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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경찰, 영상정보 수집·DB구축 강행

By 2018/06/15 6월 26th, 2018 No Comments

2014년 3월 열린 ‘영상정보 인권침해 증언대회 및 제도개선 토론회’

[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 얼굴 정보와 CCTV

1999년 대법원은 누구든지 “자기의 얼굴 기타 모습을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자유”를 가진다고 하면서,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함에 있어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영장주의가 적용된다고 판시하였다(99도2317 판결).

그러나 경찰은 CCTV, 차량번호자동인식장치, 블랙박스, 채증장비, 바디캠 등 수많은 영상정보 수집장치 및 웨어러블 장비를 이용하여 일상적으로 얼굴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는 데이터베이스로 집적하거나 지능화하여 정밀하게 분석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다양한 장비로 상당히 많은 양의 영상정보를 처리하면서도 각각의 영상정보 수집, 사용 및 제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한 법률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이 구체적인 법률 없이 자체적인 지침에 의하여 관행적으로 영상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사회적 합의나 구체적인 법적 근거 없이 경찰의 자체적인 의사결정만으로 전국민의 차량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하여 그 이동경로를 데이터베이스로 집적한 후 제한없이 사용하는 것은 중대한 인권침해이다.

방범용 CCTV는 2002년 서울 강남구와 강남경찰서가 처음으로 도입하였다. 이에 대하여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비판과 더불어 아무런 법률적 규범 없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자의적인 운영에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CCTV의 전체적인 범죄예방 효과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풍선효과 등 역효과가 발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지역 주민의 심리적 안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CCTV 를 빠른 속도로 보급하였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경찰청 등에서 설치·운영하고 있는 범죄예방 및 범죄수사를 위한 CCTV 등 무인단속장비와 관련, 국회의장과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CCTV 등 무인단속장비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적 기준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2007년 처음으로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CCTV 관련 규정이 신설되었다(제4조의2). 그러나 이 규정은 범죄예방 및 교통단속 등 공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공공기관이 공청회를 거쳐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하고 안내할 것을 규정하였을 뿐, 설치를 제한하거나 정보주체의 권리를 규정하지 않았다. 2011년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공공 뿐 아니라 영상정보자동처리기기 일반에 대한 규범이 정립되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일정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설치되어 사람 또는 사물의 영상 등을 촬영하거나 이를 유·무선망을 통하여 전송하는 장치로서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제25조). 누구든지 법률에 규정된 6가지 경우 외에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여서는 안 되는데, 이는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교통단속이나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이다. 목욕실, 화장실, 발한실, 탈의실 등 개인의 사생활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의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여서는 안 되고(교도소, 정신보건 시설 등 법령에 근거하여 사람을 구금하거나 보호하는 시설은 예외), 특히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추는 경우 형사처벌받는다. 공개된 장소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안내판, 운영·관리 방침, 공청회·설명회(공공기관의 경우) 등으로 공개되어야 한다.

그런데 경찰의 모든 영상장비 운용이 단지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라는 조항만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특히 경찰은 영상정보 등 경찰이 수집한 개인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집적하여 관리하는 것이 경찰법(제3조)과 경찰관직무집행법(제2조)에 폭넓게 규정된 ‘치안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에 근거를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조항들은 개인정보의 수집요건이라든가 수집범위, 정보의 보관이나 처리, 정보주체의 권리 등에 관해 상세히 규정하고 있는 바가 없고, 경찰이 국민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공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구체적인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가장 많은 논란은 경찰이 집회시위 참가자 감시용으로 영상정보를 수집·이용하는 것이다. 집회현장에서 수많은 채증장비가 무분별하게 참가자의 얼굴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세월호 집회 등에서는 교통단속 등 다른 목적으로 설치된 CCTV를 유가족이나 집회 참가자를 감시하는 데 사용되면서 집회시위 권리 침해 논란이 일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CCTV는 본래 시설안전, 주차단속 등 그 설치 목적별로 수집 및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 방침으로 지방자치단체별로 통합관제센터가 구축되면서 본래 목적을 넘어서는 영상정보처리가 만연해졌다. 특히 법률상 제3자인 경찰이 영상을 실시간으로 상시 제공받거나 때로는 통합관제센터를 사실상 운영하면서 영상 조작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자체 CCTV 통합관제센터의 설치⋅운영 목적을 구체화하고 △개인영상정보 공유를 최소화하는 한편 공유⋅제공 요건⋅절차를 마련하며 △개별 CCTV별로 운영결과를 매년 투명하게 지역주민과 언론에 공개하고 △설치⋅운영 목표의 설정, 관리⋅운영지침 제정⋅운영 등에 있어서 지역주민⋅인권단체⋅지역전문가 등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제언하였다(정보인권 보고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가 교통정보 수집, 교통단속,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수집하는 CCTV 통합관제센터 영상을 경찰서, 소방서, 군부대에 상시 제공하거나 직접 조작하도록 할 수 없다고 보았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15. 11.23. 제2015-19-33호 결정, 2015. 6. 8. 제2015-10-17호 결정 등). 다만 관련 법률 규정에 근거하여 재난재해 또는 구급상황 발생 시 현장 확인 목적으로, 긴급차량 출동 시 출동 경로 분석 목적으로, 교통사고 등 범죄수사와 공소제기 목적으로, 통합방위훈련 기간에 훈련 상황 확인 목적으로 전용회선을 통하여 위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보았다.

2015년 경찰청은 웨어러블 카메라(일명 ‘바디캠’)의 도입을 추진하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경찰은 영상·음성정보를 수집하지 아니하면 공무집행방해죄의 수사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바디캠을 사용할 수 있고, 웨어러블 카메라를 대여하지 아니하면 범죄 피해자 보호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범죄 피해자에게 이를 대여할 수 있다고 결정하였다(개인정보보호위원회 2015. 6. 8. 제2015-10-18호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