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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가진 자가 주도하는 보호협약, 과연 옳은가?

By 2019/03/19 3월 20th, 2019 No Comments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5. 국제협약

특허,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 제도는 각 국가의 법률에 따라 운영된다. 그러나 각 국가의 법률은 국제 협약이나 협정의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유럽 등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선진국들은 전 세계적인 지적재산권 제도의 통일과 강화를 통해 자국의 이익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혹은 선진국의 정보통신, 문화, 제약 기업들이 국제 협약에 대한 로비를 통해 국제적인 기준을 형성하고, 이를 역으로 국내법에 반영하려고 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제도가 형성되는 초기에는 저작권에 관한 베른 협약, 특허와 관련된 파리협약 등 개별 제도별로 국제협정이 존재하였다. 이후 1967년 전 세계적인 지적재산권 보호를 목적으로 유엔 전문기구의 하나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출범하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지적재산권 보호 수준이 한단계 높아진 계기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부속협정인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트립서 협정, TRIPs)>이 체결된 이후이다. 트립스는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최소 기준’을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조항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집행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이전의 조약들과 확연히 구별된다.

최근에는 국제적인 지적재산권 강화를 위한 논의틀이 트립스나 WIPO와 같은 다자간 기구가 아닌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복수국가 협정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정부들과 다국적 기업들은 트립스 협정이 지적재산권 보호에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고, 보호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는데, WTO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지구화 시위로 99년 시애틀 각료회의가 결렬되는가 하면, 개발도상국 정부들의 저항으로 트립스 이사회도 미국의 의도대로 운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등 선진국은 지적재산권 강화를 위한 논의틀을 FTA나 위조상품방지무역협정(ACTA)과 같은 복수국가 협정으로 옮기게 된다.

각 국가의 지적재산권 제도를 조율하기 위한 일정한 국제 협의가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국제 협정들이 주로 권리의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즉, 공정 이용이나 배타적 권리의 예외는 각 국가의 자율에 맡기는 반면, 배타적 권리의 보호는 그 최소 기준을 국제적인 수준에서 강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무역 협상과 연계되면서 지적재산권과 같은 공공 정책이 소수의 협상 관료에 의해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적재산권 제도는 한 사회의 문화나 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며, 각 사회의 사회, 경제적 맥락을 고려하여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각 국가의 자율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