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

자유롭고 혁신적인 인터넷을 위해 망중립성 입법이 필요하다!

By 2014/08/07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오병일

우리는 전기통시설비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자신이 선택한 기기를 통해, 유선이나 무선 인터넷을 통해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을까?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용자의 권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지만, 특정 요금제 이하의 이용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보이스톡, 마이피플, 스카이프와 같은 인터넷전화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통신사들이 중간에서 이 애플리케이션의 트래픽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화(mVoIP) 차단은 불공정 경쟁행위이자 이용자권리 침해
 
예를 들어, 내가 1G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데, 웹서핑은 되고 인터넷 전화는 안 된다면, 이는 특정한 앱에 대한 차별이다. 물론 통신사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인터넷 전화가 활성화되면 자신의 통화 수익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지배적 사업자(통신사)가 (망을 보유하고 있는) 지배적 지위를 남용하여, 경쟁 사업자를 차별하는 ‘불공정 경쟁행위’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유롭게 합법적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침해이다. 
 
다행히 작년 12월 4일,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통신망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이하 트래픽 관리기준)을 발표하면서, “2014년까지 모든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무선인터넷전화(mVoIP)를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6월 30일, 미래부가 발표한 <2014년 가계통신비 경감 방안>에 포함된 mVoIP 대책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보도자료에서 미래부는 ‘mVoIP 전면 허용’이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과장된 것이다. 모든 요금제에서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는 그 용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만원대 요금제에서는 30M까지만 인터넷전화 이용을 허용했다. 30M 사용 이후에는 다시 인터넷전화 앱에 대한 차별이 시작된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자유와 혁신의 원동력
 
통신사와 미래부는 이를 ‘요금제’의 하나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물론 통신사들이 요금제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용량을 달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이용자가 허용된 용량 내에서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합법적인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요금제’가 허용된다면, 지금까지 미래부가 만든 ‘망중립성 가이드라인’과 ‘트래픽 관리기준’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접속할 수 있는 요금제, 게임 앱을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나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 트래픽 관리기준은 “합법적인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또는 장치를 차단하거나 콘텐츠 등의 유형 또는 제공자 등에 따라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통신비를 경감하기 위해 망중립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망중립성은 지금까지 인터넷의 자유와 혁신의 원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통신사 맘대로 어떤 앱은 쓸 수 있고, 어떤 앱은 쓰지 못하도록 한다면, 즉 통신사가 인터넷의 문지기(gatekeeper)가 된다면 자유로운 인터넷의 발전이 가능할까? 통신사가 허용하지 않는 앱을 누가 개발하려고 할까? 망중립성 문제는 결국 미래 인터넷의 구조와 관련된 문제다. 누구나 혁신적인 서비스와 콘텐츠를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인터넷이 미래에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 
 
망중립성 입법화, 이제 국회가 나서야할 때
 
미국의 통신규제기관인 FCC와 달리, 미래부는 통신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권한을 갖고 있으며, 전기통신사업법에서도 ‘공정한 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미래부가 의지가 있다면, 굳이 법 개정 없이도 망중립성 정책을 시행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래에도 자유로운 인터넷을 원한다면, 이제 망중립성을 입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통신규제기관인 미래부는 망중립성에 대한 철학도 의지도 없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인터넷의 미래를 위해 이제 국회가 앞장서주기를 바란다. 
 

2014-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