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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인권 미디어] 글렌 그린월드 『더이상 숨을 곳이 없다』{/}단행본 『더이상 숨을 곳이 없다』

By 2015/04/03 4월 27th, 2018 No Comments

더이상 숨을 곳이 없다

글렌 그린월드 지음 | 박수민 – 박산호 옮김 | 모던타임스 | 2014년

재미있었다. 그 점이 놀라왔다. 나는 정보인권 활동가이지만 “충격! 충격!”으로만 가득찬 감시 폭로서를 읽는 일은 힘들 것 같았다. 2013년 6월에 전세계가 충분히 놀랐다. 우리는 그 이후 스노든의 용기 있는 폭로에 빚을 지게 되었지만, 그 해결에 이르는 길을 누군가 지루하고 교훈적으로 나열한다면 더이상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았다. 저술가이자 변호사이고, 스노든이 전달해준 NSA 문서를 세상에 책임감있게 알린 글렌 그린월드도 그런 우려를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이 책의 상당부분은 그가 스노든을 알게 되고, 만나고, 폭로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일들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는 데 할애하고 있다. 자신과 스노든, 미국 정부는 물론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의 수많은 관료, 변호사, 심지어 동료 기자들과 어떤 긴장감 있는 논쟁의 시간을 보냈는지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마치 스릴러 영화와도 같았다.

덕분에 이 책을 보고 난 독자들의 머릿속에 남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게 되었다. 독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이 책에 등장한 등장인물의 용기 있는 행동에 몰입되고 응원하고 있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스노든의 용기를 알아볼 수 있기를 원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도 용기가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전세계 통신 감시는 다시 보아도 충격적이다. “미국 정부는 세계 전자 프라이버시의 완전 제거를 목표로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러나 그것은 더이상 두렵지 않다. 불의와 감시에 기꺼이 맞서는 용기 있는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시한번 진실을 드러내고, 그리고 그것 이상으로 큰 가치인 용기를 세계인 앞에 보여준 스노든과 그의 동지들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세계가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논쟁에 뛰어들었다. 마침내 유엔에는 프라이버시 특별보고관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 문제에 관한한 상대적으로 조용한 시간을 보내어 왔다. 아마도 미대사 습격 사건 때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주요 여론층이 친미적인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테러와 전쟁중이니 그렇게 할 수 있다”), 대다수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NSA의 감청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국내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국정원 문제가 워낙 거대하게 닥쳤었다. 그리고 국정원은 물밀듯한 개혁요구를 성공적으로 방어해 냈다. 용기 있는 판사님 덕분에 2심에서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았지만 정권 유지에는 성공했다. 그리고 다가오는 국회에서 감청을 확대하려는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우리의 힘 역시 용기이다. 카카오톡 압수수색 사건을 폭로하고 저항하는 시민들로 인해 사이버망명 파문이 커졌던 것을 기억하자. 우리 손안의 작은 스마트폰, 그러나 그것의 프라이버시 문제가 무척 크다는 사실을 이제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두려워하지 말고 저항하자. 그것만이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

by 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