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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과학수사라는 이름아래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 감식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By 2004/07/13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인권사회단체 공동성명>

경찰은 적법절차 무시하는 인권유린을 즉각 중단하라!
– 과학수사라는 이름아래 진행되고 있는 유전자 감식 만능주의를 경계한다.

최근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한다는 명목으로 경찰이 중국 동포들의 유전자 시료를 마구잡이로 채취한 사건을 보며,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목격자가 증언한 복장이 중국 동포들이 즐겨 입는 복장이라는 가정에 근거하여 상당수의 중국 동포들의 유전자를 채취한 것이다. 다수의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은 연쇄적인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경찰의 다급한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영장주의라는 적법절차를 무시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유전자 시료 채취 등 생체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증영장을 발부받아야만 하며, 영장은 특정한 사건에 대해 특히 생체증거자료가 필요한 사람이 정하여져 있을 때만 발부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당사자들에게 동의서를 받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다. 더불어 그동안 이런 일이 있었으나 공소유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식의 변명을 함으로써, 이전에도 관행적으로 영장주의원칙 등 적법절차를 무시해왔음을 시인하는 어이없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특정되지 않은 수많은 중국동포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채취를 무작위로 하는 경찰의 수사는 ‘과학수사’가 아닌 ‘강압수사’, ‘불법적 수사’이다. 이러한 불법적 수사의 과정에서 애꿎은 중국동포들은 머리카락을 채취당하고 구강세포를 채취당했다.

우리 헌법은 개인의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적법절차의 원칙, 영장주의의 원칙 등을 천명하면서 이러한 정신을 형사소송법과 각종 수사규칙 등 수사관련법제에 적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 절차를 지키는데 누구보다도 앞장서야할 경찰이 오히려 관행을 빙자하여 법절차를 어기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인권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즉각 중국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무분별한 유전자 시료채취를 중단하고, 범법자 취급을 당한 중국동포 당사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한 광범위하고 추상적인 목적으로 영장도 없이 수집한 중국동포들의 유전자정보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 강압적인 수사로 인하여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현상은 반드시 종식되어야 한다. 범인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권을 지키는 일 역시 경찰의 업무이다.

2004년 7월 13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시아평화인권연대, 안산노동인권센터,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인권실천시민연대,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전태일기념사업회, 지문날인반대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끼리끼리, 평화인권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가나다 순)

200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