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활동의 연대기 201408

2013년 폭로의 충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정보기관이 전세계 통신과 인터넷망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후로도, 아시아 지역 도청은 각국 호주 대사관을 활용했다는 등 폭로가 계속되어 왔습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대량 국가 감시 그 자체도 경악할 만한 일이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정보기관들이 각국 규제법을 우회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협력했다는 사실입니다. 국민들 모르게 말이죠. 법원과 국회는 들러리였구요. 그야말로 초법적인 감시입니다.
진보넷도 여러가지로 대응해 왔습니다.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구글의 지메일이 미국 정보기관 NSA에 협력하는 동안 국내 이용자들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당사자들은 제3자인 다른 나라 정보기관에게 자신의 정보가 제공되었는지 여부를 마땅히 통지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7월 23일 구글코리아와 구글본사를 상대로 정보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번 소송에는 경실련,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진보네트워크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이 함께 하였습니다.
또 지난호에 소개해 드렸다시피 유엔에서도 여러 움직임이 있는데요, 특히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디지털 시대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특별한 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9월 8일부터 개최되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이때를 맞추어 지난 25일 진보넷은 유엔인권최고대표 사무소에 성명을 제출하였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지적사항과 권고사항을 지지하며, 한국의 디지털 프라이버시권의 실태를 우려하는 내용입니다. 이 성명은 유엔인권정책센터와 함께 하였습니다.
아무리 국가 안보가 중요해도 전국민과 전세계를 감시하는 것은 오바입니다. 이제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 뿐 아니라 감시 경쟁에서 뒤떨어진 나라의 정보기관들도 앞다투어 감시에 나서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민들에게는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일은 인터넷에서 사생활을 포기하는 것 뿐일까요? 전세계 인권 시민 운동이 분주합니다. 진보넷도 여느 때보다 국제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지하고 격려해 주세요.

빅데이터가 화제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인 창조경제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실현하기 위한 방안으로 ‘빅데이터 산업’이 이 정권 초기서부터 주목받아 왔거든요.
방대한 교통정보를 처리하는 것처럼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생활이 편리해지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우려스런 점도 있습니다. 이 빅데이터에 개인정보가 포함될 경우 결국 국가와 기업들이 개인들의 개인정보를 방대하게 수집하여 자기 의도에 비추어 처리하는 결과를 낳을지도 모르거든요. 예를 들어 시민들이 평소 페이스북 같은 SNS에 올리는 내용을 일정기간 모두 모으면 어마어마한 양이 될텐데요, 미국의 여러 기관들은 그걸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한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우리 정당 지지자일 확률 85%, 이 사람이 테러리스트일 확률 72% … 이렇게 분석하고 예측하는 거지요. 그런 예측에 따라 해당인에 대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빅데이터의 이름으로 벌어질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정보인권 운동은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을 우려 속에 지켜보아 왔습니다.
더구나 국내에서 빅데이터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인터넷에 공개된 개인정보를 마구 가져다가 영리적으로 쓰는 행위는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이나 헌법재판소의 기존 결정례에 따르면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이거든
요. 내가 중고나라 웹사이트에 올린 정보를 다른 기업에서 가져다가 엉뚱한 목적으로 쓴다면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 침해 아니겠어요?
하지만 정부는 빅데이터 산업을 위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 완화를 불사할 태세입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공개된 개인정보에 대한 수집과 이용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을 추진해왔어요. 진보넷을 비롯한 민간단체들은 꾸준하게 반대해 왔구요. 그래도 정부는 지난 1월 카드3사 1억 4백만 건 개인정보 유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7월 30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방통위가 추진하는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권고를 발표하였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마땅히 해야할 결정입니다. 정보통신망에서의 개인정보를 주무하는 방통위가 진작에 새겨들었어야 할 지적들이기도 하구요. 방통위가 이제 정신을 좀 차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