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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포(WIPO)는 변해야만 한다!

By 2005/08/12 10월 25th, 2016 No Comments

해외동향

오병일

지적재산권의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인가? 선진국과 문화 자본이 주도하는 주류 경향은 그렇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반발 역시 거세지고 있다. 그 전쟁터 중 하나인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이하 ‘위포’)가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위포는 유엔(UN) 전문기구로서 지적재산권 관련 국제 협약들을 관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위포 개발 의제 제안
지난 2004년 8월 27일,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위포 개발 의제(Development Agenda for WIPO)의 수립을 위한 제안서’를 위포에 제출하였다. 이 제안서는 위포가 그동안 지적재산권 권리자 및 선진국의 이익에 편향되어 있었음을 비판하며, 지적재산권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개발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며 각 국의 개발을 촉진하는데 복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각 국의 발전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국가에 높은 수준의 지적재산권 보호가 강제되어서는 안되며, 각 국의 발전 수준이나 독특한 사회적 요구를 고려하여 유연하게 적용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위포를 개혁하기 위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 ‘개발’ 문제를 고려할 것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1967년 위포 협정을 개정
▶ 특허실체법조약(특허 대상 등 각 국 특허법의 실체적 내용의 통일성을 도모하기 위한 조약)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적재산권 조약에 기술 이전, 반경쟁 관행, 공공의 이익 등을 고려할 것
▶ 개발도상국으로의 기술 이전이나 지식 접근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식접근권 조약(Access to Knowledge, A2K 조약이라고 부른다)’ 체결
▶ 지적재산권과 기술 이전에 관한 상설 위원회 신설
▶ 지적재산권과 개발에 대한 위포,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 공동 세미나
▶ 위포 논의에 공익적 시민사회단체의 참여 활성화

이 제안서는 볼리비아, 쿠바, 에쿠아도르, 이집트, 이란, 케냐, 페루 등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국가들을 소위 ‘개발의 친구들’ – Friends of Development 이라 부른다.)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광범한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는데, 이들은 위포 총회 직전에 ‘위포의 미래에 대한 제네바 선언’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선언문을 통해 “지난 세월동안 위포가 주로 힘있는 출판업자, 제약회사, 종자산업 등 상업적 이익만을 대변해왔”음을 비판하며 “위포는 변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10월 4일, 위포 총회는 ‘위포 개발 의제 수립을 위한 제안서’를 채택하였다. 총회는 임시 정부간 회의(Inter-sessional Intergovernmental Meeting, IIM)를 개최하여 이 제안서를 검토하고, 2005년 9월에 개최될 총회에 제출하기 위해 2005년 7월까지 보고서를 작성할 것을 결정하였다. 정부간 회의에는 국제 기구 및 시민사회단체들이 참관 자격으로 참여하며, 세계무역기구,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함께 공동 국제세미나를 개최할 것도 결정되었다. 이 결정에 의해 2005년 4월, 6월, 7월에 3차례에 걸친 정부간 회의가 개최되었다.

정부간 회의와 별개로 시민사회단체들은 독자적인 국제회의를 개최하여 관련 의제를 논의하였다. 지난 2005년 2월 3일-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개발 의제와 지식에 대한 접근 조약에 관한 전문가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는 기술에관한소비자프로젝트(CPTech), 제3세계네트워크(TWN), 도서관협회국제연합(IFLA) 등이 공동주최하였다. 이어 2005년 5월 12일-13일, 영국 런런에서 환대서양소비자회의(TACD) 주최로 두 번째 시민사회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회의에서는 지식접근권 조약 초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미국과 일본, 위포 개발 의제에 대한 합의를 방해하다
그러나, 2005년 가을 위포 총회를 앞두고 있는 현재, 위포의 개혁에 대한 실질적인 권고가 이루어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위포의 정부간 회의에 참가하여 진행 과정을 감시해왔던 ‘지적재산권 정의(IP Justice)’라는 단체는 “미국과 일본이 위포 개발 의제에 대한 합의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2005년에 3일씩 세차례 개최된 정부간 회의의 반은 미국과 유럽에 의해 절차적 문제를 논의하는데 허비되었다. 그래서, ‘개발의 친구들’이 제출한 제안서에 대한 실질적 토론은 6월에 개최된 두 번째 정부간 회의의 두 번째 날에서야 시작될 수 있었다. 따라서, 개발 의제를 검토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부족했고,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간 회의 절차를 1년 더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에 동의하였지만, 오직 미국과 일본만이 이를 거부하였다. 미국과 일본은 임시 정부간 회의를 통해 토론을 계속하는 것보다, 개발 관련 모든 이슈들이 ‘지적재산권 관련 개발 협력에 대한 상설위원회(PCIPD)’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 상설위원회는 2년마다 한번 개최될뿐더러 저작권이나 특허와 같은 실체적 작업에 대한 어떠한 감독 기능도 없기 때문에 개발 의제들을 효과적으로 논의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을 받았다. 주요 지적재산권 수출국인 미국와 일본이 개발 의제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압도적 다수가 정부간 회의 절차를 연장하는 것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합의안이 될 수 없었다. 위포는 ‘합의(consensus)’에 따라 진행되며, 이는 모든 나라들이 동의해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5년 가을에 열리는 위포 총회에 제출될 보고서는 합의된 권고안이 아니라, 단지 세 번의 정부간 회의의 요약 및 토론 기록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참고.
기술에관한소비자프로젝트 : http://www.cptech.org/ip/wipo/da.html
지적재산권 정의 : http://www.ipjustice.org/WIPO/WIPO_DA.shtml

200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