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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저작권, 인터넷 소통·공유 가치와 충돌 않게 알맞게 제한할 필요도

By 2018/11/15 No Comments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 공정이용

국내 저작권법은 ‘제2장4절2관 저작재산권의 제한’에서 공정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를 나열하여 제시하고 있다. 다만, 2011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행을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공정이용의 일반적인 조건을 규정하는 제35조의3이 추가되었다.

저작권법 제2장 4절 제2관 저작재산권의 제한

제23조(재판절차 등에서의 복제)
제24조(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
제24조의2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제25조(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
제26조(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제27조(시사적인 기사 및 논설의 복제 등)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제31조(도서관등에서의 복제 등)
제32조(시험문제로서의 복제)
제33조(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등)
제33조의2(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등)
제34조(방송사업자의 일시적 녹음·녹화)
제35조(미술저작물등의 전시 또는 복제)
제35조의2(저작물 이용과정에서의 일시적 복제)
제35조의3(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제36조(번역 등에 의한 이용)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허락없이 복제하거나 이용한다고 모두 저작권 침해인 것은 아니다. 비영리적 목적으로 가정 내에서 이용하기 위해 복제하는 것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제30조) 예를 들어 이동하면서 듣기 위해, 구입한 MP3 파일을 MP3 플레이어로 복사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논문에서 다른 논문을 인용하는 것과 같이, 어떤 저작물을 창작하기 위해 다른 저작물을 저작자의 허락 없이 이용할 수도 있다.(제28조) TV 드라마를 통한 상품 광고 실태를 고발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드라마 장면을 일부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수업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영화 장면의 일부분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학생들도 필요한 영화 장면을 편집하여 과제물을 제출할 수도 있다.(제25조)

그러나 위와 같은 이용 모두가 공정이용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각 조항마다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위한 세부적인 조건과 예외 등이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경우가 실제로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 디지털 저작권

디지털 환경에서는 복제비용이 거의 없이 원본과 똑같은 복제물을 재생산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시간과 거리에 관계없이 저작물을 전송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도입으로 지식과 문화의 향유에 있어서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상의 모든 도서를 온라인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전 세계인이 누구나 지식 접근권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확산은 기존 저작권자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 들여졌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복제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복제물의 질도 원본과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저작권 침해도 주로 기업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다. 즉, 길거리에서 불법 복제 테이프를 판매하는 것처럼 영리를 목적으로 한 불법 복제와 배포가 주된 것이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복제와 전송에 대한 개인의 통제권을 강화시켰다. 누구나 자신의 집에 있는 컴퓨터로 수백만 개의 음악 파일을 복제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자의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도 과거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불법복제를 하는 소수 집단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디지털 환경에서는 모든 인터넷 이용자가 잠재적인 단속 대상이 된다. 최근 일반 이용자들도 저작권 침해자로 고소, 고발을 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저작권 침해에 위협을 느낀 권리자 단체들은 인터넷을 통한 ‘해적 행위’를 비판하며,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법적, 기술적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이미 1996년에 공중전달권, 기술적 보호조치 등 ‘디지털 의제’를 내용으로 하는 저작권 조약 및 실연음반 조약을 체결하였다. 미국은 1998년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을 제정하였다. 1999년에는 P2P(Peer to Peer) 방식의 파일 공유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냅스터’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었으며, 결국 2001년 냅스터는 모든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 문을 닫았다. 또 다른 방식의 P2P 프로그램인 카자와 그록스터 역시 2005년 대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2000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전송권’이 신설되었으며, 이후에도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강화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거의 매년 제출되었다. 2000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판 냅스터 ‘소리바다’ 역시 2001년 첫 소송을 당한 이후, 수 차례 소송과 위법 판결을 반복한 이후, 평범한 음악 서비스 업체의 하나가 되었다.

인터넷 상에서도 저작권은 보호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저작권이 어느 범위까지 보호되어야 하는가, 이용자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영리 목적의 영화 게시판에서 이미지나 동영상 클립을 공유하는 것이 규제되어야 할까. 비영리 인터넷 팟캐스트에서 최근 인기 가요를 들려주는 것이 정말 문제일까. 이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인터넷이 문화와 지식의 창작, 유통, 수용 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볼 필요가 있다.

우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창작’의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소설이나 음악과 같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창작한 완결적 저작물만이 아니라, 기존 저작물의 수정, 변환, 조합, 편집 등의 가공을 통해 만들어진 2차 저작물도 창작물로서 ‘가치’를 갖게 된다. 기존의 아날로그 형태의 저작물과 달리, 디지털 형태의 저작물은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수정 및 편집이 용이하며, 이에 따라 전문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2차 저작물을 창작할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통해 팟캐스트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러나, 비영리 창작 과정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이용할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비영리 창작자들이 일일이 이용 허락을 받거나 저작권료를 내기 힘들다는 것을 고려할 때,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은 이와 같은 (특히 비영리적인) 2차 창작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의 문화 발전을 저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대다수 비영리 창작자들은 배타적 권리의 주장보다는 표현 욕구나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창작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행 저작권 체제는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창작자가 배타적 권리를 행사할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설사 창작자가 이용 허락 의사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알 수 없는 이용자들은 지레 이용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현행 저작권 체제가 전업적인 창작자들을 전제로 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보호는 인터넷이 가져온 소통과 공유의 가능성을 제약한다. 원격 열람이 제한된 디지털 도서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 세계 도서를 디지털화하여 제공하려는 구글 북스 프로젝트도 저작권자의 반발로 일부 내용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한되었다. 인터넷의 핵심은 ‘소통과 공유’라는 점에서 정보의 ‘배타적 소유’를 전제로 한 저작권과 본질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환경은 사람들이 문화를 수용하고 향유하는 방식도 변화 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단지 문화 상품의 소비자로서 개인적으로 문화 상품을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동호회를 형성하여 감상을 나누기도 하며,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적극적인 비평을 하기도 한다. 문화적 소통을 위해서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특정 저작물이 매개될 수밖에 없다. 영화평이라면 특정 영화가 대상이 될 것이며, 문학 동아리라면 특정 문학 작품을 주제로 품평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 팬 카페나 스포츠 팬 게시판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현행 저작권 체제 하에서는 이용자들이 소통을 위해 공유하는 저작물 역시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즉, 저작권 보호가 이용자의 문화적 소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 보호는 문화와 지식의 창작, 유통, 향유를 크게 제약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저작권을 보호하더라도 비영리적 창작이나 소통까지 제약하지는 않는 방향으로 배타적 권리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문화와 지식의 창작과 향유가 반드시 저작권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새로운 창작, 유통, 향유 시스템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 저작권 삼진아웃제

저작권 삼진아웃제는 반복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정부가 판단한 (즉, 저작권을 침해하여 경고를 3회 이상 받은) 이용자 및 게시판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대 6개월 동안 이용자 계정 및 게시판의 운영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해외에서는 ‘graduated response’라고 불리기도 한다.

저작권 삼진아웃제는 사법부의 판단 없이,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여 삭제 명령을 내리거나 이용자 계정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검열이다. 더구나 게시물 삭제를 넘어 이용자 계정이나 게시판을 정지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 자체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과도한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부 불법복제물이 있다고 게시판 운영을 정지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닌 다른 소통마저 제한한다. 이러한 기본권 침해 논란에 따라 아직 국제적인 저작권 관련 협정에서도 채택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앞장서 강력한 저작권 규제 수단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2011년,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저작권 삼진아웃제에 우려를 표현한 바 있으며, 국제인권단체 역시 삼진아웃제 폐지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