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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국민 감시 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규탄한다!

By 2014/01/0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긴급 성명]

 

국정원의 국민 감시 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를 규탄한다!

– 통신비밀보호법 개악안 발의에 부쳐

 

임시국회도 막을 내린 금요일 오후 국가정보원의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개정안 발의 소식이 전해졌다. 대표 발의자는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다. 예상치 못했던 바는 아니다. 17대, 18대 국회에서도 국정원은 통비법 개악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었다. 또 지난 연말 국회 국정원 개혁특위 1라운드가 실망스럽게 마무리되고, 남아 있는 개혁특위 2라운드 의제로 휴대전화 감청 입법이 제안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우리 단체는 2007년, 그리고 2009년에 이어 똑같은 내용으로 발의된 이번 법안에 대해서도 똑같은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휴대전화 감청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다. 현행 통비법은 휴대전화 감청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 휴대전화 감청이 중단된 것은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부터다. 이때 휴대전화 감청이 중단된 이유는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일었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는 아날로그 이동통신 때로부터 디지털 2세대, 3세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휴대전화를 감청해 왔다. 그러다 전국민의 충격과 분노를 사게 된 것은 정보기관과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가 합심하여 "CDMA 휴대전화를 감청하고 있지 않다"고 국민을 속여왔다는 사실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통비법이 적법한 감청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정보기관은 몰래 감청을 하기 위하여 통비법 상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통신사가 불법 감청에 동원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국정원이 ‘공식적으로’ 휴대전화 감청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입법 미비 때문이 아니라 그 사건 이후 정보기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완전히 잃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휴대전화 감청을 허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이 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했는가? 상황은 오히려 그 반대다. 소속 직원들을 대통령 선거와 정치 개입에 동원해 온 혐의로 전임 국정원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시점이 아닌가.

둘째, 휴대전화 감청을 위해 굳이 통비법을 개정할 필요가 없는데도 왜 국정원은 개정 요구를 계속하고 있을까? 이는 다름이 아니라 통신사를 국정원 감청을 위한 부속기관으로 동원하기 위해서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휴대전화 감청에 있지 않고 ‘통신사 감청설비 구비 의무화’에 있다. 위반시 매년 20억 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이는 휴대전화 감청늘 넘어, 한마디로 국정원이 감청을 할 수 없는 통신수단은 국내에서 유통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모든 통신사는 여기에 복종해야만 하며, 그 비용은 국민이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결국 우리 국민은 정보기관이 자기 자신을 감시하도록 비용까지 감당해야 하는 처지다. 

셋째, 일부 다른 나라에 비슷한 제도가 도입되어 있다는 주장은 국내 정보기관이 과도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종종 이 권한을 남용해온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불투명하기 짝이 없는 이 비밀 정보기관은 세계적으로 드물게도 국내 정치인과 국민을 상대로 한 정보수집과 공작 권한 뿐 아니라 수사권까지 한 기관에서 모두 가지고 있으며, 국회도 법원도 이 기관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해 왔다. 더구나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해외의 사례보다 더 심하다. 유선, 무선 전화 뿐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인터넷 망,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지 모르는 미래의 모든 통신수단에 대하여 감청 설비 구비를 의무화하였기 때문이다. 

과거 개정안에서는 그래도 명목상으로 ‘간접감청(통신사를 통한 감청)을 의무화하여 투명하게 집행하겠다’는 구실이라도 붙였지만 이번 개정안에는 그런 명분조차 없다. 말하자면 통신사는 통신사대로 장악하고, 보유 장비를 이용해 필요시 직접감청(통신사를 통하지 않은 직접적인 감청)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국정원은 간접감청에서는 타 수사기관을 제치고 전체의 95% 이상을 차지해 왔고, 직접감청 통계는 지금까지 그 실태가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 

무엇보다 국정원 개혁 논의는 이 기관이 전 국민을 실망시킨 결과로 일어난 것이다. 국정원 개혁 논의가 역설적으로 국정원의 국민 감시 권한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 국정원은 물론 이를 방기한 여당과 야당 모두가 국민적인 저항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2014년 1월 3일

진보네트워크센터

201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