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사회에서의 정부의 역할


http://FreeOnline.or.kr 시민공청회(2000.9.5) 발제문 / 전체 자료집 내려받기

유 진 식 /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1. 처음에

본법안은 기존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대폭 보완하는 것으로써, 주관부서인 정보통신부의 표현을 빌리면, “정보통신서비스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제도를 강화하고 건전한 정보통신질서확립을 위한 규정을 대폭 신설”하고 있다. 이른바 사이버공간이라고 하는 새로운 정보통신의 유통공간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떠한 세계를 열어줄 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변화, 즉 새로운 부(富)와 문화 등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물이 그러하듯이 이 사이버공간도 빛의 부분뿐만 아니라 그림자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즉, 사이버공간에서의 사생활의 침해나 청소년에 대한 유해환경의 조성 등의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기존의 제도에 의한 대응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새로운 방안의 모색이 요구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본법안은 위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항목에 망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내용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라도 일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동법안의 내용에 대하여 국가와 시민(정보통신이용자,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등)사이의 평가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전자는 동법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간섭은 당연하다고 하고 후자의 경우, 사이버공간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동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과잉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는 어디에서 유래하고 있으며 양자가 서로 의견을 일치시켜 가는 방법은 없을까? 본고에서는 이 점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 문제를 생각함에 있어서는 어떠한 이념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판단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먼저 어떠한 기준을 가지고 이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논점이 된다. 다시 말해서 각자가 다를 기준에 의해서 판단을 할 경우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양자의 주장은 평행선을 그을 수밖에 없으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양자가 논의를 벌일 수 있는 토대를 먼저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자는 국가의 간섭이 어느 정도 행해져야 하는가에 대한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의 기능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에 대한 설명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2. 판단의 기준 - 국가기능의 변화

20세기는 이른바 ‘총력전’의 시대였다고 말해진다. 국제정치질서는 가깝게는 볼 경우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세력이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 진출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는데 이 때에는 진출하려는 측이나 이를 막아내려는 측이나 국가전체가 한덩어리가 되어 각축을 벌였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제2차대전 후의 냉전기를 거치면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시 말해서 국제정치질서의 구도에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립이라는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국가단위의 움직임이었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이러한 국가중심의 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한 국가내의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키우고 통합해서 그것을 외부에 부딪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한 개인의 사상이나 기본적인 활동보다는 전체가 하나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거기서 국가의 역할은 먼저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여 국민으로 하여금 일사불란하게 국가의 정책에 따라서 행동하도록 하게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균질적인 사고와 행동양식을 갖게 할 필요가 있었다. 다시 말하면 국가가 무엇이 도덕이며, 무엇이 진리인가를 결정하고 이것을 국민들에게 확산시키는 형식이었다. 이러한 시기에 있어서는 당연히 국가는 각 개인의 생활에 깊숙이 관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 시대인가? 이미 냉전의 시기는 지나갔고, 이를 대신하여 균질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다시 등장한 것도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의 상황이라고 할 것이다. 이미 우리 정부에서도 정확히 파악하여 선언하고 있듯이 지금은 이른바 국제화 내지 글로벌리즘의 시대로써 기존의 국가의 장벽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으며 경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기에 있어서의 국가의 역할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사회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통합작업에 그치고 각 개인의 영역은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도록 공간을 제공하는데 힘써야 할 것이다.

3. 본 법률안의 검토

(1)이념적인 측면

이상에서 서술한 내용을 긍정할 경우, 본 법안의 내용에 대해서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문제는 이념적인 측면이다. 본 법안은 정보통신에 관한 모든 것을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즉, 정보통신의 기술, 종사자와 이용자, 정보통신의 내용 등, 자세히 소개할 필요도 없이, 국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이것은 위에서 말한 시대적인 변화 즉, 국가의 역할이 변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본 법안에 대해서는 이 점에 대해서 먼저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제도적인 측면

법안의 문제점의 국가의 지나친 규제도 문제이지만 그 규제를 행하는 제도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즉, 적법한 규제가 행해지기 위해서는 정당한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이 적법한 적정절차에 따라서 행해져야 한다. 이 점에 대해서 법안의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제4장 건전한 정보통신질서의 확립의 부분을 소재로 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① 행정조직

제4장의 정보통신질서의 확립에 관하여 도입하고 있는 제도는 불법정보의 제작·유통금지제도와 등급표시제를 들 수 있는데, 이것을 주관하고 있는 행정기관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이다. 그런데 이 정보통신위원회는 행정조직법의 관점에서 볼 때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동위원회의 법적 지위를 보면 법률안 제58조에서 단지 동위원회를 설치한다고만 규정되어 있지 어느 기관에 속하며 그 기관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 불분명하다. 다만 동법이 정보통신부의 관할로 되어 있고 그 밖의 규정(제59조 업무)을 보아 정보통신부에 설치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종류의 행정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상대방(시민)에게 직접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행정기관과 단지 소속된 기관의 장의 심의 등에 응하고 직접 상대방에게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행정기관이 그것이다. 그런데, 동법안의 규정, 즉 제58조의 설치규정 및 제59조의 동위원회의 업무규정을 살펴보면 이 양자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것은 정부조직법상의 규정이나 행정조직법이론에서 볼 때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러한 논의가 단지 형식적인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전자에 속하는 행정기관은 이른바 외국(外局)으로서 소속된 기관과는 인사나 업무 등에서 독립적인 성격을 강하게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본 법률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은 규제업무를 행하는 경우 그 절차는 이른바 준사법적인 절차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에는 앞서 언급한데로 독자적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위원회는 불법정보의 유통에 대하여 관계기관에 형사고발권을 갖고(법안 제45조 제3항), 피해자구제를 행하는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위와 같은 점을 집요하게 지적하는 것은 이 문제가 단지 형식논리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동위원회가 위와 같은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합당한 법적인 지위를 가져야 하며 이에 따른 행정조직을 갖추고 적정한 적법절차에 의해서 법을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안에서 동위원회는 이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지 못한 채 업무를 행하도록 되어 있다.

② 집행절차

여기서는 불법정보에 관한 동위원회의 처분절차를 소재로 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법률안 제43조는 불법정보의 제작·유통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동위원회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할 것을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 중에서 불법정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문서로서 이를 고지’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에 동위원회는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당해 정보를 제공한 자를 관계기관에 형사고발 할 수’고, 고지를 한 이후에도 당해 정보가 유통되고 있는 경우에는 정보통신부장관에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이의 취급을 거부하도록 하는 명령을 하도록 건의 할 수 있다(동법안 제45조제4항, 제46조 제1항). 정보통신부장관은 불법정보에 대하여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이의 취급을 거부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동법안 제46조 제1항).

그런데 여기서는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먼저, 불법정보에 대한 판단기준의 애매성이다. 즉 법안에 다르면 그 기준으로서 단지, ‘불법정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만을 들고 있다. 이것은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규정으로 이것을 가지고 기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 한가지는 처분절차의 적정성의 여부이다. 법안에서는 단지 14일의 기간을 두고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견진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정보라고 판단되는지의 여부는 상대방에게 있어서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그로 인하여 상대방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잃을 수도 있으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사안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법안에서는 의견청취의 방법 중에서 가장 간단한 의견진술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사안의 비중에 비추어 볼 때 맞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행정절차법상의 청문규정에 의해서 의견청취를 하여야 할 것이다.

4. 맺으며

이상에서 법안은 국가의 기능이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존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법안의 규정은 지나치게 규제적이라고 활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아가서 이를 집행하는 행정조직상의 문제와 또한 집행절차상에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본고에서는 편의상 개괄적인 이야기와 법안의 한정된 부분만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하였지만 이것은 법안 전체와 관련된 이야기이며 또 언급하지 않은 부분도 같은 맥락에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안에 대한 철저한 논의와 검토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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