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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반대] 감시와 통제의 결정판 테러방지법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

By 2003/11/25 10월 25th, 2016 No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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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감시와 통제의 결정판 테러방지법 제정을 즉각 중단하라

이번 정기국회 본회의에서 의결 처리할 것을 목표로 추진 중인 테러방지법 논의에 대하여 지문날인 반대연대는 분노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국가보안법이라는 희대의 악법을 이용하여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주민등록법 등의 국민감시형 제도의 운영을 통해 모든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해왔다. 이것은 전체주의구조에서나 가능한 경찰국가의 위용이었으며, 이러한 반민주적인 제도와 법률로 인하여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권익이 침해당해왔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국가정보원이라는 가장 강력한 감시기구에 엄청난 권력을 부여하고,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완벽한 감시와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하려는 정부와 국회에 대해 우리는 우려를 금치 못하며 가장 강력한 어조로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 민주당, 열린우리당 등 3당의 합의로 국회정보위원회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의 최종안을 보면, 이미 다른 법률에 의하여 충분히 방지되고 처벌될 수 있는 각종의 범죄들에 대해 테러라는 명목으로 가중처벌 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국가정보원이 군사동원을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하면서 대테러방지부대를 국가정보원의 지휘계통 안에 두어 모든 사람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가능하게 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구별도 없으며, 사소한 사건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테러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더구나 우리는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등이 저질러왔던 반민주적 폭력을 기억하고 있다. 민주화의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많은 사람들을 고문하고 처벌했던 국가정보원의 과거를 잊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아예 국가정보원에 이토록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는 테러방지법의 제정을 목전에 두고서 말 그대로 공포(TERROR)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국가보안법이나 주민등록법과 같은 국민감시제도가 그대로 온존해 있는 상황에서 추진되는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는 더 이상 강력해질 수 없는 고강도의 국가폭력을 잉태하는 행위이다.

이미 우리사회는 굳이 테러방지법이 없더라도 충분히 테러의 위협을 제거하고 테러행위를 방어하며, 결과에 따른 처벌을 할 수 있는 각종 제도와 법률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이러한 법률체계의 운용을 위한 검찰, 경찰 등의 기구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테러방지법이라는 것이 또 왜 필요한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과 합의의 과정을 거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부분을 지적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제제기에 대해서조차 마땅한 답변이 없는 실정이다. 결국 이것은 테러방지법 제정의 목적이 대 테러활동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는 미명으로 국가정보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그동안 논의되어왔던 국가정보원의 체질혁신이라는 대의를 폐기하고자 하는 의도일 뿐임을 적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비밀정보기관의 권력을 강화하고 정보기관의 첩보에 따라 국정이 운영된 체제들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전체주의체제의 말로에는 항상 비밀정보기관들의 강력한 권력과 이에 따른 부작용들이 만연해있었음을 상기한다. 수많은 사회인권단체와 학자들, 법률가들이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테러방지법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권력의 테러일 뿐이다. 정부와 국회는 즉각 테러방지법 제정음모를 중단하라. 그것만이 겨우 제자리를 잡아가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보장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2003년 11월 20일

지문날인 반대연대

* 담당 : 지문날인 반대연대 윤현식, finger@jinbo.net, 011-202-9097

2003-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