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지 액트온정보공유

HWP 우리 그만 만나.

By 2011/10/20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소재성

(2011년 10월 19일, 오픈소스 포럼 ‘웹/문서 표준 준수의 필요성과 오픈웹 캠페인 방안’ 발제문입니다. )

고통

hwp 문서 형식에 대해 문제를 느끼게 된 것은 공공기관의 문서를 읽으려고 할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때문이다. 사실 ‘불편함’이란 단어로 그 동안의 고충을 표현하기는 무리다. 리눅스 사용자가 자신이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다는 자각을 할 때가 바로 hwp문서를 열어야 할 상황인데 그 이유는 hwp 문서를 열기 위해 정신적 고충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hwp 문서 형식이 리눅스 운영체제 사용자나 매킨토시 사용자들에게 많은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주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 리눅스 사용자는 hwp때문에 받은 고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리눅스 사용하면서 hwp 때문에 속터지는 일이 한두건이 아닙니다. 제 개인적으로 hwp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시간 날린 거를 돈으로 환산하면 1천만원이 넘어갈 겁니다.” 피해를 본 상황을 정확한 액수로 산정한 그 분만의 계산 방식이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액수가 아닌 hwp 문서로 인해 그 분이 고통받은 고통의 크기다.

 

한글 읽기 위해 이렇게까지

리눅스 사용자는 hwp 문서를 보기 위해 지루하고 소모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윈도우용 한글 뷰어를 실행하기 위해 버추얼 박스를 열어 윈도우 운영체제를 실행한다든가 hwp파일을 볼 수 있도록 변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hwp문서 파일을 하나 하나 전송한 후 변환하여 읽는다든가 또는 리눅스용 한컴 소프트웨어를 구매한다든가 등의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에서 리눅스용 한글이 판매되고 있지만 리눅스용 한글 2008은 우분투에서 설치하기가 까다롭다. 아시아눅스용이기 때문이고 설치한다고 해도 또다른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경제적 비용인데 리눅스 기업용 한글의 경우 현재 판매가격이 214,500원 이다. 우분투 사용자는 구입한다고 해서 바로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설치하는 방법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라이브러리 문제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 유통하는 문서 형식이 특정 기업의 독점 형식이기 때문에 그 문서를 보거나 편집하기 위해 고가의 문서 편집기를 구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으로 설치방법을 찾아야 하는 등 힘든 작업을 거쳐야 한다.

물론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고 hwp 파일을 열람할 방법이 있다. 우체국에 가면 방문자들이 쓸 수 있는 컴퓨터가 있는데 그 컴퓨터에 보통 리눅스와 한글이 함께 설치되어 있다. 만약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가까운 곳에 우체국이 있다면 이 내용은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또는 공공 도서관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대부분의 공공 도서관은 한글이 설치되어 있어 그 곳에서 hwp문서를 열람하면 된다. 게다가 이런 곳에서는 문서 수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왜 우리가 그런 고생을 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이렇게 힘들게 한글 설치된 곳을 찾아다니며 열어봐야 할 만큼 hwp 문서 형식에 권위가 있는 것일까. 이런 불편함 때문에 리눅스 사용자는 hwp 형식을 공공기관에서 앞장서서 두루 쓰고 배포하는 현실 자체에 문제 의식을 가지게 한다. 공공기관의 문서들이 독점 기업의 제품에서 독점 포맷으로 작성되어 배포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가격 출처 . http://shop.hancom.co.kr/goods/list.go?big=8&middle=1&small=1&ms=1

 

무시할 수 없는 재구매 압력

리눅스용을 구매했다고 해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눈치 챈 분들도 있겠지만 리눅스용 한글에 2008이라는 숫자가 붙어있고 그것은 2008년에 출시했다는 의미이다. 윈도우용은 2010SE까지 나왔다. 2010에서 만들어진 문서가 2008에서 제대로 보일지 의문이다. 새로 출시한 한글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새버젼으로 만들어진 문서가 많아지면 문서의 호환성을 고려해 최신 한글 제품을 구매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이런 고충도 간과해선 안 된다.

새 제품 출처 . http://shop.hancom.co.kr/goods/list.go?big=8&middle=1&small=1&ms=1

hwp 문서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다수가 이 점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서 다시 강조하고 싶다. 앞으로 한글이 계속 출시될 것이고 기능 개선도 이뤄질 것이다. 그렇다면 전 버젼을 구매하였던 사용자는 새 제품을 언젠가는 재구매해야 할 때가 온다. 문서의 호환성을 위해서다. 다시 말해서 최신 한글에서 작성된 문서는 예전 한글 제품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아 불편할 수 있기 때문에 재구매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이 앞장서 독점화 조장

개방형 문서를 사용하여 국민의 공공문서 열람에 우호적 환경 조성을 도모해야 할 공공기관이 그와는 반대로 특정 기업의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문서의 공적 이용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것이 정당한가. 국민의 세금으로 이렇게 하는 것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공공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국민과 기업들에 경제적 부담은 물론 정신적 부담을 주는 특정 회사의 문서 형식만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2010년 6월 국회입법조사처 문화방송통신팀에서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의 주제는 ‘국내 공공기관 국제문서표준 채택 현황 및 필요성’이었다. 이날 발표자로 참석했던 김도현 교수는 그가 제출한 발표자료에 이렇게 적었다. “공공기관이 아래아 한글 포맷으로 문서를 배포하는 것은 국가가 앞장서서 특정 산업의 독점화를 조장하고 있는 격”이라고 강하게 질타하며 이어서 그는 그 원인에 대하여 “공무원들이 무지했기 때문이고 그들이 이 세상에 다양한 소프트웨어, 다양한 운영체제, 그리고 다양한 문서포맷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간담회] 공공기관의 개방형표준문서 채택 현황 및 해외 동향 http://www.nars.go.kr/publication/boardView?div=12&type=02&invest_id=000000011170&baseURL=/publication/board?div=12^type=02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가가 앞장서서 특정 산업의 독점화를 조장는 격’이라는 그의 주장이다. 이 주장은 한국 인터넷 환경에 만연한 Active-x 문제를 거론할 때에도 매번 제기된다. 우리나라 웹 환경은 아직도 Active-X 플러그인을 필수로 요구하는 곳이 많다. 이는 인터넷 사용자가 윈도우 운영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굴레로 작용하고 있다. Active-X는 기본적으로 익스플로러에서 구동되고 익스플로러는 윈도우 운영체제에서만 원할히 돌아간다. 이렇게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독점을 고착화하는 기술에 대해 개선의 목소리를 내는 측에서는 특정 기술의 무비판적 확산이 결국 특정 제품의 강매 효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강매와 독점 산업화 조장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주장은 과장된 것일까.

 

공공기관이 앞장서 독점화 조장. 사례1

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2009년 국방부에서 한컴 오피스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났다. 그 기사의 제목에서부터 호전성이 물씬 풍기는데 기사의 제목은 “군 행정고지 ‘한컴오피스’진격”이었다. 국방부에서 한컴 오피스를 전격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의아해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군에선 이미 한컴 제품을 써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를 보면 한글이 아닌 한컴오피스란 사실을 알게된다. 전면적으로 한컴 오피스에 세금을 쓰겠다는 것이다. 우린 어쩌면 hwp에서 더 나아가 cell이나 show와 같은 신종 확장자와 불편한 만남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cell 은 한컴오피스 엑셀 확장자 이름이고 show 는 프리젠테이션 확장자다. 국방부에서 이런 확장자로 된 문서를 무분별하게 배포하면 예하 기관이나 관련 민간업체는 어떻게 할까. 기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각 군이 한컴 오피스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게 될 경우 파급효과는 국방부가 사용하는 것에 4∼5배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했다.”

군 행정고지 ‘한컴오피스’진격 http://www.etnews.com/news/detail.html?id=200906160245

상위 단체에서 특정 제품을 일괄적으로 계약하여 사용해버리면 그 밑의 단위 조직은 상위 단체의 행동 방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정치력이나 권력의 힘관계나 기타 여러 부분에서 약자의 처지인 단위 조직은 상위 단체에 이의를 제기한다는 게 쉽지 않다. 위 기사에서도 ‘파급효과’라는 단어로 이 점을 정확히 지적했으며 그 지적은 수긍할만 하다. 물론 이러한 일이 개인단체나 민간기업에서 일어났다면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국방부는 민간기업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그리고 국방부 문서는 보안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은데 개방되지 않은 기술로 만든 독점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가에 대해 고려해봐야 한다. 한글이 오픈소스가 아니기에 이런 위험성에 대해선 열린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앞장서 독점화 조장. 사례2

혹시 국방부 이야기라서 피부에 와닿지 않는 분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이 특정 산업의 독점화를 조장하고 있는 격’에 대해 실제 사례를 들어 생생하게 알아보겠다. 이 이야기는 우분투포럼의 한 회원이 올린 글로써 많은 분들의 심금을 울린 사건이다. 너무 애절한 사연이라 그대로 인용해보도록 한다. ‘인고의 3천 페이지’ 라고 이름을 붙여본다.

“여담으로 한때 보고서 두권(영문&한글) 합쳐서 약 3천 페이지 정도되는 보고서를 연구관련 기관에 제출해야할때가 있었죠. 2백명이 넘는 사람들의 문서를 취합한 것이라 대부분 사람들이 사용한 마소 docx 2010 파일로 작성했었죠. 근데, 제출 마감 하루 전에서야 hwp파일만 제출 가능하다는걸 알았죠. 다들 설마, 설마 했었습니다. 그것도 hwp 2010버전도 아닌 2007버전만 가능하더군요. 수천개의 그림번호, 표번호, 수식, 들여쓰기, 문단 등 hwp로 변환하면서 깨져버린 것들이 너무도 많아서 다들 좌절했었고, 우선 엉망이된 파일로 보고서 제출 시스템에 올리고 따로 pdf로 관계자에게 이메일로 보냈던걸로 기억합니다. 다들 손 놓고 있었을때 한분이 하나하나 수정하기 시작해서 거의 3달에 걸쳐서 한글 2007 버전으로 만들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참 이래저래 시간 낭비, 돈 낭비였던 듯 싶네요.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것은 영문버전은 외국 연구자들에게 보여지는것인데 왜 아래한글 서식이었는지, 참.. ㅡㅅㅡ;;” 여기까지다.

출처 – 우분투포럼 marsx1 http://ubuntu.or.kr/viewtopic.php?p=93704&sid=4768fbe4f433fbdde9628473cc5fb0da#p93704

위 글에서 정부는 한글 2007 문서만 허용하기로 결정을 하였고 그 사실을 몰랐던 제출자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국제 표준으로 등록한 OOXML 포맷 문서로 자료를 제출하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제출자는 국제 표준으로 승인된 문서 형식으로 만들었지만 정부기관은 독점 기업 포맷을 요구한 것이다. 요즘도 한글 2007 문서 형식만 받겠다고 공지한 정부 주최 공모가 많다. 공공기관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려면 한글을 구입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

 

장기적 접근 가능성

이 외에도 공공기관이 한 기업의 독점 제품으로 문서를 작성했을 때의 위험은 또 있다. 그건 바로 장기적 접근성의 불확실이다.

자료가 잘 보전되어 그 자료가 수천 년이 지난 뒤에도 남게 된다면 후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그런 자료를 통해 옛날 사람들의 생각이나 생활 방식을 연구할 수 있고 역사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다.

 

장기적 접근은 매우 중요. 사례1.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책들이 이런 범주에 속하는데 실제 예를 들어본다. 중국 역사서인 ‘사기’, 고대 그리스 역사서인 ‘소아시아 원정기’ 등은 2000년 전에 쓰여진 문헌이다. 이러한 기록이 수 천년이 넘도록 읽히기 위해선 먼저 기록할 도구가 있어야 하고 기록에 사용되는 언어는 후세에도 해독될 수 있는 범용적인 언어여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이 기록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충족되지 못하면 결국 역사적 사실은 사라져버리거나 구전되어 전설로만 남게 된다.

 

장기적 접근은 매우 중요. 사례2.

드루이드의 사례가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 ‘드루이드’는 다신교 성직자를 가리키는데 기원후 1세기까지 있었다. 이들의 특징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지식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였다. 자기들끼리만 알고 있는 지식은 결국 사라지게 되는데 실제로 드루이드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게임속 인물로만 등장한다. 이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다. 전설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사례가 전자문서에도 나오게 되지 않을까 염려가 크다.

 

장기적 접근은 매우 중요 사례3.

독점 포맷의 수명은 그 기업의 상황에 따라 좌우된다. 크게보면 그 기업이 사업 전략을 바꿨을 때와 해당 기업이 도산했을 때로 나눌수가 있다. 혹시 GUL이란 포맷을 들어본 적 있는가. 지금도 인터넷에 간간히 이 문서를 어떻게 봐야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 문서는 S사에서 만든 문서작성기에서만 볼수가 있다. 그 문서작성기는 바로 훈민정음. 1992년 한글을 대항하여 만든 문서작성기인데 지금은 해당기업 내부에서만 쓰고 있다고 전해진다.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기업 내부 외에서 쓰는 곳이 없으니 오히려 보안상 안전하다는 말까지 떠돈다. 이것이 2000년전 ‘드루이드’ 사례와 다른가.

 

hwp 장기적 접근 불확실

한컴은 어떤가. 지금은 hwp 확장자로 된 문서를 지속적으로 보완 및 기능 추가하여 발전시키지만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아무도 알 수없다. 오직 그 회사의 의지에 달렸다. 그리고 이 회사가 수백년을 넘어 수 천년 이후까지 지속될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없다. 이 회사의 존속 여부는 매우 중요하다. 훈민정음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독점 기술로 만들어진 문서일 경우 그 문서 형식을 개발한 회사에서 지원을 소극적으로 한다든가 어떠한 사정으로 그 회사가 망하면 기존의 문서를 열람하는 것은 포기하게 될것이다. 독점 포맷을 잘 보여주는 제품은 결국 그 포맷을 만든 회사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타 업체에서 뷰어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원본처럼 충분히 재현해 주긴 힘들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 사실은 아니지만 이미 한컴의 주인은 8번 바뀌었다. 대주주가 바뀌었다는 의미다. 현재 대주주는 ‘소프트포럼’이라는 기업이다. 지난해 9월 한컴 주식 28% 670억에 인수하여 대주주가 되었다. 대주주의 성향에 따라 인수한 기업의 배당금만 챙겨가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경우도 있지만, 이와는 다르게 좀더 적극적으로 기업의 전략까지 깊게 관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대주주의 성향까지 염려해야 할 상황이다.

 

한컴이 언제까지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지 불확실

해외 사례를 잠시 들어보자. 이 사례는 ‘우리공장은 소설이다’라는 프랑스 제약회사의 일대기를 그린 책에 기록된 내용이다. 이 소설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이 책의 후반부에 프랑스 제약회사가 다른 국가의 대자본에게 인수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인수 된 후 제약회사시제품 약들도 통폐합 되는데 환자들에게 이로운 약이더라도 매출액이 높지 않은 약의 경우 개발을 중지시키는 장면이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여기서 매출액이 높지 않다는 것은 5억달러, 우리돈으로 6천억이상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약 판매를 중지하면 당장 그 약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대체 제품을 비싼 가격에 사거나 때로는 경제적 이유로 약의 복용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대주주의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예다. 한컴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한 기업의 독점 기술에 매몰되었을 경우 어떤 위험들이 닥치게 되는지 역사에서 배울 수는 없는 없는 것인가. 한국에서만 유통되는 독점 문서 포맷은 이미 21세기 ‘드루이드’ 가 된 것인지 모른다.

헤겔의 말을 빌려본다.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사실은, 우리는 결코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 말이 현실이 되지 않아야 한다.

‘한국 기업 평균 수명’ 에 대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8만개 기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균 10.4세라고 한다. 한컴이 1990년 설립이 되었으니 평균 수명은 이미 지났으니 앞으로의 한컴 수명은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 하늘이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이에 대하여 한컴은 이렇게 답하는 모양이다. 한컴측은 “매출의 50%이상이 민간기업에서 발생하고 있고 한컴 매출이 공공기관에 의존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이미 위에서 국방부 사례에서도 봤던 것처럼 공공기관에서 독점적으로 사용을 해주니 그와 연관된 민간기업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가? 과연 공공기관에서 한컴 제품을 쓰지 않는다면 어떤 민간기업에서 한컴 제품을 구매해줄 것이고 그런 회사가 얼마나 될까?

[주요 국산SW SWOT 분석]⑤ 한글과컴퓨터 http://shimsky.delighit.net/51

 

국회입법조사처의 개방형 문서 형식 요구

이런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하는 곳이 있다. 바로 ‘국회입법조사처’. 작년 한 해에만 간담회 주최와 보고서 발간 등 조사된 내용만으로도 세 번의 공식 활동이 있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해본다면 이렇다. ‘국민의 공공재인 공공문서는 개방성과 상호호환성이 필수이며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지원 및 국제적인 표준화 기구에서 승인되어 널리 사용되는 문서 형식을 충족시켜야 함은 물론이고 공공문서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도 열람할 수 있어야 하기에 현재의 기술과 도구에 종속되지 않는 방향이어야 한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 공공문서 형식의 현황에 대해 특정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현재 작성된 문서가 미래에도 처리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가 전적으로 해당 업체에 좌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하며 문서주권 확보를 위해 개방된 형식을 사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게다가 공공부문에서 특정 업체의 문서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원활한 소통에 애로를 초래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점에 대해선 이미 위에서 언급한 사례와 같다. 이어 우리나라와 국제 비교를 통해 국제적으로 XML 기반의 형식을 채택하고 있는 추세와 달리, 우리는 바이너리 형식이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XML은 쉽게 설명하자면 태그를 이용하여 문서를 작성하는 방식인데, HTML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6년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에서 제안했다. 이 기술을 응용하여 만들어진 ODF 나 OOXML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왜 우리는 XML 형식의 문서를 공공부문에 사용하지 않을까.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가 현재 공공문서 작성에 관한 세부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정책 목표를 설정하고, 합리적이고 기술 중립적인 공공문서의 형식을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외사례

잠시 국외 사례를 알아보자. 미국은 2009년 오바마 행정부에서 공공문서에 개방된 형식을 채택하여야 한다고 밝혔고 메사추세츠주는 이미 2005년에 ODF 문서 형식을 공공문서에 사용할 것을 천명하였다. 그 이유가 중요한데 메사추세츠주는 독점적 라이선스에 공공문서가 종속되면 장래에 읽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 이러한 형식을 공공문서에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7년 8월에는 OpenXML도 개방된 형식에 포함하게 된다. 뉴욕주의 경우 문서뿐 아니라 IT정책 전반에 개방형 표준을 선택할 것을 천명하고 ODF와 OOXML을 개방형 문서로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다.

유럽 각 정부도 적극적으로 개방형 문서 사용을 권장하고 있는 추세다. 영국은 2009년 모든 정부 솔루션에 개방형 표준을 준수하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ODF 뿐만 아니라 PDF와 OOXML의 사용도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XML기반의 문서 형식 가운데 ISO에 의해 표준화된 규격을 사용할 것을 추천하고 있다. 특히 ODF와 OOXML 모두 관찰 등급을 부여하였는데 그 이유는 규격에 부합할 구현이 더 많이 출현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2008년 3월에 발간된 전자정부를 위한 표준과 아키텍쳐 참조문서에서 텍스트 문서는 ODF 1.0을 추천하며, 나머지 모든 경우에 있어서 ODF와 OOXML에 관찰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벨기에의 경우 2006년에 ODF를 개방형 표준으로 예시했고 OOXML도 조만간 ISO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여 포함시켰다.

스위스는 2010년 ODF와 OOXML을 추천했으며, 노르웨이는 2010년 기준으로 ODF는 의무, OOXML은 관찰 표준으로 분류되어 있다. 스웨덴의 경우 전자정부를 위한 지침에서 특정 형식을 지정하지는 않고 개방된 표준에 최우선권이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관련법 알아보기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국가의 역할은 공공문서가 한 기업의 독점 형식이 아닌 개방형 문서 형식으로 작성되도록 환경 조성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 끊임없이 문서 표준의 변화를 추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내용은 이미 법으로까지 재정되어 있는데 바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특히 전자기록물 보존에 관한 조항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 법의 제46조에는 영구 기록물관리기관은 전자기록물을 주기적으로 장기보존포맷을 변환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는데 그 이유로 진본성ㆍ무결성ㆍ신뢰성 및 이용가능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이미 법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영구 기록물은 오랜 기간 이용이 가능해야 하기에 포맷이 어떤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고 따라서 주기적 장기보존포맷을 편환하도록 정해둔 것이다. 독점 포맷은 이 요건을 장기적으로 충족하기 힘들지만 개방형 문서의 경우 이런 요건을 충족한다. 특히 ODF를 지원하는 원천 기술까지 개방된 문서도구가 존재하기에 개방형 문서 표준으로 정하기에 손색이 없다. 이미 소스가 공개된 제품이 있다는 말이다.

 

한글의 파일 형식 공개는 정말 공개인가

혹시 한컴에서 문서 형식을 공개한 것에 대해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작년 6월 29일 한글에서 hwp 문서 파일 형식을 공개했다. 총 178쪽으로 된 pdf 문서에는 한글 2002 이후 제품에서 사용되는 한글 문서 파일 형식 5.0을 비롯하여 한글 3.x 문서 파일 형식과 hwpml 한글 개방형 문서 형식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이것이 나온 후 조만간 한글을 읽을 수 있는 리눅스용 뷰어도 나오지 않을까 큰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은 그 기대를 접은 상태다.

출처 – 한글 문서 형식 공개 http://www.haansoft.com/notice.noticeView.do?targetRow=1&notice_seqno=33

hwp 문서 파일 공개와 관련된 글을 찾아 읽을 수록 실망감은 커지는데 잠시 우분투포럼에 올라온 글을 언급하고자 한다. “포맷 공개요? 불완전 공개입니다. hwp 파일을 역공학 해가면서 프로그램 만들어야 되고요. 배포용 문서 포맷, 암호화, hwp 내부 글자 인코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hwp 마이너 버전 별로 다른 점들이 있을텐데 그것도 공개되지 않았고요.”

출처 – http://ubuntu.or.kr/viewtopic.php?p=93686#p93686

특히 이글을 쓴 분은 현재 공개된 hwp 파일 형식을 바탕으로 hwp뷰어를 만들고 있는 분이다. 이 분의 이야기를 통해 한글의 포맷 공개는 결국 불완전 공개임을 알 수가 있다. hwp가 공개되었다고 하여 바로 제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 분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한컴 관계자의 말을 통해서 재차 확인이 가능하다.

양왕성 상무 설명을 들어보자. “공공시장은 정부기관의 요청들을 짧은 시간 안에 세밀한 부분까지 맞춰줘야 하는 곳입니다. 한컴은 10년 동안 그런 요구들을 맞춰가며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게 한컴의 진짜 경쟁력인 셈이죠. 만약 MS가 HWP 문서를 잘 읽고 만들 수 있는 기능을 MS 워드에 넣어 공공시장을 공략한다고 칩시다. 한컴이 지난 10년 동안 해온 작업이나 노하우를 MS가 단기간에 따라잡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블로터 2010. 06. 30 http://www.bloter.net/archives/34064

위 글은 이렇게 이해가 된다. 한글 문서 형식 공개는 공개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짧은 시간안에 세밀하게 구현하는 것은 어렵고 결국 공개된 형식에 가장 잘 맞는 제품은 앞으로도 한글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HWP 형식 공개의 이유는 공개가 되어도 한컴에 손해볼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사실 한컴이 손해를 보든지 안 보든지 여부는 관심사가 아니다. 공개된 자료를 통해 리눅스 사용자가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음을 우린 알게되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우린 공공문서가 특정 업체의 독점 기술이 아닌 개방형 기술과 도구로 작성되어야 할 이유에 대해 살펴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을 분석하고 불만을 표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불편함을 개선하거나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강제할 구체적 행동이다. 단순히 다소곳하게 요구하거나 변화가 올 때까지 수동적으로 불평하는 수준을 너머 대범하고 당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개방형 문서를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미래 지향적이면서 도덕적이며 공동체에 이익이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에 동의한다면 공공부문에 우리가 어떤 주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hwp가 더이상 쓰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급진적인 주장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기위한 주장을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급진적인가 점진적인가에 대한 선택이 아니고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목표 설립으로 보인다. 총체적 관점을 가지지 못한 채라면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여러 조치들이 서로 모순된 목적을 두고 움직이는 일도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오픈소스에 관심있거나 이미 관련되어 일을 하고 있거나 또는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모임 안에선 최종의 목표를 ‘공기업 IT 소프트웨어 전반에 오픈소스화’로 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이고 이렇게 하는 것이 미래 지향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잠정적 목표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결정을 함에 있어서 어떤 것이든 고려해야 할 가치들이 너무 많고, 가능한 대안들도 너무 많으며, 알 길이 없는 미래 의 불확실한 결과들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 IT 소프트웨어 전반에 오픈소스화’를 잠정적 목표라고 해두자.

출처 – 유토피아, 점진주의, 에른스트 비그포르스의 잠정적 유토피아의 개념.pdf

이것이 동의된다면 우리가 할 것은 좀 더 명확해진다. 공공기관에서 문서 유통은 반드시 개방형 포맷으로 해야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을 만드는 도구 역시 개방형 문서 저작도구로 바뀌어야 하며우린 그것을 여러 방법을 이용하여 주장해야 한다. IT 업종의 특성상 야근이 많다는 것을 고려하여 오프라인 행동보다 온라인 상의 요구를 할 수도 있으며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자 하는 사람들은 짝을 지어 오프라인 상에서 행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수로 움직이는 것인데 한 사람의 의견은 무시될 수도 있지만 복수의 의견은 무시되기 힘들며 또한 행동하는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격려를 주며 의지를 고양시킬 수 있음은 물론 그런 행동이 진정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국외사례

그렇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 국외에선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해 보이는데, 그것은 다른 생각의 틀을 가지고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우리의 생각을 전환시키기에 충분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과 스위스의 움직임이 매우 큰 시사점을 준다. 시사큐비즘이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최재천씨의 글을 보자. 그는 ‘유럽 사람들은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때 정당을 만들고 정당을 통해 정치에 참여하는 ‘직접적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그는 최근의 독일 해적당과 스위스 ‘파워포인트 반대’를 예로 들며 “이런 정당 만들기가 유럽에서는 흔히 있는 정치 참여 예”라고 말한다.

http://blog.ohmynews.com/cjc4u/popup/print?id=386933

유럽의 인터넷을 사용하는 세대들이 우리보다 과감하고 창의적이고 좀더 적극적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해적당은 과도하게 특정 소수 기업의 특허를 보호하도록 유리하게 만들어진 특허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는데 지난 9월 18일 치러진 베를린 의회선거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속에 무려 전체 투표의 8.9%를 획득했다. 특히 해적당 발생지라고 부를 수있는 스웨덴에서 창당 3년 만인 2009년에 유럽의회 선거에서 7.13%를 얻어 원내에 진출하였다.

출처 – 한겨레 (시론) 유럽 해적당과 안철수 현상/이종오

그러면 또 다른 스위스의 정당 움직임인 ‘파워 포인트 반대’ 는 무엇일까. 블로그의 글을 보자. “14년 경력의 스피치 강사 메시어스 포엠은 평소 ‘청중을 설득하는 것은 ‘사실’이지, 파워포인트 같은 기술적인 도구가 아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이 생각을 나누기 위해 지난 5월 ‘파워포인트 반대당‘(APPP)을 창당했다. 창당 이유는 ’파워포인트 작성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스위스 경제와 산업, 교육과 연구 분야에 막대한 손실을 준다‘는 것.” 이어 “포엠은 파워포인트 사용을 금지하는 국민투표 실시, 큰 종이에 직접 써서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 교육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10월 스위스 총선에 출마할 계획이다.”라고 전한다.

이렇게 정치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매우 적극적이고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인데 IT 업계에 관련된 각종 이슈들도 결국 법 제도의 문제이고 그것을 바꾸는 것이 결국 우리의 해야 할 일들과 결합될 사안이기 때문이다. 덕지 덕지 붙은 Active-X나 익스플로러에 최적화 된 수 많은 사이트들은 리눅스 운영체제 사용자는 물론이고 기타 다양한 브라우저 사용자에게 고통을 주며 이것은 사회적 비용이 된다. 해결 방법은 결국 이것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촘촘하게 엮여 힘을 모으는 것을 가능하게 할 모임체가 있어야 하고 더 나아가 그 모임체는 반드시 정치적 힘과 결합되어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면 사회 변화는 제도를 바꾸는 문제이고 그 제도는 정치력으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법을 바꾸지 않고 단순히 당위성과 선의에 의지하여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은 달성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서로의 힘을 소모하게 만들어 실망감을 안기게 된다.

 

결말

우리는 이미 체험했다. 그 체험이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실질적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4월 여러 사람이 Daum 사측에 우분투에서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고 결국 노틸러스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사소한 변화가 있었다.

다음 클라우드 요청 메일의 답변이 왔습니다. 2011/04/26 화 12:11 am http://www.ubuntu.or.kr/viewtopic.php?f=4&t=16816

또한 단일 브라우져와 특정 운영체제에서만 가능하던 은행 업무가 현재는 다수 은행이 동참하여 오픈 뱅킹 기술을 도입하게 된 것도 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 뱅킹화가 되기 전에는 우리의 그런 요구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의견이 은행은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기관이기 때문에 돈이 되지 않는 리눅스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허황된 일이란 것이었다. 그럴듯한 주장이지만 그 의견이 통찰력이 없었음을 우리 모두 목격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은행이 오픈뱅킹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한 개인의 법정 싸움이 변화 요구의 동력을 결집시키는 데 큰 역할이 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요구하고 행동하면 결국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원하는 것의 실현이 가까워지느냐 멀어지느냐의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할 수있는 영역에서 행동을 시작하길 제안한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욕구에서 출발하길 희망한다. 자신이 원하여 행동할 때 가장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행동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동의 할만한 잠정적 최종 목표를 만들고 그 범주와 충돌되지 않는 모든 소모임을 만들기를 희망한다. 소모임속에서 다양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서로와 그 내용을 공유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축적된 에너지가 결국 우리의 삶을 좀 더 자유롭게 해주고, 공동체에 이득을 주며, 서로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봤을 때 hwp 파일 대신 개방형 형식 사용을 공공기간에 요구하는 것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많은 미래들 중 한 가지일 뿐이다. 이런 변화들을 우리가 함께 만들어 내고 점차 자신감과 용기가 IT 관련 사람들에게 축적되며 그러한 경험들이 계속 전해지길 바란다. 우리의 생각이 서로 달라도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좀더 존중되는 것은 물론 스스로가 기꺼이 협동하고 떨쳐 일어설 수 있길 바란다. 우린 21c 드루이드가 되어선 안 되니까 말이다.

201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