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

국정원의 정보활동·공작 권한 확장시키는 국정원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By 2026/05/29No Comments

국정원의 정보활동·공작 권한 확장시키는 국정원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법제사법위원회는 국정원법 개정안 전면 재검토해야

  1.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확대하는  「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제2217540호, 이성권·박선원 의원 대표발의)이 지난 5월 7일 국회 정보위원회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국정원의 정보수집ㆍ작성ㆍ배포 범위에 ‘경제안보’를 추가하고, 기존에 ‘국제 및 국가배후 해킹조직’으로 한정되어 있던 정보수집 범위를 ‘국제ㆍ국가배후 해킹조직의 활동으로 의심’되는 경우까지로 확대하고 있다. 이는 2020년 국정원 개혁으로 축소했던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과 공작(확인·견제·차단·대응조치)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다. 국정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국정원의 권한 확대는 민간인 사찰 등 권한남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심의를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2.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경제안보와 사이버안보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국가배후 해킹 위협이 국가안보 관련 의제로 제기되고 있고, 이에 대응할 일정한 수준의 국가적 정보역량의 필요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의 직무 범위 확대는 항상 비밀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이라는 폐단과 직결되어 왔다. 따라서 국정원의 직무 확대를 논의하려면 그에 비례하는 폐단 방지책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은 국정원 권한의 확장만을 담았을 뿐, 그 폐단을 제어할 장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3. 현행법상 국정원의 경제안보 관련 활동은 국정원법 제4조 제1항 제6호(“다른 법률에 따라 국정원의 직무로 규정된 사항”)와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대외무역법」 등의 개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개별 법률들을 통해서 국정원은 위원회의 정부위원으로서 심의·조정·협의에 참여하거나, 조기경보시스템을 운영·관리하는 등으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국정원 고유의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처가 주관하는 절차에 관여하며 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4.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경제안보’를 국정원법 제4조 제1항 제6호가 아닌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에 관한 국정원 본래 직무인 제1호 나목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1) 경제안보에 관한 정보를 국정원이 독자적으로 수집·작성·배포할 수 있게 되고, (2) 국정원법 제4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경제안보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확인·견제·차단·대응조치’, 즉 ‘공작’이 가능해지며, (3) 국정원법 제4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경제 관련 정부 부처와 기관이 국정원의 기획·조정 대상에 추가적으로 편입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명확히 하는 단순한 조문 정비 수준이 아니라, 국정원에게 경제 영역에 대한 독자적 정보활동권과 공작권, 그리고 경제부처에 대한 기획조정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5.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은 ‘경제안보’를 “경제안보품목·경제안보서비스의 공급망 안정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국가자원안보, 국가첨단전략산업·국가첨단전략기술 경쟁력 강화 및 육성·보호, 전략물자 수출입 등 국가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에 관한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경제안보품목”, “경제안보서비스”, “공급망”, “국가자원안보”, “전략물자” 등 용어의 의미 자체가 불명확하고, 그 끝에 “등”이라는 개방형 문구까지 붙어 있어 직무 범위가 사실상 무한정 확장될 위험이 있다. 국정원이 국내외가 연결된 경제안보 정보를 포괄한다는 명분 아래, 국내 산업계 현황, 전략물자 수급 동향, 기업의 대정부 요망사항 등 본격적인 국내정보 수집활동에 나서게 되면, 이는 명칭만 달리한 국내정보 활동의 실질적 부활이다. 실제로 국정원이 미래전략·경제안보 등을 담당할 전담조직(‘미래전략국’) 신설을 추진하면서 국내정보 활동 부활을 우려하는 지적이 있어 왔는데, 경제안보를 제1호 직무에 포함하는 이번 개정안은 그러한 우려를 오히려 제도적으로 현실화한다. 경제안보는 정치관여 우려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국내 정보관(IO) 제도가 다시 등장할 수 있다.
  6. 더욱이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경제안보 관련 정보활동 명목으로 국정원법 제5조 제2항에 근거한 조사권한 발동이 가능해진다. 즉, 국정원 직원은 ‘경제안보’를 이유로 현장조사·문서열람·시료채취·자료제출 요구·진술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행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국정원이 경제안보를 명분으로 민간 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직접 현장에 출입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그 대상은 공급망에 관여하는 기업, 전략물자를 수출입하는 사업자, 첨단전략기술을 보유한 연구기관과 개인 등으로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에는 이러한 조사권한의 비례적 행사를 담보하고 남용을 통제할 별도의 안전장치는 전혀 마련하고 있지 않다.
  7. 한편, 이번 개정안은 사이버안보 직무 대상에 “해킹수법이나 피해의 양상 등에 비추어 국제·국가배후 해킹조직의 활동으로 의심되는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의 정보수집과 조사권한이 발동되는 요건으로 단순한 ‘의심’은 지나치게 낮은 요건이다. 이 문턱이라면 국내의 디지털 활동 동호회나 IT 관련 단체·조직에 대하여도 ‘의심’이라는 단어를 통해 국정원이 무한정 들여다볼 위험이 발생한다. 사이버 영역은 장소적으로 국내·국외의 구분이 없어 내국인에 대한 정보수집과 대응활동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는 점에서, 그 발동요건은 오히려 더 엄격해야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조차 이 점을 지적하며 ‘의심되는 경우’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수정할 것을 권고하였음에도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의 자의적 권한행사를 통제하기 위한 위와 같은 권고는 외면한 채 발의안을 그대로 의결하였다.
  8. 이번 국정원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발의되어 정보위원회를 통과한 만큼, 별도의 제동장치 없이는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가비밀정보기관의 권한 확대는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게 처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얻는 과정은 전무했다. 특히 2020년 국정원법 전부개정 당시, 입법자는 경제안보가 내국인 및 국내와 지나치게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기에 이를 제1호 각목의 국정원의 본래 직무로 포함시킬 경우 국정원이 경제안보를 빙자하여 국내 문제에 무한정 개입할 것을 우려, 의도적으로 이를 제6호 체계로 규정했던 것인데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입법적 판단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국회는 이번 개정안이 단순한 ‘직무 명확화’가 아니라 국정원의 국내정보·공작 권한의 실질적 확장임을 직시하고 이를 전면 재검토하여야 한다. 끝.

국정원감시네트워크

디지털정의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진보연대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