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와 벤처현상의 이해 양신규(뉴욕대 교수, 경영학) 류동민(충남대 교수, 경제학) ABSTRACT We try to illuminate several questions regarding the "New Economy" and the g rowing sector of startup companies. The efflorescent startup sector reflects c hanges both in the output and input sides of economic activities: 1) producti vity bonanza from information technology revolution and increased demands fo r new goods as a consequence, and 2) the growing importance of new inputs -- human capital and knowledge/information. The productivity growth has been incr easing the demands for new goods, which have been stimulating innovational e ntrepreneurialism. The structure of ownership and management control as well as the production/labor process of new startup firms are distinctive from tho se of the small firms in the early capitalist system or the big bureaucrati c enterprises prevalent in the last century. We show that the these difference s are consequences of the distinctive characteristics of human capital and kno wledge/information.Discussion follows about the burgeoning startup sector in t he South Korean economy. 1. 정보기술혁명과 신경제논의의 확산 미국에서 '신경제(New Economy)' 라는 용어를 처음 조직적으로 쓰기 시작한 사람들 은 '90 년대 중반 BusinessWeek 誌의 경제팀이다.(*각주1) 이제는 신경제란 용어는 중학생들부터 학자들까지 누구나 쓰는 용어가 되었다. 예를 들어 아마존(Amazon.com )은 신경제 부문의 회사이고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는 구경제(Old Economy) 회사다라는 식의 얘기는 어디서나 들린다. 이 용어의 확산과 관련해서 중요한 사건 은 클린턴-고어 행정부가 신경제 개념을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정책토론의 장으로 끌 어 낸 일이다. 특히 '92 년 선거 이전부터의 클린턴-고어 팀의 핵심정책두뇌집단인 민주당전국위원회의 진보정책연구소에서는 이 논의를 '97년 이후 대폭적으로 수용확 산하고 있다 (*각주 2) 최근에는 대통령이 직접 하루종일 걸린 신경제에 대한 학술-정책 컨퍼런스의 의장이 되어 회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각주 3) 최근 (2000년 7월)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 린 G8 정상회의에서는 IT(Information Technology)헌장을 채택하고 국가간 디지털 빈부격차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적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담론영역에서 핵심 화두가 된 신경제 현상에 대한 제대로 된 토론을 우리 나라에서도 늦었지만 시작할 때가 되 었다. 신경제 현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생산력 발달의 정도, 계수적으로 말한 다면 경제성장의 속도에 관한 문제, 그리고 재화의 성격변화에 대한 문제이다. 신경 제론자들의 얘기가 새롭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주로 정보기술혁명과 시장의 세계화로 인해 경제성장의 속도가 전통적으로 생각되어오던 것 보다 혁명적으로 빨 라질 것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미국경제의 경우 지난 150여년 동안 연평균 2.5%의 성장률을 보여왔고, 그를 넘으면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어 왔었는데, 작년 4/4 분기와 올해 1/4 분기의 경우 각각 7%, 5% 성장치를 보이는데도 연방은행의 경기진정책을 불필요하다고 주 장하는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 마저 있다. 이런 주장은 대부분 잘못된 것이고 신경 제라고 해도 생산성 성장률과 인플레이션률에 1-2%의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지, 갑자 기 10% 차이가 생긴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신경제논란의 낙관론의 분위기를 알 수 있게 해주기는 한다. 생산력을 모든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현상의 핵심에 두는 맑스의 역사유물론이 나,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의 중요성과 함의를 강조한 슘페터의 이론까지 거슬러 올 라가지 않는다고 해도, 경제성장의 문제는 현대거시경제학의 핵심문제이다. Robert Lucas 얘기를 빌면 "경제성장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도대체 딴 문제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진다"고 할 정도이다 (Lucas,1993). 그럼 신경제론자들은 어떤 근거에서 생산력의 폭발적 성장을 예견하고 있을까? 신경제에 관한 학자들과 저널리스트들이 생산성증가와 그 동력에 대해 하는 얘기들을 정리하면 다음의 세 가지 항목으로 요 약된다. 1) 기술혁명 (특히 정보기술의 혁명) 2) 정보지식재의 네트워크효과로 인한 수확체증의 법칙 3) 지구촌규모의 시장확대 신경제론의 핵심은 이 현상들의 선순환적(Positive Feedback) 경제 효과가 전통적인 생각과는 달리 매우 심대하다는 얘기다. 각 항목의 좀더 근원적 원인과 상호작용 을 살펴보면서, 도대체 무엇이 새로운가를 따져보자. 정보기술혁명의 핵심적인 사건은 다른 부문에의 영향을 차치하더라도, 우선 정보기 술-컴퓨터와 통신기술-자체의 발달속도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오래 지속된다는 점 이다. 정보기술 하드웨어의 발달속도는 두 가지 법칙으로 요약될 수 있다. 무어의법 칙(Gordon Moore's Law)은 1960년대 초 반도체 개발을 시작으로 컴퓨터 칩의 성능이 18-24 개월만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경험법칙으로, 이 법칙에 따르면 컴퓨터성능이 30-40년 만에 백만 배가 된다. 가장 희망적인 관측으로는 30년간 더 무어의 법칙이 관철되는데 그렇다면 2030년에 는 지금보다 백만 배 고성능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길더의 법칙(George Gilder's Law)은 통신채널의 스피드-정확히는 용량-가 일년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Ray Kurzweil은 무어의 법칙이 1960년대부터의 현상이 아니고, 이와 비슷 한 현상이 이미 1900 년에 기계식 컴퓨터의 등장부터 계속되어왔다는 자료를 제시하 면서, 무어의 법칙과 비슷하거나 더 가속화된 기술발달이 실리콘 테크놀로지의 한계 를 넘어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Kurzweil,1999). 실제로 나노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분자 컴퓨터의 가능성이나 양자현상을 응용한 양자 컴퓨터의 가능성 등에 대한 경쟁적인 연구개발 활동으로 볼 때 실리콘 다음의 컴퓨팅 패러다임의 후보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어의 법칙과 길더의 법칙으로 요약되는 정보기술혁명의 속도와 범위는 인류의 기 술발달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더구나 무서운 속도의 기술발전이 범용기술영역(Gene ral Purpose Technology) 중에서도 핵심적이라 할 수 있는 지식정보 생산·유통에 적용되는 기술부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덧붙이면, 인류는 지금 역사상 가 장 중요하고 심대한 기술발전을 가장 빠른 속도로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발전 이 네트워크효과와 결합되면 그 영향력은 배증된다. 이더넷(Eithernet) 기술개발자 의 이름을 딴 멧칼피의 법칙(Metcalfe's Law)에 의하면 네트워크의 가치는 네트워 크 참여자의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외부경제효과(Network Externality)는 다음 절에서 다룰 지식-정보-아이디어 재 화의 비경합적 성격(non-rivalry)에서 나오는 것인데 이것은 경제의 글로벌라이제이 션 추세와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신경제의 특징적인 항목 두 가지를 고찰하고 나면, 마지막으로 왜 글로벌시장에의 참여가 경제단위 나아가 개인 의 사활적 이해인가를 쉽게 추론할 수 있다. 네트워크화된 지식정보재화가 경제활동 의 핵심재화가 되면, 개인소비의 가치와 생산활동에서의 혁신동기가 그 시장규모의 승수배로 증가할 수 있다. 세계화의 선진국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중국, 인도 등 전통적 자력갱생모형의 경제마저 사활을 걸고 지구규모의 시장에 참여하려는 경제적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2. 경제성장이론과 신경제 현상 생산력의 수준은 생산성으로 측정되는 데, 노동생산성(Labor Productivity)은 노동 단위투입당 생산량, 그리고 TFP(Total Factor Productivity, 이하 TFP)은 기술적 수 준의 지표이다. 경제가 성장을 한다는 것은 노동인구가 늘어 난다는 것과 단위 노동인구당 생산량 즉 노동생산성이 증가한다는 말이다. 노동생산성이 증가하는 원인은 두 가지로, 하 나는 자본집약도가 높아지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기술적 수준이 높아지는 경우이 다. Solow-Swan의 신고전학파 경제성장 모형에 따르면, 자본집적률이 어느 수준을 넘어가면 새로운 신규자본투자량과 기존자본의 감가상각분이 같아지게 되어 결국 성 장은 멈추게 된다. 이는 가히 자본주의 종말론이라고 할 만한데, Solow는 이 문제 를 외생적 기술진보에 의해 해결하고, 이 기술진보의 크기를 측정하는 지표로 TFP를 제안했다(Solow, 1956, 1957). 신고전학파 경제성장모형에 따라 정보기술혁명현상을 스케치하면 다음과 같다. 외생 적 기술진보가 정보기술 산업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정보기술산업의 TFP가 증가함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나 정보기술장비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기업 은 가격이 싸지는 정보통신 장비와 서비스를 좀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정보기술산 업은 TFP의 증가에 의해서 성장하는 반면에, 다른 산업부분은 정보기술 자본투입 의 증가에 의해 성장하는 것이다. Jorgenson & Stiroh(1995, 2000)는 정보기술혁명의 경제효과를 바로 이 논리로 설명 한다. 이러한 신고전학파적 해석에 의하면 정보기술혁명은 무어의 법칙과 길더의 법 칙으로 요약되는 정보기술 산업부문에서의 기술진보이고, 그 경제효과는 결국 무어 의 법칙과 길더의 법칙이 관철되는 한에서, 그리고 소비와 기업투자에 있어서 정보 기술상품을 다른 산업의 상품으로 대체하려는 정도(Substitutability)가 영향을 미 치는 범위에서만 적용된다. Jorgenson & Stiroh의 해석에 따르면 정보기술혁명의 경제성장 효과는 다음과 같이 측정할 수 있다. 정보기술 하드웨어의 기술진보가 일년에 25%이고 GDP에서 이 부분 의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2% 라면 연간 기술진보에 의한 부가 경제성장 0.5%( = 0.25 x 0.02)가 정보기술혁명의 직접효과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정보기술 하드웨 어 부문의 TFP증가가 타부문의 자본축적에 의한 성장효과로 전이되어 나타나는 것이 다. 전후 미국경제의 TFP증가율이 연평균 1%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이 수치만으로 도 정보기술혁명의 효과는 매우 괄목할 만한 것이다. 미 상무성 백서인 Digital Eco nomy 2000 (DOC, 2000) 에는 정보기술산업의 성장이 경제성장분 1/3을 차지한다는 보고가 있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이 계산법을 따른 것이다. 이 수치는 정보기술부문 만 기술진보가 있고 다른 부문은 정보기술에 의해 자극된 기술진보가 하나도 없다고 가정할 때, 정보기술혁명의 경제성장효과를 제시하는 것이므로, 정보기술의 경제성 장효과의 최소치를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정보기술은 산업의 모든 부문에 동원되는 중간재이면서 동시에 소비재이기까 지도 한 역사상 가장 광범한 범용기술이다. 이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 y)영역의 기술진보는 다른 영역의 보완적 혁신(Innovational Complementarities)을 촉진하기도 하고, 다시 다른 영역의 혁신에 의해 수요가 증가하여 범용기술영역의 기술진보가 지속되고 촉진된다(Bresnahan & Trajtenberg, 1995; Helpman, 1998). 정 보기술이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라는 문제에 답을 내리려면, 자기 분야에 서의 TFP이 증가하는 직접적 기여 부분과 다른 분야의 보완적 혁신을 추동하는 간접 기여효과를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물론 직접효과에 비해 간접효과는 측정이 쉽지 않고, 개념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엄밀한 실증연구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고 앞으로도 중요한 연구영역이 될 수 있다. 우선 사례적 증거들을 통해, 개념적 차원에서 정보기술의 자극에 따른 보완적 혁신 의 개념을 신고전학파 경제성장모형과 대비하면서 이해해보자. 신고전학파 모형에 따르면, 타부문에서 정보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기존 노동이나 자본을 값이 싸지는 정보기술자본으로 대체 (Substitution)하는 효과밖에 없다. 미국 경제든 우리 경제 든 1970년대에 컴퓨터가 기업에 도입되어 가장 먼저 사용되었던 영역은 월급계산이 었는데, 당시 노동집약적 대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교실 두 칸에 가득 주산고단자를 모아놓고 일주일동안 하던 월급계산을 컴퓨터를 동원해서 해결했다. 이 현상은 동일 한 월급계산활동을 노동에서 컴퓨터로 대체한 것에 불과한데, 신고전학파 경제모형 의 정보기술의 생산성효과에 대한 측정은 바로 이런 대체 효과만을 염두에 둔 것이 다. 신고전학파 경제성장모형이 사상하고 있는 타산업 부분의 보완적 혁신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우선은 새로운 상품이 개발되기도 한다(Product Innovation). 예를 들 어 컴퓨터 음성인식기술이나 디지털생명기술 혹은 공장에서 사용되는 통계적 공정관 리(Statistical Process Control) 소프트웨어 등은 기존의 노동이나 상품을 대체하 는 것이라기 보다는 전혀 새로운 상품이 탄생한 것이다. Hausman(1999)은 이런 새 로운 상품의 가격지수(Price Index)계산법을 휴대폰의 사례를 통해 보이고 있는데, 새로운 상품의 도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기존 경제지표에는 전 혀 잡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 지적된다(* 각주 5) 다른 사례는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상품의 생산과정에 전혀 새 로운 방식이 도입되는 혁신이 있다(Process Innovation). 앞의 통계적 공정관리 소 프트웨어는 사람이 하던 품질관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전혀 다른 차원의 품질 관리수준이 가능하도록 추동한다. 이런 사례보다 더 극적인, 벤처기업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정보기술의 발전이 아예 새로운 경영모형의 탄생을 추동하는 측면이 다.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 기존 기업의 경영 모형에 대한 혁명적 변화 를 촉구하는 흐름으로 공정혁신의 극적인 사례들이었다면(Hammer, 1990), 최근 전자 상거래의 사례들은 아예 전혀 존재하지 않던 경영 모형이 개발되는 것이다. 아마존( Amazon.com)의 혁신은 단순히 동네 대형서점을 대체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 고, 완전히 새로운 독서 및 음악 커뮤니티를 만들어 낸다는 데에 있다. 프라이스라 인(Priceline.com) 의 수요수집시스템(Demand Collection System)은 기존의 여행사 나 수퍼마켓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비행기좌석, 식품, 호텔방 등의 시한성 상품( perishable goods)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서 소비자와 공급자를 동시에 도와주는 일 을 겨냥하고 있다. 새로운 경영모형의 추동이란 문제는 정보기술혁명과 벤처현상을 이해하는 데에 핵심적인 문제 중의 하나이다. 또 한가지 조금 깊게 생각해 볼 문제는 정보기술의 혁신이 지식과 정보의 유통과 전달에 미치는 영향의 범위이다. 지식과 정보를 직접 다루는 산업이라면 교육, 언 론, 금융 등의 산업과 정부서비스 등이 있다(*각주6) 이 부분 역시 체계적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연구자들이 매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인터넷 이후의 지식생산활동은 그 이전과 질적으로 달라졌다. 매우 중대한 변화로는 지역적 으로 떨어진 연구자들 사이의 교류와 공동작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인데, 이것은 경제효과문제와는 별도로, 지역적 문제의 세계화와 세계적 전망의 지 역문제와의 결합과 관련해서만 봐도 매우 의미 있는 변화이다. 전통적인 경제지표들 은 이런 정보지식생산부문의 통계치를 잡을 때 이 부문의 생산물의 가치측정이 어려 운 점을 감안해 투입과 산출이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계산해왔다. 그런데 정보기술혁 신의 영향으로 이 부분에서 생산성이 증가해 투입이 감소한다면 전통적인 경제지수 로는 오히려 생산이 감소한 것으로 잡히게 된다. 이 부문의 경제지표의 하향계산착 오 (Mismeasurement)는 그런 면에서 아주 심각하다.(*각주 7) 이 보완적 혁신의 문제에 더하여 네트워크효과로 인한 수확체증까지 생각한다면 정 보기술혁명의 경제적 효과는 더욱 심대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네트워크효과는 흔히 멧칼피의 법칙인 네트워크의 가치가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으로 표 현되는데 진정한 가치는 이보다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다. 축소의 방향은 네트 워크는 항상 가장 가치가 높은 부분이 먼저 건설된다는 점에서 나온다. 철도나 전화 라인은 교통량이나 소통량이 가장 많은 선을 먼저 건설하고 곁가지를 가장 나중에 건설하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모든 노드가 동일한 비중을 갖는다고 볼 수는 없다. 반면 확장의 방향은 역시 일단 네트워크가 건설되면 네트워크의 본래적인 기능 외 에 새로운 기능이 부가적으로 건설된다는 점이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초기 목적은 주로 파일전송이었는데, 네트워크망이 완성되자 다시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팅이란 새로운 패러다임이 탄생하고, 웹이 탄생하고, 대규모의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전자 상거래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네트워크가 건설되자, 이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지원되는 데이터베이스·스프레드쉬트 등의 네트워크가 건설 되고, 다시 이 데이터베이스나 스프레드쉬트 등의 네트워크에서 지원되는 유틸리티 프로그램들의 네트워크가 건설된다. 네트워크 자체의 수확체증만이 아니라 네트워 크 내에 새로운 네트워크가 건설되는 효과까지를 감안해야 올바른 수확체증의 승수 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네트워크 효과와 글로벌라이제이션은 다시 또 상호선순환관계에 있다. 시장의 범 위가 크면 클수록 그 승수배로 네트워크 재화의 가치가 증가하고, 네트워크 재화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또 네트워크에 접속하려는 동기가 증가한다. 인터넷 사용자 의 폭발적 성장은 정확히 이런 경제적 논리에 바탕한 것이다. 신고전학파 모형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나는 것은 인터넷의 접속비용이 싸지기 때문인데, 이 것만으로는 연간 몇퍼센트 정도의 점진적 성장은 설명이 될 수 있어도 우리가 목도 하는 연간 100%의 폭발적 성장은 설명되지 않는다. 인터넷 가입자, 휴대폰 가입자의 폭발적 성장은 신고전학파 경제모형에서는 사상하 고 있는 이 네트워크효과 때문이다. 그럼 정보기술혁명의 성장기여도로 신고전학파 경제모형이 추정하는 연간 0.5%를 최 소한의 수치라고 잡고, 이 모형에서 사상하고 있는 요소들인 보완적 혁신과 네트워 크효과 등을 감안한 정보기술혁명의 경제성장에의 효과를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미국의 국민계정은 정보기술 하드웨어의 경우는 헤도닉 회귀분석(hedonic r egression)에 의해 생산성증가율을 구체적으로 잡아내고 있다. 하지만 비정보기술 부분의 보완적 혁신이나 네트워크 효과등의 수치화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시도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직접적 측정 역시 늘여가야 하겠지 만, 워낙 방대한 자료수집과 이론적 연구가 요구되는 일이기 때문에 언제 만족할 만 한 대답이 나올지는 짐작하기도 어렵다. 양신규의 최근 연구(Shinkyu Yang, 2000)는 이런 상황에서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하나의 재미있는 접근법을 제시한다. 우선 약한 형태의 금융시장의 효율성 가정(Weak-Form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을 받 아들이면 적어도 기업단위로 보완적 혁신과 네트워크효과에 의한 미래의 기대수익이 해당 기업의 주식 및 부채의 시가총액이 된다. 이 시가총액은 사실 해당 기업이 보 유하고 있는 유·무형자산의 가격이고, 이 자산액의 증가를 시계열로 추적하면 해당 기업의 자산투자를 추정해낼 수가 있다. 미국 1000대 기업들의 경우 이 자산 투자 중 컴퓨터관련 무형자산액이 매우 커서, 보수적으로 잡아도 컴퓨터 하드웨어 자산의 열 배 이상이 된다 (Brynjolfsson & Yang, 2000). 만약 이 1000대 기업의 컴퓨터관 련 무형자산 투자가 미경제 전체 평균과 비슷하다면, 국민계정의 GDP에 잡히는 투자 액은 매우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것이다. 이 컴퓨터관련 무형자산투자를 감안하면 이미 1970년대부터 연간 1-2%의 경제성장률을 점증적으로 과소평가한 셈이 된다. 결 국 이 연구는 몇가지 가정을 기반으로 보완적 혁신과 네트워크 효과 등을 포함한 정보기술혁명의 경제효과를 간접적으로 추정한 사례이고, 최근 (1995-1999)의 경우 2-3%의 TFP의 추가적인 증가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3 정보기술혁명과 신성장이론 정보기술혁명의 경제성장에의 효과가 0.5%냐 2-3%냐 하는 문제, 신고전학파 경제모 형이 제시하는 대로 단순대체효과냐 아니면 보완적 혁신과 수확체증법칙이 적용되는 범용기술혁신의 사례이냐 하는 문제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Paul Romer(1986) 는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이라는 새로운 거시경제학 분야를 연 최초의 논문 에서 <표-1>을 제시하고 있다. <표 1> ------------------------------------------------------- 주도국 / 기간 / 연평균 노동생산성증가율 ------------------------------------------------------- 네덜란드 / 1700-1785 / -0.07% ------------------------------------------------------- 영국 / 1785-1820 / 0.5% ------------------------------------------------------- 영국 / 1820-1890 / 1.4% ------------------------------------------------------- 미국 / 1890-1979 / 2.3% ------------------------------------------------------- 영국의 산업혁명기의 연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5%와 그 뒤를 이어 연간 노동생 산성 증가율 1.4%로 팍스 브리태니커의 시대를 구가했다. 이를 추월한 미국은 19세 기말부터 20세기에 걸쳐 노동생산성 연간 2.3%로 세계 경제의 선두에 서게 된다. 이 수치들과 정보기술혁명의 직접효과인 TFP 0.5%나 직간접효과의 추정치인 2-3%를 비 교하면 정보기술혁명의 생산성효과가 매우 심대하고 그 경제적·정치적 함의 또한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생산함수의 첨단에 위치한 선진국들의 경우 정보 기술혁명에 전혀 접근하지 못한 경제와 활발히 직간접 효과에 노출된 경제와의 차이 는 연간 TFP 증가율 2-3% 의 차이를 가져오고, 한 세대(35년)만에 경제규모가 2-3배 차이가 나게 된다. 생산함수의 프론티어에 있지 못한 우리 경제에 정보기술혁명이 주는 함의는 어쩌 면 훨씬 심대할지 모른다. Alywin Young(1995)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경제의 고속성 장기인 1966-1990년 사이의 TFP증가율은 1.6%에 불과하다. 한국 경제에 대한 맥킨지 보고서는, 학술적인 연구가 아니라 그 엄밀성에 대한 신뢰가 조금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1995년 현재 1인당 요소투입량 (노동, 자본과 인적 자본)은 미국의 9 8%인 반면 산출은 51%임을 보여, 우리의 TFP의 수준이 생산함수의 첨단에 있는 미국 경제의 절반 남짓임을 보여주고 있다(매일경제신문사, 1998). 우리경제의 문제는 물리적·인적 자본축적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의 문제인 것이다. 지금부터 미국 의 TFP증가율이 연간 2%이고 한국경제가 한 세대 만에 미국 경제의 생산성 수준에 다가가려면, 우리 경제의 연간 TFP증가율은 4%가 되어야 한다. 이 수치는 불가능한 목표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기회로 보아야 한다. 생산함수의 프론티어를 확장해나가는 것이 아니고 최적 생산함 수의 경영과 기술을 배워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연간 2% 생산성 증가 를 이루는 일보다는 훨씬 쉬운 일일 수가 있다. 미적분학을 만들어내기는 어렵지만 만들어진 다음에는 평균적인 고등학생이 배울 수 있는 것처럼, 현대 경제를 지탱하 는 경영지식과 과학기술 역시 만들기보다는 배우기가 쉬운 것이다. 정보기술혁명의 시대의 TFP의 증가는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지는가? 신경제성장론 에서는 기술혁신에 의한 경제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는 이유를 지식정보 재화의 특별한 성격에서 찾는다. 경제성장의 원인은 요소투입증가와 기술혁신에 의 한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투입 요소들이 경합적 재화로서 내가 소비하면 다른 사람은 소비하지 못하는 성격의 재화인 데 반해, 기술혁신의 배경을 이루는 지 식과 정보는 본질적으로 비경합적 재화이다. 경제성장에서 지식과 정보라는 것의 유의미성은 투입요소의 구성과 배치를 바꾸어서 같은 투입으로 더욱 높은 가치를 생산하게 해 주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 있다. 신경제성장론의 핵심은 이런 지식과 정보가 신고전학파 경제모형에서 암시하듯이 하 늘에서 떨어지듯 외생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주체들의 의식적인 노력-기 술과 경영의 연구개발 활동-에 의해 생산되고 있고 그래야만 하는 재화로 본다는 점 이다. 이 지식정보재화는 미적분학 등 전혀 배제불가능한 재화(Nonexcludable Goods )인 공공재(Public Goods)도 있지만, 지적 재산권 등의 법률적 방법이나 암호화 등 의 기술적 방법으로 배제가능 (excludable)해서 사적 재화(Private Goods)가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배제가능 여부를 불문하고 지식 정보 재화는 비경합적 재화이다. 이 지식정보 재화의 비경합성이 지속적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일한 원천이 된다(Romer, 1996). 이미 19세기말 제2차 산업혁명 이후에 성장함수의 최첨단을 유 지한 미국의 경우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고 발전하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적이나마 배제가능한 지식정보재화를 먼저 생산한 기술인·기업인들이 창업을 하는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자본이 노동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정보재화의 담지자인 기술 인 경영인 그룹이 주식이나 채권의 형태로자본을 동원하고 노동자를 고용하여 창업 하고 경영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위경영자혁명 혹은 테크노크라트 혁명의 핵 심적 내용이다(Chandler, 1980, 1990). 지속적인 생산성 발달, 특히 정보기술혁명에 의한 가속화로 인해 물질에 직접 손을 대는 노동자의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산업혁명기를 통해 90%에 달하던 농업인구가 미국의 경우 현대에는 1%로 줄었듯이, 사실상 물질에 직접 손을 대는 노동자의 수는 정보기술혁명으로 인해 그 정도 비율 로 줄어들 것이라는 것도 전혀 과장된 예언만은 아니다. 나머지 노동인력은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더라도 결국 지식과 정보를 수집·처리·유통·종합 및 생산하는 활 동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생산함수의 첨단 지위를 누리고 있는 선진 경제의 경우 생산활동의 핵심은 지식정보재화의 생산으로 옮겨갔다. 현대경제가 물질생산이 아닌 지식정보재화의 생산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생산활동과 노동과정에 대 한 이해에 근본적인 발상전환을 요구한다. 이 측면을 다음 장에서 조금 상세히 분석 해 보자. 이 분석은 경제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벤처기업현상을 이해 하는 데에도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4. 생산-노동 과정에 투입되는 재화의 성격 변화: 인적자본과 지식정보재화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나 맑스에게는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생산 요소는 토지와 자본 (생산수단)과 노동이다. 이는 현대의 신고전학파이론에게까지도 그대로 이전되는 전 통인데, 생산과정이란 생산수단을 사용, 자연이나 인공물에 노동을 투하하여 가치 를 생산하는 활동인 것이다. 이 토지·자본과 노동은 모두 경합적 재화이고, 노동자 와 분리가능(Alienable) 하다. 이 생산수단의 분리가능성이 바로 생산수단을 소유한 자본가가 노동자를 지휘통제하고 잉여가치를 추출할 수 있는 물리적 근거가 된다. 경제성장이란 기본적으로 자본의 축적을 통해 잉여가치율을 높이려는 노력에 의해 추동된다. 물론 특별잉여가치의 추구가 기술혁신의 동인으로 제시될 수 있지만, 특 별잉여가치를 둘러싼 경쟁을 주류경제학적으로 제대로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신경제 성장이론 (Romer, 1986) 이후로 극히 최근의 현상이다. 고전학파 경제학, 맑스주의 경제학 그리고 현대의 신고전학파 경제학 등 경제학의 핵심 흐름에서는 이 기술혁신 의 문제를 항상 경제외적인 우연으로 다루어왔지 경제적 문제로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것이다. 극히 최근까지 경제학이 다루는 기본 재화는 노동과 노동자와 분리 가능한 생산수단으로서의 토지를 포함한 자본이었다. 신경제성장이론은 이미 현대의 생산활동에 노동과 자본이란 재화 이외에 두 가지 전혀 다른 성격의 재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분명히 하고 경제모형에 이 두 가지 재화를 포함하기 시작했다. 다음의 <표2>를 보자. <표 2> ----------------------------------------------------- 소프트웨어 / 3) 인적 자본 / 4) 지식/정보 ----------------------------------------------------- 하드웨어 / 1) 노동 / 2) 전통적 자본 ----------------------------------------------------- / 분리불가능 / 분리가능 ----------------------------------------------------- 맑스가 파악한 자본주의의 계급투쟁은 바로 물리적 생산수단의 소유 및 통제권을 둘 러싼 계급들간의 정치적 혹은 일상적 투쟁이다. 이 투쟁이 자본주의 사회를 특징짓 는 핵심적인 사건인 이유는 인구의 대부분이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그 결과물을 나 누어 소비를 하는데, 이 생산과정과 소비활동에서 개인의 운명은 바로 물리적 생산 수단의 소유 및 지배관리권의 여부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의 생 산과정에는 <표 2>에서의 1) 노동과 2) 자본 이외에 3) 인적 자본과 4) 지식정보재 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생산과정의 통제와 그 결과물의 배분의 문제가 어떤 변 화를 겪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사실상 현대 정치경제학의 핵심문제인데, 그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새로운 재화인 이 인적자본과 지식정보재화에 대한 깊 은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인적자본과 전통적 생산요소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인적 자본이 전통적 생산요소인 노동력과 구분되는 점은 노동과 전통적 자본이 구분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산노동과 죽은노동의 차이이다. 사람의 몸과 머리에 체현된 지식과 기능인 인적자본은 교사와 본인의 노동이 투하되는 생산과정에 의해 생산되고 축 적되는 경제적 재화이다. 현대의 기초 및 고등교육기관은 이 인적자본을 생산하는 영역이지만, 이 인적자본은 또한 생산활동 중에 축적되기도 한다. 노동시장에서 중 요시되는 경험은 바로 이 생산활동 중에 축적되는 인적자본을 말하는 것이다. 또, 인적 자본이 전통적 생산수단인 자본과 구분되는 핵심적인 요소는 자본과는 달리 노 동자와 분리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생산수단은 법률적으로 노동자와 분리하여 자본가 혹은 법인에게 귀속되게 할 수 있지만 노예제도가 금지된 현대사회에서 인적자본은 철저히 노동자 개인에게 귀속된다. 인적 자본은 전통적 노동력과는 달리 노동의 축 적물이라는 점에서 노동과도 뚜렷이 구분되지만, 반면에 노동자와 분리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전통적 자본과는 뚜렷이 구분되는 새로운 경제적 재화이다. 노동이나 자본 그리고 인적자본 모두 공유하고 있는 속성은 경합적 재화라는 점이 다. 그런데 인적자본과 매우 강한 상호보완관계에 놓여 있는 지식정보재화는 노동자 와 분리가능하지만 본질적으로 비경합적 재화라는 측면에서 독특한 것이다. 물론 지 식정보재화는 노동자와 분리가능하며, 산노동의 축적에 의해 생산되는 죽은노동이라 는 측면에서 자본의 속성을 갖는다. 물론 배제불가능한 지식정보재화는 공공재로서 사적 재화가 되지는 못하지만 법률적·기술적인 수단으로 부분적으로라도 배제 가 능한 지식정보재화는 얼마든지 사적 재화 가 될 수 있다. 비경합적 성격과 근원적으 로는 같은 이야기이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지식정보재화의 또 한가지 매우 중요한 특징은 첫 단위를 생산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재생산하기는 매우 쉽다는 점이다. 첫 단위를 제외하고는 한계생산비용(Marginal Cost)이 매우 작다. 이 한계생산비용 은 토지, 노동력, 인적자본, 물적자본, 그리고 지식정보재 순서로 작아진다. 토지는 개간이나 간척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재생산불가능한 재화로 한계생산비용이 무한대에 가깝지만, 반대로 비트로 표현이 되는 정보재화의 경우 한계생산비용은 제 로에 가깝다. 또 경제적으로 중요한 특징으로 여기서 다루고 넘어가야 하는 점 하나 는 네트워크 효과가 적용되는 근원이 바로 이 지식정보재화의 성격에 의해 나온다는 것이다. 전화망이나 컴퓨터망의 네트워크 효과는 전화기, 컴퓨터, 전화망, 인터넷 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하드웨어를 통해 목소리, 문자, 화상, 동영상 등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인적 자본 역시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것도 인적자본 자체의 특성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그 인적자본을 통해 교류되는 지식정보재화의 특성에 의해서 네트워크 효과가 발 생이 된다. 이 지식정보재화의 특징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매우 중 요한 특성으로 재화의 사용가치가 시간, 환경, 그리고 사용자에 따라 매우 변화폭( variability)이 크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 이 가치의 변동폭은 소위 정보경제학의 핵심개념인 정보비대칭성 (Information Asymmetry)과 동전의 앞뒷면을 이루면서, 유연노동시장의 당위성이나 벤처기업의 흥망, 그리고 소유경영 구조와 관련해서 매 우 중요한 특징이다. 물론 노동력도 변화폭이 있다. 하지만 노동을 조직하여 협업을 하는 경우 그 노동이 사냥이건 돌무더기를 나르는 노동이건 뛰어난 노동자와 그렇 지 않은 노동자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물리적 자본의 경우도 같은 노동가치를 담지한 생산도구인 경우에 그 변화폭은 그리 크지 않다. 인적 자본의 경우는 능력과 경험 더구나 그 능력과 경험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이 변화폭이 훨씬 커진다. 같이 대학을 나왔다 하더라도 누구는 한국 최고의 시인이 되고, 누구는 연 애시 한편 쓰지 못한다. 시를 못쓰는 사람은 많지만 그래도 현대인들은 대부분이 가 지고 있는 셈을 하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은 어느 정도 공통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정보재화의 경우는 아예 거짓정보, 부(負)의 정보(Misin formation, Disinformation) 가 존재하기도 하여 가치가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국가간, 기업간, 혹은 개인간의 경쟁에서 상대방을 해롭게 할 목적의 거짓정보를 흘 리는 것은 다반사이다. 또 미적분학이라는 지식재화는 공공재이고 대학이나 연구소 에서는 높은 가치를 갖는 생산요소이지만 많은 사람에게는 존재자체가 골치만 아프 게 하는 부의 재화(bads)이다. 이상에서 논의한 네 가지 생산요소의 특징을 다음의 <표 3>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상기하고 지나갈 것은 노동력, 전통적 자본, 인적 자본, 지식정보재화는 모두 노동 과정=생산과정을 통하여 (재)생산 해야하는 경제적 재화라는 사실과, 산업혁명 이전 에는 토지와 노동력이 가장 중요한 생산요소였으나 이후 생산과정에서 토지이외의자 본, 인적 자본, 그리고 지식정보재화의 중요성이 순서대로 점증해왔다는 점이다. 다 음 장에서는 정보기술혁명의 와중인 현대경제에서 새로운 재화의 비중과 그 함의를 살펴보자. <표 3> -------------------------------------------------------------------------- 한계비용 / 산,죽은 노동 / 분리가능성 / 경합성/ 네트워크/ 변동폭 / / / / 효과 / 비대칭성 -------------------------------------------------------------------------- 토지 / 매우높음 / 노동투입 없음 / 가능 / 경합적 / 없음 / 약함 노동 / 높음 / 산노동 / 불가능 / 경합적 / 없음 / 약함 자본 / 중간 / 죽은 노동 / 가능 / 경합적 / 없음 / 중간 인적자본 / 중간 / 죽은 노동 / 불가능 / 경합적 / 없음 / 높음 지식&정보/ 낮음 / 죽은 노동 / 가능 / 비경합적/ 있음 /매우높음 ---------------------------------------------------------------------------- 5. 새로운 생산요소들의 중요성과 함의 현대 경제에서 각 요소간의 상대적 크기가 얼마나 될까? 우선 인적자본의 양은 얼 마나 되고, 정보기술혁명과 관계된 함의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몇 가지 실증연구를 통해 살펴보자. Jorgenson & Fraumeni(1989)의 미국 경제의 인적 자본 투자량의 추정치는 인적 자본이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에 대한 심각 한 시사를 던진다. 이들은 미국경제의 국민계정을 인적자본을 포함하는 것으로 수정 할 것을 제의하고 있는데, 이 새로이 제안되는 시스템에 의해 계산을 하면 물적 자 본 연간 투자량이 1984년의 경우 경상가격으로 1조 달러인데 인적자본의 연간 투자 량은 5조 달러로 그보다 다섯 배가 많다. Jorgenson & Fraumeni의 계산이 진실의 근처에라도 접근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경제를 물적 자본과 노동을 통해 보는 관 습은 완전히 잘못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인적 자본의 투하량도 역시 꾸준 히 늘어가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미국 센서스와 인구조사 데이터를 보면 1940 년에 고등학교졸업이하 노동력과 대학중퇴이상 노동력의 비율이 87% 대 13%에 서 1995년에는 43% 대 57%로 역전되었다(Autor, Katz & Krueger, 1998에서 재인용). 물론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부는 보통교육의 도입으로 초중고등 기초교육 이 확산되어가는 기간이었다. Krueger(1993), Autor, Katz & Krueger(1998) 및 Katz(1999) 등의 연구는 정보기술 혁명과 인적자본 축적 양식의 변화와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보여주 고 있다. 이들의 연구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적 관측은 미국경제가 전후 지속 적인 숙련화과정(Skill Upgrading)을 거쳐왔지만 특히 1970년대 이후 정보기술혁명 의 도입에 의해 이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OECD 국가들에 공 통된 현상으로,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고급인력의 공급도 늘지만 항상 수 요를 쫓아가지 못해 고급인력의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저학력 임금과 고학 력 임금 격차도 이런 현상의 반영으로 꾸준히 상승한다. 논란거리였던 Braverman(19 74)의 정보기술도입에 의한 탈숙련 테제(Deskilling Thesis)는 국소적으로는 타당 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경제전체의 장기적 노동 추세와는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이 다. 물론 노동운동의 후퇴나 무역의 증가 등도 이런 임금 격차의 이유로 들어지지 만, 이런 이유들은 세밀히 그 효과의 규모를 측정해보면 부차적이라는 것이 분명 해진다. (Katz, 1999). 그럼 왜 정보기술혁명이 이 고학력 인력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가? 얼핏 생각하면 기계적 자동화든 정보기술에 의한 자동화든 숙련을 파괴하기 때문에 노동의 탈숙련 화나 기껏해야 탈숙련 대중과 소수의 고숙련 엘리트로 양극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 쉽고 실제로 적지 않은 비판적 연구가들은 그런 예상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는 정반대로 산업혁명과정이나 포디즘의 전면화 과정 정보기술혁명 과 정을 통해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노동대중의 숙련화는 지속적으로 가속 화 되어왔다. 이 숙련화의 과정은 또 도제-장인식의 특정 사업장 및 직종에 필요한 숙련에서 (Occupation-Industry-Firm Specific Skill) 읽기·쓰기·셈하기 등 기본 기능과 과학-기술에 바탕한 객관적 지식의 습득이란 일반적 숙련(General Skill)의 비중의 증가와 동시에 이루어졌다. 테일러-포디즘 생산 체제가 수립되어가는 과정은 소수 노동귀족이 독점하고 있던 생 산의 지식을 추출 표준화해서 공식교육기관에서 대중적인 인적자본양성으로 전이시 켜 나가는 과정인 것이다. Goldin & Katz (1999) 의 연구는 바로 테일러-포디즘이 급속히 퍼져나가던 1910-1939의 기간동안에 초중고등학교 교육이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910년에 10%이던 고등학교 진학률은 1939년에 70%로 성 장하며, 전후 1960년에는 90%에 다다른다. 전후의 추세는 이 전전의 고등학교 진학- 졸업률의 성장패턴을 대학의 진학-졸업률의 성장패턴이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 19 40년에 노동인력의 13%를 차지하는 데에 불과하던 대학중퇴 이상의 학력자는 1998년 에는 57%로 증가한다. 자동화나 기술혁신은 분명 국소적으로는 숙련을 무력화한다. 하지만 경제전체에 미 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살펴보면 생산대중의 숙련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 다. 왜 그럴까? 국소적 탈숙련화를 역전시키는 일반균형적 새로운 추세가 생겨나기 때문인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기술혁신으로 달성된 생산성 향상은 한계노동의 가치를 높이고 결국 노동임금이 상승하고 생산대중의 소비의 고급화가 발생하면서 새로운 산업과 직종이 지속적으로 탄생한다. 맑스의 용어를 빌린다면 소비의 욕망이 밥통에서 허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Goldin & Katz(1999)의 연구는 특히 전기 모 터를 도입하고, 연속 및 조립 공정에서 테일러-포디즘이 확산되던 1909-1929년 동안 의 기간에 화이트컬러와 숙련공에 대한 수요가 저숙련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 폭 증가하는 것을 설득력있게 제시하고 있다. 또 이들은 이런 숙련노동에의 수요증 가가 고등학교졸업자의 임금상승을 유도하고 다시 고등학교 교육의 증가를 추동한 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추세는 전후에는 대학교육으로 그대로 이전되는데, 정보기 술혁명이 진행되면서 가속화되는 것이다. 정보기술혁명과 고급 숙련 인력의 요구와는 조금 더 복잡한 연관관계가 있다. 물론 앞에서 얘기한 기술혁신에 따른 일반균형적 현상은 모든 기술혁신에 공통된 것이다 . 로봇과 정보기술의 전면적인 도입은 물질 생산 영역과 정보처리 영역 양쪽에서 모 두 미숙련 반숙련 인력이 하던 조립이나 정보의 기초적인 수집 처리를 완전 자동화 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조립공이나 인쇄공 사무실의 타이피스트등의 반숙련 노동 인력, 정보의 전달을 주로 담당하던 중간관리층의 노동을 로봇과 컴퓨터 네트워크으 로 대폭 이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Harry Braverman(1974)은 중하층 사무관리직 노동의 자동화 과정을, Charles Heckscher(1996) 는 중간관리층 노동의 자동화과정 을 파악한 것이다. 이들 노동은 사실은 탈숙련화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정 축출된 다. 이들 노동이 자동화되는 것은 정보기술혁명시대의 테일러-포디즘의 도입과 같은 경 제 논리, 과정, 그리고 효과를 낳는다. 미국 경제는 이들의 노동을 축출하지만 새로 운 저급 고급의 일자리를 계속해서 창출해 왔다. 중간관리자를 하다가 트럭운전이나 맥도널드 점원이 되는 것은 분명 탈숙련화지만, 반대로 컨설턴트로 전업하는 것은 재숙련화이다. 이 추세 중 어느 것이 결정적인 것인가는 결국 실증적 질문인데, 실 증연구들은 모두 숙련노동의 수요증가, 숙련노동의 임금상승, 노동계급 전체의 숙련 의 증가라는 방향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생산성의 증가 → 임금상승 → 소비의 고급화 → 숙련노동 수요증가의 고리로 이어지는 현상은 정보기술혁명과 그 이전 기 술혁신이 다를 것 없이 숙련노동의 요구를 증가시키는 순환고리이다. 더구나 정보기 술은 미숙련 및 반숙련 노동을 체계적으로 무화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은 더욱 가속되게 되어있다. 물론 평균적으로 숙련이 상승하고 임금이 상승한다고, 모든 사람의 생활이 나아지 는 것은 전혀 아니다. 이 측면과 관련해 정보기술혁명은 이전의 자동화와 다른, 더 나쁜 경향성의 메커니즘을 보여주기도 한다. 테일러-포디즘 당시에 피해를 본 계 층은 전통적 숙련노동자로 노동계급의 상층부지만, 정보기술혁명에 의한 자동화로 피해를 보는 계층은 우선은 노동계급하층을 이루고 있는 미숙련 반숙련 노동계층 이기 때문에 시장논리에 무방비로 방치되면 임금격차 빈부격차 문제가 더욱 심해진 다. 실제로 포디즘이 도입되어나가는 과정은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과정이었지만 (G olin & Katz, 1999), 정보기술혁명의 기간 (1970-1995) 대학 학력자와 고등학교이하 학력자의 임금격차는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단순히 격차가 증가한 것만은 아니다 . 미국 경제의 경우 하층 1/3 의 남성임금노동계층은 실질임금 하락이라는 미국 경 제 역사상 초유의 고통을 경험해야 했다 (Auto, Katz & Krueger, 1998). 이는 미숙련·반숙련 노동의 수요감소와 고급 인력의 수요 증가라는 기술적 경제적 조건이 그 핵심 동인이긴 해도, 미국 노동운동의 쇠퇴, 레이건-부시 행정부의 반노 동 정책, 복지의 감축 등과 어우러져 이 빈부격차의 문제가 증폭되었다. 이 문제가 국내적·국제적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의 핵심 동인이고, 이것은 계급간 국 가간 착취의 문제가 아니고, 새로운 경제체제에로의 편입과 낙오의 문제이다. 착취 극복을 핵심으로 하는 이전의 노동운동 방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또 한가지 임금격차 및 빈부격차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동인의 하나는 정보지식 경제의 핵심재화인 인적 자본과 지식정보재화 가치의 변동폭 (Variability) 때문이 다. 최근 미국 경제의 임금격차는 단순히 고학력-저학력의 문제만이 아니고, 임금 계단의 모든 부분에서, 산업 및 한 직장 내, 직종간, 산업간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 는 그야말로 임금 격차의 빅뱅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디지털 격차의 문제를 차치하면, 생산대중의 고숙련화는 이론적 실증적으로 분명한 추세이다. 이는 현대의 생산대중이 19세기 영국의 생산대중과는 매우 달리, 노동력 이외에 높은 정도의 인적 자본을 소유한 상태로 생산활동에 뛰어든다는 의미한다. 12년 고등학교 교육을 마친 18세 노동자가 노동현장에 투입되는 순간 사실 그는 12 년 동안 교사와 자신의 노동의 집적으로서의 인적 자본을 소유한 상태이다. 이 규모 는 Jogenson & Fraumeni (1989)의 추정에 따르면 그 노동자에게 할당되는 자본계급 소유의 물적 자본의 크기보다 훨씬 크다. 이 인적자본이 필요한 이유는, 현대의 노 동이 물적대상에 대해 작용을 가하는 것 만이 아니라, 지식과 정보를 이해하고 가공 하는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지식과 정보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은 먹고 움직이면 재생산되는 노동력과는 달리 의식적인 교육과 학습이라는 노동과정=생산과정을 통해 축적되어야 한다. 그래서 생산대중의 고학력화 추세는 바로 생산활동에서 지식정보 재화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와 정확히 동전의 양면인 것이다. 인적 자본이 물적 자본보다 5 배 크다면, 지식정보재화가 물적 재화보다 또한 훨씬 큰 비중이라는 것을 우리는 또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 이 20 : 80 이라는 것은 시사적이다. 물론 서비스업에서도 물적 재화를 다루는 부 분이 있지만, 반대로 제조업이라고 해도 자동차 설계는 분명 지식정보재화를 다루는 것인 것처럼 분명하게 갈라지지는 않는다.정보기술혁명은 테일러-포디즘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협의의 공장자동화 영역을 제외하면 정확히 지식정보재화를 다루는 경제영역에서 일어난다. 물론 광의의 공장자동화에 동원되는 정보기술 역시 정보지식의 통합과 전달의 기능을 위주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음 장에서는 지식 정보재화의 특성과 연관해서 왜 새로운 기업이 탄생하는가, 그 새로운 기업의 소유 및 지배구조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경제논리적으로 살펴보자. 6. 새로운 생산요소와 벤처 현상 6.1. 벤처기업의 소유경영구조와 노동과정 미국이나 국내나 벤처기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는 신기술이나 신 경영방식등 지식정보재화의 통제권을 핵심역량(Core Competency)으로 하는 기업이다 . 둘째, 높은 수준의 고급 인력이 창업, 경영, 소유의 핵심그룹이다. 셋째 주로 주 식시장에 의해 창업 자금이 조달된다. 이 세가지 특징은 신고전학파 경제학이 제시 하는 기업의 모형과는 많이 다르다. 신고전학파 경제모형의 기업은 노동과 자본을 투입요소로 하는 블랙 박스 생산함수이다. 이러한 기업관에 인적 자본이나 지식정보 재화 같은 새로운 생산요소가 들어갈 여지는 없다. 그런데 벤처기업의 특징들은 신 고전학파적 분석이 제시하는 기업과는 전혀 다른, 때때로 정반대의 모습인 것이다. 맑스는 주식회사제도를 "자본주의 생산양식 그것 안에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철 폐하는" 현상으로 파악한다(Marx, 1990 : p.539). 이 명제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 라도, 우리가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자본을 가진 자가 생산수단을 사들이고 생산수단소유를 근거로 노동자를 고용해서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맑스의 기업과 현대 의 벤처기업은 자금조달이라는 출발부터 다르다는 점이다. 벤처기업은 새로운 기술 이나 경영모형을 고안한 지식노동자 개인이나 그룹이 주식시장을 통해 자금을 동원 하고(여기까지가 다른 것이다), 노동자를 고용하여 잉여가치를 생산하는 기구이다( 이 부분은 맑스의 분석과 동일하다). 맑스에게는 기업의 핵심역량은 자본의 소유여부인데 반해, 신기업들의 핵심역량은 부분적으로라도 배제가능한 지식정보재화의 통제권이다. 맑스에게는 자본가가 노동 과정의 통제자인 데 반해, 벤처기업의 노동과정의 통제자는 전문경영인력이나 기술 인력이다. 더구나 현대 벤처기업의 핵심 노동인력은 높은 수준의 인적자본소유자로 노동과정의 직접 통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여 통제를 하더라도 간접통제 방식만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신기업의 특성들을 현대경제학은 불완전계약이론 (Incomplete Contract Theory) 를 통하여 설명하려고 한다. 불완전계약이론(Hart, 1995)과 지식정보재화의 특성을 결합하면 벤처현상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 이 분야 연 구가 기대된다 하겠다. 이 이론에 따라 벤처기업의 소유경영과 노동과정에 대한 몇 가지 가설적 설명을 스케치해 보자. 먼저 주식시장의 자금조달문제를 살펴보자. 신고전학파 화폐금융론의 핵심명제는 모 딜리아니-밀러 명제이다. 이 명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금조달방식에 있어서 주식 시장이냐 채권시장이냐 하는 문제는 아무 차이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주식 과 채권이 갖는 권력의 차이를 명확히 하지 않았고 인적 자본과 지식정보재화가 갖 는 새로운 특성인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 및 가치의 변동폭(Varia bility)을 사상했다는 문제가 있다. 인적 자본과 지식정보재화는 사전예상가치(Exan te expected value)와 사후실현가치(Expost expected value)의 변동폭이 크다.(*각 주 8) 이 현상이 지식정보재화가 갖는 수확체증의 법칙과 결합하면 그 효과는 배증된다. 예를 들어 비슷한 두 오퍼레이팅 시스템이 있을 때 어느 것이 얼마만큼 팔리고, 둘 중에 어느 것이 시장을 석권할 지는 사전에 알기가 힘들다. 이런 경우 해결책은 A와 B에 비슷하게 투자하여 A는 망해서 투자금을 회수 못하더라도, B에서 나오는 고수 익을 기대하는 것이다. 처음 닷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때는 투자자들은 물론이 고 창업 멤버들도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을 석권할지 망해버릴지는 잘 모르 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가 성행하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승자와 패자가 갈리면 투자 현금흐름도 바뀌게 되는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현상은 이런 지식정보재화 가치 의 변동폭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 주식투자가 현재의 법률과 관행으로 볼 때 훨씬 손쉬운 금융 수단이기 때문에 벤처기업의 자금조달에는 주식이 주로 사용 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 주식이 선호되는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온다. 창업자나 경영자 등 기업의 내부자가 가지고 있는 해당기업의 흥망에 대한 정보는 일반 시장의 것보다 훨씬 우월하다. 그런데 자신 있는 지식정보재화를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투자자에게 믿음을 주기에는 쉽지 않다. 이런 정보비대칭성을 해결하는 방법이 정보경제학의 개 념인 시그널링(signaling)이다. 말로 해봐야 믿지 않기 때문에, 비용을 들여야 되는 것인데, 벤처기업의 창업가는 자신의 노동력, 인적 자본, 그리고 재산을 털어 넣어 서 자신의 기업이 성공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장에 시그널링 하는 것이다. 또 한가 지 주식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는 핵심 인력에 의한 주식 공유(Stock Option)의 문 제이다. 이것 역시 정보 비대칭성에 의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장치이다. 지식노동은 과정 감시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팀 생산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소위 무임승차문제(Free-rider problem)가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자신의 노동동기와 기업의 성과를 일치시키는 것이고, 그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 주식공유 이다. 또 주식공유는 팀원들 사이의 상호 감시 및 자극 기능을 강화하고 협동의 동 기를 강화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놀면, 자기 소득이 곧바로 줄어들기 때문에 상호 독려하는 인센티브가 생기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이런 현상이 곧바로 노동자 소유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불완전계약이론이 예상하는 바는 이 런 주식소유 노동자는 소수의 핵심적 인적자본을 지닌 사람이지 일반 고용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노동과정이 잘 감시가 되고 인적자본이 그 기업의 핵심 활동과 별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주식소유의 혜택이 오는 것은 아니고, 간다 고 해도 평등문제를 제외한 주류경제학적 의미의 경제적 효과는 없다. 핵심 인적 자본을 소유한 사람에 의한 주식 소유 제도의 극적인 형태는 법률회사, 컨설팅 회사 및 일부 투자은행의 파트너쉽 제도이다. 기본적으로 파트너쉽은 해당 기업의 핵심 인적 자본소유자들이 공동소유형태이다. 인적자본 대 물적자본의 비율 이 큰 기업일수록 파트너쉽이나 주식의 종업원에 대한 분산비율이 높아질 것이라 는 것은 현대경제학의 불완전계약이론의 예측인 것인데, 실증적으로도 타당성이 있 다. 현대의 벤처기업은 기본적으로 지식정보재화를 다루는 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해당 지식정보재화를 다루는 인적 자본이 중요해 진다. 이 인적 자본은 노동자와 분리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인적자본의 효과를 최대로 발휘하려면 기업의 소유권 을 주어 성공과 실패의 대가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경제적 해결책이다. 이 경제적 논리가 신기업현상에 정확히 관철이 된다. 6.2. 아이디어 생산: 벤처기업의 탄생과 성장의 구조 지금까지는 인적 자본과 정보재화의 특성에 따라 벤처 기업의 소유경영구조 및 노동 과정에 대한 함의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이제 어느 부분에 벤처기업이 탄생하고 그 추세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살펴보자. 혁신은 크게 공정혁신(Process Innovation)과 상품혁신(Product Innovation)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공정혁신은 기존 상품을 만들 어 내는 공정에 혁신이 일어나 생산성이 증가하고 품질이 좋아지는 것이고, 상품 혁 신은 기존 상품을 대체하거나 새로운 요구를 만족시키는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 앞에서 얘기한 정보기술의 탈숙련화 기능을 강조한 논자들은 정보기술이 공정혁신 에 도입될 때, 기존의 미숙련·반숙련 노동을 대체하는 기능을 강조한다. 하지만 리 엔지니어링 등의 공정 혁신은 두 가지 방향에서 새로운 더욱 고숙련화된 일자리를 창출한다. 하나는 혁신 과정 자체를 도와주는 경영 및 기술 전문가들의 성장이다. 경영 및 기술 컨설팅 기업으로 리엔지이러링 과정을 통해 이런 기업과 일자리가 성 장했다. 다른 하나는 공정혁신으로 생산성이 증가하면 새로운 상품의 수요가 증가하 고, 이 새로운 상품의 생산영역이 바로 신기업 탄생의 요람이 된다. 미국의 신기업의 역사는 이미 19세기 말부터 바로 이 새로운 상품의 탄생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 한다. 에디슨의 전구의 발명과 전기공업의 발달은 에디슨 웨스팅하우스 등의 전력회사들 발전시켰고 (Hughes, 1983; Nye, 1990), 자동차의 등장은 수많은 중소신기업의 탄생을 거쳐서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로 수렴되어간다(McCraw & Tedlow , 1997). 실리콘 밸리의 신화는 휴렛 패커드가 전자측정계기를 개발하면서부터 시작 되고, 고든 무어 등이 실리콘 반도체를 생산하는 인텔을 창립하면서 발전의 전기를 맞는다 (Saxonian, 1994). 퍼스널 컴퓨터의 등장은 스티브 잡스의 애플 컴퓨터사 와, 빌 케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의 등장을 가져오고, 퍼스널 컴퓨터의 네트워크은 다시 인터넷 장비를 생산하는 시스코의 탄생을 가져온다. 인터넷 브라우저의 탄생 은 넷스케이프를 탄생 성장시키고, 새로운 전자상거래의 경영모형은 Amazon.com 이 나 Priceline.com 같은 새로운 기업을 또한 탄생시킨다. 이렇게 신기업은 새로운 상 품의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새로운 상품의 등장이란 소 비자의 새로운 요구에 대응하는 새로운 기술과 경영의 아이디어의 등장이다. 현대경제학의 신성장이론은 이 지식정보재화 생산의 메커니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던져준다. 이 전통에 서있는 Weitzman(1998)의 경제모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새로운 지식이란 연못에서 고기를 잡아내듯 시간이 갈수록 찾아내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새로운 지식은 옛 지식들의 결합에 의해서 탄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생산의 가능성은 지식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경제는 이 무한히 확장되어 가는 신지식들 중에서 유용한 부분들을 가려내는 능력 만큼 성장한다. 이 논리에 숨어있는 가정 역시 지식정보재화의 특성인 비경합성과 가치의 변동폭이 크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논리가 드러내고 있는 중요한 함의는 정보기술의 기능과 관련된 부분이다. 바로 새로운 지식 중에서 유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능력을 직접적으로 증가시키는 데에 정보기술이 이용된다는 점 이다. 두 가지 사례만 들어보자. 정보기술의 최근 추세 중에 하나는 시뮬레이션이다. 시뮬레이션 기능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실제로 유용할 것인가 그렇지 않은 가를 신속 하게 테스트해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새로운 비행기 동체 디자인이 얼마나 공기저 항을 줄일 수 있느냐를 비행기를 만들어 본 다음에 한다면 비행기 동체 디자인 비용 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하고 테스트에 걸리는 시간도 매우 길 것이다. 컴퓨터 시뮬레 이션으로 이를 대신할 수 있다면 테스트의 비용과 시간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다른 예는, 신상품의 수요 조사와 관련된 것이다. 온라인 서베이의 장점은 신상품 아이디어를 소비자들에게 직접 싼 값으로 신속하게 물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요약 하면 정보기술혁명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을 가속화하는 직접적 기능이 있는 것 이다. 정보기술혁명이 계속된다는 것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창출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고, 새로운 아이디어가계속해서 나온다는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기업이 지속적 으로 탄생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보기술혁명이 신기업 탄생을 추동하는 지금까지의 논리를 정리해 보자. 첫째 정보기술혁명은 공장과 오피스의 공정혁신을 통하여 생산성을 증가시킨다. 이 과정은 값싸진 정보기술부분의 투입이 증가하는 대체효과에 타산업부문에서의 보완 적 혁신(Complementary Innovation)을 추동하는 혁신촉진의 효과가 더해진다. 둘째, 생산성 증가는 임금상승과 그에 따른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증가를 낳는다. 셋째, 정보기술혁명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걸러내는 과정을 촉진시켜서 새 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신상품 개발을 촉진한다. 정보기술혁명은 1) 물적생산부분의 생산성 증가, 2) 보완적 혁신의 추동, 3) 지식재화생산활동의 생산성의 추동을 통해 신상품 개발의 속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세 가지 경험증거를 들면서 이 장을 마치자. 첫 번째는 신상품 수의 증가에 대한 것으로, Diewert & Fox (1999)는 19세기 말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신상품 등장의 숫자가 가속적으로 증가했다는 점, 특히 1990년부 터 1995년 사이에 미국경제의 상품 코드의 숫자가 95 만 가지에서, 165만 가지로 증 가한 것 지적하고 있다. 두 번째 지적할 것은 미국의 주식시장에 등재된 기업의 수도 꾸준히 증가하는데 196 0년에 1,726개사에서 1995년에는 10,223개사로 증가한다(Compustat Database, 1999) 세 번째 경험증거는 인터넷 등장 이후의 새로운 상품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크기 에 대한 데이터이다. 최근의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의 보고서에 의하면 1994년부터 상업화되기 시작한 인터넷 경제의 크기가 이미 괄목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 경제는 1999년에만 65만의 신규고용을 창출하였고, 현재 직 접적으로 2백 5십만명을 고용하고 있다(UT, 2000). 1999년의 인터넷경제의 규모는5 천억 달러 규모이고, 2000 년에는 8천 5백억 달러로 예상된다. 1998년부터 1999년까 지의 연간 매출 성장률은 62%였고, 고용성장률은 36%이고, 생산성 지표인 일인당매 출 증가율은 19%이다. 인터넷 경제부문이 경제성장, 고용성장, 그리고 생산성 증가 의 동력임을 이 보고서는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다. 7. 신경제와 벤처현상으로 본 한국경제 한국의 경제지표를 미국 경제지표와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구 매력환산 기준으로 우리의 일인당 GDP 는 미국의 1/3 수준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의 하면 TFP수준의 차이가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의 1/2 수준이다. 노동자 일인당 자본 량과 노동시간으로 계산되는 요소 투입량은 비슷한데, 생산성이 떨어져 산출이 반밖 에 안나오는 것이다. TFP로 설명하고 남는 1/6 정도의 잔여 격차는 생산요소의 미 동원,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의 차이로 설명이 된다. 한국 경제의 일인당 요소투입이 미국 경제수준에 도달했다는 얘기는 더 이상 자본투입증가에 의존한 경 제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앞으로의 한국 경제의 성장은 여성노동 력의 유입과 TFP의 성장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되겠다. 지금부터 한 세대(35년)만에 우리 경제를 미국의 수준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려놓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을 거꾸로 계산해 보자. 미국 경제가 그 동안 TFP를 2%씩 증가 시킨다고 가정하고, 우리 경제의 TFP를 연간 4%씩 증가시키면 35년 후 미국을 따 라잡을 수 있게된다. 물론 이 기간 동안에 높은 저축율을 유지하고 여성 노동력을 미국수준으로 동원해서 요소투입에 의한 성장 역시 연간 2-3%씩 확보해가야 한다. 다시 말하면, 연간 6-7%의 실질성장을 유지하면 2035년에는 미국 경제 수준에 도달 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지난 40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유지하면 된다는 얘 기인데, 문제는 지난 40년간의 성장은 요소투입의 증가에 의한 성장이었는데, 요소 투입증가에 의한 성장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으므로 이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이제는 TFP의 성장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되려면 우리 경제는 1990년대 미국 경제의 두 배 이상으로 고성장 저물가의 황금시절을 35년 동안 구가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역사상 어느 경제도 TFP 4% 성장을 한 세대 동안은커녕 5 년도 지속한 적이 없다. 불가능 할지도 모르지만 이 수치는 한국 경제 앞에 펼쳐진 기회의 수치이다. 한국 경제는 생산함수의 프론티어를 확대해가는 것이 아니라, 선진 경제의 생산함수를 배워 가는 것이다. 지식은 생산하기는 어려워도 재생산하기는 쉽다는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더구나 정보기술혁명의 시대에 신속해진 정보의 흐름을 생각하면, 이 기회를 현실화 할 수 있는 방안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목표를 세울 때에 고무적인 현상은 우리 경제 수준과 비해서는 세계적 유례가 없는 높은 교육수준, 특히 신규 노동력의 높은 교육수준이다. 우리 경제의 신규 노동력의 교육수준은 미국, 캐나다, 북구 3국 등 정보혁명의 선두 주자들과 동등한 수준이다. 정보기술혁명의 초입에 이미 높은 수준으로 축적된 인적 자본이란 현상은 우리 경제가 1960 연대 산업화의 초입에 겪었던 조건과 흥미롭게 도 매우 유사하다. Dani Rodrick(1996)은 지난 40 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 배경에는 1960년 당시 독특한 초기조건이 있었다고 결론 짓는다. 그는 토지개혁으로 인한 소 득균등화로 소농의 자녀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어, 1960년 당시 소득수준에 비 교하여 특히 한국 경제의 신규노동력의 수준이 매우 높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신 규 유입 노동력의 높은 수준은, 자본생산성의 상대적 급등을 유도하고 자본투자 붐 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근본 동인이 되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2000년 현재 우리 경 제는 우리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높은 교육수준을 지닌 노동력을 보유하 고 있다. 앞에서 상세히 살펴본 대로 인적 자본은 지금부터 세계경제나 우리경제가 공히 목표 로 해야하는 TFP 위주의 성장의 근원인 지식정보재화와 긴밀한 상호보완관계가 있다 . 이 인적 자본을 지식생산경제에 맞게 동원하는 일에 성공한다면 한국 경제의 재도 약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결국 한국 경제 앞에 놓인 과제는 지식경제로의 재조 직이다. 이제는 열심히 일하거나 (노동투입의 증가)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 아니라 ( 저축으로 자본투입의 증가), 똘똘하게 일하는 방법을 (TFP의 증가)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1961년부터 1997년까지 37년간 지속된 관치재벌경제를 극복하고 민주 적 시장경제로 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관치재벌경제는 생산요소 투입의 증가를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다. 극심한 노동탄압으로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을 강 제하고, 소비자금융의 정책적 억제로 강제저축을 시도했다. 조세재정정책 역시 역 진적인 소비세제인 부가가치세를 위주로 세제를 시행하고 부실한 기업에 대해서 까 지 국가가 보증을 서고 세금을 투입하여 구제하는 등 재벌 패밀리로의 부의 집중을 기도해 왔다. 화폐정책 역시 지속적인 화폐확대 공급에 의해 일정정도 이상의 인 플레이션을 유지하여 채권자인 소비자의 부를 큰 채무자인 재벌패밀리의 부로 이행 시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채택해왔다. 재벌패밀리로에의 부와 경제권력의 집중을 위해 국가기구를 동원 노동계급과 중소자 산계급까지를 착취하던 이차대전전 독일과 일본형의 파시즘적 재벌경제체제가 유지 되어온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960년이후 이미 수준 높아진 생산대중의 인적 자본을 기반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높은 저축율을 유지하면서 생산요소 투입을 꾸 준히 늘인 결과, TFP는 아니더라도 자본투입에 의한 노동생산성은 급등하고 이에 따 라 노동계급 역시 절대적으로는 생활수준의 증가를 향유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 7년의 경제위기는 이런 요소축적위주의 관치재벌경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미 요소 투입이 선진경제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더 이상의 요소투입에 의한 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냉엄한 경제법칙을 무시한 것으로, 투입을 늘이면 늘일수록 가치파괴이외에는 기대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보로 대표되는 과 도한 투자와 대우의 세계경영과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 등으로 대표되는 방만한 경 영으로 한국의 관치재벌경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냉엄한 사형 선고를 받아야 했다. 관치재벌경제의 축적위기로 인한 금융공황을 물려받은 김대중정부는 1998년에 집권 한 후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구호아래 "재벌경제로부터 벤처경제"로의 이행을 산업 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그러므로, 최근의 벤처붐은 국가주도하의 시장형성과정으로 평가되며, 따라서 국가 대 시장이라는 전통적인 구도에서 볼 때 고유한 논리적 딜 레마를 지니고 있다. 사실 이러한 딜레마는 현정부가 들어선 이래 신지식인 논쟁이 나 대학교육개혁 등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사하게 발생하고 있는 문제라 할 수 있 다. 여기에는 항상 이중적인 측면이 존재한다. 즉, 아직 존재해본 적조차 없는 "제 대로 된 시장"을 만들어낸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정부가 주도함으로써 발생하 는 과정상의 비민주성 등의 부작용이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관치재벌경제를 극복 하고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을 위주로 하는 신경제체제로의 도입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마 관측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에 좀더 비중을 두고자 한다. 이 과정을 이재희(2000)는 실증적으로 아주 잘 기술하고 있는데 그의 서술을 요약해 보자. 전체경제에서 30대 재벌이 차지하는 부가가치 비중은 1996년에 16.2%로 최대 치였다가, 1999 년에는 12 %로 30% 급락했다. 고용 비중 역시 1996년의 4.6%로 최고 점이었다가 1998 년에는 3.7% 로 급락했다(최승노,1999: 이재희, 2000에서 재인용). 반면에 정부가 육성대상으로 지정한 벤처기업은 2000년 3월 현재 6004개로 지난 2 년간 숫자로는 20배가 증가했다. 산업자원부의 자료에 의하면 1999년 현재 이 기업 들의 GDP 비중은 4.8% 고용인구도 18 만명이다. 산업자원부는 2005년에 이르면 벤처 부문의 GDP 비중이 18% 고용인구가 120 만명으로, 30대 재벌경제를 훨씬 능가할 것 으로 전망하고 있다(산업자원부, 2000). 또 기술적인 측면에서 기술인력비중이 대기 업 0.3%, 일반중소기업 2.7%인데 반해, 벤처기업은 51%이고, 연구개발비비중도 대기 업이 2.1%, 일반중소기업 0.3%인데 반해, 벤처기업은 33.7%로 벤처부문이 이전 중소 기업과 재벌부문에 비해 매우 기술집약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소유경영구조와 기본인센티브도 재벌부문과 벤처부문이 매우 다르다. 재벌은 기 업을 개인 혹은 가족의 이익을 실현하는 도구로 파악하여 기업공개를 꺼리고 주로 부채차입에 의한 경영을 해왔는데 반해, 벤처기업들을 기업의 가치를 확대시켜 주식 시장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방안을 채택하여 적극적으로 공개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방 식을 쓴다. 류동민(2000)은 벤처경제의 이런 적극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앞길에 다시 재벌에 의한 흡수 가능성이라는 암초와, 노동자의 고용불안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다. 인적 자본과 지식정보재화의 가치의 변동폭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식경제 부문의 불 안정성은 그대로 벤처기업 자체의 불안정성, 그리고 고용의 불안정성으로 전이하게 된다. 고용불안이 체계화되면 우수한 기술인력의 흡수가 더디게 되어 지식경제로의 전이 역시 난망하게 된다. 이 문제는 기술인력의 경우는 평생직장개념에서 평생 커 리어 개념으로의 변화를 겨냥하여야 평생 커리어의 관리 및 교육제도를 정비하고, 반숙련인력의 경우는 생산적 복지정책을 확대 사회투자적 복지 정책으로 지식경제에 로의 편입을 도와야 할 것이다. * 각주 * 1) Robert J. Schiller는 지금과 같은 의미의 신경제라는 용어가 Business Week 지 면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1년이라 지적하는 바(Schiller, 2000), Business Week가 1980년대부터 정보기술혁명이 가져오는 엄청난 생산력 발달의 사례를 설득력있게 제 시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980년대 대부분의 경제 담론은 일본 및 독일경제 의 성장과 대비되는 미국경제 쇠락에 대한 이야기가 주종이고, 신경제라는 말이 본 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90년대 중반의 일이다. 2) 예를 들어 PPI (2000) 참조. 3) The White House Conference on the New Economy Agenda, April 5, 2000. 클린 튼 대통령이 의장이 되어 하루 종일 진행한 이 컨퍼런스에는 Lawrence Summers, Ma rtil Baily, Alan Greenspan, Amartya Senn 등 30 여명의 학자, 정책결정자, 사회운 동가 등이 참여했다. 4) Report from G7 Finance Ministers to the Heads of States and Governments , Fukuoka, Japan. 8 July, 2000. "Impact of the IT Revolution on the Economy an d Finance." 5) 신상품의 도입에 의한 경제성장지표의 저평가문제에 대해서는 논문 모음집 Bres nahan & Gordon eds (1997) 의 Economics of New Goods 참조. 6) 금융산업은 화폐자체가 엄밀한 의미에서 정보재인 것을 생각하면 순수한 정보산 업이다. 7) 이러한 하향계산착오문제에 대해서는 Griliches(1994, 5)를 참조하라. 8) 흔히 지식정보재화를 경험재(Experience Goods)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양적인 차 이를 질적 차이로 오인하는 사례이다. 모든 재화는 경험재이다. 다만 사과 같은 물 리적 재화들은 사전예상가치와 사후실현가치사이의 변동폭이 적은 반면, 영화나 책 등의 지식정보재화는 그 차이가 큰 것이다. * 참고문헌 * 류동민(2000),「디지털 네트워크경제의 특성과 벤처기업」, 진보네트워크센터 토론 회 발제문 매일경제신문사(1998), 매킨지보고서: 한국재창조의 길, 매일경제신문사. 산업자원부(1999), 21 세기 한국산업의 비전과 발전전략-지식기반산업 중심의 산업 구조 고도화. 이재희(2000),「벤처기업, 재벌, 한국의 산업정책」, 한국사회경제학회·한국경제 발전학회 공동학술대회 발표논문 최승노(1999),『1999년 한국의 대규모기업집단』, 자유기업센터 Marx, K.(1990), 김수행 역,『자본론』Ⅲ, 비봉출판사 Autor, D. H., L. F. Katz, et al. (1998). Computing Inequality: Have Computers Changed the Labor Market?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13(4): 1169-1213. Braverman, H. (1974). Labor and Monopoly Capital: The Degradation of Work in t he Twentieth Capital. New York, NY, Monthly Review Press. Bresnahan, T. F. and R. J. Gordon, Eds. (1997). The Economics of New Goods. NB ER Studies in Income and Wealth.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Bresnahan, T. F. and M. Trajtenberg (1995). General Purpose Technologies: Engi ne of Growth? Journal of Econometrics 65(1): 83-108. Brynjolfsson, E. and S. Yang (2000). The Intangible Costs and Benefits of Comp uter Investments: Evidence from the Financial Markets. Presented at the Annual Conference of American Econometric Society, Boston, MA. Chandler, A. D., Jr. (1980). The Visible Hand: The Managerial Revolution in Am erican Business. Cambridge, MA, Belknap Press. Chandler, A. D., Jr. (1990). Scale and Scope: The Dynamics of Industrial Capit alism. Cambridge, MA, Belknap Press. Diewert, E. and K. Fox (1999). Can Measurement Error Explain the Productivity Paradox? Canadian Journal of Economics 32(2): 251-280. DOC (2000). Digital Economy 2000. Washington D. C., U.S. Department of Commerc e: 84. Goldin, C. and L. F. Katz (1999). The Returns to Skill across the Twentieth Ce ntury United States. Harvard University Mimeo. Griliches, Z. (1994). Productivity, R&D, and the Data Constraint. American Eco nomic Review, Papers and Precedings 84(1): 1-23. Griliches, Z. (1995). Comments on Measurement Issues in Relating IT Expenditur e to Productivity Growth. Journal of Economics of Innovation and New Technolog ies 3: 317-321. Hammer, M. (1990). Reengineering Work: Don't Automate, Obliterate. Harvard Bus iness Review July-August. Hausman, J. (1999). Cellular Telephone, New Products, and the CPI. Journal of Business and Economic Statistics 17(2): 188-94. Heart, O. (1995). Firms, Contracts, and Financial Structure. Oxford, Clarendon Press. Heckscher, C. C. (1995). White-Collar Blues: Management Loyalties in and Age o f Corporate Restructuring. New York, NY, Basic Books. Helpman, E., Ed. (1998). General Purpose Technologies and Economic Growth. Cam bridge, MA, MIT Press. Hughes, T. P. (1983). Networks of Power: Electrification in Western Society, 1 880-1930. Bo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Jorgenson, D. E. and K. J. Stiroh (1995). Computers and Growth. Economics of Innovation and New Technology 3: 235-316. Jorgenson, D. W. and B. M. Fraumeni (1989). The Accumulation of Human and Nonh uman Capital, 1948-1984. The Measurement of Saving, Investment, and Wealth. R. E. Lipsey and H. S. Tice. Chicago, IL, University of Chicago Press. 97. Jorgenson, D. W. and K. Stiroh (2000). Raising the Speed Limit: U.S. Economic Growth in the Information Age. Harvard University and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Working Paper. Katz, L. F. (1999). Technological Changes, Computerization, and the Wage Struc ture. Understanding the Digital Economy: Data, Tools, and Research, Washington , D.C. Krueger, A. B. (1993). How Computers Have Changed the Wage Structure: Evidence form Microdata, 1984-1989.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February): 33-60. Kurzweil, R. (1999). The Age of Spiritual Machines: When Computer Exceed Human Intelligence, Viking Press. Lucas, R. E., Jr. (1993). Making a Miracle. Econometrica 61(2): 251-272. McCraw, T. K. and R. S. Tedlow (1997). Henry Ford, Alfred Sloan, and the Three Phases of Marketing. in Creating modern capitalism: How entrepreneurs, compani es, and countries triumphed in three industrial revolutions. T. K. McCraw (ed) .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266-300. Nye, D. E. (1990). Electrifying America: Social Meaning of a New Technology, 1880-1940. Cambridge, MA, MIT Press. PPI (2000). New Economy Task Force Report: Making the New Economy Grow, An Act ion Agenda. Washington D. C., Progressive Policy Institute, Democratic Leaders hip Council. Rodrik, D. (1995). Getting Interventions Right: How South Korea and Taiwan Gre w Rich. Economic Policy: A European Forum 0(20): 53-97. Romer, P. M. (1986). Increasing Returns and Long-Run Growth. Journal of Politi cal Economy 94(5): 1002-1037. Romer, P. M. (1996). Why, Indeed, in America? Theory, History, and the Origin of Modern Economic Growth. American Economic Review 86(2): 202-206. Saxenian, A. (1996). Regional advantage: Culture and competition in Silicon Va lley and Route 128.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Schiller, R. J. (2000). Irrational Exuberance.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 sity Press. Solow, R. M. (1956). A Contribution to Growth Theory.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7(1, February): 65-94. Solow, R. M. (1957). Technical Change and the Aggregate Production Function. R 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39(August): 312-320. UT (2000). Measuring the Internet Economy. Austin, University of Texas: 82. Weitzman, M. L. (1998). Recombinant Growth.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13 (2): 331-60. Yang, S. (2000). Productivity Measurement in the Information Economy: A Revise d Estimate of Total Factor Productivity. New York University Mimeo, Revised fr om Author's Thesis Papers. Young, A. (1995). The Tyranny of Numbers: Confronting the Statistical Realitie s of the East Asian Growth Experienc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10(3, A ugust): 641-6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