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유럽연합(EU)에서 노동·사회권, 인권, 디지털 권리, 환경 보호를 지켜온 규제들이 대폭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집행위원회가 추진하는 ‘단순화 노력’은 사실상 규제 완화로, 시민 안전과 권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기업 경쟁력이라는 명분 아래 해체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이는 민주주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기후 위기 대응과 불평등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 공급망 인권 의무를 약화하는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 개인정보보호규정(GDPR) 재개정, 차별금지지침 철회 시도 등은 인권과 환경의 최소한의 보호마저 위협합니다. 집행위가 ‘혁신’과 ‘경쟁력’을 내세우지만, 이는 과거 금융위기나 디젤게이트처럼 사회적 비용을 키울 위험이 큽니다. 또한 기업의 목소리는 확대되는 반면,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은 배제되며 민주적 정당성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에 470개 시민사회·노동조합·공익 단체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권리와 정의의 강화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노동·기후·환경·프라이버시를 위한 강력한 법 제정과 함께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 시민사회의 참여 보장이 필요하며, “더 적은 보호가 아니라 더 많은 보호”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목 : EU는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는 규칙을 약화시키고 있다
원문제목 : The EU weakens the rules that safeguard people and the environment
원문링크 : https://edri.org/wp-content/uploads/2025/09/Civil-society-deregulation-open-letter-September-2025.pdf
일시 : 2025년 9월 9일
작성 : 470 civil society, trade unions and public interest gro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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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개의 시민사회, 노동조합 및 공익 단체들은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 유럽 집행위원회, 그리고 EU 회원국들에게 우리의 권리, 지구, 건강, 그리고 정의는 판매 대상이 아님을 요구한다.
EU는 새로운 하향 경쟁(race to the bottom)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위원장 하에서 유럽 집행위원회는 노동·사회권, 인권, 디지털 권리, 환경을 보호하는 규제를 대폭 삭감하려는 전례 없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4년 동안 집행위원회와 EU 회원국들은 EU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위한 규칙들을 해체할 수 있다. 공정하고 정의롭고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칙들은 이미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있다. 명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제 이 규칙들이 전례 없는 속도로 철회되거나 약화되거나 의미가 훼손되고 있다.
임기 9개월이 지난 지금, 집행위원회의 새로운 “전례없는 단순화 노력”은 실제로는 “규제 완화(deregulation)”를 의미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기업의 탐욕을 억제하고, 우리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가족의 식탁에 건강한 음식을 올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규제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가 공정하고 안전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자연을 보호하며, 차별에 맞서고, 부패를 해결하고, 공정하고 안전한 금융 상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기업이 우리의 디지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칙들, 즉 오늘과 내일 모두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규칙들이 무너지고 있다.
집행위원회는 이것이 ‘불필요한 관료 절차’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 기업을 신뢰하는 것이 EU를 더 “경쟁력 있게” 만들고, 규제 완화가 EU 기업들의 “혁신”을 촉진한다고 말하지만, 금융 위기와 디젤게이트 같은 EU 역사의 수많은 사례들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EU 규칙들은 이제 주주들이 사람과 지구를 더 적은 제약으로 착취할 수 있도록 줄줄이 잘려나가고 있다. 우리의 보호 장치는 이윤을 위해 팔려나가고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신뢰는 침식되고 있다.
새로운 조치들은 기업들에게 EU 법 제정의 상석을 내주면서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은 결정권자들에 의해 배제된다. 결함 있는 협의 절차는 기업의 접근을 더욱 특권화한다. 그 사이 다양한 사회적 이해를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결정권자들에 의해 소외될 위험에 처해 있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긴축 정책으로 인해 집행 기관과 기구의 예산과 인력이 삭감되고 있다는 점이다.
집행위원회와 EU 회원국 이사회는 거의 매일같이 우리의 보호 장치를 약화시키려 한다. 몇몇 주요 제안들은 집행위원회가 필수적인 영향 평가를 수행하지 않은 채 서둘러 추진되었다. 이는 유럽 의회에서의 민주적 토론의 공간을 없애는 ‘긴급 절차’ 사용으로 더 악화된다.
EU는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는 규칙을 약화시키고 있다.
법 제정의 원칙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집행위원회는 지름길을 택함으로써 비판적인 목소리를 침묵시키고, 이미 민주적 절차와 EU 내 정치 세력 간의 타협으로 도출된 법률을 다시 열어젖히고 있다.
이 완벽한 규제 완화 폭풍은 극우와 반민주 세력을 강화시키고, 부패를 가능하게 하며,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시급히 필요한 기후 행동과 환경 보호를 지연시키며, 공동체와 노동자들을 필수적인 보호와 서비스로부터 박탈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른바 ‘단순화’ 의제는 이미 도를 넘었다.
→ 기업 책임성과 정의는 그 어느 때보다 멀어졌다: 집행위원회와 이사회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을 철저히 약화시켜 기후 행동, 환경 보호, 공급망 내 인권 의무를 심각하게 훼손하려 하고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수준과 노력을 공개하는 투명성 역시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과 EU 택소노미(EU Taxonomy)의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함으로써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 우리의 서식지와 생물다양성은 필수적인 보호를 잃을 수 있으며, 화학물질은 공중 보건을 위협할 수 있다: 집행위원회는 공통농업정책(Common Agricultural Policy)에서 습지와 이탄지 보호를 포함한 환경 의무를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화장품에 관한 EU 화학 법률과 유해 화학물질 라벨 규정이 공격받고 있으며, ‘영원히 남는 화학물질(PFAS)’에 대한 포괄적 금지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스러운 신호가 있다.
→ 오염자들에 대한 압력이 줄어든다: 오염 산업 시설을 더 청정하고, 순환적이며, 기후 친화적으로 만들기 위한 의무적 전환 계획의 지연은 산업 전환에서의 공공 투명성과 기업 책임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 약화된 기후 목표는 지구적 필요보다 기업의 바람을 따른다: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1990년 대비 90% 감축이라는 2040년 목표를 제안했는데, 이는 기후법을 통해 구축된 정책 구조를 여러 형태의 유연성으로 약화시키려는 계획을 포함한다. EU 기후 목표 내에 국제 크레딧을 도입하는 것은 이미 글로벌 공정 몫(fair share)에 뒤처져 있는 순수 국내 목표보다 EU의 야심 수준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 지난 10년간의 디지털 권리 진전이 무너질 수 있다: EU 디지털 규제의 근간인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의 재개정은 개인의 민감한 데이터가 보호 장치 없이 처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법과 디지털 패키지에 대한 추가 공격은 국가와 기업 행위자의 AI 피해와 감시로부터 우리 모두의 디지털 삶을 보호하는 규칙들을 약화시킬 수 있다.
→ 노동자를 위한 바닥을 향한 경쟁: ‘제28체제(28th regime)’ 제안은 기업들에게 더 관대한 EU 규칙 세트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국가 노동법과 노동조합 권리를 회피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 더 많은 빈곤: 집행위원회는 빈곤퇴치 기금을 기업과 산업, 특히 기술 및 국방 부문을 지원하는 데 전용하려 한다.
→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로의 길이 눈앞에서 침식되고 있다: 수평적 차별금지지침(Horizontal Anti-Discrimination Directive)의 철회 시도는 사람과 권리가 집행위원회의 우선순위가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시민사회와 정치적 압력으로 인해 집행위원회가 이를 재고했다는 보도도 있다). 새로운 규칙들이 강화되는 유일한 영역은 주변화된 공동체들에 대한 처벌과 감시에 관한 것이며, 이는 범죄화, 감시, 군사화 중심의 지출·입법·정책 확대 맥락에서 나타난다.
→ 금융 개혁이 되돌려져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적으로 합의된 은행 자기자본 규칙에 수많은 지연과 예외가 도입되고 있다. 이 규칙들은 은행들이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완충 장치를 갖춘 채 위험을 관리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에 지속가능금융 관행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들은 제거될 수 있다.
이러한 조치들 – 규제 완화 제안·이니셔티브·전략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 을 통해 집행위원회는 유럽을 기업 친화적으로 만들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노동자, 가정, 취약 공동체들에게는 독성이 강하고 불평등한 세계를 만들며, 책임 있게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는 불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든다. 장기적으로는 오늘 사람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너무 비싸다고 여기는 허위 주장은 내일 우리의 건강, 안전, 권리, 평등, 자유에 돌이킬 수 없는 대가를 남길 것이다.
규제 완화가 아니라, 우리는 EU 및 국가 입법자들에게 EU 기본권 헌장과 국제 인권법에 명시된 권리를 보호하고 증진할 것을 요구한다.
사회복지, 노동자, 소비자, 차별금지, 정의, 기후 및 환경 정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유해 화학물질에 대한 더 강력한 보호법 제정
기업에 대한 더 많은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하고, 피해자에게 정의에 접근할 권리를 보장할 것
채굴, 불충분한 기후 목표, 유해 화학물질 등 EU 활동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책임을 질 것
권리, 정의, 공익을 보호하는 법의 집행과 이행을 가능하게 할 것. 이를 위해 집행 기관에 더 많은 자원을 제공하고 디지털 규칙의 이행 지침과 지원을 마련할 것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인권 옹호자, 언론인, 활동가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것
시민사회, 노동조합, 피해 공동체 및 기타 대표적 공익 행위자들이 EU 및 국가 법 제정 과정에서 의미 있게 협의·포함·존중될 수 있도록 보장할 것
극심한 불평등(부의 불평등 포함), 사회적·금융적 배제, 기후 파괴, 민주주의 후퇴, 감시 자본주의, 노동자 착취, 깊이 자리 잡은 구조적 해악과 차별, 광범위한 인권 침해의 시대에 우리는 요구한다.
더 적은 보호가 아니라, 더 많은 보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