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질서확립법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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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석 호 / 홍익대학교 법학과 교수

I. 서론

1999년 7월부터 시행되어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 '개인정보 보호 및 건전한 정보통신질서확립 등에 관한 법률' (略해서 '통신질서확립법안'으로 불리우기도 하지만 이하에서는 '개정안'이라고 통일함)로 바뀌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물론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인터넷상의 내용을 규제하기 위한 여러 가지 규정들이다.

일찍이 '電算網보급확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이하 '電算網법'이라 함)은 1985년 11월 19일, 당시 민정당 소속 의원들이 제안한 것으로서 "전기통신과 전자계산조직의 균형적인 발전 및 효율적인 이용을 촉진하여 정보화사회의 기반조성과 고도화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가경쟁력 우위확보는 물론 다가온 정보화사회의 물결을 능동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국가선진화의 목표를 달성하고 국민생활의 향상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기여함"이 그 제안 이유였다. 그러나 "정보화사회 기반조성법'이라는 애초의 법안1)은 부처별 협의를 거치면서 철저하게 네트워크에 관련된 부수적인 H/W, S/W산업 정도만 다루는 法으로 축소되어졌고 이름도 '電算網보급확장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로 바뀌게 된다.

'90년대 들어 정보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정보화가 사회, 경제적으로 확산되어지게 되자 '정보화촉진기본법'이라는 새로운 법이 탄생, 1996년부터 시행되었지만 내용에 따른 계보상으로는 이미 1985년에 제안되었지만 電算網法으로 왜곡되어 탄생된 '정보화사회 기반조성법'(案)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電算網法은 원래의 모습을 갖추어서 다시 만들어진 정보화촉진기본법에 마땅히 흡수되어져야 했음에도 개인 정보 보호 규정 등을 삽입하면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로 여전히 남게 되었고, 작금에는 내용 규제라는 것까지 삽입하여 또 다른 왜곡된 모습으로 변신하려고 한다.

이하에서는 인터넷 내용 규제에 초점을 맞추어 개정안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하고자 한다.

II. 내용 규제 관련 법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인터넷을 통한 음반정보, 영상정보 및 문자정보가 청소년 유해매체물2)에 해당되는지의 여부를 구체적 기준을 통해 (청소년 보호법 제 10조와 시행령 제 7조3)) 심사하고 있다. 즉,

① 청소년에게 성적인 욕구를 자극하는 선정적인 것이나 음란한 것
② 청소년에게 暴惡性이나 범죄의 충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③ 성폭력을 포함한 각종 형태의 폭력 행사와 약물의 남용을 자극하거나 미화하는 것
④ 청소년의 건전한 인격과 시민의식의 형성을 저해하는 반사회적, 비인륜적인 것
⑤ 기타 청소년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명백히 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것
이러한 광범위한 심의 기준을 적용,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판정되면 '정보제공자'4)는 유해매체물 표시를 하여야 하고 내용물의 유통을 제한받게 된다. 그러나 다양한 내용물의 유통이 국경없이 이루어지는 인터넷이라는 전혀 새로운 매체에 적용함에 있어 한계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에 제 8조 5항은 "청소년보호위원회 또는 각 심의기관은 제작, 발행의 목적 등에 비추어 청소년이 아닌 자를 상대로 제작·발행되거나 매체물 각각에 대하여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하여서는 당해 매체물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을 차단할 수 없는 매체물에 대하여는 신청 또는 직권에 의하여 매체물의 종류, 제목, 내용 등을 특정하여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한 법 제 10조 2항 역시 "그 매체물이 가지는 문학적·예술적·교육적·의학적·과학적 측면과 그 매체물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인터넷에 적용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나름대로는 가지고 있다.

청소년 보호법은 유해 매체물로 심의·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추가로 '매체물' 자체의 등급을 9세 이상, 12세 이상, 15세 이상의 3등급으로 구분, 규제하도록 함으로써, 後述하는 개정안의 '인터넷 내용 등급제'와 비슷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의한 등급 결정과 이에 따른 표시 의무 부과의 구조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등급 결정과 이에 따른 유통 제한의 구조가 비슷할 지라도 선진국에서 민간 기업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자율적 등급 결정'과는 전혀 다르다.

행정기관인 청소년 보호위원회로 하여금 유해 매체물을 결정토록 하고 그 결정된 매체물을 청소년에게 유통시킬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현재의 청소년보호법 구조는 유통을 제한하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지만 그때마다 법 또는 하위법령을 개정하여 직접 개별 매체물을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고 법령의 개정에 소요되는 시일로 인하여 규제의 실효성도 기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하며 따라서 형벌법규 위임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명확하여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헌법재판소는 보고 있다.5)

결국 인터넷에서의 내용물 규제를 통해 청소년 보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법 제 8조 5항에 따라 인터넷 내용물에 대한 구체적 유형을 특정, 유통 규제를 할 수 있으며, 해당 기준에 대해서는 법 제 10조와 이를 구체화한 시행령 제 7조가 사용되어진다.

한편, 현행 법상 또 하나의 인터넷 음란물 규제 시스템으로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규제를 들 수 있다. 前者는 음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제공자 를 刑法에 비해 가중처벌하기 위한 법 체계이고, 後者는 不穩通信을 다루는 전기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 정보통신부 장관을 양대 규제 기관으로 한 법 체계이다.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은 구체적 처벌에 있어서 대상이 '음란 對 不穩통신'으로 구별된다는 점 이외에 전기통신기본법은 현행 刑法 제 243조의 '淫畵 頒布 등'의 규정을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행위에 대해 특별히 구체화한 특칙적 성격을 갖고 있는 반면, 전기통신사업법은 독자적 규제 체계를 담고 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은 '不穩통신'에 대한 심의와 전기통신사업자에 대한 시정요구를 정보통신부 장관이 임명, 구성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일차적으로 담당토록 하며,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문제의 '不穩통신'에 대해 전기통신사업자가 시정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을 건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시행령 제 16조의 4) 다만 청소년 보호법이나 전기통신기본법과 달리 정보통신부 장관에 의한 행정명령을 위반할 경우 비로소 사업자에 대한 무거운 형사책임이 부과되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즉 음란물인 경우에도 전기통신사업자가 직접 유통시킨 경우는 물론이고, 전기통신사업자의 망을 이용하여 그런 내용물을 유통시킨 이용자 자신에 대해서도 전기통신사업법은 해당 행위자를 직접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하여금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취급을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겼을 경우에만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형사처벌을 가하도록 되어 있다.

인터넷상의 음란물을 규제함에 있어 처벌 규정으로만 살펴본다면 전기통신사업법은 '2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원 이하의 罰金'에 처하도록 되어 있고, 청소년 보호법의 경우 유해 표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정보제공자는 '2년 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罰金'에 처할 수 있기 (제 51조) 때문에 전기통신사업법이 더 무거운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은 비록 간접적 규제 시스템이긴 하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음란물을 직접 차단시키는 효과를 확보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정보제공자가 유해 매체물 표시를 이행토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청소년 보호위원회 등에 의한 형사 고발을 통해 유해한 내용물 규제를 하고자 하는 청소년 보호법에 비해 보다 강력한 규제를 실행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6)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이 사업자의 분류 자체를 제한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7) 적용 범위가 모든 정보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할 수 없음에 비해, 청소년 보호법은 '정보제공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내용물에 대한 유해 표시 여부를 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규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는 법 적용 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통신사업법에서와 같이 정보통신부 장관에의 시정 명령을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청소년 보호위원회에 의한 형사적 고발과 신속한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따라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던 하지 않던 유해물을 다루는 정보제공자는 청소년 보호위원회가 미리 결정, 告示하게 되는 인터넷 유해물 기준에 따라 내용물 자체의 유해 표시 여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위반시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罰金)

한편, 개정안은 '청소년보호법상의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정보를 제공하려는 자'에게 등급 표시 의무를 부담시키고 표시 의무 자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데 그치지만, 만약 거짓으로 표시하여 영리 목적으로 청소년에게 유통시킨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과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제일 무거운 형사 처벌 규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불법정보'를 취급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정보통신부 장관의 취급 거부 명령을 위반할 경우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되고, 개인이 음란한 정보를 유통시킨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III. 미국의 CDA I과 II 판결

1996년 2월에 제정된 미국 통신법 (Telecommunications Act of 1996)은 인터넷 내용물에 대한 규제 강화를 내세우며 통신품위법 (Communications Decency Act: 이하 "CDA I"로 略함)을 별도의 章으로 삽입한 바 있다. 그러나 CDA I는 1997년 6월 26일, 연방 대법원에 의해 違憲판결8)을 받음으로써 역설적으로 인터넷에서의 내용 규제를 둘러싼 전세계적인 기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1997년 6월 11일에 펜실바니아 연방지방법원으로부터의 違憲판결9)을 시작으로 벌어진 법적 논쟁이 지금의 개정안이 담고 있는 내용 규제 시스템을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違憲판결을 받은 '96년 통신법의 관련 條文은 CDA I 가운데 특별히 통신의 상대방이 18세 이하의 청소년이라는 것을 알고서 의도적으로 (knowingly) 외설적인 (indecent) 내용물을 만들거나, 제작하거나, 전송하거나 하는 등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과 노골적으로 혐오적인 (patently offensive) 性的 내용물을 보내거나 顯示 (display)하기 위하여 쌍방향 (interactive) 컴퓨터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처벌규정으로 요약된다.

"indecent"에 대한 것은 입법 제정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되었고 클린톤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을 하자 마자 바로 違憲소송이 제기된 부분인 반면, "patently offensive" 규정은 별도의 違憲소송을 통해 추가되었던 것으로서 결국 2개의 규정이 통합, 심리되었다.

펜실바니아 연방지방법원은 문제 규정의 違憲性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우선 유해 내용물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적 代案들에 대해 검토하였다. 이런 代案가운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업계의 자율적 노력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것이 PICS (Platform for Internet Content Selection) 프로그램이다. 즉 인터넷을 이용, 사업을 하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물론이고, H/W, S/W업자들이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World Wide Web상의 프로그램을 부모들이 조절할 수 있도록 기술적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공동으로 참여한 결과 탄생한 것으로서 참가한 단체들은 단순히 컴퓨터와 통신, 방송 분야의 사업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무역 업체, 그리고 公益단체 등도 망라되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관심을 끌만 한 것이었다. PICS 표준 (standard)은 내용의 적정성에 따라 등급을 매긴 인터넷의 site만 PICS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등급을 매긴 site만 청소년들이 액세스 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만들었다.10)

또 다른 기술적 代案으로 실용화된 것은 부모들로 하여금 청소년들이 인터넷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특정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이었다. 당시 상용화되었던 것들로는 Cyber Patrol, CYBERsitter, The Internet Filter, Net Nanny, Parental Guidance, SurfWatch, Netscape Proxy Server, WebTrack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Cyber Patrol은 Micro Soft社가 1995년 8월에 개발한 것으로서 부모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프로그램에 대해 청소년들이 접근을 하지 못하도록 고안되었으며, PICS 표준에 맞추어서 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한 최초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이용자 (부모)의 선택권에 바탕을 두면서 인터넷 상에서 음란물을 차단하는 기술적 代案으로서의 소프트웨어는 점점 널리 보급되어졌지만 현재의 기술과 인터넷의 구조상 특정 사이트나 단어에의 접근을 막을 수 있을 뿐 음란한 영상물 (image) 자체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한편, 내용물에 대한 등급표시제는 내용물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하여금 등급표시를 하도록 하고, 이용자는 컴퓨터에 설치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설정된 등급을 읽게 함으로써 접근을 제한하자는 발상이다. 그러나 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내용물에 대해 사업자로 하여금 등급표시를 하도록 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엄청난 비용과 인력을 요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는 전세계적 통일 기준이 필요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특정 연령층이나 지역에서만 등급표시제가 작동하게끔 하는 것도 불가능할뿐만 아니라 외설적 (indecent)인지의 판단은 소프트웨어에 의해 가려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인간에 의해 내려질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의 이유로 등급표시제 시행 역시 완전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 지적되어졌다.

펜실바니아 연방지방법원의 Sloviter 재판장은 事前에 유해한 프로그램을 차단하고자 하는 이러한 기술적 代案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실용화되기에는 결국 기술적으로나 경제적 부담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결국 3인의 판사가 모두 개별적 의견을 통해 違憲이라는 점에 일치를 보였고, 특히 Dalzel 판사는 인터넷이야말로 이제까지의 매체중 가장 참여 지향적 형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관여로부터 최대한의 보호를 받아야 함을 강조한 점은 향후 인터넷 내용물 규제의 핵심적 키워드가 되어 버렸다.

인터넷 유해물로부터 정부가 청소년을 보호할 필요성 자체는 강력함 (compelling)에도 불구하고 CDA I 관련 조문들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기" (broad)하기 때문에 成人의 표현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모호하다" (inherently vague)는 이유로 違憲판결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음란하거나 (obscene), 아동 포르노그라피 (child pornography)에 대해서 만큼은 여전히 정부가 조사하고 起訴할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무관함을 분명히 밝혔다.

연방 대법원은 문제의 CDA 조항에 대한 違憲 여부를 특히 2가지 측면에서 하였다.

즉 하나는 CDA가 내용물 자체를 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의 모호함은 곧 표현 자유를 '위축시키는 부정적 효과' (chilling effect)를 가져온다는 우려이다. 또 하나는 CDA가 최고 2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형사처벌 규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호한 규정과 더불어 부정적 효과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방 대법원은 마지막으로 정부가 주장한 免責 조항들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즉 사업자가 "善意로 타당하며 효과적이고, 적절한 방법을 동원하여" 청소년을 보호하면 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고, 구체적 방법으로 정부는 유해한 내용물 등급표시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서이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은 유해한 프로그램을 사전에 "효과적으로 (effective)"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는 현재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존재하더라도 잠재적 수용자까지 보호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하는 방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免責조항의 타당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결국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약하는 것은 돼지를 굽기 위해 집을 태워버리는 것이라고 비유한 Sable 판결11)을 다시 인용하면서 CDA I는 인터넷의 상당한 영역을 없애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판단하였다. 연방 대법원은 이론적이고도 확인되지 않는 검열을 통한 이익보다는 민주 사회에서의 표현 자유를 신장시키는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CDA I에 대해 違憲을 선언하였다.

CDA I의 違憲 판결 이후 미국 의회는 표현 자유에서의 내용 규제를 정당화시켜 왔던 고전적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 보호' (child protection)를 정면에 내세워 'Child Online Protection Act' (일명 "CDA II", 또는 "COPA", 또는 제안한 Oxley의원의 이름을 따서 "Oxley법"이라고 불리움. 以下에서는 "CDA II"라 인용함)을 제정, 청소년들에게 有害한 (harmful) 내용물을 상업적으로 제공하는 웹사이트 운영자를 刑事처벌 할 수 있도록 1998년 10월, 통과시킴으로써 인터넷상의 유해 내용물 규제가 다시 위헌 논쟁에 휘말리게 되었다. CDA II는 웹사이트를 이용,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harmful to minors) 내용물을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民, 刑事 처벌로 규제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민사소송법 제65조에 규정되어 있는 요건에 따라 연방지방법원은 1998년 11월 20일자로 CDA II의 집행 정지를 잠정적으로 (1998년 12월 4일까지만 집행의 효력이 정지되었지만 被告인 정부가 1999년 2월 1일까지 연장하는 것에 동의하였음) 결정함으로써 인터넷 외설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의회의 또 다른 노력에 제동을 걸었다.

더욱이 문제가 된 CDA II의 "harmful to minors" 조문 자체는 CDA I에서 違憲 판결을 받았던 "indecent"를 사용하지 않고, 다만 "obscene"을 포함한 廣義의 "harmful" 단어 속에 포함되어지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단어의 개념 定義를 함에 있어서도 Miller 판결12)의 3가지 기준을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違憲을 피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CDA II의 보호 대상 자체가 청소년이기 때문에 CDA II는 음란을 제외한 나머지, 즉 외설물 규제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고13), 따라서 違憲 시비에 대한 타당성은 CDA I에서와 똑같은 맥락에서 접근되어질 수밖에 없다.

펜실바니아 연방지방법원은 무거운 刑事 처벌을 피하기 위해 사업자가 자체 검열 (censorship)을 하게 됨으로써 결국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는 '회복 불가능의 피해' (irreparable harm)가 발생하게 되고, 아무리 짧은 기간동안 표현의 자유가 상실되더라도 이것은 곧 '회복 불가능의 피해'가 된다14)는 논리를 들고 있다. 이러한 법원의 입장은 1999년 2월 1일자의 결정문15)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즉 청소년 보호를 위한 내용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문제의 법규정들은 현실적으로 웹 사이트 운영자들로 하여금 청소년은 물론이고 成人들까지도 내용물에 접근하기 전에 신용카드 또는 成人 식별 프로그램이 먼저 나타나도록 웹 사이트를 재조정하게끔 함으로써 오히려 보호되어져야 할 정당한 成人用 표현물까지도 과도한 규제속으로 밀어 넣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고 보았다.16) 또한 免責 규정에 있는 '내용 차단 프로그램' 역시 청소년에게 有害한 것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도움이 되는 내용물도 과도하게 차단할 수 있는 불완전한 것임을 들어 문제의 CDA II 규정이 '최소한의 규제 방식으로 (least restrictive manner)' 표현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판시하였다. 이런 법원의 입장은 2000년 6월 22일 내려진 제 3 高等법원 (Circuit Court)의 판결에서도 거듭 확인된다.17)

표현의 자유는 청소년을 인터넷 음란, 외설물로부터 차단시킬 규제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를 위한 규제는 인터넷의 구조적 특성상 자유로운 접근을 과도하게 차단하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즉 사회에서 논쟁을 벌일 가치가 있는 내용물조차도 사업자에 의한 과도한 규제나 특별한 등급제를 전제로 작동되어지는 프로그램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틀속으로 들어올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하게 된다.18) 특히 CDA II 역시 사업자에게 무거운 형사 처벌을 부과하고 이를 피하기 위해 스스로 과도한 자체 규제를 유도하였기 때문에 위헌 판정을 받았다면 後述할 현행 개정안이 갖고 있는 근본적 문제점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또한 공공 도서관 (public library)에서 음란물을 차단하기 위해 특별한 차단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자체 규정의 違憲 문제를 다룬 1998년 11월 23일자의 미국 연방지방법원 판례19)가 도서관의 모든 컴퓨터에 의무적으로 내용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한 內規20)가 오히려 有害하지 않은 프로그램까지 차단되는 결과를 낳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며 현재의 개정안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선별 소프트웨어'의 의무 설치 규정 (제 34조)과 좋은 대비가 된다.

IV. 개정안에 대한 분석

1. 책임의 주체에 대한 오해

개정안은 현재 違憲 심리를 기다리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상의 '不穩통신' 개념 대신 규제의 대상을 불법 정보와 청소년 유해 정보로 구분, 전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에 의한 엄격한 통제를 받도록 하고, 후자는 내용 등급제를 통해 유통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불법 정보'로 이름이 바뀌었어도 여전히 사법부의 몫이 되어야 할 '위법성 판단'이 정보통신부 장관 산하의 행정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사 기능을 거쳐서 결정되고 형사 제재가 뒤따르게 된다는 점에서 문제점이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개정안은 특히 불법 정보 유통방지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 변경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듯하다. 즉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불법 정보의 유통 방지와 청소년 유해 정보에 대한 청소년 접근 통제를 위한 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것을 소위 자율 규제 (self-regulation)로의 진전으로 간주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영리 목적으로 영상 또는 음향 형태의 정보를 제공하는 모든 사업자는 당해 정보를 일정 기간동안 보관하여야 할뿐만 아니라 (제 38조) 비록 민간 단체의 의견을 듣더라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를 심의하고, 내용 등급을 결정할 수 있으며, 草案은 적정하지 못한 등급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가지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 44조)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하여금 허위의 정보 등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정보의 삭제는 물론이고 반박 내용의 게재, 손해 배상의 조정도 할 수 있도록 (개정안 제 42조) 함으로써 책임의 주체를 사업자로 하였다는 것 자체가 이런 구조에서는 오히려 모든 책임을 사업자에게 얼마든지 轉嫁시킬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게 된다.

더욱이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개념을 전기통신사업자와 정보제공자, 정보매개자를 포괄하는 廣義로 파악, 영리, 비영리를 불문하고 불법 내용물에 따른 형사 처벌을 받게끔 함으로써 개정안은 자율 규제 이념의 실천과는 동떨어져 있다. 사업자의 뒤에서 형사 책임의 무기를 가지고 정부가 숨어 있음으로써 사업자가 또 하나의 검열 기관 역할을 수행하게끔 만드는 것이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교묘한 규제 시스템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적으로 시민 단체들이 주장해온 바이다.21)

개정안에서 사업자의 책임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한 정부측의 논리는 상식적으로나 법 논리적으로나 전혀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들이다.

우선 전기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 제 3조 제 1항에 의해 정당한 사유가 없이 전기통신역무 제공을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만약 내용물을 차단시켜야 될 정당한 이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기통신 역무 제공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해석론상 당연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를 정부는 취하고 있다.22)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 제 3조는 전기통신사업자로 하여금 이용자를 위한 서비스의 계속적 제공 의무를 규정한 것이며, 불법 정보인 것을 알면서 제공하는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만든 조문은 아니다. 더욱이 형사 처벌의 근거를 해석론에 의해 이끌어 내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罪刑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형사 처벌을 엉뚱한 조문에 근거한 牽强附會的 논리에 의해 제시하는 것은 처음부터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개정안이 만들어졌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보매개자의 경우는 '대부분 전기통신사업자에 포섭되어지기 때문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광의로 파악, 법적 책임을 도출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보를 매개하는 자가 내용 통제의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것은 법 논리 이전에 상식적으로도 납득할 수가 없다. 법 논리적으로도 정보를 제공하는 자나 직접 만든 자가 아니라 매개하는 자에 대해서도 내용 통제의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언론 자유를 제약하기 위해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비례의 원칙, 필요최소한도의 규제 원칙을 스스로 깨뜨리는 違憲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2. 認知 책임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내용을 인지하고, 정보의 제공 또는 유통을 방지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그것이 기대 가능한 경우"에만 (제 36조) 형사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개념 파악을 지나치게 넓게 하여 버렸기 때문에 '정보 제공자 - 정보 매개자 (접속을 제공하는 자) - 서비스 제공자'가 연결 고리를 갖게 되는 대부분의 서비스 제공 사슬에서 과연 "기술적으로 내용 차단이 가능하고, 그것이 기대 가능하다"는 요건 자체를 완전히 부정할 수 있는 사업자가 쉽게 나올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즉 현실적으로 정보를 직접 제작, 제공하는 극소수 소규모 독립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업자와의 협조를 얻으면 내용 차단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 모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사실상 연대하여 형사 책임을 질 수 있게끔 되어 버렸다.

법리적으로 이 요건 자체는 1997년에 만들어진 독일의 정보통신서비스 법 (Informations- und Kommunikationsdienste-Gesetz - IuKDG) 제 1조에 규정된 '제 3자 제공의 정보를 이용토록 접속하여 주는 사업자'에 대한 책임 규정을 번역한 듯하다. 따라서 순수하게 접속 서비스만 제공하여 주는 사업자는 독일 법에서는 책임을 지지 않도록 되어 있지만 개정안은 그런 구별을 특별히 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告知로 인한 認知 책임'을 의제하고 있기 때문에 제 3자가 제공한 내용물에 대해 순수하게 접속 서비스만 제공하는 사업자까지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더욱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는 방법으로 '문서에 의한 告知로 인한 認知책임' (제 28조, 36조)을 의제하고 있기 때문에 통보를 받은 사업자는 내용 삭제를 하던 하지 않던 旣遂犯이 되어 버리고 내용 삭제를 할 경우에는 量刑에서 정상참작만 되어 버리는 커다란 모순에 부딪친다.

불법 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사업자의 有無罪를 사법기관의 재판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정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불법 정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일방적 告知에 의해 결정하는 구조는 사업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표현되는 내용물에 대한 사전 검열까지도 가능케 하는 違憲 조항임에 틀림없다. 즉 내용을 직접 제작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사업자를 정확히 확정, 규제하려 하지 않고 개정안과 같이 廣義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모두 과도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한 違憲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규정이 사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에서 발견된다. 실제 불법 내용물을 사후에 認知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이미 범죄자가 되어 버리기 때문에 사전에라도 그런 통지를 받지 않도록 조심할 수밖에 없으며, 설사 내용 검열을 수시로 하더라도 어쩌다가 잘못해서 통보를 받게 되면 刑事책임을 지기 때문에 결국 사업자는 불안으로부터 자유롭게 되기 위해서라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기준을 철저히 따를 수밖에 없고 이용자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서로 망이 연결되어지는 사업자끼리도 과도한 상호 내용 통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과도한 규제가 결과적으로 불법 정보외에 다른 정당한 정보까지도 사업자에 의해 다 함께 미리 걸러지도록 만들 수 있음은 물론이다.

결국 개정안은 불법 정보를 직접 제작, 제공하는 사업자, 개인은 물론이고, 이를 전달하는 매개자, 심지어는 비영리 목적의 사회 단체도 포함될 수 있을 정도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개념을 광범위하게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정보를 접하는 최종 이용자를 제외한 모든 서비스 관련 사업자를 행정기관의 선택에 따라 쉽게 刑事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위험 천만한 구조를 통해 사전에 사적 검열 기관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뒤에서 강요하는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3. 내용 등급제

청소년유해정보를 대상으로 하는 내용 등급제는 "정보제공자가 자신의 정보에 대한 등급을 자신이 스스로 표시하고 정보이용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제3자가 등급을 부여하는 검열이 아니다"라고 정보통신부는 설명하면서 특히 청소년 보호법과 대비,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정보를 제공하는 자에게는 청소년 유해등급을 표시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된 정보는 인터넷상에서 유통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번 개정안은 청소년 유해정보로 등급을 표시하면 합법적으로 유통시킬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신장하고 成人에게는 볼 권리도 보장한다는 식의 논리를 펴고 있다.

즉 "기존의 심의 규제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해 정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동시에 성인정보이용자의 정보선택권을 강화할 수 있어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고, 자율규제를 지향하고 있어 정보이용자 및 인터넷 산업 양자에 친화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추세"로 개정안의 내용 등급제 (rating system)를 소개하고 있다. 법리적으로는 "사이트 목록 자체를 직접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선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보 선택의 최종 권한이 이용자 및 청소년 보호자에게 귀속되어지는 자율 규제 시스템으로서 청소년 유해물로 지정된 내용물에 대해서만 등급을 매기는 사후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사전 검열이 아니다"라고 옹호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내용 등급제는 최근 AOL Europe, Microsoft, IBM, British Telecom, Bertelsmann Foundation 등 다국적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ICRA (Internet Content Rating System)을 결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내용 등급제 자체는 인터넷에 정보를 제공하는 모든 사업자들이 스스로의 판단에 기초, 어떤 내용의 제공이 스스로에게 최대한 도움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구조이지만 CNN, Wall Street Journal 등과 같은 언론 기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한 획일적 기준에 따른 내용 제공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등 모든 사업자들의 이해 관계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전세계적으로, 혹은 최소한 한 국가 내에서라도 단일 표준에 의한 내용 등급제가 시행된다면 규제 기관은 사업자를 내세운 내용 검열에의 유혹을 받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시민 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규제 기관이 그러한 유혹으로부터 차단되어지는 법과 제도의 감시 구조가 갖추어진 선진 국가에서라면 내용 등급제 프로그램 시장의 시장 지배력을 갖춘 사업자가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웹사이트를 보이코트 하는 현상이 빚어질 우려도 생각할 수 있다.

내용 등급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자가 주도하기 때문에 스스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자체 제약적 결정보다는 오히려 이용자를 규제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미국의 CDA처럼 내용 규제를 형사처벌로 통해 직접적으로 달성하려는 법 자체가 허용되지 않으면서 현재까지는 가장 강력한 代案으로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의 내용 등급제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한국형 내용 등급제인지는 결국 표현의 자유라는 틀속에서 이용자의 자율적 정보선택권을 보장하려는 것인지의 여부에 달려 있다.23)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개정안의 내용 등급제는 외형상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이용자의 선택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자의 자발적 선택 사항이 아니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제시한 기준에 따른 등급제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어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영리 목적으로 청소년 유해 정보를 청소년이 접근할 수 있는 등급으로 표시하여 유통시킨 자'의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기 (제 77조 제 4항) 때문에 사업자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공표한 기준을 충실히 지키지 않을 수 없으며, 학교, 도서관 등 청소년이용시설에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결정한 내용 등급에 따라 청소년유해정보를 선별, 차단하는 S/W의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는 (제 34조) 점에서 결코 외국의 경우처럼 사업자 스스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자율적인 내용 등급제라고는 할 수가 없다. 특히 단일한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내용 등급제를 법에 의해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는 것은 표현 자유는 물론이고, 학문 자유에 대해서도 직접적 위협이 되는 違憲 조항이다.24)

정부 스스로도 개정안의 내용 등급제를 순수한 의미의 자율 규제로 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즉 미국식의 자율 규제 모델은 인터넷 내용물에 대해 자국의 사법권이 확보되어 있고, 청소년 보호계층의 높은 정보이용능력으로 자율 규제의 실효성이 높다고 전제한 뒤, 우리의 경우는 국내 법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해외에 대부분의 불법 정보 사이트가 놓여 있으며, 청소년 보호계층의 정보 이용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통산성 주도하의 내용 규제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25) 그러나 일본에서 내용 등급제를 추진하고 있는 주체는 민간 네트워크 사업자들이라는 점에서 우리처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정면에 등장하는 것과는 출발부터 차이가 난다.

이런 결론은 설사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청소년보호단체,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등급 기준을 마련하는 것으로 개정안이 수정되더라도 여전히 등급제 운영의 주체인 위원을 정보통신부 장관이 추천하고 위원회 자체가 정보통신부 장관 산하의 행정위원회로 남아 있는 한 달라질 수가 없다.

V. 두려운 사적 검열 (privatized censorship)

민주주의에서의 언론 자유는 의견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상이한 의견에 대해 관용과 이해를 가질 때 지켜질 수 있다. 언론 자유가 소중하다면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을 소중하게 다루도록 법과 제도가 배려를 하여야 한다. 불법 정보를 규제하고 청소년 유해 정보를 청소년이 보지 않도록 하여야 하는 데에는 異論이 있을 수 없다. 전화, 라디오, 지상파 텔레비전, 케이블 TV 등 새로운 언론 매체가 출현할 때마다 개인의 정보에 대한 통제력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정부의 통제력은 늘어났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고 사회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점에서는 쉽게 동감할 수 있지만 개인이 speaker이면서 listener가 되고, 자기가 만든 내용물을 통제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는 구조에서 정부의 관여 방식은 보다 조심스러워지지 않으면 안된다. 선진국에서 행하는 정부의 간여는 유해한 내용물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유해 내용물에 대한 등급표시나 사전 경고와 같은 제도를 제시함으로써 부모의 상실된 선택권을 회복시켜 주거나 청소년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위법한 정보에 대해서는 선진국일수록 보다 확실하게 전문 수사 인력이 투입,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 대법원이 CDA 판결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도 정부의 이러한 역할을 넘어서서 내용물 자체에 대한 직접적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 행정자치부가 '자치단체 인터넷 운영에 관한 조례표준안'을 최근 전국 지자체에 권고 사항으로 시달한 바 있다. 행자부가 시달한 게시물에 대한 삭제 기준은 ①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글, ② 국가안전이나 보안에 위배되는 경우, ③ 실명을 원칙으로 하는 경우에 실명을 사용하지 않았거나 실명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었을 경우, ④ 동일인 또는 동일인이라고 인정되는 자가 똑같은 내용을 주 2회 이상 게시하거나 비슷한 내용을 1일 2회 이상 게시하는 경우, ⑤ 기타 연습성, 오류, 장난성의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 등으로 되어 있다.

가장 고전적인 언론 자유인 '정치적 비판의 자유',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적 비판을 匿名으로 하는 자유를 박탈하는 행정 지침이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아직 우리 사회에서의 표현 자유가 제대로 발을 못 붙이고 있다는 증거이며, 행정 기관이 모든 정보를 심의하고, 유통을 제한하는 내용 등급을 매기는 개정안을 만든 것에 대해 잘못을 못 느끼고 있는 증거일 수 있다.

향후 우리가 개정안의 추이를 보면서 특히 관심있게 지켜볼 부분은 자율을 假裝한 타율,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는 검열 장치들에 대한 것들이다. 민간 사업자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하에 이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이루어지는 자율적 내용 규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행정기관의 규제를 따를 수밖에 없고, 그것도 형사 처벌을 두려워한 나머지 스스로 과도한 자체 검열을 할 수밖에 없도록 몰고 있다면 그것은 자율을 假裝한 교묘한 타율 규제이며, 합법을 가장한 또 다른 불법인 셈이다.

현재의 개정안은 다행히도 '정보통신윤리위원회'라는 행정 기관이 내용 규제를 위한 기관으로 비교적 정면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 자유가 침해되었는지, 재판을 받을 권리가 박탈되었는지, 자신이 만들고 제공한 정보 재산권의 행사가 부당하게 제약을 받았는지, 또 심지어는 영장없이도 정보통신부 공무원이 함부로 민간 사업자의 영업장을 수색하여도 헌법이 침묵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상식과 법 논리에 의해 쉽게 해답을 낼 수가 있다. 즉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라는 사업자를 등장시키고는 있지만 내용 규제 자체를 둘러싼 조문들은 아직 '국가 기관에 의한 검열' (state censorship) 단계를 못 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지나치게 넓게 定義한 사업자를 정면에 내세우고 정부는 뒤에서 형사처벌로 위협하면서 사업자들로 하여금 반사적으로 과도한 자체 검열을 하도록 법을 통해 유도한다면 '사적 단체로 검열이 잠적하여 버리는 구조' (privatized censorship)가 되어 버리며, 헌법의 기본권을 찾기 위한 노력은 이용자 개인에게 더욱 많은 대가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 대가의 크기는 모든 사람들이, 또한 전세계의 모든 단체들이 부단히 같이 노력한 정도 여하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각주

1) 立法化의 주된 계기는 관련 부처간의 업무를 再分掌함으로써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정보화사회 관련 정책의 수립 및 추진을 꾀하기 위한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당시 H/W부분은 전자공업진흥법에서 전자공업의 일부로서 다루고 있었고, S/W부분은 직접적 관련 법률은 없이 기술용역육성법, 특정연구기관육성법 등에서 산발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정도였으며, 통신 부문 역시 전기통신기본법, 공중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율하고 있는 등 관련 법규의 체계성이 결여된 상태였다. 따라서 정보화사회 기반조성을 위한 국가적 과제들인 정부차원의 기본적이고도 종합적인 정책의 수립과 추진, 정보관련산업기술의 진흥과 標準化 등을 달성하기 위한 의욕적인 법으로 당시 초안이 만들어졌다. 특히 정보산업을 "정보통신시스템에 관련된 기술개발, 그 구성 및 운용, 役務의 제공, 관련器機의 생산조립, 기타 이에 관련된 用役에 관한 사업"으로, "정보통신시스템"은 "전기통신 기술과 전자계산조직 및 그 이용기술을 활용하여 정보를 처리, 보관,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定義함으로써 정보산업을 기본적으로는 네트워크산업으로 파악하였지만 통신망뿐 아니라 관련 H/W, S/W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점 등이 後에 결국 세상에 태어난 電算網法보다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需要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供給측면에서의 정부에 의한 일방적 計劃의 수립, 집행, 금융, 세제 等 정책적 지원 따위만을 규정하는 법과 달리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정보통신시스템의 이용증대와 보급확대를 위해 이용자에 대한 교육과 컴퓨터 마인드의 확산' 등을 규정하고 있었던 점도 '정보화사회 기반조성법' (案)의 잘된 점으로 꼽을 수 있다.

2) 매체물 개념 자체는 無形의 정보, 프로그램도 해당되어지는 것으로 定義하고 있다. (법 제 7조)

3) 보다 자세하게 다음과 같은 14개의 개별 심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즉 가. 음란한 자태를 지나치게 묘사한 것, 나. 성행위와 관련하여 그 방법·감정·음성 등을 지나치게 묘사한 것, 다. 수간을 묘사하거나 혼음, 근친상간, 동성애, 가학·피학성음란증 등 변태성행위, 매춘행위 기타 사회통념상 허용되지 아니한 성관계를 조장하는 것, 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행위를 조장하거나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기술하는 등 성윤리를 왜곡시키는 것, 마. 존속에 대한 상해·폭행·살인 등 전통적인 가족윤리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 바. 잔인한 살인·폭행·고문 등의 장면을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조장하는 것, 사. 성폭력·자살·자학행위 기타 육체적·정신적 학대를 미화하거나 조장하는 것, 아. 범죄를 미화하거나 범죄방법을 상세히 묘사하여 범죄를 조장하는 것, 자.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국가와 사회존립의 기본체제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것, 차. 저속한 언어나 대사를 지나치게 남용하는 것, 카. 도박과 사행심 조장 등 건전한 생활태도를 저해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것, 타. 청소년유해약물 등의 효능 및 제조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그 복용·제조 및 사용을 조장하거나 이를 매개하는 것, 파. 청소년유해업소에의 청소년고용과 청소년출입을 조장하거나 이를 매개하는 것, 하. 청소년에게 불건전한 교제를 조장할 우려가 있거나 이를 매개하는 것이 그것이다.

4) 청소년 보호법 시행령 제 13조는 인터넷의 경우 '정보제공자'에게 그러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5) 99 헌가 16, 2000. 6. 29 결정.

6) 전기통신사업법상의 '不穩통신' 기준이 청소년 보호법 10조를 중심으로 한 규제 기준보다 반드시 넓다고는 하기 어렵다. 청소년 보호법 법 제 10조와 시행령 제 7조도 충분히 포괄적 기준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7) 기간통신사업자, 별정통신사업자, 부가통신사업자로 구분하고, 각각 허가, 등록, 신고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8) ACLU v. Reno, 117 S.Ct. 2329 (1997)

9)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et al., v. Janet Reno, Attorney General of the United States (civil action No. 96-963), American Library Association, Inc., et al., v. United States Dep't of Justice, et al. (civil action No. 96-1458)

10) 즉 PICS는 특정 site를 배제할 목적으로 구체적 목록을 작성하는 방식 (일종의 negative list)을 택한 것이 아니라 site들을 가급적 다 포함시켜서 등급을 매김으로써 접근을 제한하고자 하는 방식 (positive list)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11) Sable Communications of Cal., Inc. v. FCC, 492 US 115, 128 (1989)

12) Miller v. California, 413 U.S. 15 (1973),

13) 1998년 11월 20일자의 결정문에서 담당 판사는 child pornography와 obscene한 내용물에 대한 검찰의 起訴나 搜査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14) Hohe v. Casey, 868 F. 2d 69 at 72, 73 (3rd Cir. 1989)

15) ACLU, et.al. v. Janet Reno, Civil Action No. 98-5591, February 1, 1999, http://www.aclu.org/court/acluvrenoII_pi_order.html.

16) 내용물 때문에 웹 사이트 운영자들로 하여금 규제를 위한 추가 비용 부담을 강요하는 것은 違憲을 추정케 한다는 Simon & Schuster, Inc. v. Members of the New York State Crime Victims Board, 502 U.S. 105, 115, (1991), Erznoznik v. City of Jacksonville, 422 U.S. 205, 217 (1975) 연방 대법원 판결이 先例로 제시되었다. 특히 Erznoznik v. City of Jacksonville, 422 U.S. 205, 211 n.8 (1975)에서 일찍이 연방 대법원은 누드물을 公然히 전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을 지키기 위해 drive-in-theater 주변에 담을 쌓아 올리는 비용 문제를 검토하면서 刑事處罰을 면하기 위해 영화 상영을 제한하거나 현실적으로 지나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하는 선택의 강요는 표현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17) http://pacer.ca3.uscourts.gov:8080/C:/InetPub/ftproot/Opinions/991324.txt

18) 이런 우려는 특히 ACLU가 작성, 1997년 8월에 공표한 'Is Cyberspace Burning? How Rating and Blocking Proposals May Torch Free Speech on the Internet'(http://www.aclu.org/issues/cyber/burning.html)에 잘 지적되어 있다.

19) Mainstream Loudoun v. Loudoun County Library Board of Trustees 사건, http://www.pfaw.org/courts/loudoun-ruling.html 참조.

20) 1997년 10월 20일, Board of Trustees of the Loudoun County Library는 "Policy on Internet Sexual Harassment"라는 內規를 제정하였다. 구체적으로는 ① 도서관은 e-mail, 대화방, 포르노그라피를 제공하지 않으며, ② 모든 도서관 컴퓨터는 아동 포르노그라피, 음란물은 물론이고 청소년 (juveniles)에게 해로운 (harmful) 내용물을 차단할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여야 하며, ③ 모든 도서관 컴퓨터는 도서관 직원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설치하여야 하고, ④ 이용자들은 포르노그라피 내용물을 검색할 수 없으며, 이용 중지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경찰을 부를 수 있다는 4개 규정이다. 違憲의 시비가 붙은 것은 2번째 부분이다.

21) http://www.gilc.org/speech/ratings/gilc-oecd-398.html

22)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청회 자료, 2000. 7. 20

23) INCORE (Internet Content Rating for Europe)가 2000년 4월에 발표한 보고서 (Self-labelling and filtering)에서 강조한 원칙중의 하나도 최종 이용자가 정보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http://www.ipso.cec.be/iap/INCOREreport.doc

24) 특히 공립 학교에서 정부가 만든 내용 등급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의무화한다면 思想의 통제로 인한 違憲 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25) 각주 22의 공청회 자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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