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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009 정보인권 시민학생강좌

문화향유의 권리와 저작권

2009년 2월, 한 블로거는 5살짜리 딸 아이가 가수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를 부르며 율동을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담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배경음악이나 반주도 없이 혼자서 노래를 부르며 율동을 한 53초짜리 동영상이었다. 몇 달 후, 음악저작권협회는 해당 블로그를 서비스하고 있던 포털에 저작권 위반으로 게시 중단 요청을 했으며, 이에 따라 해당 동영상은 차단당했다.

많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이 사건은 현행 저작권법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작권과 공정이용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지식의 확산과 사람들 사이의 소통, 그리고 문화 창작의 활성화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해외의 전문 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가 하면, 육아 커뮤니티를 통해 육아 정보를 얻거나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즐거웠던 여행의 기록을 디지털 캠코더로 남겨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미니홈피를 장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이라는 바다에 ‘저작권’이라는 암초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다가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고발되거나 손해배상을 하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음에 든 시를 시평과 함께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저작권 위반이 될 수 있다. 환경단체가 환경 오염에 관한 기사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스크랩하여 올리는 것도 저작권 위반이다. 자신이 구매한 음반에서 MP3 파일을 만든 후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것도 물론 저작권 위반이다. 돈이 없는 사람은 비영리적 목적이라 할지라도 감히 인터넷 음악 방송을 해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디지털 도서관이 구축되고 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어차피 집에서 원격으로 접속하지 못하고 도서관에 직접 가서 열람해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신문을 오려서 기사 스크랩을 했었다. 시집을 사서 동아리 친구들이 돌려 보기도 했고, 좋아하는 친구에게 자신의 베스트 음악을 선곡하여 테이프를 선물하기도 했었다. 인터넷에서는 더 쉽게, 더 잘 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저작권법이 불법복제 테이프를 만들어서 길거리에서 파는 사람들, 즉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하여 자신의 영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주로 단속했다. 그러나 이제 저작권법은 우리들 누구나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저작권이란

저작권은 ‘문화․예술적 창작물의 창작자에게 부여되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한다. 이에는 그 저작물을 복제, 배포, 공연, 전시, 대여, 공중송신할 수 있는 권리 및 2차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된다. 2차 저작물이란 소설을 각색하여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이 원 저작물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또 다른 창작물을 말한다. 이와 함께, 한국의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자신의 이름으로 공표할 수 있는 권리 등 저작인격권도 인정하고 있다.

저작권이란 아래와 같은 권리들의 다발이다.

  • 저작인격권 :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 유지권
  • 저작재산권 :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예를 들어, 내가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를 샀다면, 그 책에 대한 소유권은 내게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린왕자’의 저작권은 여전히 창작자인 생떽쥐베리가 갖고 있다. 나는 내가 산 ‘어린왕자’ 소설책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거나 찢어버릴 수는 있지만, 그것을 복사해서 배포하거나, 그 내용을 인터넷에 올릴 수는 없다.

소설이나 시와 같은 어문 저작물, 음악, 연극, 영화(영상), 사진, 미술 등의 저작물이 모두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다. 심지어 건축물이나 설계도, 지도, 컴퓨터프로그램, 폰트 등도 저작권으로 보호된다. 그러나 법률이나 법원의 판결문, 사실이나 아이디어 자체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저작물 역시 저작권의 보호를 받지 않는다.

지식과 문화의 특성

지식과 문화와 같은 지적 생산물은 자동차, 책상 등과 같은 물건(유체물)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햄버거와 같은 유체물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순간 내게서 없어지지만,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은 다른 사람과 나눈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지식과 문화와 같은 지적 생산물은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라는 특성을 갖는다. 내가 어떤 지식을 이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같은 지식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비경합성) 그리고 어떤 지식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 이상, 그 사람이 그 지식을 이용하는 것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을 말한다. 쏟아진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뇌 속으로 전파된 지식을 다시 회수할 수는 없는 법이다.(비배제성)

또한, 어떠한 지식도 역사적으로 축적된 지식 기반이 없었다면 창출될 수 없었을 것이며, 따라서 지식과 문화는 궁극적으로 모든 인류의 협력의 산물이며,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좋은 음악을 작곡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창작한 음악을 많이 듣고 학습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부분의 논문들은 수많은 다른 논문의 인용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와 같은 창작물은 소설, 음악, 미술, 다른 영상물 등 수많은 저작물의 종합이다.

어떤 물건이 한 사람에서 다른 사람에게 이전된다면 소유권(혹은 점유)만 변화될 뿐이지만, 지식과 정보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될수록 확대 재생산된다. 마치 하나의 촛불에서 다른 촛불로 불이 옮겨짐으로 해서 내 초의 불빛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간 전체가 더욱 밝아지는 것처럼, 지식과 정보가 전파될수록 사회적인 가치는 더욱 커지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통상 저작권 침해를 해적질, 즉 ‘타인의 재산을 훔치는 것’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한 것은 아니다. 지식과 정보의 전파, 공유는 타인의 소유물을 훔치는 것과는 다르며, 기본적으로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장려되어야 한다! 다만, 저작권법은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작자에게 제한된 기간(이를 저작권 보호기간이라고 한다) 동안 제한된 권리(복제, 배포, 전송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정책적 수단일 뿐이다.

지적재산권, 저작권, 특허...

지적재산권은 ‘무형의 지적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문화예술 저작물의 창작자에게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저작권’, 산업상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발명을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발명자에게 부여하는 ‘특허’가 대표적인 지적재산권 제도이다. 이 외에도 상표권, 지리적 표시, 영업 비밀, 반도체 배치설계 등 새로운 분야들이 지적재산권 영역에 포함되고 있다.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선구자인 리차드 스톨만은 ‘지적재산권’이라는 개념이 유체물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 유체물과 똑같은 ‘소유권’ 의식을 갖도록 왜곡한다고 비판한다. 또한, 지적재산권은 저작권, 특허, 상표권 등 보호의 대상이나 적용방식, 그리고 역사적인 맥락이 서로 다른 제도를 하나의 개념으로 일반화함으로써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지적재산권은 1967년에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설립되면서 광범하게 사용된 최근의 경향이라고 한다. 그는 어떤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저작권, 특허, 상표권 등 특정한 용어를 사용하기를 권고한다.

그림:지적재산권.png

공정이용

저작권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 중의 하나는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소유’이고,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다. 저작물에 대한 도둑질, 해적질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오해를 강화시킨다. 그러나 저작권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의 향상 발전’이며, 한국의 저작권법 역시 1조에서 이를 명시하고 있다. (2009년 4월 22일 저작권법 개정으로 ‘문화의 향상발전’이라는 표현이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문화산업계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저작권법

제1조(목적)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저작권법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을 목적으로 하며, 그 수단으로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한다. 지식과 문화와 같은 지적창작물이 쉽게 복제․전파되며 비경합성․비배제성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이 창작자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창작자에 대한 보상을 통해 더 많은 창작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그러나 배타적인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문화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어떤 저작물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다른 저작물을 많이 향유함으로써 창작을 위한 역량을 기를 필요가 있다. 또한, 논문이나 영화와 같이 다른 저작물의 이용 없이는 창작이 불가능한 저작물도 많다. 따라서 배타적 권리의 강화는 저작물의 원활한 유통과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창작을 저해하는 효과를 갖는다. 결국 저작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타적 권리의 보호’와 ‘공정한 이용’을 균형있게 다루어야 한다.

그래서 창작자에게 부여되는 배타적 권리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하게 제한된다. 우선 여타 소유권과 달리 저작권은 한정된 기간 동안만 보호된다. 현재 국내 저작권법은 저작자 사후 50년간 보호하고 있다.(이는 짧은 기간은 아니다. 예를 들어, 80세에 죽은 어떤 소설가가 30세 때 창작한 소설은 100년 동안이나 보호된다.)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저작물은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보호기간 내에라도 공공적 목적이나 지식의 확산을 위해 배타적 권리가 일정하게 제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언론의 보도, 재판, 도서관, 교육 목적의 사용, 그리고 비영리적이고 개인적인 이용에서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공정이용(fair use)이라고 한다. 국내 저작권법은 ‘제2장4절2관 저작재산권의 제한’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는데,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를 나열하여 제시하고 있다.(각 조항마다 공정이용으로 인정받기 위한 세부적인 조건과 예외 등이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경우가 실제로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는 주의 깊게 살펴봐야한다.)

저작권법 제2관 저작재산권의 제한

제23조(재판절차 등에서의 복제)

제24조(정치적 연설 등의 이용)

제25조(학교교육 목적 등에의 이용)

제26조(시사보도를 위한 이용)

제27조(시사적인 기사 및 논설의 복제 등)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제29조(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공연·방송)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제31조(도서관등에서의 복제 등)

제32조(시험문제로서의 복제)

제33조(시각장애인 등을 위한 복제 등)

제34조(방송사업자의 일시적 녹음·녹화)

제35조(미술저작물등의 전시 또는 복제)

제36조(번역 등에 의한 이용)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허락없이 복제한다고 모두 저작권 침해인 것은 아니다. 비영리적 목적으로 가정 내에서 이용하기 위해 복제하는 것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제30조) 예를 들어 8시에 하는 드라마를 퇴근 후에 보기위해 VCR로 녹화해두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이동하면서 듣기 위해 구입한 MP3 파일을 MP3 플레이어로 복사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어떤 저작물을 창작하기 위해 다른 저작물을 저작자의 허락없이 이용할 수도 있다.(제28조) 예를 들어 다른 논문의 문장을 내 논문에 인용할 수 있다. TV 드라마를 통한 상품 광고 실태를 고발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드라마 장면을 이용할 수도 있다. 고등학교에서 수업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영화 장면의 일부분을 보여줄 수도 있다. 학생들도 필요한 영화 장면을 편집하여 과제물을 제출할 수도 있다.(제25조)

그림:공정이용.JPG

이와 같은 배타적 권리의 제한은 지적재산권의 또 다른 축인 ‘특허’에도 존재한다. 특허 역시 보호기간이 제한된다. 특허의 경우 ‘출원 후 20년’ 동안 보호된다. 또한, 국가 위급 상황이나 공중의 건강 보호와 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도 특허 발명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강제실시’라고 한다.

기술혁신과 저작권

앞서 얘기했듯이, 저작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배타적 권리의 보호’와 ‘공정한 이용’의 균형, 혹은 ‘창작자의 권리’와 ‘이용자의 권리’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 균형 지점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창작자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얻어지는 새로운 창작의 인센티브와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발생하는 사회적인 손실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산출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더구나 기술혁신에 따른 복제 기술의 발전과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균형 지점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균형지점을 둘러싼 저작권자와 이용자 사이의 갈등은 저작권에 근본적인 모순으로 내재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혁신은 언제나 저작권자의 반발을 가져왔으며, 이를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저작권법의 개정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1900년대 초, 음반과 축음기가 보급되던 시기에 작곡가 존 필립 소사는 의회에서 “축음기가 이 나라 음악의 예술 발전을 가로막을 것”이라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음악 업계를 위협하던 범법자들은 바로 음반사들이었다. 그러나 이후 음반 제작자 역시 저작권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현재 인터넷을 통한 저작권 침해에 맞선 싸움의 최전선에 서있다.

1960~70년대 케이블 TV가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방송국들은 케이블 TV가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을 무단으로 전송함으로써 자신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1976년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월트 디즈니가 소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니의 VCR이 저작권 침해의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84년 미국 대법원은 시청자들이 VCR을 이용해 TV 프로그램을 나중에 보기 위해 녹화하는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하며, VCR이 불법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해도 합법적인 용도로 이용될 수 있는 한 VCR 자체는 합법이라고 판결하였다.

새로운 기술 혁신은 보다 많은 대중들이 지식과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켰다. 축음기와 음반이 없었다면 음악이 대중화될 수 있었을까? 케이블 TV와 VCR 등이 없었다면 방송이나 영화산업이 지금과 같은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러나 혁신적 기술이 등장할 때 마다 기존 저작권자들의 반발과 법적 소송과 같은 갈등이 되풀이 되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배타적 권리의 보호와 이용자의 권리 사이의 새로운 균형이 형성되었다. 방송사업자의 권리나 전송권과 같이 새로운 권리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소니 판결과 같이) 기존 관념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던 것이 공정이용으로 인정되기도 하였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현행 저작권 체제에 또 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과 저작권의 위기

디지털 환경에서는 복제비용이 거의 없이 원본과 똑같은 복제물을 재생산할 수 있으며, 네트워크를 통해 시간과 거리에 관계없이 저작물을 전송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의 도입으로 지식과 문화의 향유에 있어서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확산은 기존 저작권자에게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복제하는데 비용도 많이 들고, 복제물의 질도 원본과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저작권 침해도 주로 기업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다. 즉, 길거리에서 불법복제 테이프를 판매하는 사람들처럼 영리를 목적으로 한 불법복제와 배포가 주된 것이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복제와 전송에 대한 개인의 통제권을 강화시켰다. 누구나 자신의 집에 있는 컴퓨터로 수백만 개의 음악 파일을 복제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전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자의 통제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불법복제에 대한 단속도 과거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불법복제를 하는 소수 집단만을 대상으로 했다면, 디지털 환경에서는 모든 인터넷 이용자가 잠재적인 단속 대상이 된다.

케이블 TV나 VCR 사례에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환경에서 저작권 침해에 위협을 느낀 권리자들은 인터넷을 통한 ‘해적행위’를 비판하며,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기 위해 법적, 기술적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는 이미 1996년에 공중전달권, 기술적 보호조치 등 ‘디지털 의제’를 내용으로 하는 저작권 조약 및 실연․음반 조약을 체결하였다. 미국은 1998년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을 제정하였다. 1999년에는 P2P(Peer to Peer) 방식의 파일 공유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냅스터’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었으며, 결국 2001년 냅스터는 모든 항소심에서 패소한 후 문을 닫았다. 또 다른 방식의 P2P 프로그램인 카자와 그록스터 역시 2005년 대법원에서 불법 판결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2000년 저작권법 개정으로 ‘전송권’이 신설되었으며, 이후에도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보호를 위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거의 매년 제출되고 있다. 2000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한국판 냅스터 ‘소리바다’ 역시 2001년 첫 소송을 당한 이후, 수 차례 소송과 위법 판결을 반복하였다.

권리자들은 인터넷 상에서도 저작권이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저작권이 어느 범위까지 보호되어야 하는가, 이용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하는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을 읽을 권리’까지 부여하는 것이 타당할까?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저작물을 읽기 전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혹은 내가 산 CD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기 위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터무니없는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겠다. 지금까지는 당연히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도 할 수 있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당연한 행위들이 인터넷에서는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시가 마음에 들어 카페에 올려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다. 지역 코드로 암호화되어 있는 DVD를 보기 위해 암호화를 피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과연 이를 저작권 침해로 보아야할까, 아니면 공정이용으로 인정해야할까? 기존의 혁신적 기술이 저작권과 충돌을 빚었던 것처럼, 인터넷과 저작권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인터넷에서의 접근과 복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권리와 이용의 새로운 균형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의 특성과 이러한 기술 혁신이 정보와 문화의 생산, 유통, 향유의 과정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권리에 대한 강화된 보호가 문화(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막연한 가정이 아니라, 기술 혁신의 가치와 표현의 자유와 같은 다른 인권들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

우선 기존의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접근’과 ‘복제’는 별개의 의미였다. 서점에서 책을 들춰보는 행위는 복제를 수반하지 않으며,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음반을 사기 전에 레코드점에서 음반을 들어보는 행위 역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친구의 책을 빌려보는 것 역시 물리적인 복제를 수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터넷에서는 다르다. 컴퓨터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인터넷 상의 정보에 접근하는 행위조차 복제없이는 불가능하다. 인터넷에서 어떤 홈페이지에 접속할 경우, 해당 홈페이지가 있는 서버에서 내 컴퓨터로 파일이 복제, 전송되기 때문이다. 만일 인터넷에서 복제권을 저작권자에게 부여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은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전에 권리자에게 접속 허락을 받아야 하는 터무니없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이는 이용자들의 컴퓨터 사용이나 정보에 대한 접근권(읽을 권리!)을 심각하게 침해한다.

이 문제는 실제로 쟁점이 되고 있다. 2007년 4월 타결된 (그러나 2009년 8월 현재까지 양국 국회 비준을 받지 않아 발효되지 않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일시적 저장’을 저작권법상 ‘복제’로 인정하고 있다. ‘일시적 저장’ 규정은 1996년 체결된 세계지적재산권기구 저작권 조약에서도 논란이 되었으나 결국 조약에 포함되지는 않은 바 있다.

일시적 저장 (temporary reproduction)

인터넷으로 어떤 홈페이지에 접속을 하면, 그 홈페이지 서버의 데이터가 내 컴퓨터로 전송되어 브라우저를 통해 보여진다. 이때 그 데이터를 별도의 파일로 저장하지 않는 한, 데이터는 램(RAM)이나 하드디스크의 임시공간에 일시적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다른 명령이 실행되거나 컴퓨터 전원이 꺼지는 경우 사라진다. 하드디스크 등에 영속적으로 저장되는 것과 대비하여, 이를 ‘일시적 복제, 혹은 일시적 저장’이라고 부른다.

앞서 얘기했듯이, ‘일시적 저장’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하여 저작물에 ‘접근’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행위이다. 이를 저작권법상 ‘복제’로 인정한다는 것은 이러한 방식의 복제 역시 저작권자의 권리로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물론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의 경우 권리에 대한 제한 혹은 예외, 즉 공정이용으로서 저작권자의 허락을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원래는 저작권자의 권리이므로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은 예외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인 인터넷 이용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저작권 침해로 소송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

기술적 보호조치란 ‘암호화 등의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저작물에 대한 접근이나 이용을 통제하기 위한 기술이나 장치’를 의미한다. 법이 있어도 모든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보호조치는 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권리자들이 저작물에 대한 접근이나 이용을 기술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자구책이다. 저작권법은 다시 이러한 기술적 보호조치를 무력화하는 행위(예를 들어, 암호를 깨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권리자들의 자구책을 다시 법적으로 보호한다.

그러나 기술적 보호조치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리와 이용의 섬세한 균형을 반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육 목적으로는 어떠한 저작물을 권리자의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기술적 보호조치가 되어 있다면 법에서 허용한 공정이용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국내 저작권법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 등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보호조치(이를 ‘이용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라고 한다)에 대해서는 이미 보호를 하고 있다. 한미 FTA는 저작물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기술, 즉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로 그 보호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는 저작물에 접근, 열람하는 행위에 대한 통제권한을 저작권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즉, 책을 읽는 것조차 저작권자의 허락을 맡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다! 예를 들어, DVD에는 지역 코드가 포함되어 있어 미국에서 산 DVD를 한국에서 생산된 DVD 플레이어로 실행시키면 실행이 되지 않는다. 이 지역코드가 일종의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인데, 만일 모든 지역에서 생산된 DVD를 볼 수 있는 DVD 플레이어를 만든다면 저작권 위반이 되는 것이다. 미국의 사회단체인 전자개척자재단(EFF)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 :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 하에서의 7년>이라는 문서에서 기술적 보호조치가 공정이용 및 기술 혁신을 제약한 여러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창작 환경의 변화와 저작권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창작’의 개념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소설이나 음악과 같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창작한 완결적 저작물만이 아니라, 기존 저작물의 수정, 변환, 조합, 편집 등의 가공을 통해 만들어진 2차적 저작물도 창작물로서 ‘가치’를 갖게 된다. 기존의 아날로그 형태의 저작물과 달리, 디지털 형태의 저작물은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수정 및 편집이 용이하며, 이에 따라 전문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2차적 저작물을 창작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어떠한 이미지를 다운받아 그것을 변형시켜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거나, 다른 사람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일부를 수정하여 내 환경에 적합하도록 만드는 것은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중 가요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라디오 방송을 제작할 수 있으며, 영화나 방송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패러디 영상을 만드는 것도 보편화되고 있다. 박지성 골장면 모음과 같이 연예인이나 스포츠맨에 대한 짧은 영상도 인기를 얻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여러 신문 기사들을 스크랩하여 반핵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든 창작 행위들은 비록 시장에서 유통될만한 가치는 없거나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제작되지 않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가치 있는 창작물일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하거나 ‘패러디’하는 것은 공정이용으로서 권리자의 허락이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명확한 기준은 없으므로 저작권 위반 소송을 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상업 영화와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저작물의 경우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때 사전에 이용허락을 받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비영리적 창작자의 경우 권리자의 허락을 일일히 받거나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박지성 골장면 모음 동영상 클립을 만들기 위해 일일이 방송사 허락을 맡을 이용자가 있을까? 취미로 비영리 라디오 방송을 해보기 위해 일일이 작곡, 작사가, 가수, 음반사 등에 연락하여 허락을 맡아야 하고 이용료까지 지불해야 한다면, 누가 감히 엄두나 낼 수 있을까?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 강화는 이와 같은 (특히 비영리적인) 2차 창작을 제한함으로써, 오히려 사회의 문화 발전을 저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현행 저작권 체제의 이용허락 방식은 변화된 창작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 최근 블로그나 UCC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이제 소수의 문화 창작자가 아니라 일반 대중들이 문화 창작의 주체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창작자, 이용자의 구분은 약화되고 있으며, 누구나 어떠한 창작물의 수용자인 동시에 생산자가 되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비영리적 생산자들이며, 직업으로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표현 욕구에 의해,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창작 활동을 한다. 저작물 유통에 있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출처를 표기한다거나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등의 최소한의 예의일 뿐, 저작물에 대한 배타적인 독점이나 이를 통한 영리추구가 아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 체제 하에서는 창작 즉시 저작권이 부여된다. 즉,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해 배타적 권리의 행사를 원할 것이라고 전제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향후 있을지 모를 저작권 침해 소송을 우려하여 저작물 이용을 주저하거나 사전에 이용허락을 받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설사 창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자유로운 이용을 내심 용인하는 입장이라 하더라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저작권은 사실상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는 저작물의 유통을 과도하게 제약하고 있는 구조이다.

유통환경의 변화와 저작권

인터넷의 핵심은 ‘소통과 공유’라는 점에서 정보의 ‘배타적 소유’를 전제로 한 저작권과 본질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시도는 인터넷이 가져온 소통과 공유의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디지털 도서관의 문제를 들 수 있다. 도서관은 정보에 대한 공적 접근을 실현하기 위한 대표적인 제도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도서관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에서 디지털 도서관은 더욱 큰 존재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정보화에 따라 국내 도서관도 90년대 후반부터 디지털 도서관 구축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에 의해 집에서 도서관에 접속하여 열람하는 원격 열람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학내 교수실에서 학교 도서관에 대한 원격 접근조차 금지되고 있다. 2003년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심지어 도서관 내에서도 동시에 열람할 수 있는 이용자의 수를 허락받은 도서의 수로 제한하고 있다. 디지털화로 가능해진 긍정적 이점들을 모조리 봉쇄한 것이나 다름없다. 도서를 열람하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해야 하고, 여전히 동시 열람자 수는 제한되어 있는데, 오히려 저작물을 디지털화하는 비용이 더욱 많이 든다면, 디지털 도서관 구축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이러한 규제를 만든 이유는 디지털 도서관의 원격 열람 서비스가 도서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학술 논문이나 절판된 서적과 같이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지 않은 서적까지 원격 열람을 제한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수용환경의 변화와 저작권

디지털 환경은 사람들이 문화를 수용하고 향유하는 방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단지 문화 상품의 소비자로서 개인적으로 문화 상품을 수용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동호회를 형성하여 감상을 나누기도 하며, 자신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통해 적극적인 비평을 하기도 한다. 물론 디지털 환경이 보편화되기 이전에도 저작물을 매개로 한 소통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디지털 환경에서는 그 소통의 폭이 더욱 넓어진다. 과거에는 주로 지인들 사이에 그러한 소통이 이루어졌다면, 인터넷 환경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그리고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문화적 소통이 활성화되고 있다.

문화적 소통을 위해서는 관심의 대상이 되는 특정 저작물이 매개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영화평이라면 특정 영화가 다루어질 것이며, 문학 동아리라면 특정 문학 작품을 주제로 품평회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행 저작권 체제 하에서는 소통의 매개자로서의 저작물이 단지 디지털 환경에서 이용되었다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로 간주되고 있다. 물론 오프-환경과는 달리 임의의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근거로 이러한 행위를 저작권 위반으로 통제한다면 자연스러운 문화적 소통 자체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불멸의 이순신 팬카페

지난 2005년, KBS는 네이버에 개설된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팬카페인 ‘영원불멸 이순신’ 카페에 공문을 보내 올라가 있는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 카페는 단지 드라마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며, 소통의 일환으로 드라마의 스틸 사진이나 동영상 클립을 공유하기도 하였다. 결국 카페 회원들은 요구받은 해당 게시물을 모두 삭제하였다. 카페 회원들의 문화적 소통을 막은 대가로 과연 KBS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KBS가 자체 저널에서 이순신의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자작 소설을 쓰는 카페 회원들의 새로운 창작활동에 대해 높게 평가한 바도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저작권은 투자보호법

여전히 우리는 저작권의 권리 주체를 소설가나 작곡가와 같은 ‘낭만적 저자’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하다. 많은 사람들이 창작자의 보호를 위해 저작권의 보호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저작권이 창작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실제 창작자는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혹은 기업에 종속된 계약자)일 뿐이며, 저작권은 ‘투자자’인 정보・문화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사회권위원회) 일반논평 17

자신의 과학적, 문학적 또는 예술적 저작물로부터 발생하는 정신적 및 물질적 이익의 보호로부터 혜택을 받을 인권은 저자가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물질적 이익뿐 아니라 저자와 저작물, 그리고 민족, 공동체 또는 기타 집단과 그들의 집단적 문화유산 간 인격적인 유대를 보호하는 반면, 지적재산권 제도는 주로 기업의 이익과 투자를 보호한다. 또한, 제15조 1(c)항에 규정된 저자의 정신적 및 물질적 이익의 보호의 범위는 국내법 또는 국제협정 하에서 지적재산권으로 지칭되는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최초의 저작권법이라고 불리는 1709년 앤 여왕법 이전에는 ‘작가의 권리’라는 것은 없었으며, 출판조합이 국왕의 특허 하에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출판조합의 독점에 제동을 걸려고 했던 앤 여왕법 역시 보호하는 저작권은 작가의 권리라고 할지라도, 사실상 ‘출판가의 권리’였다고 한다. 이후 여러 법적 분쟁을 통해 ‘작가’와 ‘보호받을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기 시작했다. 한편, ‘작가’라는 개념(혹은 저작자의 권리라는 이데올로기)은 독점적 출판업자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 발전된 것이기도 하지만, 출판업자들이 자신의 독점권을 보장받기 위해 이용한 논리이기도 하다. 과거의 서적상이 음반사, 영화사, 소프트웨어 업체로 확대되었을 뿐, ‘작가의 권리’라는 이데올로기를 내세운 출판사 독점의 구조는 변하지 않았다.

이들 문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자국 정부나 국제기구 등에 로비 활동을 벌여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지적재산권 법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적인 지적재산권 강화의 계기가 된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트립스 협정)은 정보・문화 산업에 경쟁력을 갖고 있는 선진국들의 요구가 대부분 관철된 것이다. 트립스 협정의 경우 미국의 제약회사인 화이자와 전자회사인 IBM 등이 주도한 업체 연합에서 초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미키마우스 보호법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은 소수 문화자본의 독점적 이윤을 계속 보장하기 위한 손쉬운 수단이 되고 있다. 앤 여왕법 제정 당시에는 보호기간이 최초 14년이었으며, 저작자가 살아있을 경우 14년의 추가적인 보호기간을 제공했을 뿐이었다. 이후 보호기간은 지속적으로 연장되었는데, 미국은 지난 1998년 ‘소니보노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법안’을 통해 자국의 보호기간을 저작자 사후 70년으로 (법인의 경우 공표 후 95년) 연장하였으며, 이후 FTA를 통해 다른 나라에 자국의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 ’소니보노법‘은 2004년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될 운명에 있었던 ‘미키마우스’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법안이라는 의미에서 ‘미키마우스 보호법’이라고 조롱을 받았는데, 미국 내에서도 위헌 소송이 제기되는 등 많은 비판을 받았다.

2004년 포브스지에 의하면, 미국의 경우 거대 문화콘텐츠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캐릭터를 통해 벌어들이는 캐릭터 라이선스 수입은 10대 캐릭터만을 보더라도 연간 252억 달러에 달한다. 이 중 1위는 그 유명한 미키마우스와 친구들인데, 1년 매출액이 58억 달러(원화로 약 6조900억원)에 달한다. 2004년 한국영화 총 매출액은 기껏해야 2854억원에 불과하다. 미키마우스를 보유한 월트 디즈니사가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을 위해 필사적으로 로비를 벌일 만하다.

이제 저작권은 창작자를 보호한다는 애초의 취지를 벗어나서 ‘투자보호법’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되지 않았던 것도 기업의 ‘투자’를 보호해야한다는 명분으로 보호대상이 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창작성없는 데이터베이스의 보호 등이 그러한 예이다. 기업의 투자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창작과 이용의 균형을 도모해야 할 저작권법에서 이를 규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또한, 기업의 투자 보호는 반경쟁적 기업행위를 규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문화향유의 권리 보장을 위한 방안

저작권 체제의 개혁

그럼, 현행 저작권 체제는 어떻게 변화되어야할까? 우선 저작권자의 배타적 권리 보호에 과도하게 편향된 현행 저작권법의 균형 회복이 필요하다. 일시적 복제에 대한 복제권 인정, 접근통제적 기술적 보호조치의 인정 등 접근 자체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저작권자에게 부여해서는 안된다. 또한, 저작권이 사람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제한하지 않도록 ‘공정 이용’의 범위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공간에서도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한 비영리적 표현 행위는 공정이용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커뮤니티나 블로그 등을 통해 자기표현이나 소통을 목적으로 한 저작물 이용은 대부분 실제 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저작권 규제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 불법복제에 한정되어야 한다. 권리자들은 이용자들이 간편하고, 저렴하게 저작물을 향유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에게 저작권 위반에 대한 과도한 책임을 부여해서는 안되며, 서비스 제공자들은 네트워크 공간을 제공하는 중립적인 사업자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할 경우, 그들이 이용자들의 표현을 규제하는 사적 검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창작 즉시 모든 사람에게 독점적 권리를 부여하는 현재의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모든 창작자들이 독점적 권리를 요구하지도 않을뿐더러, 실제 시장 가치가 상실된 대부분의 저작물들도 저작권에 의해 이용이 제약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고 싶은 권리자들로 하여금 등록을 하게 한다면, 보호받는 저작물의 범위도 명확해지고, 이용 허락을 받기도 용이해질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지나치게 긴 저작권 보호기간도 일정 기간 후 ‘등록갱신’을 하는 방식으로 축소될 필요가 있다. 즉, 등록갱신을 하지 않은 저작물은 퍼블릭 도메인으로 넘어간다. 물론 저작권 제도가 국제협약에 의해서 규율되는 만큼, 일국적 차원에서의 개혁은 쉽지 않지만, 더 나은 저작권 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켜나갈 필요가 있다.

한편, 문화의 향상, 발전이 저작권 정책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 저작권 체제 내에서도 저작물에 대한 접근 및 이용을 활성화할 공공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부 부처에서 생산된 저작물, 공적 연구기관의 연구논문, 공영 방송 프로그램 등 공적자금으로 생산된 모든 저작물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또한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는 저작물은 도서관 등 공적 아카이브를 통해 온라인 접근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일반 이용자들의 비영리적 창작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미디어 센터나 공공 채널 등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

현행 저작권 체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시민들 스스로 지식과 문화를 공유하고자 하는 흐름도 확산되고 있다.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다.

카피레프트라는 개념을 처음 고안한 것은 자유소프트웨어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의 리차드 스톨만이다. 프로그래머이자 해커인 그는 프로그램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게 됨에 따라서, 개발자들 사이에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공유하고, 이용하던 초창기 문화로부터 서로 배타적인 문화로 변화해가는 것에 회의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 그 출발로써, 그는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을 설립하고, 공개 컴퓨터 운영체제를 개발하는 그누(GNU)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오늘날 우리가 리눅스(Linux)라고 부르는 운영체제는 그누 운영체제에 리눅스라는 커널(운영체제의 핵심부분)을 결합시킨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게는 그누/리눅스(GNU/Linux)라고 불러야 맞다.

리차드 스톨만은 이 소프트웨어를 배포하기 위한 라이선스를 고안하였는데, 먼저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저작권을 부여하고, 이에 GPL(General Public License)을 덧붙이는 방식을 채택하였다. GPL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 프로그램을 복사, 이용할 수 있고, 수정할 수도 있지만, 수정해서 배포할 경우 그 수정된 프로그램 역시 GPL을 따라야 함을 명시한 라이선스이다. 이를 카피레프트라고 하며, GPL을 채택한 소프트웨어를 ‘자유 소프트웨어’라고 한다. 굳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자유 소프트웨어가 누군가에게 악용되어 독점 소프트웨어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즉, 카피레프트는 현행 법체제인 저작권을 이용하면서도, 궁극적인 지향은 저작권과 반대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저작권은 현실 법체제이지만, 카피레프트는 일종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대안적 라이선스 운동의 확산

GPL은 일종의 라이선스, 즉 저작권자와 이용자 사이의 저작물 이용에 관한 약관이다. 소프트웨어 외의 영역에서도 GPL와 같은 정보공유를 지향하는 표준 약관을 통해 자발적인 정보공유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모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창작과 동시에 복제권, 전송권 등의 권리를 자동적으로 부여한다. 그러나 저작자의 의사는 다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이용을 제한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저작물이 더 널리 읽히거나 이용되기를 바라는 저작자들도 많다. 혹은 비영리적 이용에 한해서 자유로운 이용을 허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행 저작권법 하에서는 저작자들이 별도로 자신의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다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여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며, 저작자의 명시적인 이용허락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작자의 이용허락를 받는 것도 비용이 많이 들거나 때로는 불가능한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현행 저작권 체제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작권 자체가 변화되어야 하겠지만, 대안적 라이선스 운동은 저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이용 허락의 표시나 이용 조건을 사전에 명시함으로써 저작물 이용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자발적인 운동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성화된 것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CCL)이다. (http://creativ ecommons.org) 이는 인터넷 법률의 권위자인 로렌스 레식 교수가 주도한 프로젝트로 전 세계 각 국에 지부를 갖고 있으며, 지난 2003년 한국 크리에이티브 커먼스도 발족한 바 있다. 국내에는 정보공유연대의 주도로 만들어져 지난 2004년 공개된 ‘정보공유 라이선스’가 있다.(http://freeuse.or.kr)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나 정보공유 라이선스는 저작자가 영리적 이용을 허락할 것인지, 2차적 저작물 작성을 허락할 것인지 등 저작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라이선스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대안적 라이선스를 채택한 저작물이 확대될수록,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는 저작물에 대한 의존도는 감소될 것이다.

토론 주제

  • 인터넷에서 문화적 표현이나 소통을 위한 저작물 이용이 저작권 침해로 간주되고 있다. 저작권의 보호가 역으로 표현의 자유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공정이용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인터넷에서의 공정이용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며, 그 기준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비영리 인터넷 방송을 위해 대중 가요를 이용하는 것은 허용되어도 좋은가? 혹은 P2P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 파일을 친구와 공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는가?
  • 컴퓨터 프로그램은 저작권으로 보호되어야 하는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저작권으로 보호할 필요성과 문제점에 대해 토론해보자.
  • 문화 창작의 활성화가 저작권 보호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에 의존하지 않고, 창작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례를 찾아보고,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참고 자료

  • 정보공유연대, <디지털은 자유다 : 인터넷과 지적재산권의 충돌>, 이후, 2000.
  • 로렌스 레식, <코드>, 김정오 역, 나남, 2002.
  • Lawrence Lessig, <The Future of Ideas - The Fate of the Commons in a Connected World>, Vintage, 2002.
  • 로렌스 레식, <자유문화>, 이주명 역, 필맥, 2005.
  • 잭 골드 스미스·팀 우, <인터넷 권력전쟁>, 송연석 역, 뉴런(NEWRUN), 2006.
  • 수전 K. 셀, <초국적 기업에 의한 법의 지배 : 지재권의 세계화>, 후마니타스, 2009.
  • 소설 <읽을 권리>, 리차드 스톨만, 1997, http://www.gnu.org/philosophy/right-to-read.ko.html.
  • 애니메이션 <거인 수컷 토끼(Big Buck Bunny)>, Blender Institute, 2008, http://www.vimeo.com/1084537.
  • 애니메이션 <코끼리의 꿈(Elephants Dream)>, Blender Institute, 2006, http://orange.blender.org.
  • 다큐 <이 영화를 훔쳐라 1 (Steal this film 1)>, The League of Peers, 2006, http://stealthisfilm.com/Part1.
  • 다큐 <이 영화를 훔쳐라 2 (Steal this film 2)>, The League of Peers, 2008, http://stealthisfilm.com/Part2.
  • 다큐 <RIP: A remix Manifesto - 1 - Meet Girl Talk>, Brett Gaylor, 2008, http://www.opensourcecinema.org/book/rip-remix-manifesto-1-meet-girl-tal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