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의 통신질서확립법 입법예고에 대한 네티즌들의 입장 |
이 글은 지난 9월 23일 통신질서확립법 반대 집중행동의 날, 대학로에서 있었던 제3차 [검열반대]를 위한 네티즌 대회에서 배포된 유인물입니다.
정통부의 통신질서확립법 입법예고에 대한 네티즌들의 입장
지난 9월 19일 정보통신부에서 통신질서확립법(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논란이 많았던 통신질서확립법안이 확정되었다. 지난 7월 20일 통신질서확립법이 발표된 이후 여러 시민사회단체들과 네티즌들은 이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특히 네티즌들은 [검열반대] 온라인·오프라인 시위를 통해 대중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이 법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입법예고안은 시민단체 안을 수용한 결과라고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지적되어 온 여러 가지 문제점들과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인터넷 내용 검열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더욱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통신질서확립법에 반대해 온 네티즌들은 아래와 같이 우리의 의견을 밝힌다.
1. 통신질서확립법은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
가장 큰 이유는 현행법과 별도로 인터넷내용등급제 등 온라인 매체를 특별히 규제하는 제도를 두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행위는 마땅히 그 수준에서 규제되어야 할 것이며 이 선을 넘을 경우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된다는 점을 엄중 경고한다. 우리에게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로 우리의 공간에서 자율적으로 활동할 권리가 있으며 또 우리는 충분히 이 권리를 행사할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에게는 인터넷의 불법 행위를 명분으로 네티즌들의 행위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통제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불법 행위에 대한 판단과 통제 권한은 사법부나 그에 준하는 기구에 속해 있다. 대한민국은 삼권이 분리되어 있는 나라라는 것은 국민학교에서 이미 배운 대로이다.
더구나 이 법의 전신으로 1985년 제정된 '전산망보급확장및이용촉진에관한법률'은 1995년 제정된 '정보화촉진기본법'에 마땅히 흡수되어져야 했음에도 1999년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삽입하면서 계속 몰골을 유지해 왔다. 이제 이 법이 인터넷 주소관리나 내용 규제의 권한을 정보통신부에 부여하는 조항을 도입함으로써 또다시 왜곡된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 따라서 통신질서확립법, 즉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및 원래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은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
한편 우리는 우리의 개인정보 보호와 프라이버시권 보장이 매우 중대한 사회적 사안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가 기형적인 형태로 이 법에 포함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독립적인 개인정보 보호 일반법의 제정을 요구한다.
2. 인터넷 내용 등급제와 일체의 인터넷 검열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통신질서확립법 뿐 아니라 9월 20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발표한 '지식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규제개혁 추진방향'이나 21일 정보통신부가 입법예고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도 인터넷 내용 등급제 도입을 위한 각종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이는 시민단체들의 안을 수용했다는 정보통신부의 주장이 기만적인 술책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최근 들어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개인의 전자우편 내용까지 감청해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는가 하면 경찰이 전국 PC방의 IP주소와 MAC주소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한편 행정자치부와 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인터넷의 표현들을 합법적으로 검열하기 위해 '자치단체 인터넷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모든 시도들이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와 익명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런 시도들이 군사 정권 시절부터 지속되어 온 국민 통제의 관행 속에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우려를 더욱 깊게 한다. 사실 그동안 진행되어 온 네티즌들의 온라인 시위는 진지한 국민의 여론으로 청취되기 보다는 '훌리건'이나 '어글리 코리안'으로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네티즌 1600만의 시대에 앞으로도 현안에 대한 국민의 여론은 특정 부처 홈페이지로 집중되는 형식으로 표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온 국민을 범죄인이나 미성숙아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접근권을 높이고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자세와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3.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에 우리는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
인터넷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가지고 있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비록 이러한 인터넷의 특성이 때로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인터넷이 지금까지 인류가 가져온 다른 어떠한 매체보다도 현저하게 민주적이고 탁월하다고 믿는다.
따라서 우리는 인터넷이 우리에게 제공한 '가능성'을 현실화시키기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이며 손쉬운 기술적 통제에 손을 벌리거나 국가 권력에 우리의 권리를 위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국가 권력에 의한 검열을 합법화하는 통신질서확립법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을 선언하며 이것이 표현의 자유를 위해 싸워온 모든 인류의 역사적 과정에 동참할 길임을 믿는다.
2000. 9. 23
통신질서확립법에 반대하는 네티즌 일동
고려대학교 사범대학 학생회, 대자보, 민주노동당,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인터넷분과,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성남청년정보센터, 시내버스바로세우기, 안티조선 우리모두, 진보네트워크센터, 찬우물, 통신연대 사이버권리팀, 통신자유를위한모임(넷츠고), 통신자유를위한모임(하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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