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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저작권과 대안적 라이선스의 균형 회복, 황금비율은?

By 2018/12/17 No Comments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 정보공유운동

현행 저작권 체제는 어떻게 변화되어야할까? 우선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 보호에 과도하게 편향된 현행 저작권법의 균형 회복이 필요하다. 일시적 복제에 대한 복제권 인정,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의 인정 등 접근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저작권자에게 부여해서는 안된다. 또한, 저작권이 사람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제한하지 않도록 ‘공정 이용’의 범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공간에서도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한 비영리적 표현 행위는 공정이용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저작권 규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불법복제에 한정되어야 한다. 권리자들은 이용자들이 간편하고, 저렴하게 저작물을 향유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게 저작권 위반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부여해서는 안되며, 서비스 제공자들은 네트워크 공간을 제공하는 중립적인 사업자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할 경우, 그들이 이용자들의 표현을 규제하는 사적 검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창작 즉시 모든 사람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현재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모든 창작자들이 배타적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실제 시장 가치가 상실된 대부분의 저작물들도 저작권에 의해 이용이 제약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고 싶은 권리자들로 하여금 등록을 하게 한다면, 보호받는 저작물의 범위도 명확해지고, 이용 허락을 받기도 용이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지나치게 긴 저작권 보호기간도 일정 기간 후 ‘등록갱신’을 하는 방식으로 축소될 필요가 있다. 즉, 등록갱신을 하지 않은 저작물은 퍼블릭 도메인으로 넘어간다. 물론 저작권 제도가 국제협약에 의해서 규율되는 만큼, 일국적 차원에서의 개혁은 쉽지 않지만, 더 나은 저작권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문화의 향상, 발전이 저작권 정책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 저작권 체제 내에서도 저작물에 대한 접근 및 이용을 활성화할 공공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 부처에서 생산된 저작물, 공적 연구기관의 연구논문, 공영 방송 프로그램 등 공적자금으로 생산된 모든 저작물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또한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저작물은 도서관 등 공적 아카이브를 통해 온라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반 이용자들의 비영리적 창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미디어 센터나 공공 채널 등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창작자들이 저작권에 의존하지 않고도 지속적인 창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체제도 고안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진흥기금이나 예술인을 위한 복지제도 등이 있을 수 있다. 혹은 지역 문화센터 등에서 시민에 대한 교육을 예술인들이 담당함으로써 생계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도 있다. 예술 창작에 대한 크라우드 펀딩, 대안적 라이선스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창작물을 공유하면서도 창작자에게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의 개발이 필요하다. 대안적 라이선스를 통한 창작자들의 자발적인 공유 운동도 지식과 문화의 공유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 대안적 라이선스

현행 저작권 체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시민들 스스로 지식과 문화를 공유하고자 하는 흐름도 확산되고 있다.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다.

카피레프트라는 개념을 처음 고안한 것은 자유소프트웨어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의 리차드 스톨만이다.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인 그는 프로그램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게 됨에 따라서, 개발자들 사이에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이용하던 초창기 문화로부터 서로 배타적인 문화로 변화해가는 것에 회의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그 출발로서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을 설립하고 공개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그누(GNU)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리눅스(Linux)라고 부르는 운영체제는 그누 운영체제에 리눅스라는 커널(운영체제의 핵심부분)을 결합시킨 것이다. 따라서 그누/리눅스(GNU/Linux)라고 불러야 맞다.

리차드 스톨만은 이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기 위한 라이선스를 고안하였는데, 먼저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저작권을 부여하고, 이에 GPL(General Public License)을 덧붙이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GPL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 프로그램을 복사, 이용할 수 있고, 수정할 수도 있지만, 수정해서 배포할 경우 그 수정된 프로그램 역시 GPL을 따라야 함을 명시한 라이선스이다. 이를 카피레프트라고 하며, GPL을 채택한 소프트웨어를 ‘자유 소프트웨어’라고 한다.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누군가 자유 소프트웨어를 악용하여 독점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즉, 카피레프트는 현행 법 체제인 저작권을 이용하면서도, 궁극적인 지향은 저작권과 반대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은 현실 법제이지만, 카피레프트는 일종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GPL은 일종의 라이선스, 즉 저작권자와 이용자 사이의 저작물 이용에 관한 약관이다. 소프트웨어 외의 영역에서도 GPL와 같은 정보 공유를 지향하는 표준 약관을 통해 자발적인 정보 공유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창작과 동시에 복제권, 전송권 등의 권리를 자동적으로 부여한다. 그러나 저작자의 의사는 다양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용을 제한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저작물이 더 널리 읽히거나 이용되기를 바라는 저작자들도 많다. 혹은 비영리 이용에 한해서 자유로운 이용을 허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 하에서는 저작자들이 별도로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여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저작자의 이용 허락를 받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거나 때로는 불가능한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행 저작권 체제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자체가 변화되어야 하겠지만, 대안적 라이선스 운동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이용 허락의 표시나 이용 조건을 사전에 명시함으로써 저작물 이용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자발적인 운동이다.

©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  http://www.cckorea.org/xe/ccl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성화된 것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CCL)>이다. ( http://creativecommons.org) 이는 인터넷 법률의 권위자인 로렌스 레식 교수가 주도한 프로젝트로 전 세계 각 국에 지부를 갖고 있으며, 지난 2003년 한국 크리에이티브 커먼스(http://cckorea.org)도 발족한 바 있다. 국내에는 정보공유연대 IPLeft의 주도로 만들어져 지난 2004년 공개된 <정보공유 라이선스>가 있다.(http://freeuse.or.kr)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나 정보공유 라이선스는 저작자가 영리적 이용을 허락할 것인지, 2차적 저작물 작성을 허락할 것인지 등 저작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라이선스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안적 라이선스를 채택한 저작물이 확대될수록,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는 저작물에 대한 의존도는 감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