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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국정원장 원세훈씨의 개인정보보호 주장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 입장

By 2013/12/06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성명]

전임 국정원장 원세훈씨의 개인정보보호 주장에 대한 진보네트워크센터 입장

 

 
국정원의 선거개입 재판에서 검찰총장 낙마와 수사팀장 징계를 비롯한 여러 정치적 압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원세훈 전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최근 놀라운 사실을 추가로 공소장에 포함하였다. 국정원 요원들이 지난 대선 당시 2,653개의 계정을 개설한 후 주로 여당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121만 건의 트윗을 배포했다는 것이다. 시간관계로 분석을 마치지 못한 트윗도 2,091만 건에 달한다. 그러나 법원이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 11월 28일부터 현재까지, 이 사건에 대한 심리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원세훈씨의 변호인들이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트위터 증거 전체를 탄핵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활동해온 정보인권단체로서 우리 단체의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문제의 트윗은 계정의 주인인 국정원 요원들이 활동할 당시에는 공개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삭제된 상태이다. 검찰은 과거의 트윗 내용을 보관하고 있는 빅데이터업체에 대하여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이 증거들을 확보하였다. 이에 대한 원세훈씨 측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트위터 아이디와 메시지 등은 개인정보이다. 둘째, 이용자가 문제의 트윗을 인터넷에서 이미 삭제하였으니 빅데이터 업체가 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수집한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 셋째, 검찰이 빅데이터업체로부터 이 트윗 정보들을 압수수색한 것은 당사자 동의가 없는 위법이다. 원세훈씨의 주장대로라면 인터넷 검색엔진과 빅데이터 업체들의 모든 자료 수집은 불법이다. 그야말로 잊혀질 권리의 완벽한 구현이다. 아마도 원세훈씨와 국정원 직원들은 자신들의 인터넷 활동이 잊혀지길 바랄 것이다.
 
우리는 개인정보 보호가 정보화시대에 매우 중요한 정보인권이며 특히 빅데이터 사회에서 이용자의 잊혀질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트윗 아이디와 메시지는 그 공개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의 취향, 사회관계, 사상, 정치적 의견을 포함하고 있는, 보호되어야 마땅한 개인정보이다. 그러나 최근 유럽에서 논의되고 있듯이 잊혀질 권리를 비롯한 개인정보에 대한 권리는 언론 및 표현의 자유나 학문 및 예술의 자유를 위해 일정하게 제한될 수 있으며, 국가기관의 선거개입과 같은 중차대한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였다고 하여 모든 증거의 위법성을 법정에서 다투지 못한다면 그 또한 인권침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이 사건의 경우 적법하게 집행된 영장의 효력을 전임 국정원장 원세훈씨가 부인하고 있다는 사실이 모순적이다. 무엇보다 트윗 이용자들이 이미 잘 인지하고 있듯이, 일단 공개된 트윗은 즉시 전세계로 전파되며 제3자 누구나 이를 수집할 수 있다. 이는 트윗의 개인정보보호취급정책에도 명시되어 있다. 빅데이터 업체에 대한 잊혀질 권리 행사는 개인정보에 대한 삭제 청구권의 입법 보완 등을 통해 향후 보장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체계 내에서는 원글 작성자가 삭제하였다고 하여 빅데이터 업체가 알아서 삭제할 의무까지 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121만 건의 트윗 정보가 국정원이 국내법을 위반하여 국내정치와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로 쓰지 못할 만큼 위법한 개인정보 수집이라고 볼 수 없다.
 
재임시절 국민을 상대로 마구잡이로 사찰을 자행하고 한국 국민들의 인터넷 공론장을 훼손시킨 전임 국정원장 원세훈씨가 개인정보 보호를 역설하는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원세훈씨를 비롯하여 국가정보기관의 국내정치와 선거 개입에 대하여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응당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기 기관에 대한 개편 요구를 무시하고 오히려 사이버 공간에 대한 장악력을 확대하려는 국정원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며, 우리 단체는 앞으로 국정원의 인권 유린과 민주주의 위협을 좌시하지 않고 맞설 것이다.
 
2013년 12월 6일
진보네트워크센터

2013-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