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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자유/성명] 가진자를 감싸기 위해 사회단체 서버를 뒤지고 사이버공간을 헤집는 정권

By 2001/06/01 10월 25th, 2016 No Comments
진보네트워크센터

<성명서> 막나가는 경찰의 사이버 수사, 도를 넘었다
– 가진자를 감싸기 위해 사회단체 서버를 뒤지고 사이버공간을 헤집는 정권 –

어제 참여연대 서버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은 도를 넘은 것이었다.
경찰은 참여연대 게시판에 올라온 삼성생명 직원 5천여명 명의의
게시물 ‘삼성 이건희 회장의 아들 이재용의 경영참여 반대 성명서’
가 명예훼손이라는 삼성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수용하였을 뿐더러
이를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사회단체의 서버를 압수수색하는 것도 모잘라
고발자인 삼성의 직원을 아예 경찰관으로 위장시켜 동행시켰다 들통나는
해프닝을 저질렀다.

이는 경찰의 사이버 수사가 어느정도로 막나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자 최근 정권이 얼마만큼 철저하게 가진자의 편에 서서 사이버공간을
헤집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진보네트워크센터는 정권과 경찰의 이러한 횡포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지난 8월 정보통신부 서버가 다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정보통신부는 당시
평화적인 온라인 시위를 진행하던 진보네트워크센터를 근거 없이 범인으로
지목하였다. 그리고 MBC와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이 이를 ‘진보네트워크센터’
의 ‘해킹’이라고 보도하면서 뒷받침하는 가운데, 8월 29일 경찰이 진보네트워크
서버를 강제로 압수수색하였다.
물론 10월 12일 경찰은 정보통신부의 고발이 근거가 없으며 당시 서버 이상
은 ‘자체적인 결함 문제’였던 것으로 발표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하였지만,
당시 정보통신부와 언론의 근거 없는 ‘심증’과 마녀 사냥이 진보네트워크에
입힌 타격은 상당히 컸다.

지난 2월에는 분당 경찰서에서 성남시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수사한다며
성남시민모임을 압수수색하고 사무실 컴퓨터를 모두 압수해 가는 만행을 저질
렀으며, 최근 용산구청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내부고발자들의 IP주소를 추적하고 징계하는 한편, 아예 홈페이지 글을
제맘대로 삭제하기 위한 ‘인터넷 운영 조례안’을 속속 제정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은 바로 그 익명성 때문에 내부 고발과 소수자의 주장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활발한 공공 영역으로 등장하였다.
비록 그 진위 여부를 가리는 문제로 말썽이 끊일새 없지만, 진보네트워크센터
의 경험에 따르면, 말썽은 주로 사측이 노동자의 고발을,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의 고발을 문제삼는데서 발생한다. 즉 문제의 전형적인 특성은 가진자가
억압된 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찍어누르려는 데 있으며, 여기서 사이버 공간
에 대한 ‘명예훼손’은 가진자들의 무기처럼 마구 사용되고 있다.

우리는 경찰과 정권이 사이버 공간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재편하려 시도하는
최근의 추세와 이러한 해프닝들이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찰은 이미 지난해부터 전국PC방의 IP주소와 MAC주소를 관할 파출소에서
관리하려고 시도하였으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는 수십만건에 달하는
‘공인 인터넷 차단목록’을 시중에 배포하는 한편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시작하려 한다. 7월부터는 가상연좌시위 등 온라인
시위도 처벌할 것이다. 또 전국의 모든 PC방에 차단소프트웨어 설치를
강제화할 거란다. 어쩌면 모든 준비는 마무리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이버 공간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민주적 가능성’을 벌써 포기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가진자들이 제 입맛에 맞춰 인터넷을 헤집고
다니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이에 맞서 투쟁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최근 인터넷내용등급제를 반대하는 이유이다.

2001. 6. 1
진보네트워크센터

200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