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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제도는 주민에게 편의와 사회보장을 제공하기 위한 제도이며, 치안유지나 국가안보를 위한 주민감시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국민의 거주동향을 파악하고 ‘간첩을 색출’하기 위해 제정된 이 제도는 정권이 위험할 때마다 국민을 보다 효율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계속 강화되어 왔다. 한편 이렇게 지속적으로 강화된 주민등록제도, 주민정보수집정보의 확장과 전산화, 전사회적으로 쓰이고 있는 개별식별자로서 주민등록번호의 문제는 전 사회를 프라이버시 침해 위협에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민간영역의 지문정보 수집 등 생체정보의 임의적 수집 확장, △대규모 주민등록번호 유출사고의 빈번한 발생, △CCTV나 개인식별기기 등 감시기구에 대한 불감증 확대 등 실질적인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5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전국민 지문날인제도에 대해 합헌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문을 읽어보면 오히려 지문날인제도가 주민행정업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헌법재판소가 지적하고 있는 바대로, 치안유지/국가안보/범죄수사목적상 필요한 수단인 것이다. 법률의 위임범위를 넘어 이렇게 다른 목적으로 전용되고 있는 지문날인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한다. 한편 전국민 지문날인제도가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반인권적이며 일상적 파시즘을 강요하는 제도라는 것도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행정자치부가 보관중인 지문정보가 무인민원서류자동발급기, 주민등록증위변조식별기 등의 보급을 통해 활용되고 있는데, 국민의 생체정보에 대한 이와 같은 임의적인 사용은 중단되어야 한다. 특히 행정자치부의 이런 임의적인 생체정보 사용이 민간영역에서 지문정보 수집과 이용을 확산되는데 일조하고 있다.
국가신분증의 강제 발급은 중단되어야 한다. 신분증을 일률적으로 강제 발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가발급신분증이 없다는 것은 일탈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국민들은 운전면허증 등 각종 면허증이나 여권, 학생증 등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발급받은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이런 신분증으로 자신의 신원을 증명하는 데 아무런 무리가 없다. 오히려 국가에서 전국민에게 국가신분증을 강제 발급하고 있다는 사실이 금융기관 등에서 근거없이 무리하게 국가발급신분증을 요구하게 하는 근거가 되는 등 인권침해를 넘어 국민에게 불편을 강요하고 있다.
2003년 한해, 2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채권자의 요청에 의해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무적시민이 되었다. (피디수첩 605회 방송) 또한 소득구조가 불안정하고 주거 불안으로 주민등록 말소를 반복할 수 밖에 없는 노숙인과 같은 위기계층은 유일한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3자에게 타인의 주민등록 말소 신청권을 부여한 주민등록법 8조와 11조에 대한 헌법소원에 대해서도 청구인의 기본권을 직접 침해하지 않는다며 각하한 바 있어, 국회의 입법을 통한 구제가 시급하다.
지금의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주민이 행정기관에 등록해야 하는 정보는 10여 가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행령이 규정하는 별지서식 양식에 의할 경우 100여가지가 넘는 주민정보가 수집되어 행정기관에 보관된다. 일부 개인정보는 법률의 위임범위를 초월하여 수집되고 있으며, 현재 행정기관은 주민정보를 전산화하여 실시간 활용하고 있다.
주민등록법은 정보주체인 주민이 자기 정보에 대해 접근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전혀 보장하고 있지 않다. 행정기관에 보유된 자신의 주민정보를 열람하고 이에 대해 정정을 요구하거나, 자신의 동의를 받지 않았거나 법률의 근거없이 수집된 자신의 정보를 삭제, 반환, 폐기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전혀 보장되어 있지 않다. 또한 OECD의 프라이버시 보호 가이드라인 등 보편적인 프라이버시 원칙들이 규정하고 있는 책임원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주민등록법은 주민등록번호의 유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책임당사자인 행정자치부 장관의 의무에 대해서도 언급하는 바가 없고, 발생한 피해에 대해 전적으로 당사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지금의 주민등록법의 구조이다.
현행 주민등록법은 1조의 목적에서 주민의 생활편익과 이와 관련한 행정사무의 적정한 처리를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주민등록업무는 지역 주민이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중앙정부가 시행하고 있다. 사무의 관장은 지방정부가 하도록 규정(2조)하고 있으면서도 사무의 지도 감독은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맡겨(3조), 지방정부의 역할은 주민정보의 수집과 기록만을 담당하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것은 지방자치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지방정부의 주민대면행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주민행정업무를 원격으로 지도감독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더 많은 주민정보를 수집하게 되는 문제점도 발생한다.