화가 없고. 민주노총 차원의 노력이 배가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세에서는 모든 관심이 고용문제에 쏠려있어서 현안이 잘 안되고 있죠.

김 : 집단적 노사관계로만 풀려고 하면 당분간 해결이 힘들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어떤 사례에 전문가들이 결합해서 성공하는 사례들을 만들어나가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현장에서는 협상을 하려고 해도 기술적인 용어 문제조차 잘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시스템을 보완하면 되는건지 잘 모르거든요.

최 :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이 결합하면 좋지만 최근에는 전산 관리를 대부분의 회사가 파견이나 하청을 이용하고 있죠. 은행 파업할 때 전산실이 파업에 들어가면서 곤욕을 치른 이후에 이러한 경향이 급속히 확산되었어요.

노동자 감시에 저항하는 현장 투쟁과 연대 필요

이 : 노동자감시 문제를 이슈화시킨 것만으로도 최근 3-4년의 변화는 크다고 봐요. 노동자들을 감시, 통제해야지 자본주의적 착취율을 높일 수 있는 체제 속에서 이 문제는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는 첨예한 전투라는 생각이 들어요. 노동자들이 작업장을 탈환해야 내 노동이 가치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본질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중요하다고 봐요.

또 하나 문제는 IMF 이후에 노동자의 노동조건이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부분이 너무나 분명하게 고용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까, 이제 짤리지 않기 위해서만 노력하게 되는데…극도의 보신주의를 탈피하기 위한 자기노력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계급적으로 연대하고 각종 문제에 자신의 시선을 떼지 않아야 할 필요가 있죠. 산업 안전에서 노동 보건 문제로, 작업장 감시에서 노동자 감시로 발전했듯이 어떻게 개입할건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연대하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 : 이제 노동자 감시라는 용어 자체는 충분히 인식된 것 같아요. 문제는 감시 기술이 도입돼도 무슨 문제가 터져야만 민주노총에 교육을 요청하거나, 단협 걱정을 하게 되는 상태인 것 같아요. 노동자 감시에 대한 교육 요청은 많은데, 대부분 사건이 터진 다음이죠. 민주노총에서 2002년도 노동자 감시에 대한 모범 단협안을 냈지만 아직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지는 않구요.

근데 ERP 같은 경우는 회사의 전체 시스템 자체를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는 북유럽에서 했던 것처럼 참여설계를 하도록 요구해야죠. 어쨌든 노동자 감시를 규제하는 법안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도 현장 투쟁이 가장 우선되어야할 것 같습니다.

김 : 고용의 심각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려서부터 점점 감시에 익숙해져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업장만의 권력 문제로 봐서는 안될 것 같아요. 현장에서의 대중 투쟁도 중요하지만, 노조 활동가나 시민사회단체들이 결합한 운동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홍 : 청년 실업과 관련해서 국가가 나의 생계 보조를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을 만나기 힘들어요. 강남에서도 대부분이 CCTV 설치에 찬성하고…궁극적으로 한국 사회의 인식 수준이 아직 이 정도라는 거죠.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제반 운동단체들이 사회의 인식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을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고, 제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겠죠. 호주에서도 CCTV부터 시작해서 노동자 감시를 규제했듯이, 우선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이슈화시킬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황현아(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연구원)

"감시 기술의 도입현황을 조사했는데, 1000인 이상 사업장에는 최소한 하나의 감시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체 사업장 평균은 89.9% 였구요. 전체적으로 2.86가지 즉 한 사업장에 두 개 내지 세 개의 감시장치를 도입하고 있고, 가장 많이 설치된 것은 역시 CCTV로 57% 정도가 도입하고 있었구요."

홍원표 (민주노동당 정책위원)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을 사회적으로 이슈화시키고, 제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겠죠. 호주에서도 CCTV부터 시작해서 노동자 감시를 규제했듯이, 우선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이슈화시킬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미영 (KT 민주동지회 회원)

"상품판매팀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항상 뒤를 돌아본다든지, 골목을 왔다갔다 한다든지, 운전을 하면서 후방을 주시한다든지…이런 식으로 미행이 있을 거라는 피해망상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나타내기도 하구요. 또는 대인기피증을 느끼기도 합니다."

최세진 (민주노총 정보통신부장)

"국제노동기구(ILO)에서 나온 자료를 보면,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고 나면 회사에서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노동조합이 붕괴한다고 되어 있어요. 첫째는 노동자들끼리 대화를 하지 않아요. 사장이 뒤에 서서 팔짱 끼고 감시하는 효과가 있으니까. 둘째는 노조 간부를 피하게 되고, 셋째는 감시 카메라를 지나 노조 사무실로 가려고 하지 않게 되요. 결국 노조가 파편화되는거죠."

200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