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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전국민에 강제적 지문날인… 전세계서 한국뿐!

By 2017/05/31 6월 7th, 2017 No Comments

[연재] 우리는 인터넷에서 자유를 발견했다

편집자주 : 한때 인터넷에서는 무한하게 자유로울 것이라 기대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저절로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이용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국가, 기업 등 권력자를 상대로 싸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합니다. 디지털 환경이 고도화할수록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의 자유와 프라이버시권을 누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입니다. 인터넷 도입 전후로부터 시작된 디지털 검열과 감시의 역사, 그리고 시민의 저항 속에 변화해온 제도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제보와 잘못된 정보는 이메일 della 골뱅이 jinbo.net 로 알려 주십시오.

◈ 지문날인

지문은 몸에 각인되어 있는 생체정보라는 측면에서 고유한 신원확인수단이자 매우 민감한 생체정보이다. 일본 정부가 재일한국인들에 지문날인을 강요하면서 한국 사회에서도 지문날인 제도의 인권침해성이 일찌기 문제가 되었다. 한국의 지문날인제도는 1968년 주민등록증의 발급과 관련한 주민등록법이 개정되었을 때 도입되었다. 지문날인제도의 법적 근거는 1968. 9. 16.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32조 제2항에서 “주민등록증의 발급을 받고자 하는 자는 그 자신이(…) 별지 제33호 서식에 의한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와 주민등록용지에 무인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양손 무지지문을 날인하도록 한 것이 처음으로 꼽는다.

전자주민카드가 백지화된 이후 정부는 1999년 주민등록증을 일제경신하면서 플라스틱 전자주민증으로 교체하기로 하고 국민들에게 새로이 지문날인을 받기 시작하였다. 전국민 지문을 전산으로 입력하고 경찰이 범죄수사용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정권교체기 주민등록제도의 반민주 반인권적 측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발전시키고 있었던 한국 시민사회는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전개하였다. 1999년에는 마침 일본 정부도 계속된 인권침해 논란 끝에 재일외국인 지문날인 제도를 폐기하였다. 지문날인 의무가 없었던 일본 시민과의 차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시민사회는 17세에 달한 전 국민으로부터 열손가락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국가가 전세계에서 한국 밖에 없는데 이는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지적하였다. 동사무소에서 날인한 지문 정보를 필수적인 행정서비스와 무관하게 경찰이 전자적으로 보관하고 평생에 걸쳐 범죄수사의 수색대상으로 삼는 것은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절차에 뚜렷한 법적 근거도 없는 것은 위헌적이었다. 시민사회는 1999년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2004년 17세에 달한 청소년 3인도 국가의 지문날인제도가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지문날인 반대 걷기대회(2004년 5월 22일)

헌법재판소는 2005년 5월 지문날인제도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사건에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우리 헌법이 보호하는 새로운 독자적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지문정보의 수집·보관·전산화·이용을 포괄하는 의미의 지문날인제도 및 경찰청장의 보관에 대해서는 법률적 근거가 있고 범죄수사의 공익적 목적이 있으므로 과잉금지가 아니라고 보았다. 2011년 또다시 청소년 지문날인 거부자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나 마찬가지 이유에서 합헌으로 결정되었다.

국가가 국민에게 지문날인을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신념에 따라 지문날인을 거부하거나 지문날인된 주민등록증 발급을 거부하는 이들이 소수이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여권을 발급받거나 운전면허 시험에 응시할 때 관계당국은 원칙적으로 지문날인이나 주민등록증 외에 다른 방법으로도 신분확인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인감증명을 발급할 때 지문날인을 요구한 사건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는 무분별하게 지문날인을 요구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지문날인 제도의 정보인권 침해에 대한 논란은 디지털 시대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세계 각국이 출입국 절차에서 여행객 및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 지문날인을 강제하는 일이 크게 증가하였다. 일부 국가에서는 여권 발급 과정에서 자국 시민의 지문날인을 강제하기 시작하였다. 생체정보의 고유한 식별기능에 주목한 민간에서도 출입통제, 본인확인 등 다양한 목적으로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지문정보 탈취 위협도 증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립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열람실 좌석 이용 시 학생들의 지문 인식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데 대한 진정에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은 것으로 판단하였고(인권위 2005.7.25자 04진인3372),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게는 학생들의 출석확인을 위해 지문인식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인권침해 소지가 있으므로 설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하였다(인권위 201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