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지

불타는 활동의 연대기 201809

By 2018/09/19 No Comments

</> 프라이버시

진정 데이터를 가장 허술하게 막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겁니까?

지난 8월 31일, 문재인 대통령은 ‘데이터 경제 활성화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 육성과 데이터 활용 관련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행사 제목은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개인정보를 영리적인 목적으로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보주체의 동의도 없이 말이지요.

예를 들어, 통신사는 고객의 통신 데이터, 위치 데이터를 가명화하여, 소위 ‘신상품 연구’를 목적으로 포털에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건강보험공단의 건강정보와 병원의 진료 정보 역시 가명처리하여 보험사에 제공할 수 있게 되겠죠. 포털과 보험사들이 가명처리된 정보를 재식별해서 타겟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요?

또한, 박근혜 정부에서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했던 것처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같은 공공기관에서 통신사와 카드회사의 데이터를 결합한 후, 결합한 개인정보를 각 기업에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기업들끼리 개인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지요. 이렇게 공유된 개인정보는 기업들의 영리를 위해 활용되고, 개인정보가 공유될수록 유출의 위험도 증가하겠지요. 이미 싸이월드, KT, KB 국민카드 등 유수 대기업에서 수천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바 있지 않습니까?

문재인 정부의 혁신경제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모방하는 것일까요? 공공목적의 규제를 완화하는 소위 ‘규제 샌드박스’법도 자유한국당이 발의한 규제프리존법과 함께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합니다. 진정 개인정보를 팔아 먹어야 혁신 경제가 가능한 것입니까? 시민사회단체와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규제완화를 비판하며, 대안적인 개인정보 정책방안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신뢰 없이는 혁신경제도 불가능합니다.

 관련글 보기  [기자회견] 개인정보 팔아 혁신경제? 무분별한 개인정보 규제완화 규탄한다!

개인정보 규제완화 반대 이슈페이지 개설

지금 정부가 ‘혁신경제’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개인정보 규제완화는 개인정보보호체계를 완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개인정보 규제완화인가요? 이슈페이지를 통해 더욱 자세히 확인하세요!

 이슈페이지 가기  “누구를 위한 개인정보 규제 완화인가?

지난 8월 30일 헌법재판소가 그간 쌓여있던 정보인권 사건에 대한 결정을 여럿 내렸습니다. 마땅한 위헌 결정도 있었고 아쉬운 결정도 있었습니다.

헌재 '국가정보원 패킷감청' 헌법불합치 결정

국가정보원 패킷감청이 헌법불합치로 결정되었습니다. 인터넷회선을 통해 오가는 모든 정보를 포괄적으로 감청하는 소위 ‘패킷감청’이 수집하는 정보가 광범위하고 권한남용의 위험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기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통제장치도 없이 허용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09년 인권단체들이 처음으로 패킷감청 사실에 대해 폭로하고 두번에 걸친 헌법소원 끝에 귀중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첫 헌법소원 청구인이셨던 고 김형근 교사는 이 결과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국회가 국가정보원의 무제한 감청을 제한할 수 있는 입법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관련 논평 보기  [논평] 통제 없는 패킷감청 위헌, 당연한 결론

노동조합·사회단체 활동가 DNA 채취, 헌법불합치

노동조합, 사회단체 활동가에 대해 DNA가 채취된 사건은 헌법불합치였습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2015년 구미KEC 노동조합원들과 2017년 노점상 활동가들을 비롯해 강제로 DNA를 채취당한 활동가들은 모두 항의 점거와 농성 활동이 문제였습니다. 헌재는 DNA 채취대상자가 자신의 의견을 진술하거나 영장발부에 대하여 불복하는 등의 절차를 두지 않아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 디엔에이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간 위헌적으로 채취당한 DNA정보가 모두 삭제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관련글 보기  [기자회견] 디엔에이법 즉각 개정하고 위헌적인 DNA 채취 중지하라!

'철도노조 노동자의 건강정보 제공' 위헌

철도노조 노동자의 건강보험정보 수년치가 경찰에 제공된 것은 위헌입니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을 탄압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경찰은 무지막지한 정보인권 침해를 자행했습니다. 경찰은 철도노조 조합원들과 그 가족들의 휴대전화와 인터넷 접속을 실시간으로 추적했는 데 이에 대해서는 지난 6월 먼저 헌법불합치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민감한 건강보험정보가 아무런 제한없이 경찰에 제공된 데 대하여 헌재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도 필요합니다.

 관련글 보기  철도노조 노동자의 건강정보 제공 사건, 위헌으로 확인되다!

장애인과 활동지원사 정보의 대량제공, 어째서 기각인가?

2015년 김포경찰은 수급부정을 수사한다며 장애인과 활동지원사의 개인정보 수백건을 가져갔습니다. 김포시는 경찰의 묻지마수사를 위해 대량의 개인정보를 제공했구요. 활동지원사와 장애인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이를 기각했습니다. 위헌으로 결정된 철도노조 사건과 비슷하게도, 민감한 장애정보를 비롯하여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수백명의 정보를 경찰이 영장도 없이 가져간 사건입니다. 그런데 기각이라니,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공공기관의 제한 없는 정보제공에 면죄부가 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앞으로 이 사건과 같은 정보인권 침해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고 싸우겠습니다.

 관련글 보기  김포경찰서와 김포시청의 활동지원관련 무작위 개인정보공유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나쁜 결정을 규탄한다!

</> 망중립성

방통위 vs 과기정통부, 망중립성 둘러싼 힘겨루기?

지난 9월 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통신정책 협의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망중립성 정책, 통신요금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그런데 앞서 올해 초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켜 역시 망중립성, 인터넷 역차별(?) 등의 이슈를 논의해왔지요.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서도 이해관계자 사이의 의견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는데요. 새로운 연구나 상황의 변화없이 ‘5G 통신정책 협의회’에서 어떤 진전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자칫 편향된 논의가 될 것이 우려되어 진보넷도 두 협의회에 참여하고 있습니다만, 두 부처간 관할권 다툼을 위한 보여주기식 위원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 국제연대

2018 진보통신연합(APC) 아시아지역 회의 참석

지난 9월 13-15일, 태국 방콕에서 진보통신연합 APC의 아시아지역 회원단체 회의가 열렸습니다. 진보통신연합 APC는 전 세계 50여개 국에 회원을 두고 있는 정보인권단체의 국제 네트워크로 진보넷 역시 회원단체입니다. 세계 총회를 자주하기 힘든만큼, 이렇게 지역별로 모여서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새로운 이슈를 배우고, 연대 활동을 모색하는 지역 회의를 개최합니다.

공식 회의에 앞서 첫날에는 ‘재정 안전화 워크샵’을 통해 서로의 재정적인 고민과 극복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진보넷의 경우에는 주로 회원들의 회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해외 단체들은 주로 민간 재단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 기반의 활동을 합니다. 비영리 민간단체로서 진보넷도 항상 재정 고민을 하지만, 진보넷을 후원하는 회원 기반의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게 느껴지면서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두번째, 세번째 날에는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고, 연대 활동을 모색하며, APC의 활동 방향을 고민하는 회의들이 이어졌습니다. 새롭게 APC에 회원단체로 결합하게 될, 대만의 Open Culture Foundation이라는 단체는 시민, 프로그래머들과 함께 열린 정부를 논의하는 G0V(gov zero 라고 읽습니다)라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태지역에서 활동하는 EngageMedia 라는 단체는 커뮤니티 미디어 사이의 소통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1]이라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구요.

저는 개인정보를 둘러싼 한국에서의 논란을 소개했습니다. 다른 단체들도 개인정보와 관련된 고민들을 하고 있는데요. 아시아 지역의 상황은 우리나라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필리핀은 주민번호와 같은 단일한 국가식별번호가 없었는데, 최근에 이를 도입하는 법률이 통과되었다고 하네요. 필리핀의 개인정보감독기구는 시민 감시를 위해 이러한 번호가 필요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하구요. 필리핀의 개인정보감독기구가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과기정통부 산하의 기구라고 하네요. 미얀마와 같이 개인정보보호법 자체가 없는 나라들도 있구요. 아시아 지역의 경우 시민들이 개인정보와 프라이버시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는 것에 공감하기도 했습니다. 향후에 아시아 지역 전반적으로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함께 법제비교 연구나 시민교육 등 공동의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