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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저작권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의 향상 발전’

By 2018/10/16 No Comments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 저작권 : 개요

저작권은 ‘문화, 예술적 창작물의 창작자에게 부여되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한다. 이에는 그 저작물을 복제, 배포, 공연, 전시, 대여, 공중송신할 수 있는 권리 및 2차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 2차 저작물이란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이 원 저작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또 다른 창작물을 말한다. 이와 함께, 한국의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자신의 이름으로 공표할 수 있는 권리 등 저작인격권도 인정하고 있다.

저작권이란 아래와 같은 권리들의 다발이다

  • 저작인격권 :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 유지권
  • 저작재산권 :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 저작물 작성

예를 들어, 내가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샀다면, 그 책에 대한 소유권은 내게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린왕자’의 저작권은 여전히 창작자인 생떽쥐베리가 갖고 있다. 나는 내가 산 ‘어린왕자’ 소설책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마음대로 처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복사해서 배포하거나,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릴 수는 없다.

소설이나 시와 같은 어문 저작물, 음악, 연극, 영화(영상), 사진, 미술 등의 저작물이 모두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심지어 건축물이나 설계도, 지도, 컴퓨터 프로그램, 폰트 파일 등도 저작권으로 보호된다. 그러나 법률이나 법원의 판결문, 사실이나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저작물 역시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저작권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 중의 하나는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소유’이고,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저작물에 대한 도둑질, 해적질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오해를 강화시킨다. 그러나 저작권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의 향상 발전’이며, 한국의 저작권법 역시 1조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다. (2009년 4월 22일 저작권법 개정으로 ‘문화의 향상발전’이라는 표현이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문화산업계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저작권법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그 수단으로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한다.

저작권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지식과 문화와 같은 지적창작물은 쉽게 복제, 전파되며 비경합성, 비배제성과 같은 특성을 가진다. 유체물과 달리 문화와 지식은 전파될수록 사회적인 가치가 커지며, 어떠한 지식도 역사적으로 축적된 지식 기반이 없었다면 창출될 수 없다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와 지식의 공유는 기본적으로 나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장려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법이 창작자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창작자에 대한 보상을 통해 더 많은 창작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배타적인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문화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어떤 저작물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다른 저작물을 많이 향유함으로써 창작을 위한 역량을 기를 필요가 있다. 또한, 논문이나 영화와 같이 다른 저작물의 이용 없이는 창작이 불가능한 저작물도 많다. 따라서 배타적 권리의 지나친 강화는 저작물의 원활한 유통과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창작을 저해하는 효과를 갖는다. 결국 저작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타적 권리의 보호’와 ‘공정한 이용’을 균형있게 다루어야 한다.

그래서 창작자에게 부여되는 배타적 권리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하게 제한된다. 우선 여타 소유권과 달리 저작권은 한정된 기간 동안만 보호된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은 저작자 사후 70년간 보호하고 있다. 이는 짧은 기간은 아니다. 예를 들어, 80세에 죽은 어떤 소설가가 30세 때 창작한 소설은 120년 동안이나 보호된다. 대다수 창작물의 상업적 유통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저작물조차 지나치게 긴 시간동안 이용이 제약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보호기간 내에라도 공공적 목적이나 지식의 확산을 위해 배타적 권리가 일정하게 제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언론의 보도, 재판, 도서관, 교육 목적의 사용, 그리고 비영리적이고 개인적인 이용에서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공정이용(fair use)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