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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인권단체 의견서

By 2017/11/19 11월 22nd, 2017 No Comments

2016년 7월 27일 윤재옥 의원이 대표발의한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이 법안으로 경찰 감시권력이 확장될 가능성에 대하여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인권단체의 의견을 전달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에도 법안에 대한 정책권고/의견표명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하였습니다.

인권단체들은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에서 전제하고 있는 CPTED(셉테드) 정책의 범죄예방효과는 한계가 많으며 오히려 소수자들을 배제해 공동체를 분절시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셉테드 정책 수립과 시행의 주요 주체가 지방정부와 주민이어야 하는데, 현재 추진 중인 법안은 경찰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경찰 감시권력의 확장을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표합니다. 범죄예방정책이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게 강구되어야 함은 옳은 방향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최근 경찰개혁 주요과제로 제기된 지방분권경찰 등이 먼저 이행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끝.

[첨부]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인권단체 의견서

2017년 11월 20일
공권력감시대응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다산인권센터,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첨부]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인권단체 의견서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인권단체 의견서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안정성과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권리로서의 요구가 따랐다. 이는 삶의 지속가능성과 삶을 영위하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계로 ‘도시에 대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즉 ‘도시에 대한 권리’는 도시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권리 목록의 총합이다. 이 권리 목록 중 도시에서의 안전, ‘안전할 권리’는 각종 생활안전 사고 및 범죄, 재난·재해로부터의 안전뿐만 아니라 법집행 기관으로부터의 폭력과 비인간적인 조치, 다양한 집단들 간의 갈등, 소수자에 대한 배제, 사회·경제적 취약성의 문제를 포함한다.

현재 발의된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은 안전을 구성하는 다양한 내용 중 범죄예방에 대한 부분이라 하겠다. 범죄에 대한 불안감과 범죄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요구에 부응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안전한 도시는 범죄예방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며, 이러한 정책들이 인권에 기반한 총체적인 도시에서의 권리와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

1. CPTED(셉테드) 정책의 한계와 문제점

1) 경찰의 감시권력 확장과 소수자 배제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이 바탕을 둔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CPTED)’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반영한 것이다. 셉테드는 여러 국가에서 범죄예방을 위한 도시계획에 활용되고 있으나 환경설계나 안전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은 여러 형태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으며, 범죄예방을 이유로 경찰의 감시권력의 확장을 초래할 뿐이다.

깨진 유리창 이론은 마을의 취약한 환경만이 아니라 위험한 집단 – 구걸인, 홈리스, 배회하는 청소년,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 이주민 –을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1990년대 중반 뉴욕시 루디 줄리아니(Rudy Giuliani) 시장하에서 “범죄에 대한 무관용 법칙(Zero Tolerance)” 및 “삶의 질(Quality of Life)” 정책의 이념적 기반이 되어, “바람직하지” 않은 도시 거주민들을 도시의 거리 및 공원으로부터 몰아내고, 그들의 행동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도구로 쓰였다.

경찰에 의한 직접적이고 진압적인 조치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관계망을 회복함으로써 범죄율을 감소시키겠다는 셉테드가 오히려 경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통제 같은 경찰력에 의존하거나, 수상한 마을 구성원과 외부인을 감시하고 배제하는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공동체를 형성하게 유도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이는 결국 도시 공동체를 분절한다.

2) 포괄적 적용의 한계로 범죄예방효과 의문

안전한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설계를 통한 범죄의 사전예방은 비용이나 물리적 설계의 복잡성 등의 한계로 도시의 한정된 공간과 새로운 주택단지에 집중되는 경향을 띄고 있다. 범죄의 감소가 도시 전반에 나타난 영향이라기보다는 안전설계 주택단지에 한정된 효과인 것이며, 결과적으로 안전설계를 적용하지 않은 손쉬운 일반주택단지 또는 주변지역으로 범죄활동이 이동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환경설계나 안전설계의 포괄적 적용에 있어 한계는 도시 내 범죄활동이 재배치되는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3) 범죄 근본요인 억제 불가능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의 기법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범죄발생의 근본원인과 요인을 제거하기보다는 특정 장소에 대한 치안을 확보하는데 중점을 둔 계획이라는 것이다. 즉, 범죄가 생성될 가능성이 높은 장소인 저소득 계층이 밀집된 도시 내 낙후 지역의 사회경제적 환경 개선보다는 고소득 계층이 밀집한 새로운 주택단지에 집중하는 한계와 잠재적 범죄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특정 공간으로부터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행위는 범죄를 양산하는 근본원인을 제거하지 못한다.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들에 대한 안전뿐만 아니라 범죄에 이용되기 쉬운 사람들, 범죄로 유입되기 쉬운 사람들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빈곤과 노동, 복지와 연결된 문제이며 현재의 불합리한 고용과 노동정책 시정, 부동산 시장의 교정, 사회복지 증대가 고려되지 않고는 범죄의 근본원인에 따른 해법을 만들 수 없다.

2.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주체로서의 지방정부와 주민

1) 셉테드 주체는 지방정부와 주민이어야

셉테드의 적용 한계와 부정적인 효과를 인정하면서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적인 적용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고립된 공간을 개선해서 보행과 활동 안전성을 높이거나 범죄에 취약한 환경을 개선해 범죄접근성을 낮추는 것, 범죄다발 지역의 순찰을 강화하는 등의 활동이 될 것이다. 이는 범죄예방뿐만 아니라 생활안전, 재난과 재해 대비, 친환경성으로 연결되고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환경유지와 사업평가를 통한 개선이 이어지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개선은 주민 생활의 관점에서 출발해야하고 단기적 개선과 중장기적 계획이 함께 발맞춰 가야한다. 따라서 정책과 적용은 거시적이면서 동시에 구체적일 수밖에 없다. 지역별로 상황과 조건에 따라 그 내용은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행정과 시민사회가 함께 모색해야한다. 지방정부와 지역주민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면서 사회적 목표치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만들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셉테드의 목표인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형성·유지하고 주민참여의 자발성이 형성된다.

그렇다면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주체가 되어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경찰의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배리 데이비드슨(Barry Davidson) 국제셉테드(ICA) 회장은 셉테드 사업에 경찰이 앞장서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2009년 경찰대와 고려대 건축계획 및 공간행태 연구실이 마련한 세미나에 참석한 그는 호주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례를 통해 “경찰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주민들이 스스로 범죄 예방에 참여하는 방법을 썼고 이것이 효과를 발휘”했으며, 과거 경험들은 경찰 주도의 범죄예방은 효과가 낮지만 풀뿌리에서 출발한 범죄 예방은 효과적이었음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주민들은 경찰이 앞장서면 선전으로 생각해, 건축 설계자, 사회복지 활동가 등 분야의 전문가들을 앞서게 하고 경찰이 뒤에서 도와주어야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2) 지방분권 등 경찰 개혁과제가 경찰 위주 셉테드보다 먼저 논의돼야

도시환경을 종합적으로 구성하고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의 지방행정과 주민이 주체로 정책을 계획, 집행하는 과정에 경찰은 범죄를 다루는 전문 집단으로서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경찰 개혁과제로서 논의되고 있는 지방분권경찰제가 안착하는 것이 우선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분권경찰제에 대한 고려 없이 입법하는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은 타당성이 부족하고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셉테드 사업에서 경찰에게 주된 역할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과도하다.

3.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의 문제

법률안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에 앞서 셉테드 정책, 나아가서 안전한 도시에 대한 국가적, 각 지방정부의 정책과 실행계획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이 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도시에 대한 다양한 권리들이 총체적으로 얽혀있는 가운데 안전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선행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적근거를 만드는 것이 법률의 역할일 것이다. 현재 발의된 이 법률안이 이러한 배경 속에서 제출되었는지 의문이다.

1) 법률안의 목적과 부조화 하는 법률안의 내용

제1조(목적) 이 법은 다양한 치안활동의 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범죄예방활동에 참여하고, 범죄 위험지역에 대한 환경개선을 통해 안전한 생활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국민이 각종 범죄로부터 벗어나 보다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함을 목적으로 한다.

법률안의 내용은 다양한 치안활동의 주체들이 자발적인 범죄예방활동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데 부합하지 않는다. 법안의 대부분은 경찰의 권한에 대한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며, 주민과 지자체는 경찰활동에 대한 협조의 대상(제4조, 제5조)으로 규정하고 있다. 셉테드 정책이 지역주민의 참여를 끌어내고 주민들의 자발성에 기초한다는 측면에서 법률안은 그러한 내용을 담아내고 있지 못하다.

2) 경찰력 행사에 대한 불필요하고 과도한 권한부여

범죄예방진단(제5조)의 경우 경찰만이 아니라 오히려 주민과 지자체가 협력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며(특히 주민의 생활중심으로 평가하고자 한다면), 범죄예방 강화구역(제7조, 제8조)의 경우 전반적인 범죄예방 환경개선 사업의 정책 속에 배치될 수 있으며, 긴급하고 일시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한 경우(순찰강화 등) 경찰의 일반적 활동 속에서 즉각적 조치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예방디자인 인증(제13조, 제14조, 제15조)과 관련해서도 이를 경찰이 직접 운영할 필요는 없다. 이미 한국셉티드학회 등 민간과 여러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인증제도가 실제적으로 범죄예방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보장할 수 없다.

3) 국민감시시스템이 될 수 있는 범죄예방정보시스템

제10조(범죄예방정보자료의 관리) ① 경찰청장은 각종 범죄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각종 범죄통계, 범죄위험지도, 범죄예방정책 등에 관한 정보(이하 “범죄예방정보”라 한다)를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② 경찰청장은 범죄예방정보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하여 범죄예방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운영하여야 한다.
③ 경찰청장은 관계 행정기관 및 국민이 범죄위험수준을 진단하고 연구·개선하는 데 범죄예방정보관리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④ 경찰청장은 범죄예방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요청을 받은 관계 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요청에 따라야 한다.
⑤ 범죄예방정보의 수집·관리, 범죄예방정보통합관리시스템의 구축·활용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우선 법률안의 내용만으로 범죄예방정보가 무엇이고 범죄예방정보통합관리시스템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들 수 있다. 다만 최근 경찰이 지능정보사회 도래를 앞두고 경찰 내부 데이터는 물론 일반 국민의 SNS 게시내용, 나아가 사물인터넷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술로 분석하는 범죄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을 밝혀 왔다.

<참고> “SNS 등 온갖 개인정보 긁어모아…위험한 범죄예측 시도”, 한겨레 2016.2.5.일자


<참고> 관계부처 합동,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2016.12.)

경찰의 정보 활동이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않는다면 이런 첨단시스템은 국민의 헌법상 권리를 과잉 침해하는 것이다. 법률안은 범죄예방정보의 정의부터 시스템 운영의 모든 것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에 근거한 수집, 운영과 관리 절차의 투명성 및 통제장치, 수집 활용 폐기와 관련한 주기적인 감사, 외부 기관의 통제, 국회에 대한 보고 등의 감독 및 통제 체제가 갖추어지지 않은 정보시스템은 어떠한 공익적인 명분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대한 불법적인 감시와 다를 바가 없다.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범죄를 예측하겠다는 경찰 시스템의 설치와 운영에 대하여 경찰 재량과 대통령령에 그 권한을 무한 위임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기에 앞서, 우선 해당 정책을 국민들 앞에 공개하고 수용 여부에 대하여 토론해야 한다. 또한 기술적 효과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아니라 정책 타당성에 대하여 증거기반으로 철저히 검증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의 의견도 청취해야 마땅하다.

특히 경찰 내부 데이터, SNS 등 공개된 국민들의 개인정보, 사물인터넷 등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 개인이 식별될 개인정보를 비롯하여 시스템의 원천이 될 국민 개인정보를 목적외로 사용할 때의 적법성 또한 검증해야 할 것이다. 개인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직무의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이 된다(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제1항 제2호, 제3호). 이는 법률에 의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위임이 있을 때(법률유보) 혹은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직무수행에 필요불가결한 요청이 있을 때(비례성의 원칙)에만 가능함을 의미한다. 만약 경찰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해온 ‘비식별화’ 정책에 의거하여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하여 SNS 등에서 국민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이용한다면 국민적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4) 주민 평가와 통제장치 부재

셉테드 정책은 단기적인 과제와 중장기적인 과제가 복합적으로 설계되어야 함으로 실행과정과 이에 따른 결과에 대한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자체적으로, 외부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절차가 부재하며, 경찰력 행사와 관련된 내용이 다수임에도 이를 통제하고 개입할 수 있는 주민참여적 제도가 부재하다.

4. 결론

지자체와 주민이 아니라 경찰 감시권력을 강화하는 법률안은 셉테드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바, 입법에 반대하는 바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경찰 권한 문제는 지방분권경찰 등 경찰개혁 과제가 먼저 이행된 후 논의되어야 마땅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