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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카카오톡 압수수색 논란에 ‘사이버 망명’ 소동까지

By 2018/02/14 4월 3rd, 2018 No Comments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 디지털 압수수색

송·수신이 완료되어 저장되어 있는 전기통신의 내용을 지득·채록하는 것은 실시간 감청을 규율하는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정보·수사기관이 서버, PC, 휴대전화 등에 저장된 이메일, 메신저의 통신 내용에 대해서 취득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압수수색 절차에 따라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는 방대한 자료를 저장하고 있으며 범죄와는 무관한 정보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정보저장매체의 압수는 정보주체의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침해의 강도가 일반적인 압수수색에 비하여 훨씬 크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사람에 대한 수색은 물리적 실체물들에만 국한됐고 따라서 그 프라이버시에 대한 침해는 일반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휴대전화는 엄청난 저장 용량을 가지고 있어서 수백만 페이지의 문서와 수천 장의 사진, 수백 개의 비디오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프라이버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피체포자 수색시 일기와 같이 굉장히 개인적인 물품이 때때로 우연히 발견되곤 했지만,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휴대전화를 지니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드물고,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는 90% 이상의 미국 성인들이 그들 삶의 거의 모든 면에 관한 디지털 기록을 자신들의 몸에 지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전화는 이제 과거에 집을 가장 철저하게 수색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노출시키며, 과거 집에서 발견될 수 있었던 수많은 민감한 정보뿐만 아니라 그 정보들이 전례 없이 매우 광범위한 집합체의 형태로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다.

  2014년 6월, 미 연방대법원 (라일리 사건)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메일이나 메신저 대화내용이 광범위하게 압수수색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톡 등 널리 사용되는 모바일 메신저에 대한 압수수색은 같은 대화방에 속한 모든 대화 상대방에 대한 정보까지 싹슬이한다.

2014년 6월, 세월호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물으며 청와대 앞에서 집회시위를 한 혐의로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를 구속수사하면서 경찰이 정진우씨의 카카오톡을 압수수색하였다. 본래 영장에서는 40일치를 청구하였으나 카카오톡의 기술상의 문제로 한나절치 대화내용만 제공되었다. 그런데 정진우씨와 같은 대화방에 있었던 2천 명 이상의 대화 상대방 정보가 함께 제공된 것으로 드러나 큰 사회적 충격을 주었다. 그 이후 많은 이용자들이 외국산 메신저로 이른바 ‘사이버 망명’에 올랐다. 2014년 12월 정진우씨 및 같은 대화방에 있었던 이들은 헌법소원과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과도한 압수수색의 집행이 위법할 뿐 아니라 압수수색 절차에 대해 통지받지 못한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이다.

사이버사찰피해자 만민공동회 <반격의 서막> (2016.3.1)

2015년 4월, 서울 세월호 집회에서 연행된 100명 중 40명 이상의 휴대전화가 압수됐다. 진술거부권이나 묵비권을 행사하는 연행자들을 무력화하기 위하여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그들의 휴대전화에 보관된 정보를 열람하였다. 일부는 비밀번호 해제를 요구받았다. 경찰은 사진, 통화 내역,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텔레그램, 페이스북 열람을 통해 연행자들이 집회 장소에 언제, 어떻게 왔는지, 누구와 함께 왔는지, 어떤 사람들과 친한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고자 했다.

이처럼 집회 참가자에 대한 휴대전화 압수수색이 급증하였는데 피압수 당사자의 통지권과 참여권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피압수 당사자의 권리는 전교조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례로 구체화되었으며 2011년 개정된 형사소송법에도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다(제106조 등).

2009년 시국선언을 발표한 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며 고발당했다. 당시 검경은 전교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데스크톱 컴퓨터 3대 및 서버 컴퓨터 10대를 압수하여 수사기관 사무실로 가져갔고, 그 곳에서 저장매체 내의 파일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였다. 전교조는 법원에 준항고를 제기하였고 2011년 대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시하였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인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집행현장 사정상 위와 같은 방식에 의한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더라도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혹은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여 해당 파일을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영장에 기재되어 있고 실제 그와 같은 사정이 발생한 때에 한하여 위 방법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 나아가 이처럼 저장매체 자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긴 후 영장에 기재된 범죄 혐의 관련 전자정보를 탐색하여 해당 전자정보를 문서로 출력하거나 파일을 복사하는 과정 역시 전체적으로 압수·수색영장 집행의 일환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러한 경우 문서출력 또는 파일복사 대상 역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1항, 제3항, 형사소송법 제114조, 제215조의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상 당연하다. 그러므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긴 저장매체에서 범죄혐의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저장된 전자정보 중 임의로 문서출력 혹은 파일복사를 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장주의 등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집행이다. 한편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에는 자물쇠를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지만 그와 아울러 압수물의 상실 또는 파손 등의 방지를 위하여 상당한 조치를 하여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0조, 제131조 등),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는 물론 그와 무관한 다양하고 방대한 내용의 사생활 정보가 들어 있는 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 영장이 명시적으로 규정한 위 예외적인 사정이 인정되어 전자정보가 담긴 저장매체 자체를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겨 이를 열람 혹은 복사하게 되는 경우에도, 전체 과정을 통하여 피압수·수색 당사자나 변호인의 계속적인 참여권 보장,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배제된 상태의 저장매체에 대한 열람·복사 금지, 복사대상 전자정보 목록의 작성·교부 등 압수·수색 대상인 저장매체 내 전자정보의 왜곡이나 훼손과 오·남용 및 임의적인 복제나 복사 등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져야만 집행절차가 적법하게 된다.

 대법원 2011.5.26. 2009모1190 결정

2014년 5월에는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가만히 있으라’ 행진을 제안한 용혜인씨가 연행되면서 그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압수수색되었다. 압수수색 사실을 통지받지 못했고 그 절차에 참여하지도 못한 용혜인씨는 준항고를 제기하였고 2016년 2월 법원은 카카오톡에 대하여 실시한 압수수색을 취소한다는 결정을 선고하였다.

시민사회는 보다 근본적으로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 전기통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역시 통신 감청에 준하여 보다 엄격한 요건과 조건으로 통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