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공동성명] SBS는 소속 언론인 성폭력 사건에 조직적 책임을 다하라

By 2019/07/09 No Comments

어제(7/8) 앵커 출신인 SBS 논설위원 김성준이 지하철에서 여성의 신체일부를 불법촬영한 혐의로 불구속입건 됐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성폭력사건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뉴스 앵커의 인식이 이 수준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

SBS는 본인이 제출한 사직서를 수리하고 출연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빠르게 김성준 전 앵커의 흔적을 지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어제 오전에는 “뉴스 앵커 출신 언론인, 지하철역서 ‘몰카’ 찍다 덜미”라는 자사 보도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는 등 확산을 막기 위한 행보에 총력하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8뉴스> 말미에 “구성원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에 대해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린다는 내용만을 짧게 다루는 것으로 갈음하려 하고 있다.

이처럼 조직에서 메인뉴스 앵커, 보도본부장을 역임하고, 최근까지 자신의 이름을 건 시사프로그램 진행과 논설위원을 맡을 정도의 인물이 문제를 일으키자 바로 선긋기를 하고 퇴사를 공식화하는 것은 말 그대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언론보도의 신뢰를 깍아내린 책임을 묻고, 응당한 징계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는 그동안 성폭력사건을 비판적으로 다뤄 온 SBS의 모습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SBS는 2017년 성희롱·성폭력 징계 내규를 만들고, 2017년 12월부터 이를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히 처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장 내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해당 내규를 제정하고, 구조를 정비했다.

우리는 미투운동의 흐름 속에서 수많은 가해자들이 손쉽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참회하며 살겠다”던 무의미한 사과문 뒤에 숨어 있던 조직과 공동체의 침묵을 봐왔다. SBS는 김성준의 사직서 수리로만 끝낼 것이 아니라, 그간 성희롱·성폭력을 용인하거나 침묵해왔던 SBS는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나아가 언론계 내의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라.

2019년 7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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